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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5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8. 요가플레임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0

 

 

흥미로운 소설을 하나 추천드립니다.

세기말 배경에 대체역사를 다룬 현대 소설입니다. 

 

https://novel.munpia.com/413147

 

 

 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공감에 탁월한 루디아는 윤혁이 기분 상한 이유를 금방 알아차렸다. 아니 기분보다는 영의 짓눌림이라고 표현해야 옳겠지.

   “실례할게. 들어가도 될까?”

   “…….”

   노크해도 대답 소리 없이 잠잠하자 루디아는 긍정의 뜻으로 이해하고 문을 열었다. 윤혁은 의자에 주저앉은 채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만족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네 잘못이나 불찰이 아니야.”

   “…….”

   나지막이 루디아가 던진 말에 윤혁은 생각을 읽히기라도 한 듯 놀랐다. 형이나 초인들과 달리 현자의 눈도 소유하지 않은 그녀가 어떻게 꿰뚫어보았을까? 그녀는 놀랍게도 무엇이 윤혁을 괴롭히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자신이 성좌들을 도발하여 들쑤셔놓는 바람에 오히려 그들의 더 큰 악행을 부추기고 말았다는 죄책감이었다.

   “하, 하지만 그건.”

   “아무리 선한 의도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예기치 못한 악한 결과가 나타나는 일은 비일비재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의로운 뜻을 품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미약한 인간이니까 그런 변수를 일일이 다스릴 수도 없고 말이야.”

   루디아의 위로는 상냥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니까 네 잘못으로 받아들일 필요 없어. 그건 네 꾸지람을 듣고 도리어 더 완악하게 행동 노선을 바꾸어버린 자들의 잘못이지.”

   “휴, 무슨 말인지 알았어.”

   “네가 지적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을 거야.”

   억눌린 감정을 풀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루디아의 위로에 윤혁은 말할 수 없이 깊은 편안함을 체험했다. 며칠간 그를 짓눌렀던 부담감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여행했다면 얻지 못했을 따뜻한 위로였다. 다시 한번, 뜻을 함께하는 동료의 소중함을 체감했다.

 

 

 

 

 

 

 

 

*

 

 

 

 

 

   열두 번째 텀 방문지로 낙점된 하늘도시는 그 안에 니르바나보다 훨씬 더 기괴한 세계를 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앞서 만난 세계들이 아이들 장난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곳은 온갖 이교도적 교리를 합쳐놓은 듯한 기괴한 세계관에 더해서, 전에 보지 못한 막강한 초능력과 특수능력들이 활개치는 세상이었다.

   ‘이곳은 니르바나보다 더욱더 심하게 나아갔어.’

   다중우주적 세계관으로 기획된 그 세계는 니르바나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차원이 유기적으로 얽힌 초차원적 구조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기획 속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다중우주적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 니르바나 주민들이 자신들 세계가 ‘휠 사이클’이라는 실체의 일부분이라고 믿었던 것처럼, 이 하늘도시의 주민들은 ‘요가플레임’이라 불리는 자신들의 터전을 ‘유그드라실’이라고 불리는 복합 실체의 일부분이라고 여겼다.

   요가플레임은 상위 범주인 유그드라실 속 다른 부분들에서 건너온 이계의 존재, 곧 이종족들과 인간들이 공생하는 세계였다. 또한 요가플레임의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초능력을 다룰 줄 알았다. 이런 두 특성에 있어서는 니르바나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힘의 기반이 되는 사상, 그리고 힘을 획득하고 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니르바나와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먼저, 요가플레임 인들은 초능력의 수준으로 사람이나 이종족의 격을 나누어 등급을 매겼다. ‘카스트’라고 칭해지는 이 분류 기준은 존엄성의 격인 동시에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초능력은 이렇듯 차별의 기준이기도 했으나 혜택 또한 숱하게 주었다. 무수히 다양한 초능력에 힘입어 요가플레임의 인간들은 경이로운 수준의 문명과 학문을 이룩하였고 나아가 유그드라실 내의 다른 세계들로 여행할 수 있을 만큼의 여력도 갖추게 되었다.

