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컷으로 넓힌 1인가구 생활인들에 대한 공감
도시 생활인구 중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1인 생활가구의 자화상을 만화창작으로 형상화 하여 청년, 중년, 노인 1인 생활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고자하는 취지로 실시된 5컷 만화 공모전은 신선한 표현과 따뜻한 시선이 표현된 응모작들로 인해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다. 응모한 창작자들의 대부분은 주로 청년세대에 해당하며 소수의 응모자는 어린이들인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이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1인가구 생활인인 경우가 많이 눈에 띄며 이들의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와 성찰이 많이 보여서 응모된 5컷 만화들은 이미 크게 늘어난 1인가구 생활실태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도시지역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들로 보이는 이들 청년 1인생활인들은 만화의 향유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해서 이들 세대와 생활의 단면이 만화라는 형식과 어울려 통찰과 유머가 어우러진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작품의 주된 정조는 고립과 외로움, 공허등의 감정이었지만 한편 1인가구의 독립성과 자유, 미래에 대한 불안한 희망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었다. 특히 이들 1인가구 생활인들이 일방적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SNS 등 네트웍을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새로운 사회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였다. 응모작 중에서도 SNS를 전통적인 소통방식의 불완전한 대체품으로 보는 시선과 기존에 없었던 소통방식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관계맺기의 방법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그러나 직접적이고 밀접한 인간관계의 부재는 시간의 흐름을 왜곡되게 느끼게 할 만큼 공허감을 준다는 것을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가볍게 응모작들은 표현하고 있다.
한 편 응모작가들의 가족 또는 이웃으로 표현된 노년 1인 가구생활인의 모습도 응모작의 많은 편 수를 차지 하였다. 노년 1인가구를 묘사함에 있어서 주된 정조는 버려짐과 잊혀짐이 었지만 이와 함께 인정과 소속감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떠오르게 하는 계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 경우 짧은 5컷 만화 안에서 전통적인 가족, 산업사회의 핵가족 현재의 느슨해진 가족 등의 양상을 연결시켜 이해시키려는 창작자의 의도들이 눈여겨 볼만 했다. 노년 1인가구의 경우 창작자의 이웃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의 스산함은 잘 모르는 노인을 통해 작자 자신을 포함해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톨이들에 대한 공감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들 노인들은 응모작 안에서 이웃의 외로운 노인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부모일 수 있는 분들로 자주 묘사되었다.
응모작중에서. 중년세대 1인 가구에 대한 묘사가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중년 1인가구가 창작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응모작들에서 중년세대는 주로 1인가구 생활인이 떠나온 가족의 집에 속해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혹 이 후에 어떤 방향으로든 가족의 해체가 더 가속된다면 중년 1인 가족에 대한 묘사가 만화에서도 표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과 노년 1인 가구가 모두 대부 분일하는 모습으로 많이 묘사되어 있지만 이들 일들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거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묘사된 경우는 거의 없어서 적어도 5컷 만화에 묘사된 1인가구 생활인, 주인공에게는 무기력한 안주가 만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만화형식로 표현될 때 만화연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할 것인데 응모작들 중 수상작을 비롯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들은 1인 생활인의 고립감, 공허함, 두려움 등을 칸 구성의 촛점을 흐뜨러뜨리기, 대칭구도의 반복사용, 변화없는 칸구성의 사용, 채도가 낮고 불연속적인 색체의 사용 등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4컷 만화와는 다른 5컷만화를 공모했으며 1인 가구생활의 자화상이라는 내용 외에 형식적인 자유로움을 허락한 공모전의 취지와 방향에 힘입은 듯이 5컷의 만화를 5장의 그림으로 해석하거나 자유롭게 분할된 5단으로 해석하는 등 응모작들의 창의적인 적용이 돋보였다. 전통적인 4컷 만화는 어떤 의미에서 기승전결구조를 강제하는 속성이 있는데 현재진형인 1인 가구라는 주제는 마지막 한 컷을 추가하여 계속이어지는 상황을 묘사할 수 있다는 형식에 어울리는 면이 있어서 응모작들 중에도 이를 잘 활용한 작품들이 있었다.
1인가구생활과 같이 동시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보여주는 소재는 여러가지 이유로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기존의 콘텐츠 유통이나 형식이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포착하는데에 능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하다. 이런 점에서 5컷만화 공모전은 1인생활가구를 예술적인 형식의 진화와 함께 포착 하고자한 긍정적인 시도였으며 응모작들 또한 이런 시도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서승택
예술학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망한 작은 게임회사들과 작은 신문사에서 일했으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본부장으로 만화관련 공공지원에 관한 일을 했다. 청강대 만화창작과에서 디지털만화 관련 과목을 가르쳤으며 디지털만화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