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9회 [1부] 19화. AI 공방, 팀 아르다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7.20 | 회차평점 0 |
24년 전.
당시는 네 번째 산업 혁명이라는 농사가 한참 탐스럽게 무르익어 가을 추수의 단계에 이르렀던 시절이었다.
이른바 신 세대를 이끌 혁신적인 AI 기술이 세계의 양 진영을 휩쓸었다.
AI 테크놀로지는 첨단화된 신소재 및 고도화된 기계 공학과 하나로 결합되어 대단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로보틱스, 로켓과 우주 공학, 나노 기술, 심지어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어느 영역 하나 AI 진보의 세례를 받아들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제국과 연방.
이 두 문명권은 모든 산업을 두고 항상 그러했듯 이 영역에서도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에 임하였다.
특별히 국익의 미래를 건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AI 분야에서는 그 스파크가 배는 더 뜨거웠으니, 그것은 흡사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과도 같았다.
막대한 자본이 쏟아붓듯 투입되었다.
산업스파이 전략부터 강제 탈취에 이르기까지 각종 음모술수가 난무하였다.
지는 쪽이 자칫 시대의 패배자로 밀려날 위기가 있었기에 그 치열함은 더욱 절박했다.
단순히 인재풀의 크기만 놓고 보면 제국쪽이 우세했으나 대결 균형의 양팔 저울은 그리 간단히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제국은 황제부터 지방 정부에 이르기까지 원리와 원칙, 헌법과 율례의 지배 아래 있었기에 무작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는 제약이 따랐다.
반면 연방은 다수를 위한 공리주의라는 명목 아래 아래 있었고 윤리에 있어서도 정직함이나 고귀함 같은 가치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 수 있었다.
제국 내부에 다수의 스파이를 심었고 해킹부터 살인 교사 등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기술적 이점들을 빼앗았다.
또한 저작권이니 특허권이니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모든 테크놀로지를 모방하였으며 훔친 것들을 통해 강제로 따라잡았다.
이미 핵무기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이 같은 비열한 술책에 호되게 당했던 제국은 크나큰 위기의식을 느꼈다.
적들의 수중에 있는 이점은 모방이나 탈취 같은 술책뿐만이 아니었다.
인권 자체를 무시해버릴 수 있는, 공산주의 특유의 강력한 전체주의성.
이는 인민 전체를 일종의 실험체로 삼을 수 있는, 일종의 사악한 메리트였다.
인민은 AI의 최종 단계 완성을 위한 비료요, 빅데이터였으며, 동시에 뇌를 해부함으로써 생체 모방 공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었다.
실제로 연방은 집단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사람들을 거대한 격리 구역 안에 몰아넣었고 몇몇 프로빈스를 아예 송두리째 강제 수용소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된 실험을 자행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인권 유린 행태를 벌였다.
인민들의 희생은 생체 실험부터 사회 살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이뤄졌다.
그 피비린내 나는 행태의 결실로서 AI 테크놀로지 체계가 완성되었다.
브리튼은 커뮤니스트들의 세계가 온갖 악업을 토대 삼아 쌓아올린 이 섬뜩한 상아탑에 대단한 두려움을 느꼈다.
자칫 자신들의 세계가 저들이 만든 파멸적인 AI 시스템에 의해 비참히 유린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되었다.
황태손도 이 문제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젖비리내 풍기는 소년이었으나 이미 여러 분야의 박사 학위에 더해 학계의 인정을 받던 그 아이.
그런 탁월한 천재였으나 그는 자기 자신의 힘만을 믿기에 앞서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AI는 인류를 위해 선한 봉사를 하도록 설계되어야 하지, 파멸을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서는 안돼.’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확실한 힘이 필요했다.
그저 고상한 신념만을 내세워서는 아무런 유효한 성과도 내지 못하리라.
더욱이 경쟁 상대가 저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잔인한 커뮤니스트들이라면 더더욱 실질적 경쟁력이 절실하다.
그래서 소년 알렉시스는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들과 더불어 팀을 구성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의 계획은 이러하였다.
