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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8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9. 갈라켐페라투스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초능력의 개발과 관련해서 윤혁이 고려하는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실 따로 있었다. 괜히 부담감만 더해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차마 말로 표현하진 못했을뿐. 사실 리온, 스테판, 루디아 역시 어느 정도는 동일한 우려를 마음 속으로 품었다. 차마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직면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초능력이 더 진화한다면 필시 군사적 목적으로 유용될 거야.’

   그런데 원래 군사력이란 늘 적의 존재를 상정한 개념이어야만 하는 법. 하지만 현재의 인류연합에게 적이 될만한 세력이 존재하기나 할까? 그나마 상정 가능한 영역이라고는 미지의 세계에 도사리고 있을 외계인 정도이다. 카이젤은 혹 그들을 표적으로 삼았던 것인가?

   ‘하긴,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하긴 하지.’  

   다만 그들은 영화에나 나오는 녹색의 괴이 생명체들과 다르다. 다른 행성의 유기체 또한 아니다. 훨씬 더 위협적이고 거대한 존재들, 최상의 차원에서 활보하는 영적 존재들, 유사 이래로 인류는 그 외계인들을 천사와 악마라고 불러왔다.

   윤혁은 형과의 기억을 몇 가지 회상했다. 유독 그의 형은 ‘초자연’이라는 영역에 속한 존재들에게 짙은 경계심을 표출했었다. 그와 정벌전을 떠났던 지난날에도 형은 초자연적 현상을 관측하며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인간의 힘으로 만물을 정복하려는 그의 성격상 초자연적인 실체의 존재는 필연적인 불편감을 낳았으리라.

   ‘미연 중에 나타날 초자연계에 대적하려고 힘을 키우는 걸까?’

   초능력을 개발한 목적이 정말 그것일까? 만일 그가 선을 넘어서서 창조주에게까지 대항하려 든다면? 그런 행로로 나아간다면 인류에게는 아무런 용서의 여지가 없다. 이대로 인류는 하나님을 적대시하는 길에 고정될까? 또 초능력과 기적을 매개로 강한 권세자들이 대중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복음을 믿는 교회들은 권세자들의 핍박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불확실성이 앞날 위에 드리워진 것이 선명히 느껴졌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인류연합이 개발 중인 그 능력은 도대체 어떤 테크놀로지를 가공해서 만들어낸 것일까. 테서렉트 아키텍쳐 혹은 그보다 뛰어난 상위 기술일까? 역시 이번에도 상위 차원과 관련된 힘일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인류는 상위 차원에 자주 접촉하게 될까. 그런 접촉이 거듭되면 결과적으로 인류는 마계의 영향력에 점점 손쉽게 닿게 되지 않을까.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진 윤혁은 잠시 숨을 고르며 침대에 누워 불편한 심정을 정리하였다.

   몇 시간 후, 평온감을 되찾은 윤혁은 리온의 방을 찾아갔다. 그는 ‘마귀 들림’에 대해서 질문했다. 영 뜬금없이 엉뚱한 주제는 아니었다. 과연 서로 마음이 통한 것인지 리온도 동일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문제는 오늘날 하늘도시들이 겪는 문제들과 맥락이 통해 있었다.

   “요가플레임의 초능력 수련법…, 네가 보기에도 역시 힌두교의 ‘요가’ 명상법과 유사점이 많지? 그렇다면 역시나 ‘자기 비움’ 훈련과 관련이 있을까?”

“좀 더 체계화되긴 했지만, 기본 사상은 같은 맥락인 것 같아.”

   선교사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가플레임의 수련법은 대강 80,000가지가 넘는 카테고리가 있었다. 시간 부족으로 그것들을 일일이 분석하기는 불가능했지만 대체로 크게 분류하면 일곱 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 힘을 정신 내부에 포용하는 수련법.

   “이건 마음속의 공간을 포기(surrender)하는 기법이야.”

   두 번째, 힘의 속성을 느끼고 감정과 힘을 동화시키는 수련법.

   “감정의 통제권을 포기하는 기법이지.”

   세 번째, 힘의 성질을 수학적으로 연산한 뒤 지적으로 이해하는 수련법.

   “인지의 영역과 지성의 영역을 굴복시키는 기법이야.”

   네 번째, 몸을 권능의 흐름에 숙달시키는 연습법.

   “마음과 몸의 온전한 연결고리를 포기하는 기법이야.”  

   다섯 번째, 힘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전승해주는 수련법.

