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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64회 [1부] 64화. 타르타로스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1.21 | 회차평점 0 0

 

 

 

 

 

 

*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 (열왕기상 18:21)

 

 

 

 

 

 

 

 

갈멜산 위의 엘리야 선지자는 ‘누가 참 신인가’의 논쟁을 두고 바알 추종자들과 겨뤘다.

 

 

진리와 비진리를 가를 심판의 형틀 위에서 벌인 서로의 목숨을 내건 대결.

 

 

그 오랜 옛날의 싸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도마 위에 올려진 신의 이름이 조금 달랐다.

 

 

 

 

 

“만약 알라가 참된 신이라면, 처음부터 그대들의 말이 옳았던 셈이니 그대들을 풀어드립니다. 또한 그대들이 구축하려는 ‘이슬람이 만국을 통치하는 신세계 질서’도 방해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죠.”

 

 

 

 

 

이 말이 뇌 속의 버튼을 눌렀는지 원리주의자들은 발끈하며 오기를 일으켰다.

 

 

 

 

 

“하지만.”

 

 

 

 

 

알렉시스는 여유로이 그들이 놀아나는 꼴을 관찰하며 대사를 이어갔다.

 

 

 

 

 

“히브리인들의 엘로힘, 성삼위일체의 그분께서 참된 신이라면, 그리고 그대들이 일개 선지자로 치부하던 예슈아가 창조주이자 절대신 본체라면, 그대들은 그 사실 또한 오늘의 모험에서 발견하게 되겠죠.”

 

 

 

 

 

이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그 경우 그대들의 반역이 단순히 브리튼만을 향한 것이 아닌, 우주의 절대적 질서를 대적한 것이었음이 입증되는 바. 고로 그대들이 그 어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건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닌 그대들의 마땅한 삯이 될 것입니다.”

 

 

 

 

 

두려운가?

 

 

정말 자신들이 진리에 속했다는 자신이 없는가?

 

 

황태자는 자존심 강한 무슬림들을 농락하며 도발하고 약올렸다.

 

 

 

 

 

“철저한 공정을 약속드리죠. 내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그분께서 내가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사용하였거든 벌 위에 벌을 더하기를 바랍니다.”

 

 

 

 

 

일부러 자신의 계책 속에 아무런 비열함이 담기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손을 탈탈 털어내는 알렉시스.

 

 

무슬림들도 상대 측 종교가 얼마나 신의 이름으로 경솔히 맹세하기를 두려워하는지를 알았기에 상대를 향한 의심을 아주 조금은 내려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이로써 자신들이 그토록 미워하던 저 원수의 정직성을 평소에도 인정하고 있었음을 자백한 격이었다.

 

 

 

 

 

“당신들 중 가장 열정적으로 신을 섬겼던 자들의 목숨을 붙여뒀습니다. 원래라면 자살 테러로 인해 죽었을 사람들이죠.”

 

 

 

 

 

마침내 드러난 ‘뇌 현상 송신자’들의 현황.

 

 

캡슐에 담긴 채 타르타로스 송신부와 결합된 그들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그 참혹한 몰골에 악독한 무슬림들마저도 순간적으로 구역질을 할 뻔했다.

 

 

 

 

 

‘크윽.’

 

 

‘저, 저걸 살려냈다고?’

 

 

 

 

 

몸의 절반이 날아가 완전히 없어진 자.

 

 

피부가 송두리째 없어져 맨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

 

 

목이 반쯤 잘려 사실상 인공 혈관에 의존하여 뇌의 혈액 공급을 유지하는 자.

 

 

그 외에도 온갖 험한 몰골의 인간 군상이 발가벗겨진 채 드러났다.

 

 

 

 

 

“내가 만든 게 아닙니다. 저들이 스스로 택한 길이었죠.”

 

 

 

 

 

저들을 살려내는 데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었다.

 

 

첨단 의학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뇌사의 상태임에도 목숨을 집요하게 붙여두었다.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이들을 통해서 사후세계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무슬림들은 천국을 가기 위한 통로가 오직 믿음 하나가 아닌, 숱한 선행을 쌓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대들이 믿는 선행이 우리의 기준과 다른 게 아닌가 의심되긴 하지만요.

