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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56회 제안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8.18 | 회차평점 0 0

 

 

 

손잡이의 자율 운행 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두 검.

 

 

둘은 거대한 돔 형태의 천장을 가르며 이리저리 운행하였다.

 

 

그 무엇으로도 잘리지 않던 강도의 벽이 두부처럼 유유이 베어졌다.

 

 

라이텔바흐의 쌍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헬게이트들의 위치를 포착했다.

 

 

그리고 벽을 구성하던 헬게이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양단하였다.

 

 

이내 힘을 잃은 감옥 벽은 모래가 되어 부스러진 뒤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어서 ‘기디오닉 토르치’ 길드 군단이 무력화된 적 영토로 진입했다.

 

 

라이텔바흐의 명령대로 그들은 세계 정부 당국이 개입하기 전 재빨리 시민 구조에 나섰다.

 

 

부상자들은 운송되었고 사망자들의 신원이 빠르게 점검되었다.

 

 

 

 

 

아울러 다른 헌터 길드 여섯 정도가 현장 주변에 당도했다.

 

 

그들은 인질극이 벌어졌던 도시들 주변의 외곽을 감시하며 망을 보았다.

 

 

헌터들의 드론들과 무인 군단 및 연합된 용병들이 그들 곁을 보조했다.

 

 

이 역시 세계 정부의 개입을 의식한 움직임이었다.

 

 

지난번에는 일부러 여론전을 조성하고자 한 번 부득이하게 저들의 난입을 허락해주었지만 여러 번 당해주는 건 라이텔바흐의 성정에 맞지 않았다.

 

 

 

 

 

“어비쓰론 오염은 거의 없는 수준인가. 하지만 일단 과장해서 겁을 줘야겠군. 당국이 아예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길드장들은 저 나름대로 책략들을 실행하여 수습과 감시에 나섰다.

 

 

 

 

 

“이번 건은 시시하군. 하지만 그 다음 일들의 논의가 문제이려나.”

 

 

 

 

 

토막난 채 소멸되어 가는 레기온의 잔해를 바라보며 라이텔바흐가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민첩하게 몸을 움직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는 숨을 고르고 있는 플레먼 일행 앞에 나타났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라이텔바흐가 플레먼에게 직설적으로 질문하였다.

 

 

 

 

 

“아, 네, 대령님. 덕분에 무사했습니다.”

 

 

 

 

 

“오기 전에 붙잡혀 있었잖습니까? 놈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습니까?”

 

 

 

 

 

“다행이 협박만 하던 분위기였습니다. 오히려 저보다는 헌터님들이…….”

 

 

 

 

 

“두 사람은 안전하게 호송 조치를 해뒀습니다. 엘릭서로 응급 처치는 했고 의료인 출신의 헌터들도 대동해왔으니 금방 치료될 겁니다. 애초에 우리 몸 속에는 나노봇이라는 특수 물질형 입자들이 있어서 헬게이트 물질에 의해 파생된 부상은 빠르게 치유되는 편입니다.”

 

 

 

 

 

베르나르도와 콘스탄틴은 의무반에 의해 실려나간 상태였다.

 

 

다행히 라이텔바흐가 들은 보고에 따르면 위독한 처지는 아닌 모양이었다.

 

 

 

 

 

“다른 동행자들도 다치진 않은 듯하군요.”

 

 

 

 

 

라이텔바흐의 붉은 빛 눈동자가 세 친구를 빠르게 훑었다.

 

 

하나는 그가 이미 만난 친구, 그리고 다른 두 여자쪽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감찰안으로 얼핏 훑어보니 육체 손상이나 어비쓰론, 흑파 계열의 오염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늦게 개입했다면 크게 다쳤겠지.

 

 

혹은 무너져내리는 건물 잔해에 깔렸다던가.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라이텔바흐의 질문이 자신들을 향한 것을 눈치챈 쥬오디아와 신티.

 

 

 

 

 

“제 이름은 쥬오디아 엘리슨. 체대생이고 유도 선수입니다.”

 

 

 

 

 

“저는 신티 레브란트예요. 쥬오디아와 같은 동창생이고 역도를 합니다.”

 

 

 

 

 

“흐음.”

 

 

 

 

 

짙은 흑회색 머리의 청년은 아주 작은 흥미를 느꼈다.

