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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회 초인들의 세계 Ch 1. 이복형제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7.30 | 회차평점 0 0

 

Chapter 1. 이복형제

 

 

 

  인류는 수십 년의 시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그간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전쟁, 테러, 분쟁, 혁명과 같은 인간들끼리의 문제뿐 아니라 지구환경 대위기, 기후변화 사태, 천재지변, 생물학적 사태들에 이르기까지,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심히 시끄러웠다.

  수백 년간 막후에서 암약해온 네오 오더(Neo Order)를 붕괴시킨 지도자, 위버멘쉬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모두 태평성대를 꿈꾸었다. 지혜로운 지도자와 뛰어난 인재들의 활약으로 그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만 같았다. 초고효율의 신에너지의 개발, 전쟁의 금지, 테라포밍과 같은 기술적 혁신, 부패한 정치 및 경제의 대규모 개혁이 봇물 터지듯 이루어졌었다.

  위버멘쉬(Übermensch).

  이제껏 지구가 보지 못했던 이 새로운 리더가 살아 숨 쉬던 동안에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가 미처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이른 시기에 세상을 떠나자, 곧바로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다. 각자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개인, 조직, 국가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된 나머지 분쟁이 시작되었고, 과학 기술은 악한 용도로 발전되고 남용되었다.

  춘추 전국시대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금 걸출한 영웅 같은 인물들이 대거 출몰하여 활약했지만, 그들은 힘을 온전히 합치지 못했다. 결국 전 세계는 허다한 어려움과 실패를 감수하며 산통을 겪어야 했다. 곳곳에 난리의 설왕설래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다시금 질서를 세워줄 뛰어난 영웅을 기대했다.

  그 혼란의 때 한중간에도 난세를 바로잡을 위대한 여걸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비정해지지 못한 탓에 실패했다. 사랑과 인간적인 연민을 배우면서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을 포기했던 것이다. 영웅들은 그녀에게 실망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세상에 질서가 찾아왔다. 옛 폐허들 위에 더 웅장한 도시들이 재건되었고, 훼손된 환경은 완벽하게 복구되고 제어되었으며, 어질러진 정치•경제 시스템들은 전보다 더 완전무결한 신 체계로 혁신적 도약을 겪었다.

  제로원(ZERO-ONE).

  재번영의 정점에 이르러 완성된 결과물 중 으뜸. 명실상부 인류가 세운 새 문명의 최고의 심장부. 모든 길들이 수렴하며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 이 도시는 세계의 심장이자 혁신의 절정이며, 첨단기술들이 샘솟는 연못이며, 모든 자본과 물자와 사람이 통하는 순환의 중심이며, 온 우주의 수도였다. 동시에 찬란한 문화의 도시이며, 수억의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었다.

  도시는 장엄했다.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져 있었고, 공간을 수놓는 다리들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돔 형태의 실드(Shield)가 도시 전반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서 온실처럼 덮고 있었다. 지상뿐 아니라 지하에도 아름다운 도시들이 여러 층으로 놓여 있었다. 방대한 에너지와 신소재가 도시에서 생산되었고, 훌륭한 문명의 이기들을 넘쳐났다. 동시에 그곳은 온갖 위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지식의 보고였다.

  이곳 시민들에게 노동이란 생존 수단이 아닌 자아 충족의 수단이었다. 단순 육체노동은 모두 기계가 대신한다. 주민 모두는 풍부한 부를 갖추고 있었다. 은하계 식민지에서 자원을 획득하고 에너지를 얻는 문명 수준에 이른 시대인만큼 인간들은 경제 감각 자체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파이 전체의 크기가 커지고 효과적인 분배 시스템까지 확립되면서 이제는 생업 문제의 절박함이 사라졌다. 제로원은 그런 세계 가운데서도 부유함의 정점에 서 있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제한된 자원으로 고민했었던 인류는 부의 무한한 생산과 효과적인 분배가 자신들의 모든 염려를 해결해주리라 여겼다. 네오 오더 붕괴 이후에 그 꿈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시대에 영웅들의 과한 탐욕이 공생의 균형을 망가뜨리면서 인류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 뼈저린 실패의 과정을 극복하고 재기한 결과, 인류는 마침내 궁핍을 영원한 풍요로 바꾸고 불확실성을 시스템의 힘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제 곧 행복해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질적 풍요는 그들의 마음속 공허를 채워주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영혼의 생기를 잃었다. 많은 여가 시간으로 건강관리를 하였으며, 위험한 환경 위협들을 제거했으며, 최첨단 의료 시스템과 의학 기술의 도움을 받은 덕에 몸은 점점 더 건강해졌지만, 마음은 텅 빈 것 같았다. 흥미로운 매스미디어와 지식의 발전도 내면의 갈증을 축여줄 수 없었다.