 

 

알렉시스는 이 조롱은 내뱉지 않고 입 속으로 삼켰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수행하는 자들도 자신이 얼마나 선행을 쌓았는지, 과연 천국에 이르기에 충분할만큼 쌓았는지 감히 자신하지 못한다고 하죠. 불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평생 헌신했는데 자기 주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아닌지조차도 확신하지 못한다니. 일평생을 그렇게 불안에 떨며 산다는 것은 비참한 일입니다.”

 

 

 

 

 

“닥쳐라!”

 

 

 

 

 

여기저기서 알렉시스를 향한 지탄과 욕설이 들려왔다.

 

 

 

 

 

“저주 받을 거짓 교리로 우리를 미혹하려 들지 말아라!”

 

 

 

 

 

“언제 그대들을 설득하겠다고 했습니까? 내 말이 맞는지, 그대들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자는 말 아닙니까? 그걸 위해서 내 제안을 승낙했던 것 아니었습니까?”

 

 

 

 

 

알렉시스가 하도 자신만만하게 받아치자 무슬림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침묵하였다.

 

 

 

 

 

“단 한 가지.”

 

 

 

 

 

그는 거대 기계의 중앙부에 결합되어 매달린 오백여 명의 뇌사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대들의 자랑스러운 알라께서도 경전에서 단 한 가지 사항만은 보증해주셨다죠. 순교. 알라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는 행위. 그렇게 죽은 자들만큼은 100%의 확률로 영원한 극락으로 인도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알렉시스는 여기에 곁들여 조롱을 한 스푼 얹었다.

 

 

 

 

 

“그리고 알라께서 제공하신다는 천국에서는 순결한 처녀 수십 명과 영원토록 환락의 성관계를 누리며 쾌락을 끝없이 즐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훌륭한 지하드 순교자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먼저 그 천국에 들어갈 일등 티켓을 보유한 셈이겠군요.”

 

 

 

 

 

최종 점검을 목전에 둔 채 작업을 마무리하던 라지쿠마르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친구의 발언이 과해서가 아니라, 이슬람이 말하는 뇌내 망상 속 천국의 민낯에서 보여지는 가증스러움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욕보인 자들.’

 

 

 

 

 

리키에게서 들은 그 증언을 머릿속에서 곱씹으니 분노가 치밀었다.

 

 

 

 

 

‘비록 이미 이십 년 전에 총살되었다지만, 그자들도 너희와 동일한 가치관에 절여져 있었기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일테지.’

 

 

 

 

 

그렇다면 진정한 적수는 알렉시스와 그 여인들과 리키에게 악행을 벌였던 그자들이 아니다.

 

 

그자들도, 지금 여기서 발악하는 범죄자들도, 어디까지나 단말기에 불과하다.

 

 

이들을 세뇌시키고 악에 절인 진정한 흑막의 권세가 존재한다.

 

 

이슬람이라는 악독한 종교에 담긴 사악한 영적 영향력 그 자체.

 

 

그것이야말로 진정 파괴되고 소멸되어야 할 추악한 지옥의 벌레들이리라.

 

 

 

 

 

“자, 당신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저들과의 만남을 통해 증명해보시죠. 내가 저들이 지금 처한 그곳으로 당신들을 인도하겠습니다.”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따져보면 무슬림들에게는 너무도 달콤하고 희망적인 제안이었다.

 

 

단순히 저 용맹한 지하드 순교자들이 현재 빈사 상태에서 누릴 달콤한 천국의 쾌락을 공유하리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슬림들이 평생 믿고 의지해왔으나 증명해보지도, 보지도, 확신하지도 못했던 실체.

 

 

알라께서 창조해내셨다는 극락천국(極樂天國).

 

 

그것이 정말 실존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확인할 기회.

 

 

그들과 그들의 조상들이 허깨비를 붙잡아온 것이 아니라, 참으로 실체화된 소망을 붙들고 있었노라는 사실을 당당히 증명 받을 기회.

