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326회 하늘 위의 도시들 Ch 48. 요가플레임 (3)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5.11 | 회차평점 0 |
흥미로운 소설 '디스토피아의 어비스 브레이커'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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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보러가기 : 헬게이트 (1) - 디스토피아 월드의 파멸급 헌터 - 웹소설 문피아 (mun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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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이어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게 하리라(마 24:24).]
요가플레임은 종말을 향한 주의 경고가 대단히 뚜렷하게 투영된 세계였다. 정확하게 이 세계가 그 예언의 궁극적 성취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상당한 유사성과 예표성을 머금은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이 세계에는 자신을 가리켜 ‘메인갓’ 혹은 ‘서브갓’ 혹은 이들의 ‘아바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더 충격적인 점은 사람들이 그런 자들의 현혹을 믿고 따라갔다는 것이다. 여러 이들이 미혹자들의 제자가 되었고 힘을 전수받았다.
사실 거짓 선지자야 지구의 역사만 둘러봐도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때건 넘치도록 많았기에 충격 받을 일은 아니었다. 21세기의 지구만 해도 세계적으로 사이비 종교가 창궐한 시대였다. 스스로를 재림 예수 혹은 하나님이라 칭하는 거짓말쟁이들이 수백, 수천도 더 넘게 출현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1세기 후반부터 초인들이 그런 사이비 교주들을 대거 숙청해버리긴 했지만 나중에는 그들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자발적인 섬김을 받았었지.
하지만 그런 지구의 사이비 교주들에게는 적어도 경천동지의 권능은 없었다. 그들은 혀만 잘 굴리는 사기꾼이었지 대중 앞에서 진정한 의미의 슈퍼 파워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과거의 초인들도 재능만 뛰어났지 신적 능력을 선보이는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반면, 요가플레임의 자칭 메인갓, 자칭 서브갓들은 달랐다. 그자들은 문자 그대로 슈퍼맨을 넘어선 물리적인 강자들이었다. 주님의 말씀대로 ‘큰 표적과 기사를 행사하는 자들’인 셈이었다.
진리를 전하는 자들로 하여금 더욱 분개케 만드는 점이 또 있었다. 유그드라실 곳곳에서 건너온 이종족들이었다. 그들 중에서도 자신이 메인갓 또는 서브갓 또는 아바타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넘쳤다. 그들도 엄청난 거대 규모의 초능력을 실제로 선보여 사람들을 미혹하였다. 이에 인간이 인간도 아닌 이종족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구걸하는 아이러니한 해프닝도 숱하게 벌어졌다.
대체로 유그드라실에 거주하는 여러 종족은 서로서로 화합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비록 카스트라는 초능력 등급 때문에 한 종족 내에서는 사회적 차별이 횡행했지만, 다른 종족끼리 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각자가 섬기는 신적 존재, 곧 그들이 모시는 메인갓과 서브갓을 상호 존중해주려는 종교적 관용의 풍습 때문이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관용의 품에 안기기를 허락받지 못한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분란을 조장하는 자들인 ‘악신’들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악신에 대한 전승은 아래와 같이 요약 가능했다.
서브갓의 세 종류 성별 중에서 남신과 여신과는 달리 악신들은 결혼을 통해 메인갓으로 승격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들은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힘을 획득했다. 바로 그 악신을 만든 메인갓보다 하위 세대에 해당하는, 비교적 연약한 메인갓 한 세트를 잡아먹음으로써 자신의 체내에 신격을 축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제1원, 제2원, 제3원을 모두 먹고 ‘데빌갓’으로 진화한 악신은 메인갓은 물론 남하브에게조차 골칫덩어리였고 숙청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요가플레임을 비롯한 유그드라실의 여러 영역 속 이종족들 가운데에서 스스로를 악신 혹은 데빌갓이라고 소개하는 사기꾼들이 출현하는 일도 잦았다. 악한 모습을 선보이길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한 신적 존재를 자칭하는 이를 돋보이게 해주려고 짜고 치는 판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어쨌건 자칭 악신들도 무서운 권능을 선보였다.
