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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2회 초인들의 세계 Ch 11. 매드사이언티스트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8.15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

 

 

 

 

  그렇게 대화하던 중 윤혁은 조심스레 돌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지구 바깥에서, 그러니까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적도 있나요?”

  윤혁의 돌발 질문에 찬영은 잠시 고민한 뒤에 대답하였다.

  “딱 한 번. 그곳은 우리의 관할이 아니거든. 소방관들이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존재야. 재산상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부차적인 임무에 불과하지. 그래서 무인 시설에는 웬만해서는 우리를 투입하지 않아.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치하지.”

  식민지 행성들의 대부분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자원 및 에너지를 획득하는 시설이거나 공업용 생산 시설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인 시설에서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철저히 인명 피해가 없도록 로봇들이나 여타 기계들만을 동원해 진압한다.

  “바깥 세상에는 사람이 안 사나요?”

  “글쎄다. 종종 파견 나가는 사람들은 많이 있겠지만, 거주는 글쎄?”

  콜로니 정책, 곧 우주로 인류의 씨앗을 퍼뜨리는 프로젝트.

  이론 상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계획이니 현실화되어도 한참 전에 되었으리라. 인공 콜로니를 제작해 외부 궤도로 쏘아올리는 일은 현재 일반 국가의 기술력으로 가능하고도 남으니까. 하지만 실용화되고 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었다. 당장에 지구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콜로니가 존재하고 있다는 소문은 종종 돌았으나 대부분은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우주 식민지 운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는 게 없네?’

  외우주 콜로니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직 대중에게 알려진 정보가 적었다. 누가 주체가 되어 운용하는지, 어떤 이들이 참여하는지, 현재 참여 중인 인구 집단이 존재하는지, 규모나 분포는 어디까지인지, 주 기술력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진행 계획은 어떠한지 등 모든 질문이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세계 정부 측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판이었다.

  ‘쓸데없는 고민이려나?’

  윤혁은 불편감을 지우고 현실에만 집중했다.

  여하튼 체육관에서 한창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와 찬영은 빠르게 친해졌다.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고, 찬영의 정의롭고 밝고 시원시원한 성격도 꽤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찬영은 특수요원인 덕분인지 공학에도 기초 지식이 있었고 공대생인 윤혁과 대화 코드가 제법 잘 맞았다.

 

 

 

 

 

 

***

 

 

 

  지구에서의 임무를 마친 진은 일터에 복귀했다.

  챠르 항성계에 위치해 있는 콜로니, 그곳에는 진의 개인 연구소들이 있었다. 챠르 항성계의 넷째 행성은 지구의 두 배 정도 크기의 무인 행성으로 지각부터 내핵까지 기계화된 곳이었다. 행성 전체가 하나의 컴퓨터인 셈이었다. 그것은 미래 예측을 주목적으로 하는 차세대 컴퓨터 중에서도 가장 최신형으로 현재 꾸준한 개조를 거쳐 완공 단계에 접어들던 참이었다.

  진은 수집해온 데이터를 정리한 뒤 곧바로 실전 업무에 몰입했다.

  동시에 그간 중단했던 대규모 실험들도 재개했다.

  ‘오차율도 예상 범위 아래로 낮췄다.’

  특수 엔진과 내핵의 융합도 제법 안정화되었어.

  ‘실제로 시범 가동을 시행한 후에 개선해봐야겠군.’

  인류연합의 차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예지 시스템. 아버지가 주요 핵심 이론과 기초 기술을 제공하고 그의 제자들이 응용 중인 최첨단 기술. 최근 아버지는 갑자기 이 행성 컴퓨터의 완성 모드 데이터를 재촉하셨다. 어째서일까? 그렇게까지 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닐 텐데 말이다.

  ‘뭐, 연구가 막바지에 도달했으니 나는 상관 없다만.’

  압력까지 넣은 것은 의외였다.

  ‘감정적으로 재촉하며 고집부릴 분이 아닌데 말이지.’

  어쩌면 모종의 계획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리라.

  아니나다를까 동료로부터 신호가 도달했다.

  {유리스님께서 닥터 진과의 연락을 원합니다.}

  진은 텔레파시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연결하였다.

  “안녕, 우리 박사님.”

  소녀처럼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스, 잡담을 원하는 거라면 지금은 바빠서 곤란한데?”

  “바보, 섭섭하게 굴기는.”

  유리스도 바깥 출신으로 진처럼 일곱 명의 철인왕 중 하나였다. 그녀는 언어학에 탁월해 새 언어를 개발하는 일에 능숙했다. 또한 탁월한 교섭, 설득, 교감 능력 덕에 인공지능이나 서버들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버지가 나한테 특수 미션을 주셨더라고.”

  유리스가 진을 떠보듯 말했다.

  “너도 혹시 그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거야.”

  그녀의 홀로그램 투영체가 웃으면서 말했다.

  “촉이 좋네. 내게도 당장 빠르게 완성해야 할 임무가 들어왔는데 말이지.”

  “어떤 내용인지 물어봐도 돼, 진?”

  “너도 아는 프로젝트야. 이전부터 진행하던 예지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행성을 갈아서 만든 초대형 컴퓨터, 대륙 단위의 서버, 특수 하드웨어는 이미 완성되었고 현재는 프로그램만 최종 검증을 마치면 돼.”

  “어머나, 그게 벌써 완성 단계야?”

  그녀는 호호거리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해. 네 쪽은 어떻지?”

  진이 역질문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형제자매들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을 혼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게 유리스 정도인데 그렇다고 지금처럼 농담을 주고받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요약 부탁해줘.”

  그는 그녀가 잡설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해 두었다.

