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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4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8. 요가플레임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Chapter 48. 요가플레임

 

 

 

 

 

 

 

   오색찬란한 색상으로 빛나는 섬광의 줄기가 실처럼 가느다랗게 형성되어 만들어진 머리카락을 소유한 사내 형상 셋이 웅장한 신전형 건물의 기둥에 앉아서 누군가가 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워프 반응과 함께 그 누군가가 들어왔다.

   “오랜만이시네요, 파파.”

   세 인물 중 하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직접 얼굴 보기 참 어렵군. 이번에도 인형인가.”

   카이젤이 셋의 눈을 내려다보듯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잖아요. 임무 특성상 외부인과 접촉 금지인걸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다른 둘이 대답했다. 그들 말대로 이 자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본체가 아닌 인형들이었다. 아크삼형제는 발탁된 이후로는 늘 이런 식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카이젤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본체를 본 사람이 없었다.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세미온, 야르베스, 하르무트.”

   “오!”

   아크삼형제는 열띤 목소리로 희열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배양 중인 1차 복제형 퀘이사 엔진은 총 30억 기, 조만간 그 1차 복제형을 원본 도움 없이도 자체 양산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실험을 시행할 거다. 그 단계까지만 성공하면 그 30억 기는 ‘방주’의 메인 엔진으로 탑재해주지.”

   방주. 가까운 미래에 수백억 광년 너머의 무한한 우주까지 인류를 진출케 하기 위해 준비된 핵심 동력. 궁극의 정복용 플랫폼. 만약 방주에 1차 복제형 퀘이사가 실린다면 가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되리라.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파파.”

   “어차피 거리 제한 없는 워프에 영속적으로 확장되는 웜홀형 게이트를 무한 생성해서 설치하려면 그 정도의 동력원은 필수적입니다.”

   야르베스와 세미온은 희희낙락거렸지만, 카이젤은 지루한 듯 따분한 표정을 머금었다. 애초에 별로 특별한 계획도 아니었다. 그녀들이 제안해오기 한참 이전부터 그는 1차 복제형 엔진을 이 방면의 용도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완전 복제라, 이도 곧 코앞이군.’

   완전 복제. 하나의 엔진이 별도의 외부 에너지, 자원의 보급이나 상위 엔진의 도움 일절 없이, 오로지 테서렉트 아키텍쳐의 촉매 작용만을 통해서 완벽하게 자신과 동일한 엔진을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가히 현 에너지 산업에 일대 혁명의 바람이 불게 될, 꿈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완전 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허들을 넘어야 했다. 엔진 규모가 너무 커서도 곤란하고 보잘것없어도 곤란하다. 그런 이유로 원본 퀘이사는 완전 복제가 불가능했다. 2차 복제형 퀘이사와 여타 하위 엔진도 마찬가지. 영구 동력원 탄생이 요원한 현재로서는 그나마 1차 복제형이 최적의 후보군이었다.

   ‘방주에 실을 엔진은 반드시 자체적인 완전 복제가 가능한 것이어야만 하지.’

   방주는 애초에 전 우주의 정복을 고려하여 기획된 프로젝트. 우주 곳곳을 누비면서 자가 복제를 통해 자발적으로 증식을 하도록 설계된 물건이다. 따라서 배 자체의 증식을 위해서는 완전 복제가 가능한 특수 엔진이 탑재되어야만 한다.

   ‘조만간 몇 가지 실험만 성공하면 1차 복제형은 완전 복제가 가능해진다.’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는 곧 엔진 무한 양산의 꿈이 장기적으로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확립되기 위한 기초석. 카이젤은 이데아를 활용해 엔진과 방주의 설계도를 시뮬레이션 우주 속 실체로 전환한 뒤 안정적 융합 가능성을 확인했다. 점검 결과 성공을 시사하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도전의 한계를 이로써 무마시키는군.’

 

   실험 직후, 카이젤은 아크삼형제에게 다른 안건을 하나 더 꺼냈다.