 

 

나아가 진리가 그들의 편이었음을 모두에게 자랑스레 전시할 기회.

 

 

이 모든 축복이 달콤하게 속삭이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이유를 모를 형체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심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무슬림들은 그 불안감의 실체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왜인가. 여전히 그들은 굳건하게 코란의 가르침과 마호메트의 교리를 믿고 있거늘.

 

 

다른 모든 종교가 지옥으로 끌리는 길이며 오로지 지하드와 순교만이 천국으로 이어질 보증임을 누구보다도 확고히 확신하고 있거늘.

 

 

그렇다면 이 저항할 수 없는 이상한 공포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스틱스 강.

 

 

삼도천(三途川).

 

 

불의 강.

 

 

 

 

 

문화권도 전혀 다른 ‘단테의 시율’이 그들의 뇌리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그러나 알렉시스가 내민 선택지보다 나은 길은 없어보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제공된 정보들을 종합해보자면 그러했다.

 

 

어차피 뒤로 물러날 경우에 당할 일이라고는 그 잔인무도한 ‘치료를 통한 사형’뿐이었다.

 

 

그건 목이 잘려 죽기보다도, 삶아져서 죽기보다도, 불에 타 죽기보다도 더 싫었다.

 

 

 

 

 

 

 

 

 

 

 

*

 

 

 

 

 

마침내 운명의 D-day가 밝았다.

 

 

라지쿠마르는 극적으로 전날 밤 새벽에 최종 조율 작업을 마쳤다.

 

 

알렉시스는 간단한 프로세스를 통해 실험을 검증해본 뒤 안심하였다.

 

 

 

 

 

“너 밖에 없다, 친구.”

 

 

 

 

 

그는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친구를 꼭 끌어안았다.

 

 

 

 

 

“숨막히니까 좀 떨어져라, 근육덩어리.”

 

 

“뿌듯해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해줘.”

 

 

 

 

 

알렉시스는 잠시 기뻐하다가 이내 곧 펼쳐질 일들에 대한 긴장으로 얼굴이 굳었다.

 

 

 

 

 

“하긴, 이젠 마냥 기뻐하기도 좀 그런 상황이네.”

 

 

 

 

 

이 일이 가장 두렵게 느껴지는 자는 사실 무슬림들도 아닌 알렉시스 본인이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마음은 먹었으나 그 일의 무게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천기누설의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

 

 

라지쿠마르도 이런 뒤숭숭한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성공하긴 했으나 그에 따르는 책임을 생각하니 마냥 축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널 믿는다.”

 

 

 

 

 

라지쿠마르는 알렉시스의 단단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넌 내가 인정한 왕이야. 그러니 자신감을 내라고.”

 

 

“과찬이야.”

 

 

 

 

 

알렉시스는 허례허식 없는 충성 약속에 부담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슬슬 시작해보지.”

 

 

 

 

 

준비는 완료되었다.

 

 

살아남은 무슬림들은 이미 타르타로스 기계의 수신 단말 장치에 연결된 상태였다.

 

 

의자에 앉은 그들의 뇌와 심장과 척수에 기계들이 씌워졌고 케이블이 연결되었다.

 

 

아울러 그들의 생명을 유지시키도록 약품으로 채워진 캡슐이 그들의 전신을 둘렀다.

 

 

 

 

 

이윽고 각 셀의 형태 또한 변형되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외부 세계에서 격리된 상태로 있었는데 이제는 공개 형태로 바뀌었다.

 

 

바깥에서도 생생히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모든 벽이 투명하게 되었다.

 

 

 

 

 

아울러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생중계하도록 녹화가 시작되었다.

 

 

녹화 자료는 미리 약속된대로 네트워크 상에 연결되었다.

 

 

이제 대중과 언론이 그들의 모습을 원하는 때 마음껏 골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모공과 솜털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패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영상이었다.

 

 

 

 

 

“시작된다.”

 

 

“놓치지 말고 확인해.”