 

 

여인들의 신체 능력이 얼핏 보기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헌터들의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온 라이텔바흐였기에 곧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아니라 헌터였다면, 그리고 성별이 남성이었다면 상당히 빛을 발했을 재능이로군.’

 

 

 

 

 

물론 그가 생각한 ‘헌터였다면’ 이라는 가정은 크게 무의미한 상상이었다.

 

 

헌터가 뛰어난 신체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임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선으로서의 자격에 불과하다.

 

 

진정한 재능은 두뇌와 응용력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어쨌건 두 사람의 운동 신경과 강인함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감상만은 어림짐작이 아닌 객관적 사실이었다.

 

 

 

 

 

“어니스트 마이런 군, 결과론적으로는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군. 하필 이런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은 유감이지만.”

 

 

 

 

 

“몇 번씩이나 빚을 지네요, 대령님. 감사했습니다.”

 

 

 

 

 

“별 말씀을.”

 

 

 

 

 

라이텔바흐는 어니스트의 살집 좋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플레먼 씨는 왜 일행과 떨어져 있었지?”

 

 

 

 

 

“그게.”

 

 

 

 

 

“음, 대충 어떤 맥락인지는 짐작이 간다만.”

 

 

 

 

 

어니스트의 당황한 표정을 읽어낸 라이텔바흐는 추측의 나래를 펼쳤다.

 

 

저 두 여인도 그렇고, 어니스트도 그렇고, 플레먼을 친구로서 대단히 열심히 챙기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임기응변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 듯하니 실수로 플레먼을 일행 가운데 놓친 것은 아닐테지.

 

 

나름 영리한 플레먼 에이비슨이 길을 잃지도 않았을테고.

 

 

그렇다는 것은 플레먼이 어떤 이유로 고의로 일행에서 이탈했다는 뜻인데.

 

 

 

 

 

‘무슨 이유에서이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저번에 대화하면서 파악해본 바에 의하면, 플레먼은 어리석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그가 이런 식으로 돌발 행동을 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으리라.

 

 

 

 

 

“아무튼 사지 멀쩡해서 다행이군. 축하하네.”

 

 

 

 

 

“아, 대령님은 몸 괜찮으신지요? 사정은 도련님에게 대충 들었어요. 전쟁터에서 다치신 바람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어니스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상대를 되려 걱정해주었다.

 

 

라이텔바흐는 자신들도 겨우 살아난 주제에 구조자를 걱정해주는 상대의 오지랖에 저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어니스트 마이런이라는 인간에게는 이런 면에서 호감이 갔다.

 

 

 

 

 

“이런, 얕보였군. 적어도 헬게이트와의 싸움에 있어서는 난 무적이야. 내가 아무리 능력이 약화되어도 다른 헌터들과는 궤를 달리하지.”

 

 

 

 

 

그는 일부러 과도하게 뽐내는 척 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자랑해보였다.

 

 

 

 

 

‘그나저나 플레먼 씨가 적당히 에둘러 표현한 모양이군. 전쟁터라.’

 

 

 

 

 

간악한 세계 정부가 고의로 라이텔바흐의 뒷통수를 치고 사냥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차마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은 듯했다.

 

 

 

 

 

“세상에! 잠시만요! 아프진 않긴 무슨!”

 

 

 

 

 

갑자기 뭔가를 발견한 어니스트는 언성을 높이며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그는 라이텔바흐의 옆구리와 어깨와 등에 난 상처를 가리켰다.

 

 

옷이 베어진 자국 위로 옅게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라이텔바흐는 그제야 무감각했던 상처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아까 헬게이트 융합체와 싸우다 스친 모양이군.’

 

 

 

 

 

상처에 대한 통증이 무뎌지다니, 저번 전투의 후유증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고작 그런 잡스러운 생물에게 유효타를 허락하다니. 우습군.’

 

 

 

 

 

약해져도 보통 약해진 게 아닌 모양이다.

 

 

이번 건은 예외적이었지만 당분간은 싸움터에 오지 말아야겠다.

 

 

 

 

 

“저희 때문에 고생하시고, 많이 아프시죠?”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어투로 어니스트가 한탄하였다.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짐짝이 되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였다.

 

 

 

 

 

“걱정하지 마라. 이건 한창 싸울 적에 당했던 상처들에 비하면 약과니까. 게다가 난 고통이나 상처에는 이미 이골이 날만큼 익숙해진 사람이라서. 지금은 네 말대로 컨디션이 나빠서 회복이 느리지만 곧 나을거야.”

