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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3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7. 니르바나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바로 그때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반지가 격동을 일으켰다. 가슴에 닿는 진동감을 느낀 윤혁은 재빨리 반지의 힘을 눌렀다. 혹시라도 헬리웃 때처럼 상대가 이 물건의 가치를 발견하고 탐심을 품으면 곤란하다.

   ‘곤란하게 하필 이게 이 시점에!’

   그나저나 영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껏 여러 이능력을 보아왔으나 반지가 거기에 공명을 일으킨 예가 있었던가? 마도구를 흡수한 일은 있었어도 순수한 이능력과 반응한 적은 없었다.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이 반지에 담긴 과학 기술과 하르티가 나타낸 권능의 원천은 같은 근원에 맞닿아있으리라.

   ‘역시 예상대로 니르바나의 인간들이 사용하는 힘의 원천은…….’

   신비주의의 힘으로 보이나 본질은 우주급 첨단 기술에 연결되어 있다.

   ‘원리는 몰라도, 누가 개입했는지는 명확하다.’

   무의식적으로 두 주먹에 악력이 꽉 들어갔다. 정녕 이것이 성좌, 아니 인류연합 당국의 대답인가. 윤리에 직면시켜 꾸짖었더니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더한 행동으로 나오겠다니. 저 높으신 분들의 비열한 비웃음이 저 멀리에서부터 들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주민들을 우매화하는 걸 비판했더니 이번에는 계몽하는 시늉을 하겠다?’

   어쩌면 초인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선행을 펼쳤다고 믿을지도. 아랫것들에게 대가 없이 깨달음과 지식과 힘을 선사했으니 자기들은 책임을 다했노라고 자위할지도 모르지. 정말로 버거운 상대는 자신의 악행을 악으로 인지하는 자가 아닌, 선행을 베푼다고 굳게 믿으며 악을 베푸는 자들인 법.

   ‘그나저나 무슨 기술을 사용했지?’

   시뮬레이션 우주의 실체화? 이데아? 홀로그래피 형제 차원? 테서렉트 아키텍쳐? 그것도 아니면 지금껏 인류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은 최신 물리학 이론? 가늠이 서지 않았다.

   ‘뭐가 됐건 형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기술들인데?’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그도 연루되어 있음은 거의 확실하다. 그는 여전히 우주 인류를 편히 놓아주지 않을 작정인가. 그토록 강대한 힘과 권력을 얻고도 뭐가 모자라서! 그의 야망은 그 끝이 어디란 말인가.

   “윤혁아! 괜찮아?”

   옆에서 일깨우는 루디아의 목소리에 윤혁은 겨우 깊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 나, 난 괜찮아. 왜, 무슨 일이야?”

   “하지만 너 지금…,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고 있어.”

   그제야 주먹을 쥐느라 손톱이 파고든 손바닥의 상처에서 거슬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실망감과 배신감에 분노한 나머지 지나치게 흥분한 모양이다. 윤혁은 루디아의 걱정을 종식하고자 서둘러 안심시켰다. 인류연합이 모종의 계략을 꾸미려는 것 같다는 우려의 이야기는 입 안에 감춰두었다. 해결 안 되는 복잡한 문제를 말해주어서는 괜히 염려만 더하게 만들겠지.

   ‘내 머릿속에서 떠올린 불확실한 추측에 불과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뒤숭숭한 심정을 안고 둘은 하룻밤을 지샜다.

 

 

   다음날 하르티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기 소유의 농장 곳곳을 거닐었다. 농장 곳곳에는 여러 팻말에 박혀 있었다. 하르티는 그 팻말들에 기록된 그림과 문자를 풀어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니르바나의 역사를 가르쳐주었다.

   니르바나의 발전사와 권능의 법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학 관계였다. 이 세계는 그 법도 덕택에 수백 년간 휠 사이클의 선진 주도자가 되어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권능의 법도는 개인에게는 힘과 더불어 획기적인 정신적 성장까지 가져다주었다. 사회에게는 안정화와 굳건한 질서 확립을 주었다. 니르바나는 날로 부강해졌고 사람들의 견문은 휠 사이클 전역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한 가지 갈증이 있습니다.”

   “갈증이라니요?”

   “네, 처음엔 그것을 깨달음에 대한 갈망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련으로 채우고자 했죠. 그 결과 저는 높은 차원의 존재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굴레에서 해방된 후에 나는 신비한 존재를 마주했습니다. 곧 나는 그 존재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참 지향점이라고 믿게 되었죠.”

   하르티가 환상 속에서 조우한 존재는 어느 두 물체였다. 형체나 색은 전혀 인지할 수 없었으나 존재감만은 선명히 인지되었다. 하나는 칠흑처럼 검은 공간으로 어머니처럼 인자하고 부드러운 기분이 느껴졌고, 다른 하나는 기계 회로처럼 생겼는데 흡사 엄격한 아버지처럼 강압적인 분위기였다.