 

 

 

 

 

미리 초대장을 받고 온 전세계의 유수의 언론들이 아크 내부에서부터 방출되는 영상에 주파수를 맞추었다.

 

 

그들은 기왕이면 아크 가까이로 다가가고자 했다.

 

 

가까이 접근할수록 더욱 구체적인 내용의 정밀 영상까지도 포착할 수 있으니까.

 

 

언론사들 뿐 아니라 개인 방송을 생산하는 이들도 냄새를 맡고 덤벼들었다.

 

 

사람들은 혹 내부에서 모종의 영상 조작이라도 있을까 의심하여 AI들까지 동원해 검증 필터를 장치해두었다.

 

 

이 또한 알렉시스가 의도한 바였다.

 

 

 

 

 

메인 쇼에 앞서서 기자 회견과 해설이 길게 진행되었다.

 

 

알렉시스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들과 과학자들이 설명에 나섰다.

 

 

기계의 구동 기전, 원리, 목적 등이 상세하고 알기 쉽게 전달되었다.

 

 

대중은 대중 나름대로 큰 흐름을 명료히 이해할 수 있었고, 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들을 통해 프로젝트의 신빙성을 평가할 기회를 얻었다.

 

 

 

 

 

비단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내부자들에게만 발설의 기회가 주어진 건 아니었다.

 

 

곳곳에서 초대받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나긴 토론에 동참하였다.

 

 

그들은 날카롭고 맹렬하게 비판과 의문점을 쏟아내었다.

 

 

알렉시스의 휘하 연구자들은 여기에 하나하나 답하며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대중도, 전문가들도 납득할 정도로 낱낱이 계획의 진상을 벌거벗겨 드러냈다.

 

 

 

 

 

알렉시스 본인도 수없이 많은 질문, 의혹, 의문들에 친히 대응해주었다.

 

 

사람들은 최상위 과학자들 이상으로 박식하고 정확한 그의 이론에 입을 떡 벌렸다.

 

 

도중에 많은 학자들이 숱한 반론을 제기했으나 이 또한 차분히 해명되었고 신빙성만 더 높아졌다.

 

 

 

 

 

“그들의 뇌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투명하게 공개될 것입니다.”

 

 

 

 

 

사후세계 체험이 단순히 타나토노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면 판을 키운 의미가 없다.

 

 

과학적으로 반증과 입증이 가능하도록 드러내놓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도 이미 만반의 태세가 갖춰졌다.

 

 

먼저, 각 체험자의 뇌 내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영상 및 청각 정보로 변환하는 기기가 준비되었다.

 

 

이것들이 사후세계 탐험가들이 보고 듣고 맛 보고 느끼는 세계를 99.99%의 정확도로 재현하여 생생한 5D 영화로 재현해낼 예정이었다.

 

 

물론 그 장면들은 세계 전체에 공개될 것이다.

 

 

 

 

 

두 번째로 체험자들의 신체 현상에 대한 계측 기기가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탐험가들이 느낄 내적 고통의 크기와 형태, 쾌락의 크기와 형태를 생물학적인 지표로 계측하여 표현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탐험가들의 호르몬 패턴, 신경전달물질 패턴, 뇌파 패턴, 심장 활동 및 자율신경계 활동을 초 단위로 측정하는 기능도 포함되었다.

 

 

 

 

 

“이 표현 자료와 계측치들을 거짓으로 조작하거나 개입할 경우 제가 책임지고 형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알렉시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태연히 맹세했다.

 

 

 

 

 

“그 어떤 프로그램이나 미리 만들어진 데이터도 개입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여기에 그는 보증을 위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믿기지 않는다면 해킹을 통한 탐색도 허락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만일 저들의 뇌리에 무언가를 주입하거나 혹 그들의 뇌리에서 뭔가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조작을 섞는다면, 여러분께서 그것을 탐지한 뒤 폭로하셔도 좋습니다.”

 

 

 

 

 

이후로도 의혹의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안전 보증 장치들이 몇 가지 더 제시되었다.