 

 

 

 

 

“아픈 건 아픈거지, 적응되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당장 자신이 책임지고 라이텔바흐를 간호해주기라도 할 기세였다.

 

 

저런 오지랖 풍부한 성정이었나.

 

 

라이텔바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됐다. 일단 나는 네 도련님 쪽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는 어니스트의 머리 위를 잠시 쓰다듬은 후 코트를 벗고 몸에 난 상처들을 임시용 지혈 붕대로 꽉 감았다.

 

 

이윽고 라이텔바흐의 눈이 플레먼의 눈을 응시했다.

 

 

거인 앞에 선 난쟁이는 아주 잠시 움찔하였다.

 

 

그러나 반가움과 고마움이 위압감의 차이를 눌렀다.

 

 

 

 

 

“플레먼 씨, 질문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대령님.”

 

 

 

 

 

“이젠 친구이니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시죠.”

 

 

 

 

 

“네, 라이텔바흐 씨.”

 

 

 

 

 

두 사람 사이에 잠시금 어색함이 흘렀다.

 

 

대충 어떤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지, 서로간에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양쪽 다 대강은 짐작하는 중이었다.

 

 

다만, 그 다음은 얼마만큼 상대를 신용하느냐의 문제였다.

 

 

 

 

 

“먼저 하세요, 라이텔바흐.”

 

 

 

 

 

“네, 우선 한 가지, 저 헬게이트 복합체가 당신을 불러들였습니까?”

 

 

 

 

 

짧은 망설임 후 플레먼은 대답했다.

 

 

 

 

 

“네.”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죠? 인간의 언어였습니까? 아니면 감각 유발이나 강제적인 조종이었습니까? 그가 당신을 최면술로 조종했던가요?”

 

 

 

 

 

“아닙니다. 분명 놈이 불러대는 것을 듣긴 했으나 육성 언어로 대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제 내면 세계로 놈의 소리가 직접 전달되었습니다.”

 

 

 

 

 

그러자 라이텔바흐의 눈이 반사적으로 커졌다.

 

 

그는 의문감과 호기심, 탐구심에 잠겼다.

 

 

 

 

 

‘이례적인 현상이군. 이건 더 캐내야 할 필요성이 있겠어.’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말했습니까?”

 

 

 

 

 

“내면으로 전달된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솔직히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꿈처럼 몽환적인 기분이었어요. 단지 그것이 저를 부른다는 사실 말고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었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녀석과 직접 대면한 뒤 들은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는 좀 더 긴 침묵이 이어졌다.

 

 

라이텔바흐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플레먼을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그 전에 실례지만 저도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플레먼의 말에 라이텔바흐는 뭔가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을 받았다.

 

 

 

 

 

‘설마 그 주제가 논의된건가?’

 

 

 

 

 

괴물이 대체 어디까지 이야기한 것일까?

 

 

아니, 그 전에 괴물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사실들을 순순히 털어놓았지?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플레먼 에이비슨이라는 인간의 특수성에 대한 의문이 점차 더해졌다.

 

 

 

 

 

“라이텔바흐.”

 

 

 

 

 

“네.”

 

 

 

 

 

“혹시 당신도 ‘면역자’들에 대해서 알고 계셨습니까?”

 

 

 

 

 

이번에는 라이텔바흐의 입술이 망설임으로 멈춰 세워졌다.

 

 

 

 

 

‘괴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앞에서 모든 비밀을 발설했다?’

 

 

 

 

 

뭔가 아귀가 맞을 듯하면서도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면역자인데도 헬게이트의 물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플레먼.

 

 

그런 이레귤러적인 특이성이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일까?

 

 

직접적인 탐구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상호 신뢰가, 그리고 정직함이 전제되어야 했다.

 

 

관찰자로서 뒷짐을 진 채 상대를 감찰하기만 해서는 예의에도 어긋나고 신뢰 형성을 주장할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아마도 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라이텔바흐는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잠시 세 친구를 물려준 뒤 자신과 단 둘이서 해명을 하자고.

 

 

플레먼과 동행자들은 그것에 동의하였다.

 

 

 

 

 

“의도적으로 숨기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보안 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도 사실상 이 일에 연루되어 당사자가 되었으니 같이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하겠군요.”