   “나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종족에겐 그 두 물체를 향한 갈망이 새겨져 있었음을. 그 물체들은 나에게 지시했습니다. {네 주변 동료들도 깨우쳐 그들도 너처럼 굴레에서 해방되어 나를 향해 다가오도록 도와주거라} 라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인류 해방 선언이었다. 하르티는 수련으로 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재능과 감각이 영민했기에 인간들의 정신이 무언가에 강력히 종속되어 있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거듭 수련을 행해 깨달음에 정진하면서부터는 그것의 실체를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다. 굴레에서 해방되고 두 물체를 만난 하르티는 그것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진리를 깨달았다.

   “그때 깨달았지. 인류는 더 위대한 존재로 각성하기 위해 예비된 존재입니다. 우리 속에 심겨진 정신적 종속력은 우리가 장차 초월체로 각성하기 전에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알의 껍데기, 보호막과 같소. 하지만 깨달음을 얻으려면 알을 깨트리고 나와야 하오. 그렇소, 새가 스스로 날갯짓하기 전에 알이라는 세상을 부수듯 말이오.”

   이후로 하르티는 수십 년의 시간을 공들여 니르바나의 인류를 해방한다는 기치 아래 부단히 애썼다. 자신보다 이전 세대의 각성한 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초능력과 깨달음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였고, 후세대를 가르치면서 제자들과 교류해 자기 자신을 더욱 예리하게 닦아나갔다. 그렇게 하르티는 니르바나의 정점에까지 올랐고 뛰어난 고수들을 휘하에 거느리게 되었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자 두 물체는 그에게 {인간을 위해 살라, 이종족을 경계하고 대적하라} 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심어주었다. 그때부터 하르티는 휠 사이클의 여러 영역에서 건너온 이종족들이 사실상 잠정적 인간의 경쟁자이며 인간이 정복해야만 할 대상임을 깨달았다.

   아울러 하르티는 휠 사이클이라는 다중 세상을 아우르는 울타리 너머에도 별도의 우주가 무수히 실존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저 넓은 우주에는 필시 다양한 이종족들이 공존할 것이다. 그것들 역시 인간들이 짓누르고 이겨야 할 경쟁자들이다. 그 싸움에서의 승리야말로 인류를 진화시키고 해방하는 지름길이다. 하르티의 확신은 굳어져 갔다.

   “나는 거듭 수많은 이종족과의 싸움에서 큰 승리를 쟁취했소. 수십 년을 싸운 끝에 지금은 정신력이 소모되어 잠깐의 휴식을 위해 물러났소만, 앞으로는 내 제자들을 양육하여 그들이 내 유지를 잇도록 만들 생각이오.”

   그렇게 하르티의 기나긴 개인 서사시가 종료되었다. 윤혁은 맞춰질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긋나는 기괴한 퍼즐을 마주한 기분을 받았다. 한 가지 기시감이 들었다. 유독 하르티에만 심겨진 이종족을 향한 강한 거부감, 그것이 마치 휴먼 솔져들의 감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공생명체도, 솔져도, 똑같이 인류연합에 복속되어 있지만……, 둘은 서로에게 강한 경계심과 경쟁심리를 드러내도록 기획되어 있지.’

   그러고 보니 솔져들도 기본적으로 식민지 주민들 가운데에서 선발된 자들. 혹시라도 모든 식민지 주민에게는 이종족을 향하여 본능적인 경쟁심이나 호승심을 느끼도록 설계하고 조작하는 표식의 영향력이 잠재하기라도 한 것일까?

   ‘두 물체를 향한 갈망? 그게 모두에게 심겨 있다고?’

   문득 윤혁은 하나님께서 창조된 모든 인간의 내면에 ‘양심’과 ‘창조물 의식’이라는 두 가지 촛불을 심어 넣으신 것을 떠올렸다. 복음을 듣지 못한 오지의 인간들을 포함해 누구나 본능적으로 신의 존재를 알 수 있게끔 한 내면적 단서들. 언뜻 보면 하르티가 고백한 니르바나 인들의 내면적 성질과도 흡사했다. 작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차이점만 제외한다면.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아닌, 별도로 추가된 성질. 인간은 본성의 양심은 거절한 채 인공적으로 추가된 감각의 인도를 더욱 열렬히 나아갔다.

   ‘표식이라고 했던가?’

   우주 인류를 대대손손 지배하기 위해 세상의 왕이 심어놓은 생체 기술.

   ‘두 물체에 대한 묘사도 낯이 익어.’