브리튼 제국부터 귀화한 연방 출신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재 가운데 특별히 수학, 공학, 기계학, 물리학에 능통한 석학과 영재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경쟁을 초월한 화합으로 이끌어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황제와 황태자는 그런 그의 비전을 갸륵히 여겼는지 적극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황태손은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한 인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모인 인재 중 정말로 알짜배기인 자들이 선별되고 걸러졌다.
최상위 클래스로 인정받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였고 이들은 인류의 유익과 발전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헌신하기로 결의했다.
그 과정에서 훗날 전설적인 기술계의 정점으로 명성을 떨치게 될 위대한 팀들의 전신이 다수 구축되었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AI 기술에 고도로 특화된 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단 하나의 팀이 사실상 연방 전체를 상대로 AI 기술 경쟁을 벌이고도 남을 역량을 소유하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팀 아르다’라고 칭하였다.
이는 브리튼의 전설적인 문학가 로날드 루웰 타킨이 그려낸 가상의 세계관 레젠다리움의 주 무대가 되는 행성 이름인 ‘아르다’를 본뜬 것이었다.
과연 팀 아르다는 타킨의 소설 속에 나오는 위대한 창조자들과 대장장이들처럼 각양각색의 빼어난 솜씨를 소유한 천재들로 구성된 드림 팀이었다.
팀 아르다의 리더는 두 중년 부부로 남편인 자르바나 켈리온과 아내인 아올레아 켈리온 모두 자기 분야의 최고봉에 해당하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그들의 전문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전산과학뿐 아니라 모든 계열의 하드웨어를 망라하는 기계 공학에도 이르렀으며 나아가 재료나 에너지원에 대한 이해력과 창의성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자르바나와 아올레아 같은 천외천의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다양한 분야의 수학과 공학에 능통한 천재들이 그 곁에서 힘을 보탰다.
이들의 재능은 마치 절묘한 퍼즐과도 같아서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보충하였고 어느 하나의 능력도 팀에 불필요한 것이 없었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 그들은 ‘요정’ 시리즈 셋을 첫 결실로 완성했다.
산업 분야에서 사용될 제조학, 건축, 첨단 산업 전문용 N-AI 시리즈.
인간과의 교류 및 문화적인 영역에서 통찰력을 발휘한 V-AI 시리즈.
그리고 항법, 교통 및 우주 개척에 사용될 T-AI 시리즈.
이 세 개의 시리즈는 풋풋한 열정과 노력이 깃든 탁월한 야심작이었으며 현실 세상에서 놀라운 빛을 발하였다.
이후 기술력과 지식이 더 위대한 경지에 이른 AI 공방.
그들은 한 발자국 더 내딛어 한 수 더 뛰어난 걸작을 내보였다.
바야흐로 그 당시는 모두가 두려워하던 대전쟁이 지구 전역을 휩쓴 때였는데 이때도 팀 아르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본분을 다하였다.
전쟁 병기 제작 및 통솔에 사용될 ‘드워프’ 시리즈가 개발되었다.
출시된 시리즈의 종류는 총 일곱; 롱비어드, 브로드빔, 파이어비어드, 아이언피스트, 스티프비어드, 블랙락, 스톤풋.
이들은 전쟁 무기의 고도화 및 각종 거점 방어, 그리고 정보전 및 해킹전에 있어서 우월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발휘하였다.
이것들이 전쟁 승리의 유일한 결정타라고 말해서는 결코 안 되겠지만, 분명 브리튼의 보존과 승운에 적잖은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이후 새 시대가 도래하였고 팀 아르다는 승전의 공로로써 많은 지원을 받아 이전보다 더욱 강대하게 성장했다.
신세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추가로 합류하여 팀원이 되었다.
이들 가운데는 알렉시스와 친분이 깊은 제자들 혹은 후배들도 다수 있었다.
기존 멤버들의 창조성도 일취월장하여 이제는 가히 정점의 경지를 자부해도 좋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태만이나 오만함을 멀리하였고 자기 단련과 성과 창출에 더욱 정진하였다.