 

 

 

 

 

이후 조용한 곳에서 단독 대면의 자리를 마련한 라이텔바흐는 자신이 처음 플레먼을 만난 시점에 관찰했던 것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헬게이트와 그것에서 생성되는 생성물인 어비씨언, 어비쓰론, 흑파, 다크포스.

 

 

그것들이 인체 및 인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

 

 

면역자라는 이레귤러들이 언제부터 발견되었는지.

 

 

헌터들은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면역자들만의 특이성과 플레먼과 어니스트에게서 발견된 그 특성.

 

 

그리고 다른 면역자들과는 다르게 이변적으로 둘에게서 나타난 변칙 특성.

 

 

세계 정부가 아직 면역자들의 존재나 정체를 눈치채고 있지 못하나 조만간 꼬리를 잡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까지.

 

 

 

 

 

플레먼은 하나하나 상세히 듣고 이해하고 새기며 기억해두었다.

 

 

과연 대조해보니 그때 레기온이 했던 말들이 허풍이나 속임수가 아니었다.

 

 

양쪽 정보원을 교차 점검함으로써 플레먼은 믿기 힘들었던 그 말들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역시나 앞뒤가 맞아.’

 

 

 

 

 

자신과 어니스트, 그리고 쥬오디아와 신티까지.

 

 

하필 그들이 ‘면역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게 된 이유.

 

 

플레먼은 그 이유에 대한 머릿속의 가설을 더욱 굳건히 믿게 되었다.

 

 

 

 

 

아울러 자신들 말고도 다른 면역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만일 가설이 맞다면 그 면역자들 또한 자신들과 동일한 부류의 인간이리라.

 

 

허나 여기에 대해서는 증명과 점검이 필요했다.

 

 

 

 

 

‘괴물에 말에 의하면 우리 넷은 다른 면역자들과 다르다고 했다.’

 

 

 

 

 

레기온이 한 말의 맥락으로 유추해보면 그 유발 요인은 플레먼 자신이었다.

 

 

모종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이상한 특이성이 세 사람에게도 전염되었다.

 

 

그 영향으로 네 명 모두는 플레먼처럼 면역자이면서도 헬게이트와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헬게이트들은 그런 변칙적 특성을 가리켜 자신들 입장에서는 ‘자유도’를 얻은 것이라면서 우쭐거렸었다.

 

 

이 분야 관련 지식이 제한적인 플레먼으로서는 섣부른 추측을 하는 것말고는 더 나아가 판단할 수 없었다.

 

 

라이텔바흐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대령님 쪽에서 일반인인 내게 정보를 공유했으니 나도 상응하는 예의를 보여야겠지.’

 

 

 

 

 

플레먼은 신중히, 그리고 차분히 레기온에게서 들은 말들을 전했다.

 

 

대단히 수수께끼같은 말들을 많이 들었기에 잘 전달이 될지 걱정은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라이텔바흐는 배경지식이나 추리의 단서가 있는 것인지 그것들을 듣고는 뭔가 깨달음을 얻은 눈초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강 일이 어떻게 흐른 것인지 그 도면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라이텔바흐는 자신이 이해한 것 모두를 다 알려주지는 않았다.

 

 

이것은 플레먼도 마찬가지였기에 피차일반이었다.

 

 

차마 플레먼으로서는 자신과 세 친구의 ‘진짜 정체’를 용감히 나타낼 수 없었다.

 

 

아직은 그렇게 해도 될만큼 라이텔바흐를 완벽하게 신용하지 못했을뿐더러 그들의 입술을 묶는 오랜 저주의 힘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당신이 아마 유일한 이레귤러, 그리고 당신과의 접촉 내지는 정서적 유대를 통해서 당신과 깊은 연대를 형성한 면역자에게는 그 이레귤러 특성이 전이된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판단해야겠군요. 그 규칙이 무엇인지는 더 연구해야겠지만.”

 

 

 

 

 

모든 상황을 파악한 라이텔바흐는 한참을 더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제안드리고픈 사항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이건 강요가 아니고 전적으로 당신에게 드리는 자유로운 선택지입니다.”

 

 

 

 

 

플레먼은 라이텔바흐가 무슨 제안을 던질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혹시 아예 호주를 떠나 저를 따라오실 생각은 없습니까? 그러니까 당신뿐 아니라 어니스트군, 신티양, 쥬오디아양까지, 네 명이서 전부 말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도전에 준비되지 못한 플레먼은 흠칫 놀라며 당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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