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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53회 아벨의 후예 Ch 8. 커버넌트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0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카이젤은 평소 모습답지 않게 진지하게 겸허함을 내비쳤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갚을 생각입니다. 합당한 보상을 드리죠.”

   “그, 그건…….”

   “적절한 범위 내라면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

   누구든 들었으면 혹할 만한 말이었다. 무려 수천만, 아니 수억 개 이상의 은하계와 그것들을 아우르는 상위 차원들마저 정복한,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부를 소유한 사내의 제안이니.

   하지만 루디아는 너무 부담스럽고 기분이 무거운지 그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눈부실 정도로 수려한 미모의 얼굴로 무엇이든 내주겠다고 선뜻 말하는 사내의 모습이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느껴져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네 말을 어떻게 신뢰하지?”

   그때 레리엔이 대화를 끊으며 개입했다. 카이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네게는 공수표니 언제든 원하면 뒤엎을 수 있겠지?”

   “시끄럽다, 레리.”

   “찔리는 모양이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애초에 압도적인 비대칭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거래이거늘 무슨 수로 너를 신뢰할 수 있겠어.”

   카이젤은 옛 친구를 얄미워하는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아, 그렇군. 그러면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레리엔은 윤혁에게 바통을 넘겼다.

   “저, 저 말씀인가요?”

   뜬금없이 폭탄을 넘겨받은 윤혁은 난처해했다.

   “카이가 루디네 일족에게 보답을 한 뒤, 나중에 마음에 안 들거나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도로 앗아가 버릴 수도 있겠죠. 그러면 약자들은 항변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만 해요. 충분히 개연성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그녀의 의견은 일리가 있었다. 형 같은 권력자라면 언제든 그러고도 남는다. 이 세상에선 절대권력자를 억누를 방도를 찾을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대충 흘려 넘기면 틀림없이 훗날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카이젤은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동생을 응시했다. 하지만 윤혁은 형에게 엄격하게 굴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레리엔 씨의 말씀이 옳아요.”

   “강윤혁, 너!” 

   낮게 목소리를 깔며 으르렁대는 형을 향해 윤혁은 똑똑히 전했다.

   “형이 정말로 은인에게 보답하려면 확실한 신뢰를 주어야 해요. 그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이죠. 요컨대 형이 지닌 무지막지한 권력은 신뢰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물론 룻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그녀는 보상을 바라고 선행을 한 것이 아니니 자기 권리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오겠죠. 그러나 그녀의 양보를 떠나서 형은 도리상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하며 이에 대하여 신뢰도 보증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인데도 이렇게까지나 다르네요. 생각이 깊고 멋져요.”

   다시금 레리엔을 향해 이글거리는 금빛 시선이 쏘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침 적절한 방법이 딱 하나 있긴 있군요.”

   “어이, 레리!”

   카이젤은 제대로 걸려든 것을 직감하고 언성을 높였다.

   “강윤혁군도, 나도, 이미 그 보증을 소유하고 있죠.”

   이에 윤혁도 단박에 레리엔의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커버넌트 말씀입니까?”

   “정확해요.”

   “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서서히 평정심을 잃으려는 카이젤을 향해 윤혁이 다독였다.

   “나도 레리엔 씨 의견에 동의해. 형은 잃을 것도 없잖아. 그리고 요구 조건이 분수에 걸맞지 않게 터무니없다면 형 쪽에서 거절하면 돼. 다만, 들어줄 수 있는 요구에 대해서만큼은 번복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서줘야지. 형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연약한 존재들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이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돌봐주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지도자 자격을 자처하겠어?”

   이 기회에 카이젤을 은근슬쩍 골려먹으려는 의도가 역력한 레리엔과는 달리, 윤혁의 어투는 대단히 진지하고 심각했다. 그는 절실하게 무언가를 간구하는 사람마냥 형이 자비를 베풀도록 설득하고 있었다.

   동생이 이렇게 요청할 때면 카이젤은 늘 무력해지곤 했다. 동생은 그의 얼어붙은 양심에 회생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거역하는 즉시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카이젤의 내면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그 어떤 종속력보다도 강력한 힘, 그것이 바로 강윤혁과의 유대감의 본질이었다.