  평범한 재능의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없었다. 사소한 일들은 기계들이 모두 해결해주었다. 일자리가 없어도 풍요를 누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범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목적을 알지 못했다. 일부는 그저 풍요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자랑하거나 취미와 교양을 연마하는 데 열중함으로써 공허함을 달래려 했으나 별 소용은 없었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소수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기 위해서 애썼다, 세상을 더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의미였다. 부를 축적하고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그들은 업적과 명예를 쌓으려 했다. 그들에게서 능력과 업적을 제외해버렸을 때 남는 가치는 없었다.

  결국, 제로원과 세상의 시민들은 살았으나 기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혼이 죽어버린 자들이 배회하는 냉담한 도시. 풍요는 마치 위험한 방사성 물질과 같아서 그들의 영혼을 서서히 메마르게 했다.

이 도시의 주인이요 세상의 지도자인 한 젊은 남자도 그러하였다.

  세계의 갖가지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어튼 그는 당대의 영웅이자 초인적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위대한 능력과 지혜를 활용해 손수 인류 문명의 재건과 번영을 주도하였다. 이렇듯 세계를 위해 온 삶을 바친 위인이었지만, 그 역시도 때때로 밀려오는 지독한 허망함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는 의무감에 몸을 맡겨두고 가까스로 스스로를 지탱할 때가 많았다.

  창밖으로 야경이 보였다. 밤하늘의 별빛처럼 찬란했다. 키가 매우 큰 젊은 사내는 밖을 조용히 내다보았다.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은 철저히 자신을 대중 앞에서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맨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피곤해서 그럴 뿐. 한편으로는 신비주의로 포장하는 효과도 있었다.

  답답함을 느낀 그는 조용히 가면을 내려놓았다.

  “대표님, 비서관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붉은 머리카락과 루비처럼 선명한 적색의 눈을 가진 흰 피부의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비서는 자신의 보스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그 앞으로 나아갔다.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붉은 머리 남자조차도, 보스 앞에 설 때면 항상 위압감과 눈길 때문에 움츠러들곤 했다.

  “업무 관련해서는 이미 오늘 이야기는 다 정리된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부탁하셨던 일 때문에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키 큰 흑발의 남성이 뒤로 몸을 돌려 붉은 머리의 비서를 바라보았다. 흑발 남성의 비서, 데미안 룩스는 잠시 주인의 위세에 흠칫하였으나 이내 자세를 바로잡은 다음에 할 말을 이어나갔다.

  “후보자 중 부친 분을 발견했습니다. 유전 데이터를 대조하여 높은 확률로 친자 여부 확인을 마쳤습니다. 부친 분은 아직 대표님을 모르십니다.”

  데미안은 서류를 주인에게 건네었다. 자신을 뚫어보는 선명한 금빛 안광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그제야 데미안은 한숨을 돌리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분의 과거 기록들도 같이 정리해왔습니다.”

  “전과자라⋯⋯, 현재 가족 관계는?”

  “아내 한 분, 아들 한 분입니다. 둘 다 부친 분과 같은 국적 출신입니다.”

  “그렇군. 수고했다.”

  데미안은 그의 상관이 홀로그램 파일 문서의 데이터를 훑어보며 골똘히 생각 속에 잠긴 동안, 넌지시 상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대표의 맨 얼굴을 아는 사람은 U-Society 고위 간부들, 그리고 직속 비서들뿐이었다.

  “내일 바로 찾아가도록 하지. 사흘 정도는 비워도 큰 문제 없겠지?”

  “한동안 무리하셨으니, 일주일 정도는 쉬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룩스, 그대가 언제부터 그렇게까지 내 걱정을 했었나?”

  “대표님은 항상 일로 무리하시니 저라도 충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참 눈물 나게 고맙군.”

  흑발 남자는 냉랭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옷맵시를 다듬었다. 현대식 양복이 우람하고 탄탄한 몸에 딱 맞게 달라붙었다. 강인함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마치 거대한 검은 호랑이 같았다. 생태계 정점에 서 있는 포식자의 자태를 연상시켰다.

  “가면은 안 쓰실 생각입니까?”