  “호오, 알았어, 진. 아버지께서 재미있는 일을 꾸미는 모양이야.”

  “아버지께서?”

  “그래. 기계들을 구속하는 한 차원 더 높은 프로그램을 고안하셨더라고.”

  “한 차원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율법보다도?”

  “그래, 공학적으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야.”

  유리스의 말에 진이 마른 침을 삼켰다.

  “오히려 철학적인 성향이 짙은 프로그램이더라고.”

  유리스로서도 어디까지나 추측만 할뿐이었다.

  “어디까지나 이건 내 예상인데, 아버지는 어쩌면 모든 기계를 지배하는 슈퍼바이저(superviser) 프로그램을 자신과 이으려는 게 아닐까 싶어. 혼자서 그들을 온전히 다스리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거지.”

마치 신(god)처럼.

  “설마 ‘기계들의 신’? 그 반칙같은 물건과 연관이 있을까?”

  진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뭐, 그렇게 되려나? 참고로 내가 맡은 임무는 어디까지나 그 프로그램을 표현할 언어학을 고안하는 것뿐이야. 기초적 이론은 당장 내 머리로는 다 이해 못 해. 그것은 아버지의 영역이지.”

  유리스의 증언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곱 형제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궁극적 창조성과 그것을 실제로 현실화할 능력까지 갖추신 아버지. 그가 이렇게 예상 밖의 일을 벌이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대체 무엇이 되실 생각이시지?’

  사실 혼자서 추측만 해봤자 바뀌는 일은 없었다. 진은 깊이 궁리했다. 그의 역할은 비단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필요할 때는 적당한 범위 내에서 아버지를 견제하는 역할 또한 그의 임무 중 하나였으니까.

  “정보 제공은 고맙다, 유리스.”

  “호호, 이 정도 갖고 뭘.”

  연락을 종료한 진은 계속해서 예지 시스템 서버 점검을 진행하였다. 일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번져나가리라는 예감이 계속 지워지지 않았다. 무언가 그들의 기대보다 더 엄청난 위업이 발생할 징조가 아닐까?

 

 

 

 

 

 

***

 

 

 

  윤혁네 가족은 켄의 가정을 방문했다.

  얼마 전 에이든과 윤혁이 만나면서 보호자인 켄 역시 윤혁의 가족과 인사를 하였고 자연히 이웃사촌 사이가 되었다. 머나먼 땅에서 온 이방 출신이었지만, 같은 주님을 믿는 신자들끼리는 금세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었다.

  오늘 방문은 켄의 초대로 시작되었다.

  덕분에 윤혁은 오랜만에 귀여운 꼬마 아이와 놀 수 있었다.

  “잘 지냈어, 에이든?”

  “네, 아저씨.”

  “형이라고 불러야지.”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 나면 아저씨래요.”

  윤혁의 눈이 시무룩하게 쳐졌다.

  “그래도 나 스물둘 밖에 안 되는데⋯⋯.”

  윤혁은 외동이었다. 동생이 없었기 때문인지 아이를 돌보는 일은 익숙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이 무얼 갖고 노는지, 어떤 것이 유행인지도 잘 몰랐다. 더욱이 에이든은 이국땅에서 왔고 한국 아이들과는 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일단은 아이의 관심사를 면밀히 관찰하고 거기에 맞춰주기로 했다.

  에이든은 할아버지와 함께 여러 국가를 돌아다녀서 그런지 다양한 놀이를 알고 있었다. 대부분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함께 배우다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특이한 모양의 악기, 퍼즐, 각기 다른 언어의 동화책, 기이한 모양의 나무 장난감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잘 녹아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한 대중문화를 좋아하리라 여겼는데 선입견이었던 모양이다.

  “아 참, 곧 있으면 형이 돌아온대요.”

  “형이라고?”

  윤혁이 호기심 섞인 반응을 보였다.

  “네, 리온 형이요.”

  아마 켄의 친손자, 이 집에 원래 함께 살던 가족을 말하는 것 같았다.

  “가족사진에 있는 할아버지의 손자분 말하는 거야?”

  “네, 맞아요.”

  에이든은 그 형을 좋아하는 모양인지 표정이 매우 밝았다.

  “그렇구나. 오랜만에 형 만나면 좋겠네.”

  “네, 어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리온은 현재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스무 살 무렵부터 선교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 같았으면 아직 공부할 나이였겠지만 그는 과감히 이 길을 택했다. 켄의 말에 의하면 손자는 어릴 적에 훌륭한 스승을 만나 수많은 것을 전수받았던 지라 특별히 대학을 다닐 필요는 없었단다. 문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또래라. 그럼 친구가 되는 건가?’

  성한 부부는 거실에서 켄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외국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를 듣고 것 같았다. 다들 간만에 마음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서 그런지 즐거워 보였다. 대화를 마친 후 유진은 손수 조리한 반찬들을 싸서 선물하였다.

  “시간 내주시고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한이 공손히 인사하였다.

  “아니올시다. 도리어 내가 좋은 이웃들과 함께하게 되어서 기쁘지요.”

  켄이 공용어로 대답했다.

  “자주 뵙도록 할게요. 반찬 맛있게 잡수시고요.”

  유진도 활짝 웃으며 노인을 배웅하였다.

  책에서나 나올 법한 화목한 가족들이 함께 모인 즐거운 시간. 분위기가 아늑하고 달달했다. 지금처럼 큰 문제 없이 일상이 흐른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혁은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는 사고 때 받았던 충격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더불어 요새 유독 자주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도 신경 쓰였다. 그는 잠시 불안정한 마음의 요동을 가라앉혔다. 근심과 염려에 사로잡히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님을 알면서도 평안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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