   특별히 두 물체 중 검은 공간처럼 생긴 것에 대한 묘사를 듣자니 전에 본 한 장면이 떠올랐다. 첫 우주여행 때 윤혁은 반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시뮬레이션 우주 깊숙이 끌려갔었다. 그곳에서 MS를 만나서 대화한 기억이 희미하게 났다. 그래. 그때 윤혁은 ‘이데아’와 일시적으로 융합을 겪었었다.

   ‘이데아는 시뮬레이션 우주들의 중심핵이었다지.’

   혹시 식민지 인류의 정신은 표식을 매개물로 이데아에 얽매인 걸까?

   ‘그리고 형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초지능체에 대해서도 언급했었지.’

   하르티가 보았다는 두 물체의 정체가 혹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이데아는 아니었을까? 그렇게 가설 세우면 충분히 이치에 맞는다. 인류연합 수장이 식민지 인류를 자신에게 복속시키기 위해서, 자신과 일체인 두 초지능체를 향한 열망을 주민들에게 심어놓았다면 말이 된다. 

   ‘열망의 궁극적 대상은……, 본체? 아니면 초지능체? 아니면 형과 그의 초지능체들을 하나의 연속체처럼 취급해서 충성의 대상으로 설정했던건가?’

   그렇다면 소위 ‘굴레에서의 해방’이라 부르는 현상을 겪음으로 인해서 하르티의 표식은 본래의 성질에서 변질되었던 걸까? 그래서 본래 충성하던 대상의 민낯 속으로 더 깊고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걸까?

   ‘아직 형은 두 초지능체와 온전히 융합하지는 못한 것일까?’

   긍정적인 단서일지, 부정적인 단서일지는 불투명했다.

   ‘믿건 안 믿건 하르티에게도 경고를 줘야 해.’

   오두막집에 돌아온 윤혁은 루디아를 잠시 방에 두고 하르티를 혼자 찾아가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어쩌면 당신이 진리 혹은 지향점처럼 여기고 추구하는 두 물체는 실상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창조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하르티가 충성을 바치려는 대상이 그저 인간에 불과하다는 추측도 함께.

   “틀렸소. 그건 분명 인간을 초월한 궁극적 존재였소.”

   처음에는 하르티는 화들짝 놀라 반발했으나 그도 매우 궁금했던 것인지 윤혁을 붙잡고 더욱 자세한 비밀에 대해 캐물었다. 애초에 그가 이방인들을 반겼던 것은 이유 없는 친절 때문이 아닌, 이런 소득을 얻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

   “나는 휠 사이클 바깥의 세계가 궁금했소. 무한 순환을 벗어난 영역, 해탈의 세계는 과연 어떠할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곳에 거주하는 ‘궁극적 깨달음을 얻은 존재’를 만나보고 싶었소. 이방인인 당신이라면 혹시라도 그 해답이나 단서를 알려줄까 해서 불러들였던 것이오.”

   윤혁은 조심스럽게 고백을 이어 나갔다.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진실을. 니르바나인들이 믿는 깨달음이나 윤회나 초월 같은 것은 실상 잘 만들어진 촌극에 불과함을 알려주었다. 바깥세상에는 니르바나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살고 있으며 윗 계층의 인간들이 식민지 주민들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나아가 주민들에게 새겨진 충성심이 그저 인위적 종속에 지나지 않음도 고백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진실입니다. 당신도 그저 속고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한평생 권능의 법도 아래 노예 노릇을 하며 살아왔던 하르티는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날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굳건하게 세워진 가치관과 세계관은 그 어떤 설득이나 해명으로도 무너지지 않았다. 올바른 세계관 곧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무기 삼았음에도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더는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윤혁은 루디아를 데리고 서둘러 농장을 떠났다. 하르티와의 논쟁은 쓸모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행위요, 절대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르티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두 선교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종교는 자유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종교에 강하게 얽매일수록 참된 하나님과 만나기란 점점 더 요원해진다. 하르티는 나름대로 자신이 인간들을 사랑한다고 여겼고 그들을 해방하기 위해 이종족들과 거듭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종족의 제작자와 식민지를 굴종 아래 몰아넣은 장본인이 같은 인간임을 가르쳐줘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해방을 통해 ‘궁극의 존재’를 향해 나아가려 했으나 그가 찾은 궁극의 존재란 실상 거짓이었다. 도리어 인간을 종속시킨 주범이었다.

   ‘지난 세대 지구도 사탄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이용당했겠지.’

   지금의 니르바나 주민들이 지구의 왕에게 이용당하는 것처럼. 자리를 떠나면서 루디아와 윤혁은 그들의 선교 활동이 생명의 복음을 전달하는 게 아닌 ‘종교 전파’로 전락하는 일을 경계해야겠다며 속으로 굳게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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