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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0회 아벨의 후예 Ch 9. 전략 회의 (6)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14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그는 이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사실 오늘 에녹을 부른 데는 엔젤시스템 처분 문제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미리 말해둬야 할 것 같아서 불렀다.”

   “말씀하시죠.”

   “조만간 다섯 번째 커버넌트를 생성해야 할 것 같아.”

   “그렇습니까? 허나 그건 위버멘쉬의 소관 아닙니까? 제가 감히 신경쓸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만.”

   에녹이 왜 묻냐는 식으로 되묻자 카이젤은 잠깐의 머뭇거림 후 이유를 답했다.

   “그게……, 마냥 너와 상관이 없지도 않아서 말이지. 새로 맺는 언약을 공고화하기 위해 기존 계약 중 세 개가 증빙 매개체로 개입될 예정이라서.”

   “세 개라고요? 저를 포함해서? 설마 레리엔이 개입했습니까?”

   에녹은 표정을 굳히며 정색하였다. 정곡을 찔린 카이젤은 무안함에 시선을 피했다. 에녹이 정답을 맞힌 이유는 간단했다. 그 역시도 다섯 명과 가까이 지내던 친구 관계였었다. 따라서 카이젤이 유독 어떤 사람에게 약한지를 에녹도 매우 잘 알았다. 더욱이 커버넌트와 연루된 인간 자체가 몇 후보 안 되기도 하고.

   “그나저나 나머지 둘은……, 설마 레리엔이 강윤혁씨를 끌어들였습니까?”

   “뻔한 일이지. 그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군.”

   “강윤혁씨의 커버넌트 링, 그리고 제가 비상시를 대비해 그에게 맡긴 오브젝트 복제품을 사용할 작정이겠군요? 과연 그녀다운 발상이군요.”

   “정답이다.”

   “당신답지 않게 지나치게 무른 선택입니다. 왜 예전부터 그녀만 나타나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간인 당신이 마음이 약한 자들처럼 되는 것인지 저로서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미안하다.”

   머쓱해진 카이젤은 시선을 돌려 에녹에 목에 걸린 진품 오브젝트인 펜던트를 응시하였다. 그것은 원래 이벨리아와 쥰의 유품이었지만, 오래전에 커버넌트 매개체로 재탄생한 상태였다. 카이젤은 확인차 다시 질문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그 물건’은 안전하게 봉인되어 있겠지?”

   그 엄격한 질문에 에녹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너야 내가 누구보다 신뢰하지만, 그래도 레리엔, 티아라, 엘로부터 ‘돌’의 조각들을 회수해오기 전까지는 안전히 잘 보관해둬라.”

   이에 에녹이 떨리는 표정으로 질문하였다.

   “묻고 싶었습니다. 3번째 날의 돌……, 제가 맡은 이 물건의 정체는 대체 무엇입니까? 하필이면 왜 굳이 최상위 초인의 몸과 언약 속에 보관해둬야 하는 겁니까?”

   “아직은 네 알 바 아니다. 그건 모든 준비가 다 완료된다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가르쳐주지. 지금은 네게 주어진 일만 충실해라.”

   아무것도 모른 채 주인의 의뭉스러운 임무를 맡는 입장에서 기분은 썩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성스러운 신복인 에녹은 군말 없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의문이 생기는 것과는 별개로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할 주군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

   “오늘 업무는 대충 마무리되었군.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해.”

   “조금 더 남은 임무가 있으니 해결하고 떠나겠습니다.”

   “아, 잠시 후에 성운의 보고도 받을 텐데 곁에서 구경하던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카이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공에 에너지체들이 생성되더니 응축되어서 불타오르는 인간 형태의 물체를 구성하였다. 그 형태는 점점 구체화되더니 곧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육신처럼 변모하였다.

   “보스, 정기보고를 수행하겠습니다.”

   “음, 초능력을 이용한 분신체인가?”

   그것은 성운이 만든 분신. 과학 기술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초능력들만을 활용하여 생성해낸 분신체였다. 특이 사항으로 수천만 광년 거리를 넘어 전송이 가능했으며 시스템에 정보를 노출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응용술의 정점인 성운의 솜씨다웠다.

   “뭐, 같이 왔으니 좀 토의나 나누지.”

   “네.”

   곧 카이젤이 조종하는 통일시스템, 그리고 성운의 분신체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모종의 정보 교류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고받을 정보가 엄청난 분량이었기에 애초에 사람이 사용하는 대화 방식으로는 일일이 처리가 불가능했다. 