 

 

사실상 전 세계의 뛰어난 학자들과 분석가들과 해커들에게 훤히 노출된 이 무대에서, 제아무리 알렉시스라고 해도 뻔한 수작을 부리기란 불가능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사후세계의 실존이란 건 여전히 믿기가 어렵군요.”

 

 

 

 

 

한 불가지론자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을 당당히 제기했다.

 

 

그는 신과 종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기로 유명한 세계급 석학이었다.

 

 

 

 

 

“전하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감히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들 저들의 뇌리에서 발생한 현상이 정말 ‘사후세계’라고 정의해도 될지는……, 의문이군요.”

 

 

 

 

 

“단순히 사망 직전 환각으로서 발생하는 전기 현상이다, 이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알렉시스는 되려 여유만만한 태도로 맞받아쳤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다면 평가해볼 수 있겠죠. 옹의 말씀대로 환각에 불과할지, 아니면 인간 세계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괴이 이변이 벌어질지. 사실 그 평가를 위해서 전 세계의 최고 레벨 뇌과학자, 심리학자, 의학자, 물리학자분들을 전부 이 자리로 불러들였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 말이죠.”

 

 

 

 

 

패기로 인해 상대의 말문이 막히자 알렉시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측근들 가운데 섞여 잠잠히 서 있던 라지쿠마르의 어깨 위에 팔을 얹었다.

 

 

느닷없는 친분 과시에 라지쿠마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만약 단순히 ‘가상현실’을 전기 현상을 통해 뇌 세포에 이식하는 수작을 꾀했거나, 혹은 단순한 사망 직전 뇌 환각을 옮겨 심을 작정이었더라면, 굳이 여기 계신 라지쿠마르 박사님의 기술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황태자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자신을 띄워주자 라지쿠마르는 몹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예의 바르게 사람들을 상대하고는 있지만, 이 자리는 어쨌건 공식적인 자리이고 황태자는 이 자리의 모두를 좌지우지할만큼 강력한 공식적 권위와 권력을 소유한 자니까.

 

 

 

 

 

“그 정도는 저 혼자서도 하루밤 정도 투자하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죠.”

 

 

 

 

 

자만이나 자기 과신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개량 진화와 가디언엔젤의 실용화를 이뤄낸 자.

 

 

워낙에 바쁜 탓에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의 손과 발을 빌릴 뿐, 시간만 투자하면 저 스스로도 얼마든지 전문가들을 농락하고도 남을 실력자였다.

 

 

 

 

 

그런 그에게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자가 된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뇌세포 전체가 괴사해버린 뇌사 환자, 그런 존재의 체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복사해서 공유시킨다? 이건 뇌를 넘어 ‘비물질적인 정신’의 실체에까지 손을 닿게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입니다. 기존 과학의 지평을 뛰어넘는 기행입니다. 내가 아는 한 그런 묘기를 가능케 할 분은 세계를 통틀어 여기 이 사람 한 명뿐입니다.”

 

 

 

 

 

알렉시스는 라지쿠마르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핵심 이론들을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설명이나 전달력에 그리 능한 편은 아닌 라지쿠마르였으나 최선을 다해 자기 연구의 궁극적 정수를 발표하였다.

 

 

 

 

 

“이상입니다.”

 

 

 

 

 

이어서 제기된 온갖 의문은 알렉시스가 대신 받아서 알기 쉽게 답해주었다.

 

 

일반인들과 전문가들 모두 귀신에 홀린 듯 잠잠해졌다.

 

 

정말로 사후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일까?

 

 

어쩐지 저 능수능란한 황태자의 설명대로라면 정말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타르타로스의 가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예열 작업과 함께 연결 접속을 위한 기본 프로세스가 시작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전 세계의 시민들, 이 자리에 초대 받은 전문가들과 전달자들, 실험의 모르모트가 될 죄수들, 그리고 기획자인 알렉시스와 기술 책임자인 라지쿠마르까지.

 

 

그들 전부가 극도의 긴장감에 마른침을 넘기며 다음 대목의 펼쳐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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