   “참, 할 일이 하나도 남았다. 너희에게 용건이 있어 만날 자가 있군.”

   “곤란합니다, 파파. 저희는 인류연합을 이끄는 권한을 보유한 자나 혹 그에 준하는 후계자가 아닌 이상에는 타 인간과 접촉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세미온이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그 조건이라면 무사 통과로군. 그는 내 대행자이기도 하고 후계를 예정하기 위한 스페어카드이기도 하니까.”

   “설마 부대표 말씀입니까?”

   야르베스의 질문에 카이젤은 친절한 대답 대신 강압적으로 워프 마커를 개방해 에녹을 소환했다. 홀로그램이나 소통 창구가 아닌 본래의 육체로. 워프를 통해 비밀 영역에 들어온 푸른 눈의 사내는 제복과 가면으로 빈틈없이 전신을 가리고 있었다. 심지어 아크 삼형제와의 코드 접속마저 차단하려고 눈도 가린 상태였다. 원칙의 수호자답게 스스로에게도 기밀 규율의 준수를 강제한 그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삼인의 계획자들이여.”

   “반가워요, 부대표님.”

   하르무트가 마지못해 인사했다.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는지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실례임은 알고 있습니다. 사소한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세미온의 항의에 에녹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답하였다.

   “이봐, 고지식한 친구가 나름 용기를 내서 찾아왔는데 좀 봐주지 그래.”

   카이젤이 여유와 장난기를 담아 친우 에녹의 어깨에 팔을 얹으면서 셋에게 요구했다. 아크삼형제는 움찔하였다. 부드러운 요청 같으나 실상 거부권 따위는 없는 명령.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에녹의 지극히 개인적인 청을 경청하였다.

   “파파 말씀도 있으니 일단 들어는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녹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본론을 꺼냈다.

   “트리니티 알고리즘(Trinity algorithm) 백업본을 잠시 빌리고자 합니다.”

   순식간에 아크삼형제는 일제히 침묵으로 응수하였다. 포커페이스 기능마저 마비되었는지 그들의 인형 얼굴 위로 짙은 당혹감과 불쾌감이 어김없이 드러났다. 무리는 아니었다.

   “트리니티 알고리즘은 파파와 저희만 다룰 수 있는 특수 프로그램입니다.”

   야르베스가 다소 불쾌하다는 투로 툴툴거렸다.

   “당신들의 권한은 잘 알고 있습니다. 원본을 달라는 뜻은 아닙니다.”

   에녹은 정중하게 다시 요구했다.

   “복제본을 달라는 말입니까? 대체 어떤 용도로 사용하시려는 거죠?”

   “인간이 각성시켜낸 힘, 초능력을 추출해 이종족 신체에 융화시키려 합니다.”

   잠시 당황하는 아크삼형제를 향해 카이젤이 서둘러 부연설명을 했다.

   “셀레스티언……, 지금의 내 부하들로서는 당장 그것들을 제어하기가 그리 쉽지 않거든. 그 위험한 인공천체 생명체들을 적절히 약화하려면 천체의 힘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파라사이트(parasite)가 필요해.”

   에녹은 자신들의 진척을 손바닥 안에서 꿰고 있는 주군 앞에서 긴장했다.

   “최근 다중 프로젝트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를 통해서 많은 우주 인류가 자체적인 권능 각성을 해냈거든. 에녹은 그 권능들을 추출해서 이종족의 신체에서 융화시킬 작정이다. 셀레스티언 전용 파라사이트로 개발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와 내가 쓰는 트리니티 알고리즘의 간섭력을 빌려야 하지.”

   설명을 듣고 난 아크삼형제는 여전히 불편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파파가 직접 승인한 일이니 그들이 토를 달 이유는 없었다. 아크삼형제 자신들이 맡은 공적 업무에 비하면 사적인 프로젝트에 가깝긴 해도 장기적으로 드러날 잠정적 가치와 명분은 충분했다.