이렇듯 선악 양방을 빙자하는 대대적인 미혹이 횡행하는데도 누구 하나 사이비임을 깨닫지 못한 이유는 딱히 요가플레임의 인류가 특별히 더 어리석거나 계몽이 덜 되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21세기 후반 지구 인류만큼이나 발전해있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22세기 초반의 지구와 맞먹는 수준의 기술력까지 보유했다. 자연과학에 대해서도 지식이 풍부했다. 하늘도시의 폐쇄적 특성 때문에 우주관만 잘못 이해하고 있다뿐이지 상당히 정확한 이론물리학도 갖추고 있었다. 역사 속에서 이성주의 혁명도 수차례 이상 벌어진 바 있었다.
요가플레임의 종교가 사람들을 완벽히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실존하는 초능력이라는 막강하고 기적적인 힘, 그리고 그 힘을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전수해줄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전승 시스템 때문이었다. 이곳 주민들에게 종교란 미신이 아닌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실상이었다.
더욱이 힌두교의 특성을 모방한 영향인지 요가플레임의 철학관은 다신교적, 범신론적 성향이 워낙 강했고 때문에 곳곳에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자기를 신적 존재로 소개해도 모순점을 지적하는 자가 없었다. 신이란 일상의 일부요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돌맹이와도 같은 존재였다. 아울러 깨달음을 얻은 자가 필연적으로 도달할 미래이기도 했다. 모두가 신이 되고픈 마음에 수련에 정진했으며 신이 된 것처럼 보이는 위대한 선구자들을 벤치마킹하였다.
“이 세계도 회개로 이끌기 쉽지 않겠어.”
“그래, 하필이면 힌두교의 아종……, 최악의 상성이네.”
윤혁의 한탄에 리온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과거 인도로 여행을 떠났던 선교사들이 유독 그 나라에 난항을 겪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인도 사람들은, 특히 힌두교도들은 기독교를 미워하거나 배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을 ‘유일한 구세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이 배타적이고 독선적이고 절대적인 주님의 선전포고를 심각한 진리로 받아들이는 이는 지극히 적었다. 대다수 힌두교도는 예수라는 이름의 존재를 그저 ‘많은 신 중 하나’라고 믿었다. 심지어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자들조차도 말이다. 그것은 참된 회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회적 차별 구조라는 약점을 파고 들어가 공략해보면 어떨까?”
루디아는 이렇게 제안했다. 이곳 요가플레임의 사람들은 초능력 등급에 따라 매겨진 카스트에 따라 차별을 받으니 차별받는 하층민들을 상대로 복음 전파에 주력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세 친구는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수락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 인도와 달리 요가플레임은 엄연히 선진 문물의 세상이었다. 최하층민조차 21세기 지구 선진국 중산층보다 나은 대우와 풍요로운 혜택을 받고 살았다. 하층민들은 전도자들의 충언을 들었을 때 이런 태도로 반문했다.
“예수라는 신이 내게 강력한 권능을 선사해줄 수 있습니까?”
애매하고 어리석은 질문에 루디아는 정석대로 답해주었다.
“네, 하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권능과는 다른 힘이랍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보다 무한히 강력한 분이지만,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참된 기적은 대체로 가시적이고 현란한 힘이라기보다는 우리 심령과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랍니다.”
노파심에 그녀는 그들이 성경 속에 기록된 실제 물리적 기적들을 의심하지 않도록 덧붙였다. 기적을 배척하는 태도도, 무조건적으로 표적만을 갈구하는 신앙도 건강하지 않은 자세임은 동일했기에 성경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었다.
‘분명 모세와 엘리야처럼 성령께 초자연적 권능을 빌린 선지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물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거듭난 자들은 이 땅에서는 현란한 초자연적 은사를 갖진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최고의 기적, 곧 모든 신자들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기적은 죄를 씻어 구원에 이르게 하고 삶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분께는 수천겁 개 이상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보다 한 영혼의 진심 어린 회개가 더 값진 기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이적과 권능에 길들여진 요가플레임 주민들은 죄로부터의 구원 같은 개념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강력한 권능을 얻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어쩌면 많은 힌두교인이 예수님을 믿는다면서도 그분을 유일한 구세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리라. 죄는 회개하기 싫지만, 현세의 축복은 잔뜩 받고 싶었을 테니.