   선교팀은 도착하자마자 요가플레임의 종교관부터 조사했다. 그것이 복음의 침투를 막는 핵심 방파제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요가플레임은 니르바나처럼 종교가 곧 삶이요 과학이요 철학이요 일상이요 능력의 근원인 세계였다. 선교팀의 발 빠른 종교관 파악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각지에서 전해 들은 신화의 파편을 모아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태초에 유그드라실(만물계, 우주들의 종합 복합체)의 정수이자 핵심이자 본체인 ‘바라문(Baramun)’이 있었다. 바라문은 곧 우주의 본질적인 진리다. 그 가운데서 바라문과 합치를 이룬 근원적 인격, ‘남하브(Namharb)’들이 여럿 탄생하였다.

   남하브들은 막강한 권능의 소유자였으나 스스로 일을 하지는 않고 몇몇 대행자들을 만들기로 작심했다. 그래서 각 남하브는 저마다 수억 년에 한 번씩 유그드라실의 특정 좌표에 둥지를 틀었다. 한 번 둥지를 틀 때마다 그는 세 개의 ‘메인갓’을 생성해내었다. 메인갓(main-god)은 셋이 모여 한 세트였으니, 물질과 에너지와 법칙의 생성을 담당하는 제1원, 변형과 유지를 담당하는 제2원, 그리고 소멸과 파괴를 담당하는 제3원으로 구성되었다.

   남하브 하나는 둥지를 옮겨 새로 둥지를 틀 때마다 그 자리에 메인갓 한 세트씩을 새로이 낳았다. 남하브가 둥지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메인갓은 제 기능을 온전히 유지했다. 그러다 남하브가 떠나가면 메인갓은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 소멸하거나, 아주 드물게는 바라문과 온전히 합치를 이루어 독립된 새로운 남하브로 진화하기도 했다.

   메인갓의 주 역할은 제1원, 제2원, 제3원끼리 힘을 합쳐 수많은 세상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제1원은 세계들을 생성했고, 제2원은 세계들을 관리했으며, 제3원은 세계들을 소멸시켰다. 이 셋은 한 세트가 모여 상호작용하는 경우에만 온전하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편, 메인갓 셋은 우주들의 생성이나 소멸 말고도 몇 가지 역할을 더 맡았다. 먼저, 그들은 자신들끼리 마찰을 일으킴으로써 특수한 아이템인 ‘성물’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아바타’를 여럿 생성해서 꼭두각시처럼 부렸다. 제1원, 제2원, 제3원 각자에게 종속된 아바타가 따로 있었으며 부릴 수 있는 아바타 개수 제한은 없었다. 세 번째, 메인갓은 한 세트가 모여있을 때 한정으로 서브갓(sub god)들을 만들 수 있었다.

   서브갓들은 메인갓에게 종속된 메인갓의 아바타들과는 달리 온전히 독립적인 의지를 지닌 존재. 그들의 권능은 메인갓에게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했지만, 지속적인 명상과 수련을 통해 성장은 가능했다. 서브갓에게는 세 종류의 성별이 있었다. 남성, 여성, 그리고 악성(惡性). 남성과 여성은 서로 연합이 가능했지만, 악성은 어느쪽과도 결합하지 못하는 이질적인 성별이었다.

   종종 남성 둘 여성 하나, 혹은 남성 하나 여성 둘의 조합으로 세 명의 서브갓이 만나 하나로 결합하는 일도 발생했는데 이를 ‘결혼’이라고 불렀다. 결혼은 특수한 조건 하에서만 이루어졌다. 세 서브갓이 각각 제1원, 제2원, 제3원의 속성을 하나씩 일정 수준 이상 획득해야만 결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건을 충족시켜 결혼을 이루면 서브갓 셋은 새로운 메인갓 한 세트로 승격되었다.