   “이렇게 내가 대신 부탁할게, 형. 제발.”

   윤혁의 간청의 이유는 단순히 사적인 연 때문에 루디아나 유대인들을 도우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물론 이번 일이 하나님께서 야곱의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해놓으신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윤혁은 자신의 형인 재혁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형이 더 강퍅해지기 전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나아가 그로 하여금 하나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더 발을 담그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반강제로라도. 레리엔처럼 아브라함 언약의 간접적 수혜자가 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러자면 혹시라도 배신의 유혹이 형을 사로잡는 것을 막아야한다.

   “하아.”

   카이젤은 졌다는 투로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그는 이번에는 루디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움찔하였다.

   “제수씨 생각은 어떻습니까?”

   “네? 저, 저는…….”

   “무서워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사전 공지를 위해 카이젤은 커버넌트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려주었다.

   “포인트 자본의 원리가 단순히 생명력의 겉표면에 유착되는 식이라면, 커버넌트는 한 인간의 본질, 곧 본체의 가장 깊숙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때문에 계약 자체도 절대적이죠. 저조차도 계약 내용을 깨트리지 못합니다.”

   일례로 예전에 윤혁과 했던 약속, 동생에게만큼은 정신간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약했던 약속은 현재 단순한 공수표가 아닌 속박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전말은 이와 같았다. 일전 우주 여행 때 카이젤이 윤혁을 상대로 현자의 눈을 사용하려했으나 동생과 한 약속이 떠올랐고 양심의 가책으로 중도에 멈추었다. 두 형제가 공유한 반지는 그 순간 카이젤의 마음 속 선택을 영구적 언약 체결로 간주하였고, 두 사람이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둘의 커버넌트 내부에는 조약이 새겨졌다.

   이후로 지금까지 윤혁은 형의 정신 지배로부터 안전해졌다.

   “본질? 아무래도 혼(魂)을 말하는 것 같은데? 혼과 융화하는 기술이라고?”

   윤혁이 안전한 게 맞냐며 따지듯이 물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군. 하지만 초능력과 같이 인간의 혼의 내부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방식과는 전혀 원리가 다르니 염려할 것 없다. 당장 너나 레리도 그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지.”

   카이젤은 홀로그램과 함께 친히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너와 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가 계약을 생성했었지. 반지가 그 증표고. 너는 그것을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지.”

   두 개의 원이 그려졌다. 하나는 카이젤, 다른 하나는 윤혁을 나타냈다. 정확히는 두 사람의 본질적 존재, 곧 에센스의 중심축을 표현한 것이었다. 형이상학적 용어로는 영혼이라 불리며, 과학적인 표현으로는 한 인격의 부속품 중 상위 차원에 속한 부위이라 이해되는 것이었다.

   “커버넌트가 생성될 때 모종의 연쇄가 만들어져 너와 나의 본질을 연결한다.”

   홀로그램으로 된 두 원에서 각각 푸른색의 연기 같은 물질이 뻗어나와 태양의 플레어마냥 쭉 확장되었다. 이어서 검은색의 어두운 연기가 두 푸른 플레어를 연결했다. 검은색 연기는 양쪽 방향으로 나무의 뿌리마냥 분지되어 넓게 촉수를 뻗치는 모양새를 그려내었다.

   “그 연쇄는 이렇게 총 세 단계의 고리로 구성되었지. 네게 붙은 푸른 부위, 내게 붙은 푸른 부위, 그리고 둘을 연결하는 검은색. 여기서 푸른색은 ‘소유권’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검은색이 ‘커버넌트’의 본질이지.”

   “이건 일종의 허상인가요? 아니면…….”

   “허상이 아니라 명확히 실존하는 실체다. 시뮬레이션 우주보다도 더 현실적이지. 아니, 엄밀히 말하면 커버넌트라는 재료는 리얼리티나 소스보다도 더 높은 차원에 속해있으니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는 우주보다도 더 실제적 본질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듣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기술이었다.