이들을 벤치마킹하여 크고 작은 다른 AI 공방들이 탄생하기는 했지만 원조 격인 팀 아르다의 발치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편, 전쟁 때 발명한 전략 자원을 씨앗 삼아 민간 분야 사업에 크게 성공한 알렉시스는 나날이 번창하는 사업을 집대성하여 커버넌트 코퍼레이션을 세웠고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리라는 기치 아래 혁신적 기업 정신을 발휘하였다.
커버넌트 사는 단 한 치의 반칙이나 부당한 우위 행사 없이 오로지 인재들의 창의력과 천재성에 기인하여 강해져갔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우수한 비용 대비 효율로 온갖 산업 분야에서 업계 최정상을 탈환하였으며 자연스레 유형의 하드웨어부터 무형의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의 전 영역을 정복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자본력은 부차적으로 뒤따르는 보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본력의 크기는 세계 경제의 중력 중심을 뒤바꿀만큼 막대했고 끊임없는 재생산을 낳았다.
엄청난 자금력을 힘입어 새로운 기술과 인재들이 추가로 유인되었고 그들은 커버넌트 그룹을 더욱 강한 능력으로 채워주었다.
팀 아르다의 구성원들 대다수 역시 자연스레 커버넌트 그룹 소속이 되었다.
이것은 팔이 안으로 굽듯 자연스러운 섭리였다.
팀 아르다를 구축하는 응결핵이 되었던 결정적인 의지를 발휘한 장본인이 황태자이기도 했고, 대의명분에 있어서도 어쨌건 팀 아르다는 알렉시스의 인류 경영 철학을 뒤따르는 집단이었으니까.
다만, 신세대 출신과는 달리 원조들의 수장인 자르바나와 아올레아 부부는 알렉시스와 직접적인 노사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그것은 결코 어떤 악감정이나 서운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알렉시스는 부부와 매우 친애하는 사이였다.
아이 시절부터 알렉시스는 견학 차 켈리온 가(家) 부부의 공방에 자주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까지 터놓을 만큼 친밀한 손님이었다.
아이가 없던 부부는 소년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우하였다.
워낙 영민하여 말이 잘 통하는 아이이기도 했고 자신들의 지식마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그 영탁함이 몹시 신비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제국의 장래를 책임질 후계자로서 성장이 기대되는 아이였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완성하실 작품들을 어서 만나보고 싶어요.”
“맘껏 기대하려무나.”
지나치게 조숙한 나머지 애어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알렉시스였지만 켈리온 부부와 그 제자들이 만들어내는 요술 상자들을 마주할 때만은 유독 본연의 나이대로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 같은 순수함은 전쟁을 겪은 이후로는 사라져버렸다.
여전히 대의를 귀중히 여기는, 도덕적이고 올곧은 사람임은 변함 없었지만, 이제는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희망찬 눈으로 바라보던 그 아이는 떠나갔다.
알렉시스는 정식으로 책봉된 황태자로서, 전쟁 영웅으로서, 브리튼의 가치를 대표하는 간판으로서, 사람들의 희망으로서, 그리고 모든 걸 쥘 차기 황제로서 이제 부러질 듯이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 얹어야 했다.
부부는 그러한 아이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였고 그 사실을 슬퍼하였다.
더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AI들과 순수히 교통하던 그 소년을 보지 못하겠지.
어쩌면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아올레아와 자르바나는 제자들이 더 좋은 여건을 찾아 커버넌트 그룹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은 그저 무소속 민간 연구원의 자리를 고집했다.
물론 팀 아르다의 결속은 여전했으며 커버넌트 그룹 소속이건 아니건 그들은 같은 뜻으로 연합해 얼마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알렉시스는 두 부부의 스카웃 거절을 아쉬워했으나 그렇다고 연을 끊을 생각 또한 없었다.
다만 다른 아르다 팀원들과는 달리 부부만은 자신의 뜻대로 통제 가능한 무기가 될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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