  “내 부모를 만나러 가는 데에 모습을 감출 필요가 뭐 있나?”

  어차피 대표의 본명이나 얼굴 기록은 데이터베이스 상에 존재치 않는다.

  감히 담아둘 수도 없는 위대한 인물이므로.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아니, 해당 섹터로 갈 때까지만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간 이후 그는 의자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뿌리. 돌아가신 어머니는 한 번도 이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늘 그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양 치부했었다. 덕분에 아버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자라왔다. 지금까지는 일 때문에 바빠서 친부 문제는 잊고 지냈다. 며칠 전 문득 그 생각이 다시 떠올라 물색을 시작했다. 실패를 모르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두려웠다. 아버지의 입으로 듣게 될 자신의 가정사가.

 

 

 

 

***

 

  한 무리의 청년들이 운동장에서 농구를 마치고 헤어졌다.

  “윤혁아, 수고했어. 내일 보자.”

  “정후 형도 수고했어요.”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수건으로 닦은 뒤 가방을 챙겼다. Y대 공대는 대부분 남학생으로 되어있다 보니, 단체로 즐길 것이라곤 스포츠 정도였다. 다행히 캠퍼스 큰 운동장이 있어서,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이 운동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혈기가 왕성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보니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청년은 체육관 라커룸에서 간단하게 샤워한 후 사복으로 갈아입고 캠퍼스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의 이름은 강윤혁. 올해로 22세이며 기계공학 전공이었다. 호감이 가는 인상, 서글서글한 말투, 친근한 성격, 편견 없는 태도, 신뢰 가는 행동거지와 예의 바른 성격 때문에 그는 선후배, 동기, 교수들 사이에서 평이 제법 좋았다. 나름 괜찮은 외모 덕분에 인기도 있었고.

  “날씨 많이 풀렸네.”

  윤혁은 노을 진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 대기 정화 시스템이 재건되기 이전에는 환경오염이 심해서 맑은 날이란 게 거의 없다시피 했었단다. 그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이전 세대에는 지구가 불안정했었다지?’

  부모님께서는 모든 일상이 소중한 선물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공기도, 물도, 땅도, 건강한 몸도, 평범한 일상도. 윤혁도 그 말을 십분 이해했다.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혜택 중 상당수는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게 잃어버리면 회복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힘이 드는지 모른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평소에 늘 모든 일에 감사해야 마땅하리라.

  청강, 연구, 공부에 이어 운동까지 하고 난 뒤라 심신이 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당장 집에 돌아가서 휴식을 만끽하고 싶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부모님이 식사 준비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책 읽다 보면 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다지 변화랄 것이 없는 일상이었지만 윤혁은 이러한 생활에 제법 만족했다.

  공중 위의 도로를 날아다니는 자동 운행 차량들,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매끈한 건물들, 지상 위에 걸어 다니는 보행자들, 수목들과 정원들이 보였다. 평소와 똑같은 도시의 풍경. 수십 년간 놀라운 진보를 경험했다 하지만 윤혁에겐 별로 특이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현실과 투쟁하고, 행복을 찾으려 고민하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미래형 도시의 찬란함도 이를 덮어주진 못했다.

  그때 길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고양이는 윤혁이 지나가는 모습을 알아보고 긴장을 풀고 걸어 나왔다. 주인 없이 살면서 남는 음식을 받아먹는 처지이지만 신기하리만큼 도도해 보였다. 윤혁은 한 달 전 만난 이 검은 고양이에게 ‘태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먹을 사료를 챙겨주곤 했었다.

  “안녕, 잘 지냈어?”

  -냐아아아

  태원이 그에게 인사했다. 마치 ‘어서 먹을 것을 바치라’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다. 윤혁은 가방 안에서 고양이용 사료를 꺼내 뚜껑을 열고 펼쳐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 길고양이는 할짝거리며 맛을 보더니 이내 경계심을 놓고 포식하였다.

  “너도 참 하루하루를 보내기 힘들겠다. 길가는 험난한 곳일 텐데. 마음 같아서는 너를 우리 집에 들여놓고 싶지만,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하니 어쩔 수가 없네. 나중에라도 독립하게 되면 데리러 올게.”

  고양이는 식사를 마친 후 도도하게 혀를 할짝거렸다. 청년이 손을 뻗어 쓰다듬으려 하자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윤혁은 조심스럽게 고양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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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환영합니다, 여러분. 1부 초인들의 세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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