   “타인과의 공감력 및 사회성 관련 능력을 굴복시키는 것이지.”

   여섯 번째, 자연 전체에 자신의 힘을 융화시켜 자연과 하나 되는 수련법들.

   “공감각과 외부 인식력을 포기하는 기법.”

   일곱 번째, 자기 자신을 힘과 일체화시키는 물아일체의 수련법들.

   “이건 그야말로 영혼 전체를 내어주는 기법이네.”

   종교학에 능통한 리온이 분석해낸 대로 요가플레임의 수련법들은 죄다 인간의 영 또는 혼 또는 육을 무언가 다른 대상에게 내어주고 포기시키는 기법이었다. 자신을 비움으로써 평온을 찾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떠들지만, 실상은 악령들에게 영혼을 활짝 열어주는 행위인 요가 명상법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주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지.”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 이에 가르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고 와 보니 그 집이 비고 소제 되고 수리되었거늘, 이에 가서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서 거하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하게 되리라]

   “마음을 마냥 텅 비워놓기만 한다면 결국.”

   “악령에게 빈집털이를 당하는 꼴이 되겠네.”

   “그래, 성령님으로 채워두던가, 아니면 악령에게 뺏기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만 존재하겠지.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로 창조되었으니까.”

   토론을 나눌수록 윤혁의 우려는 점점 더 깊어졌다.

   “혹시 초능력들도 악령에게서 왔을까?”

   여기에는 리온은 답을 줄 수 없었다. 과학 쪽에 더 능통한 윤혁도, 영적 현상에 더 해박한 리온도, 이 세상의 깊고 어두운 비밀을 모두 파헤쳐 알 능력은 없었다. 그저 추측 위에 추측을 더하는 수밖에.

   “글쎄, 그저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힘일 수도 있고, 악령에게서 왔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두 가지가 섞여 있을 수도 있겠지. 아니면 능력 자체는 기술력에서 왔되 심히 심취한 일부 사람에게만 귀신의 영향이 덧씌워질 수도 있고.”

   “하긴, 음주나 마약도 그 자체는 화학이라는 기술력의 산물이지.”

   “하지만 그런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하나님이 다스려야 마땅한 인간의 영혼과 몸이 다른 존재에게 지배당한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이다. 과학으로 만들어낸 초능력에 심취하건, 의학적인 약물에 심취하건, 재물 욕심에 취하건, 악령에게 심취하건 결과는 같으리라. 성령께서 계실 자리에 타자가 놓이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실패한 삶. 자기 몸을 내준 대상이 곧 자신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인이 되지 못한 인생은 필연적으로 패배로 끝난다.

 

   너희 자신을 누구에게 종으로 내주어 순종하게 되면 너희가 순종하는 그 사람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혹은 죄의 종으로 사망에 이르고 혹은 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롬 6:16, kjv)

 

   토론 중 윤혁은 문득 솔로몬의 재판에 나온 두 여인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아기의 진짜 어미였던 여인은 ‘아이를 다른 여인에게 맡기더라도 죽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가짜 어미였던 여인은 ‘그냥 반으로 갈라 달라’고 요구했다.

   사탄의 세력이 바로 이 거짓 어미와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의 목적은 인간의 파멸. 따라서 그들로서는 굳이 인간의 몸을 억지로 직접 차지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소유로 삼아 농락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간과 하나님의 만남만 막는다면, 그리하여 파멸로 인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

 

   두 번의 텀을 더 지나며 일행은 전과 유사한 현상을 계속 마주하였다. 인간이 강력한 초능력과 권능을 각성하고 초차원적 영역으로 진보하도록 이끄는 시스템이 확립된 세상이 그들 눈앞에 펼쳐졌다. 이것이 국소 사건이 아닌, 우주 단위의 프로젝트이리라는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일행이 최초로 초능력 시스템을 마주한 지 우주 표준 시간으로는 고작 한 달 밖에 안 흐른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 만에 이뤄진 초능력 기술력의 진척은 상상을 초월했다. 나아가 능력의 운용과 관련된 경험이나 노하우가 데이터로 확립되어 축적된 덕인지 전과는 비교마저 불허할 정도로 다방면에서의 발전이 보였다. 힘의 안정성, 최대 발현 폭, 지속 시간, 능력의 범용성, 개개인의 능력 획득 속도, 수련의 용이함 등의 모든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향상이 두드러졌다.