“인류의 수장은 식민지의 인간들에게 물질과 능력은 풍족히 주되 영혼은 빼앗아버렸구나. 그가 바라던 바가 이런 세상을 빚어내는 것이었을까?”
깊이 한탄하는 윤혁. 다시금 자신이 간접적으로 폐를 끼쳤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런 식으로 자책에 빠지지 않겠다고 루디아 앞에서 약속했건만. 하지만 당장 원흉부터가 자신의 친족이었기에 책무감을 피할 길이 없었다.
“꼭 그 사람 탓만은 아니야. 저 스스로는 선행을 베푼다고 믿었겠지. 강재혁 대표 본인도 훨씬 더 교활하고 강한 존재에게 속고 있을 뿐이야.”
리온은 딱 한 번 보았던 그 강렬한 인상의 인간을 지혜자라고 불러야 할지 위대한 우매자라고 불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의 말이 옳았으면, 그가 악랄한 게 아니라 무지했던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경우 올바르게 돌아설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주어지긴 할테니까.
“잊어서는 안 되겠지. 진짜 적은…….”
리온이 조용히 이를 악물며 차마 뒷말을 잊지 못한 채 말했다.
“그래.”
윤혁은 다시 한번 더 억제자로서의 의무를 심중에 되새겼다.
‘위버멘쉬. 역사상 최강의 인간. 짐승으로 각성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위버멘쉬의 각성을 막아내야 하는 성령의 그릇, 억제자.
“과연 옛날이나 지금이나 진정한 원수, 근원의 원흉은 하나뿐이지.”
그 옛날, 바울 사도는 에베소 교회를 상대로 이런 편지를 기록했다.
“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적대자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사(Principality)들과 권세(Power)들과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하는 싸움입니다(엡 6:12).”
사탄 힐렐과 그 수하들은 초인들의 왕을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들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위버멘쉬는 초인들과 인류연합과 거대 시스템들을 자신의 도구로써 택했다. 그리고 인류연합과 시스템들은 과학기술과 세상 철학과 종교를 수단화하여 해변 모래알처럼 많은 인간을 농락한 뒤 가축 신세로 전락시켰다. 심지어 가축이 된 인간들은 자신들끼리도 이적을 이용해서 속고 속이는 일을 반복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꼭두각시놀음의 연쇄인가.
네 선교사는 요가플레임 주민 모두를 미혹과 죄의 지배에서 구출해주고 싶었다. 에드레이 어르신의 표현대로 고래가 입자 슬릿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구원받기 어려운 초인들이라지만, 가능하다면 그런 그들도 악한 영의 미혹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아울러 그들도 사람들을 미혹하는 행위를 그만둔다면 바랄 게 없을 텐데.
‘사실 형도 고통스럽겠지.’
재혁은 인본주의의 마음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이다. 따뜻한 사랑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결빙 같은 사람. 모든 지식과 지혜를 넘치도록 지녔지만, 정작 진리의 사랑은 받지 못한 사람. 만약 그가 지금이라도 예수 그리스도 앞에 겸손하게 항복한다면 모든 비극을 늦출 수 있을 터인데.
윤혁은 요가플레임의 사람들이 일행의 전도를 거절하며 떠날 때마다 탄식의 마음으로 간구했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인류를 위해, 그리고 피를 나눈 형을 위해서까지. 그의 깊은 마음에 공감했는지 루디아도 그 옆에서 함께 기도를 나누었다. 윤혁과 한 마음이 된 채로.
“하나님, 저희의 안타까운 심령에서 우러나온 눈물의 간구를 꼭 들어주세요. 거짓에 미혹된 사람들이 멸망으로 달려가지 않도록 막아주세요. 저희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주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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