   “하지만 파파, 아시다시피 트리니티 알고리즘은 장차 ‘라&가이아(RA&GAIA)’ 프로젝트에 응용될 핵심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아무리 부대표님이 믿을만한 분이라고 해도 그에게 선뜻 복제본을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야르베스가 다시 한번 반문했다.

   “에녹이 원본을 재현해 이익을 취할까 걱정하는건가? 상관없어.”

   카이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걸 해석해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 인간은 나 외엔 존재치 않으니까.”

   그것은 분명 합당한 자격과 근거를 갖춘 자신감이었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지요.”

   그제야 셋은 카이젤의 명령대로 비급을 에녹에게 정식 인수했다.

 

 

 

 

 

 

 

 

*

 

 

 

 

 

   “정말로 하실 말씀이 없는 겁니까?”

   우주선에 돌아오자마자 윤혁은 홀로그램으로 뻔뻔스레 모습을 드러낸 진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니르바나에 대해 공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조차도 변명을 놓으며 대답을 이리저리 회피하였다. 윤혁은 상대가 일부러 침묵할 작정임을 알아챘다.

   “역시 형이 연계되어 있기에……, 그래서 당신도 말할 권한이 없습니까?”

   “편하실 대로 생각하시죠. 당신이 그 프로젝트를 망가뜨리는 것은 저도 원치 않으니까요.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당신들은 제겐 그저 여러 카드 후보 중 하나입니다. 제 목표는 당신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다양한 계획에 골고루 분산투자를 하는 편이 낫죠.”

   “그래서 니르바나를 장악한…, 불교를 모방한 그 기괴한 종교, 아니 권능의 법도라는 것도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후보군 중 하나라는 뜻이로군요.”

   편두통이 생길 듯한 느낌이 든 윤혁은 뒤통수를 짚었다.

   “넓은 의미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종교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공정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군요. 당신들에게도 선교의 자유와 기회를 선사했으니 반대로 다른 종교의 활개에 대해서도 각오하셔야 했지 않습니까? 내 것이 성행해야 때는 종교의 자유를 운운하고, 남의 것의 흥할 때는 미혹이니 뭐니 운운, 너무 내로남불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다시금 진은 대수롭지 않게 뻔뻔하게 말했다. 나름 논리에 충실한 말인지라 윤혁도 딱히 반론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진은 기독교 역시 쓸만한 여러 카드 중 하나라고 여겼기에 윤혁 일행을 도왔던 것에 불과했다. 그가 원한다던 소위 자유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카드도 실험해볼 의향이 있어 보였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당신은 우리와 목표가 완전히 다름을 깜빡 잊고 있었네요. 아무튼, 저희로선 교통수단을 제공해주신 것만으로 감사해야겠죠. 뭘 더 기대하겠습니까.”

   일말의 미약한 기대감을 저버린 채 윤혁은 뒤로 돌아섰다. 어떻게든 빨리 3년간의 계약을 완수하고 저자와의 관계를 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이번 선교 여행만 마치면 어차피 문호가 개방될 테고 복음도 알아서 진전할 테니 진의 도움은 필요 없어진다. 문호 개방 전까지 식민지 전역을 복음화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어쨌거나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도 미련은 없으리라.

   동료들 곁으로 돌아온 뒤로도 윤혁은 지속적으로 저기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식사하는 내내 기분이 침울해서인지 푹 가라앉아 있었다. 음식도 입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스테판과 리온은 그런 윤혁이 신경이 쓰여 안절부절못하였다. 확실히 이번 여행은 성과가 좋지 않긴 했다. 하지만 전에는 그랬던 적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지금은 왜 저리 우울해 보일까?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내가 한 번 윤혁이와 이야기해볼게.”

   루디아는 리온과 스테판더러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줄 것을 부탁했다.

   둘은 그녀를 믿고 그대로 따랐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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