   이제는 권능의 법도와 같은 어려운 철학을 배우지 않아도, 혹은 메인갓과 서브갓과 같은 자칭 신적 존재에게 힘을 전수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 하늘도시들. 구태여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전보다 훨씬 더 높은 영역까지 다다르는 자들이 수다하게 관찰되었다. 심지어 칼티엔뉴르의 마법과는 달리 사람의 정신과 영혼에 눈에 띄는 악영향이 나타나는 부작용도 없었다. 반칙과도 같은 혜택에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초능력을 수용하였다.

   두 텀의 선교 여행 중 회심자를 찾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아주 드문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초능력을 잘 익히지 못하는 부적합자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차별과 냉대의 시선을 받았다. 따라서 소외감과 갈급한 마음에 복음에 귀를 열었다. 지금껏 자신을 실패자 내지는 불량품으로 여기며 자책해왔던 아웃사이더들, 그들은 도리어 그들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애써 찾으시는 잃어버린 양이라는 소식을 듣고 감명받았다. 아울러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이야말로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롬 1:16)’이요, 어떤 초능력이나 기적보다도 강력한 절대적인 권능임을 깨닫고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 받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극적인 회심의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하지만 한 텀 당 여행 시간이 40일 남짓 허락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만큼만으로도 선교사들에게는 크나큰 열매로 간주되어야 마땅했다.

 

   그 후로 선교팀은 열다섯 번째 하늘도시에 당도했다. 직전에 만난 하늘도시들와 마찬가지로 그곳도 시스템화된 초월적 능력을 운용하는 세계였다. 현지 주민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두고 ‘갈라켐페라투스’라고 칭하였다. 이 세계도 다중우주 형태를 띤 곳으로 다중우주적 세계관을 믿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범위가 이전보다 더욱 확장되었다.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렇게 작은, 기껏해야 행성 급의 크기의 하늘도시 안에 저런 거대한 준 우주를 압축해 넣을 수가 있는 거지? 이런 일이 인류연합의 과학만으로 가능한건가?”

   “그러게 말이오. 휠 사이클이나 유그드라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하오.”

   갈라켐페라투스라는 지역을 포괄하는 연결성 복합체, 곧 해당 하늘도시 속에 포함된 세계 총체가 하나의 작은 은하계를 모방한 구조물임을 알게 되자, 리온과 스테판은 경악을 나타냈다.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에 그들은 질겁했다.

   심지어 그곳은 앞서 본 세계들보다 교통과 통신이 훨씬 더 수월하게 이뤄지는 곳이었다. 물론 아직은 공간 간 이동에 제약이 많았고 거주 환경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세계 간 이동 역시 제약이 따라 초능력 기반 장치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갈라켐페라투스의 문명은 충분히 ‘다행성 종(種)’에 준할 만큼 뛰어난 대규모 문명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구상은 아닌 것 같아.”

   루디아는 지구에서 들고 온 자신의 성경책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압축기술 덕에 종이 한 장 두께로 만들어져 휴대하기도 가볍고 읽기도 편리한 책. 그러나 펼쳐내면 66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성경 텍스트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런 일이 큰 규모의 창조물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그래, 믿기진 않겠지만 이론상으론 가능해. 고차원 세계를 펼쳐 3차원 우주로 전개해놓으면 돼. 그러면 얼마든지 작은 영역으로도 한없이 넓은 공간을 펼칠 수 있어.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라고 해야 할까.”

   윤혁은 친구들 앞에서 자그마한 털실 뭉치를 꺼내 곱게 편 뒤 넓게 펼쳐보였다. 말려 있었을 때는 점처럼 작았으니 전개되니 그 면적이 꽤 넓었다. 과학에 소양이 깊은 윤혁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많이 알고 있었다. 인간의 DNA 역시 32억 비트나 되는 거대한 정보를 담은 도서관이지만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작은 세포 하나 안에도 온전한 총체가 압축되어 있지 않은가.

   또 윤혁은 수년 전 제로원에서도 공간을 재단하는 기술을 보았었기에 공간 압축이 상상의 영역이 아님을 알았다. 아마 그 시절은 꽤 오래 전이었으니 지금의 기술 수준은 훨씬 더 높겠지. 테서렉트 아키텍쳐까지 만들어내는 마당에 무엇인들 불가능하겠는가.

   ‘하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사실 갈라켐페라투스의 천체물리학적 구조보다는 사회학적 구조와 사상적, 영적 구조에 대한 지식이 선교팀에게는 더 절실한 정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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