   “저게 바로 커버넌트?”

   홀로그램 상의 푸른 연기와 검은 연기는 서로 긴밀하게 얽히더니 점점 복잡도를 높혀갔다. 마치 극미세 단위의 프렉탈이 전개되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색채의 빛들이 스며들더니 구조체의 모습이 더욱 오색찬란해졌다. 복잡한 수식과 각종 도면들이 그 위에 전개되었다. 윤혁이나 루디아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레리엔은 그 의미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떡거렸다.

   “커버넌트란 양자적 실체, 시공간적 실체, 그리고 상위 차원 단계의 실체, 그 모든 개념들이 총망라된 복합적 개념이야. 엄밀히는 그 이상의 미지 영역까지 내포하였지. 나는 이것을 가공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내 고유 재능을 최소 백 가지 이상 응용하였다.”

   대단히 복잡한 설명이 이어지던 와중에 흐리멍텅했던 연기 홀로그램은 어느덧 뚜렷한 실루엣을 입고 고정되었다.

   “자, 연기 형체는 커버넌트-노멀(COVENANT-Normal), 즉 커버넌트의 기본 원형을 의미한다. 그것을 응결해 특정 물체를 만들면 커버넌트 오브젝트가 형성된다. 바로 이 단계에서 계약의 물품이 만들어지지.”

   무수한 문자들이 그 고형화되어 빚어진 형상 위에 새겨졌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커버넌트를 본격적으로 특수 가공하여 각종 다양한 능력을 심을 수 있게 돼. 이 단계에 이르면 ‘파워드-커버넌트’라고 부르지. 일반 초능력으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특수 능력들도 담을 수 있게 된다.”

   이어서 문자가 입혀진 형상들 위로 알록달록한 색상들이 덧씌워졌다.

   “추가적으로 기술력들을 접목시켜 오브젝트를 개조하면 ‘오버파워드-커버넌트’라고 불리는 카테고리에 들게 되지.”

   계속 이어서 홀로그램 도식도는 변모를 거듭했다. 검고 푸른 색이 얽힌 물체를 어디선가 나타난 두 개의 고리가 감싸 안았다. 윤혁은 고리의 모양을 보자마자 한 물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떠올라 섬칫 떨었다.

   “특수 실체화 고정 작용을 계속 가하다 보면 ‘커버넌트 링’이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 굳이 이 형태를 택하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야. 가장 안정적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정식의 해가 이것이거든. 링을 조성하는 데 성공한 이후로는 현 인류 기술력의 한계를 마음대로 뛰어넘게 돼.”

   원래 커버넌트 오브젝트가 취할 수 있는 모양 자체는 목걸이, 팔찌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카이젤이 자신이 기존에 만들었던 오브젝트들을 전부 반지 형태로 재가공한 데는 안정성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는 커버넌트 링의 구조에서 무한한 진화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링 생성 후에는 임계점을 넘어선 특이성이 고착화된다. 그러면 그것을 매개체로 정신력, 고유 재능, 그리고 인류가 보유한 모든 과학 기술을 집대성하여 새로운 차원의 힘을 생성하는 일이 허락되지.”

   참고로 커버넌트 링 속에 포화되기까지 힘과 기술을 주입하면 ‘슈퍼 파워드-커버넌트’가 되고, 더 나아가 포화 단계를 초과하여 주입한 힘들을 강제로 융합시키면 ‘울트라 파워드-커버넌트’가 된다.

   참고로 윤혁과 그의 형이 소유한 반지 한 쌍을 예로 들자면, 동생쪽이 소지했던 그 반쪽 반지는 일반 레벨의 커버넌트 링, 형쪽이 보유한 나머지 한짝은 울트라 파워드-커버넌트 링에 해당한다고 한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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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지구제국의 철인태자"와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중 커버넌트 개념을 먼저 사용한 쪽은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쪽입니다. 작가에 의해 쓰여진 시점이 훨씬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의 6부 완결 완성이 지구제국의 철인태자 첫 연재 계획보다 더 이른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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