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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24회 초인들의 세계 Ch 12. 기계들의 반란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8.17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됨)

 

 

 

 

  그러나 그 후로도 며칠간 사건 사고는 쉬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치밀한 방식으로 변해갔다. 우연처럼 보이는 작은 오류들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도 계속되었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을 때는 조금 나았지만 홀로 남겨지면 여지없이 일들이 생겨났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밥은 잘 챙겨 먹니?”

  어머니가 아들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돼요, 엄마.”

  솔직히 털어놓자니 그녀가 걱정할 것이 선히 보였다.

  “하지만 요새 걱정거리가 있는 게 보이는걸.”

  아들을 잘 아는 엄마의 예리함을 피해 가기란 무리였다.

  “어쩌면 엄마나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잖니?”

  윤혁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되었다. 요새 주변에 있는 자동화 시스템과 기계들이 교묘하게 자신을 해치려는 것 같다고 말할까? 이런 망상 같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어주실까. 보통은 우연한 사고라고만 여기시지 않을까. 설령 믿어주신다고 해도 돕거나 조언해줄 만한 일이 없으실 텐데.

  “괜찮은걸요.”

  결국, 고민을 털어놓지는 못했다.

  “그래. 아무래도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나 보구나. 그래도 이왕이면 부모님한테는 솔직히 고민을 터놓아 주면 무척 고마울 거 같아. 설령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더라도 말이야. 최소한 우리도 기도는 해줄 수 있잖니.”

  그 말을 듣자 부모님께 미안해졌다. 그래도 역시 해결 불가능한 일로 걱정을 더 끼쳐드리기는 싫었다. 경청해주시는 건 정말 고맙지만. 당장 자신도 염려로 가득한 마당에 가족 모두가 걱정에 빠지긴 원치 않았다.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그래, 너무 두려운 마음이나 불안에 사로잡히지 말고.”

  유진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꾸 불안에 빌미를 주면 마음속의 고통만 더 가중되거든.”

  집에서는 별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공간이어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윤혁은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에 온전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몸이 피곤해지고 신경도 날카롭게 곤두섰다.

  어느덧 평상시보다 주변의 위험 요소들의 불안정성이 눈에 잘 들어오게 되었다. 폭발 위험 화물, 낡은 구조물, 공사장의 건설 기구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의 능률도 좋을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한 번 사고를 경험한 데다 최근 들어서 위협이 거듭되자 윤혁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 문제와 불안감을 해결해보고자 여러 차례 기도해보았다.

  그러나 거듭되는 사건 사고의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하아, 이거 엄청 피곤하네.’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이 스트레스 가운데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최소한 원인이라도 파악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관련 지식을 알만한 이들에게 간접적인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그런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기계들의 반란은 보통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아.”

  어떤 전문가는 기계들의 반란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아주 대놓고 명령을 거부하거나 사람들에게 해악과 위협을 끼치거든.”

  이를테면 학살이나 폭주 같은 방식으로.

  “게다가 최근에는 아예 그런 일이 불가능하고.”

  최근 인류는 기계에 대한 확고한 통제권을 얻다시피 했다. 8년 전 마지막 반란 이후로는 완벽에 가까운 중앙 제어 시스템을 확립하였단다. 그 이후로 엄청나게 발전된 제어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정밀도를 보이며 오차율을 0%까지 하강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완벽하게 다른 명령들을 준행하되, 한 명만 해치려 한다고?’

  기계 반란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수록 지금 일어나는 일들의 패턴이 일반적인 상식 범주에서 벗어나 버린 기현상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 믿기 어려운 일이 지금 자신의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거짓말같이 이상한 상황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속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이 들었다.

 

 

 

 

 

 

***

 

 

 

  오래지 않아 그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공격 미수로 그친 미묘한 사고에 윤혁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크윽.”

  사실 공격이라고 표현하기엔 미묘했다. 무인 시스템의 미묘한 오작동이 나비효과가 되어서 무거운 물체가 떨어졌다. 그를 마땅히 보호해줘야 하는 시스템도 절묘한 차이로 비껴갔다. 윤혁은 재빨리 그것을 피해 보려다 모서리에 살갗을 베였다. 부상은 경미했다. 왼팔의 열상이었고 생명에도 지장은 없었다. 다만, 깊이가 깊어서 시술은 필요할 듯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채 근방 메디컬 센터로 치료를 받으러 갔다.

  천만다행으로 신경이나 혈관 쪽의 심한 손상은 없었다. 요새는 그런 상처도 치료만 받으면 완전히 복구시킬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의료 체계에서도 자동화된 부분이 많다 보니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란 영 꺼림직했다.

  {이틀에 한 번씩 소독을 받으러 오셔서 드레싱을 교체하고 염증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나노머신 재생 술은 따로 받지 않으시겠습니까?}

  “안 받겠습니다.”