   새로이 메인갓으로 승격된 한 세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 혹은 자신보다 높은 격의 메인갓 세트에게 종속되거나. 전자를 선택한 경우, 새로운 메인갓 세트는 세계의 생성 기능을 획득했다. 단, 이들은 남하브에 의해 창조된 원조 메인갓이 아니었기에 완벽한 세계를 짓지는 못했고 유한한 크기의 불완전한 현실만 지어낼 수 있었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더 높은 메인갓에게 종속당한 신세이기에 세계 생성은 불가능하지만, 그 대신 성물, 아바타, 서브갓을 창조하는 능력은 더 진보되었다.

   이렇듯 메인갓이 서브갓들을 만들고 그 서브갓들이 결혼을 통해 메인갓으로 승격되어 기존의 메인갓을 섬기거나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족보가 길게 형성되었다. 일반적으로 후세대의 메인갓은 이전 세대보다 연약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힘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세 가지 있었다. 남이 만든 성물들을 빼앗아 모으거나, 아바타를 통해 외계의 힘을 차근차근 갈취하거나, 스스로 수련과 명상을 꾸준히 시행하여 성장하거나. 그러다 가끔씩은 이전 세대를 뛰어넘어 역전하는 신세대가 출현하는 일도 존재했다.

   서브갓의 경우 자신을 창조한 메인갓의 세대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반적인 힘의 폭이 결정되었다. 대체로는 상위 세대 메인갓이 만든 서브갓이 하위 세대 메인갓의 서브갓보다 격이 높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상기 언급한 방법으로 격차 역전이 가능하였다.

   한편 메인갓이 서브갓 또는 아바타 또는 성물을 생성할 때는 반드시 무에서 유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평범한 사물이나 개체를 서브갓, 아바타, 성물로 승격시킬 수도 있었다.

   세대가 계속 이어진 끝에 지나치게 힘이 희석된 일부 서브갓과 아바타들은 더는 초월적 존재로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원조 메인갓이 만들어낸 세계의 주민으로 전락한 뒤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는 순환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수를 불러나감으로써 종족, 곧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의 군집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퇴락을 통해 생성된 존재들이 일반 생명체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여러 메인갓 또는 서브갓들의 멘토링을 받아 작은 폭이나마 힘을 증량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들도 수련과 명상을 통해 힘의 크기를 늘리는 일이 허락되었다. 가끔씩 그 가운데 뛰어난 개체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대개 메인갓이나 서브갓의 간택을 받아 아바타로 선택되거나, 서브갓으로써 재조립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복잡다단한 세계관의 원리를 파악한 리온은 한 마디로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힌두교를 모방한 사교(邪敎) 시스템이야.”

   공감한 윤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으나 스테판은 의아해했다.

   “힌두교라니?”

   “지구의 오래된 종교 중 하나입니다. 우주 인류 출신이시니 모를 거예요.”

   “혹시 그건 악마 숭상 같은 사악한 부류의 종교이오?”

   “지극히 현세주의적이고 기복주의적인 종교죠. 현세에서 선행을 많이 쌓아서 다음 생에 평안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자는 사상이니까요. 분명 성경이 말하는 진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건 사실입니다.”

   요가플레임의 종교는 원본으로 추정되는 힌두교보다 훨씬 신비주의적인 성격이 짙어 보였다. 요가플레임의 종교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궁극의 목표란 ‘신적인 존재로의 승격’이었다. 혹은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큰 권능이라도 획득하는 것이 차선의 목표였다.

   니르바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종교도 마냥 허술하게 만들어진 탁상공론은 아니었다. 그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실제 권능을 제공해주었다. 실체를 뜯어보면 인류연합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산물임이 자명하겠지만 어쨌건 주민들은 그 종교를 실존하는 진리이자 궁극적인 섭리인 것처럼 여겼다. 아니, 너무도 자연스러운 삶의 현실인 나머지 종교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보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행위를 종교라 부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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