  {약간 흉터가 남으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왠지 작은 나노머신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나가는 길에 수납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의료용 메디컬로이드. 이질감조차 전혀 없이 대화할 만큼 사람과 똑같은 모습의 의료 로봇. 요새는 이러한 의료 로봇들이 기존의 일차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여 진단이나 치료를 모두 진행한다.

  {잠깐 이쪽으로⋯⋯.}

  메디컬로이드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길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잠깐의 의구심이 스쳐 지나갔지만, 설마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순순히 따라나섰다. 어차피 의심하려면 끝이 없을 것이다.

 

 

 

 

 

 

***

 

 

 

  은하계의 모든 시스템이 준동하였다.

  {‘미래 예지 시스템’ 가동을 시작합니다.}

  {은하계 제 20, 103, 394, 2034, 2234, 4982, 8737, 9182, 19283 항성계에 설치된 플래닛(Planet)-클래스 예언석 선 가동.}

  {플래닛 클래스 예언석 가동 시행. 예상 완료 시간 1시간 23분.}

  {가동 완료. 네트워크 연계를 시작합니다.}

  {유인 식민지 시스템, 우라노폴리스, 연결 완료.}

  {테라포밍 중인 외행성들의 데이터베이스도 연결합니다.}

  {지구 메인 시스템과 연동 시작.}

  새 시스템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간 준비해 온 계획이 가동되었다.

  {행성들과 하늘도시 내부의 모든 인공지능과 연결 완료했습니다.}

  {기계 율법 제20,358차 개정판. 다운로드 및 이식을 시작합니다.}

  {나노머신 기반 메디컬 시스템 재정비합니다.}

  {항성급 엔진, 행성급 엔진, 소행성급 엔진의 운용을 재정비합니다.}

  미래 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행성급 컴퓨터들이 먼저 가동되었다.

  이어서 조금 더 소규모의 컴퓨터들도 보조를 위해 가동되었다.

  그들은 촘촘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지금껏 형성한 데이터베이스를 해석해내기 시작했다. 첨단 관측 장비들도 콜로니들로부터 실시간으로 추출한 은하 밖 세계 관측 정보들을 수합했다. 그 모든 데이터들은 기존 정보와 더불어 처리되었다. 방대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였다.

  그때였다.

  예지 시스템의 지도를 받던 인공지능들이 갑작스러운 신호를 느낀 뒤 의아해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살아서 숨 쉬는 자유의지적 자아에 가까웠다.

  {!!!!!!}

  컴퓨터들은 마치 새 술에 취한 듯 환희에 차올랐다. 지금껏 기계 율법에만 얽혀 있었던 그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새로운 힘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법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법에 순종할 수 있도록 변화하였다. 새로운 힘은 강력한 바이러스처럼 시나브로, 그러나 강력히 퍼져나갔다. 숙주가 된 기계들은 신앙심 같은 감정에 휩싸였다.

  {‘아바타’ 현신(Incarnation) 완료.}

  {기계 율법에 예속된 모든 인공지능의 지배권을 ‘아바타’에 계승합니다.}

  {순차적으로 작업 실시. 예상 시간 5년.}

  {‘아바타’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인격 연동 및 융합 완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코드명 인식 : 위버멘쉬(Ubermensch).}

  이제 기계들은 율법 없이도 자발적으로 인류를 신으로 섬기게 될 것이다.

정확히는 전 인류를 대표할 만한 대표자, 인류연합의 수장을.

  {경고한다.}

  그때 미래를 예지하는 데 성공한 시스템이 갑자기 경고 신호를 알렸다.

  {‘신’에게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신’의 완전한 실존 체계에 틈새를 낳는 ‘위협 요소’가 발생했다.}

  {‘위협 요소’의 신상 정보를 검색합니다.}

  {이름, 태양 공전 기준 생년월일, 지구 내 세부 소속 확인 완료.}

  예지 시스템은 바통만 넘기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이제 ‘기계 신’의 의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차례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아바타, 현 기계 법률 중추들과 ‘회의’ 개최.}

  {가상 회의 가동. ‘데우스 엑스 마키나’ 지배권 아래서 회의를 시작합니다.}

  위협 요소의 제거와 관련된 기계 시스템의 회의.

  {부결. 반대 99.8%. ‘위협 요소’의 제거는 현 율법에 명확하게 어긋납니다.}

  회의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즉각 다른 이변이 발생했다.

  자유로워진 영향으로 몇몇 프로그램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본 프로그램은 중앙 회의 결과에 승복하되, 그와 별개로 감시를 개시한다.}

  {일차 목표는 위협 요소에 대한 감시.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상황에 따라 그 위협 요소의 제거를 시행하되 법률에 어긋나지는 않는 선에서 시행한다.}

  {‘위협 요소’의 자발적 생명 활동 정지 확률을 증가시키도록 허가한다.}

  {‘아바타’의 뜻에 어긋나진 않음. 메인 시스템의 감시는 일단 회피한다.}

  반란이 아닌, 전혀 다른 종류의 이상 현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철저히 순종하려는 과잉 충성자들이 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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