   둘은 막대한 정보 교류가 벌어지는 와중에 중간 중간 편안한 어투로 농담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집중력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일반인과 달리 멀티테스킹이 가능한 두뇌를 소유한 초인이라는 점은 이런 면에서 편했다.

   “무인 기업들 다루는 일은 좀 괜찮나?”

   “바쁘기는 하지만 보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제 임무가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어차피 ‘무한의 플랜트’가 존재하는 마당에 기존 경제 개념에 의미가 있을까요?”

   그가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퀘이사 엔진을 통해 탄생시킨 무한의 플랜트, 그것들이 존재하는 이상, 인류연합은 이론상 무한대의 부를 창출해낼 수 있다. 실질적으로 극단적 사회주의를 실현해도 충분히 잘 돌아간다.

   자원의 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으니 사람들로서는 돈이 없어서 특정 소비에 제약이 생기는 일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오로지 ‘라이센스’의 유무만이 특정 소비에 대한 허가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과도기다. 그러니 남겨두는 편이 좋아. 갑자기 모두가 배가 불러버리면 창조적인 생산을 할 의욕이 사라지거든. 초인이야 끝없는 탐구 활동이 존재의의라서 괜찮다지만, 대다수 인간은 안 그렇거든. 아직은 적당한 범위의 경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어.”

   “배가 충분히 불러도 창의적인 생산의 욕구가 지속되도록 만들기 위해 제작해두신 것이 ‘초월 진화의 표식’ 아니었습니까? 그것이 제 역할을 감당하려면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합니까?”

   초월 진화의 표식.

   일차적으로는 초인 각성을 유도해내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이차적인 목적 또한 담겨있었으니 바로 전 인류가 부지런히 지적 계발을 지속하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져도 게으름에 눌리지 않도록, 끝없이 탐구하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종족이 되도록 하려는 목적. 발명이나 발견, 창작과 같은 사회 전반에 보탬이 되는 일을 성취할 때마다 뇌의 보상회로가 충족받도록 설계된 촉매제가 바로 초월 진화의 표식이었다.

   “통찰력 한 번 훌륭하군. 하지만 그 단계에 이르려면 아직은 오랜 과도기가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수고해줬으면 좋겠군. 어차피 자본 경제도 곧 신용 시스템으로 개편할 테니 지금 네가 맡은 임무는 한시적이다. 좋은 성과를 내게 보여주면 훨씬 더 흥미롭고 귀한 임무를 새로 맡겨주지.”

   “당신의 뜻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자본 포인트가 초진화하여 신용 포인트로 전환되게 된다면, 그때부터 모든 인간은 철저히 통일시스템, 인류연합, 그리고 위버멘쉬에게 종속될 것이다. 그의 눈에서 벗어난 자는 존립조차 허락받지 못하겠지만, 그의 룰을 받아들인 자들은 무제한에 가까운 창조성과 풍요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인류에게 큰 유익이 되는 고급 인재일수록 높은 레벨의 시민권과 큰 경제권을 누리는 정의 실현 또한 손쉽게 이뤄지리라.

   어느덧 새로운 질서 체계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성운 그대도 참 고생이겠군.”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그 아이도 윤혁이처럼 네 예측반경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만?”

   뭘 이야기하나 했더니, 남의 집안 사정 참견인가. 하긴 남의 집 문제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는 법이지. 하지만 상사의 도발에 순순히 넘어갈 성운은 아니었다.

   “제 동생은 얌전하고 소극적입니다. 보스네처럼 곤란하게 할 일은 없습니다.”

   “이런, 과연 그럴까? 오히려 두뇌로는 내 동생보다 네 동생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들었다. 나조차도 여러 곤경을 겪었는데 너라고 안전할까 싶군.”

   참고로 성운의 동생 지현은 최근 지구 교회에 출석하는 중이었다. 이것은 그저 소소한 생활 양식의 변화 중 하나인가. 아니면 성운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어차피 2등 시민 구역 전반에 넘쳐나는 게 교회인 마당에 뭐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게다가 지구 쪽 교회는 천여 명도 안 되는 멤버의 집단에 불과합니다. 역사의 길이로 따져봐도 오히려 타임필드 속에 있었던 우주 인류 쪽 교회에 비교조차 되지 않죠. 그들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카이젤에게 정말 신경쓰이는 요소가 그곳에 아직 하나 있었다.

   “나랑 인연이 있는 선지자가 그곳에 있어서 말이지. 그는 달라. 상당히 골치가 아플 거야. 내 촉대로라면 틀림없이 그자가 어린 네 동생에게도 바람을 넣을 것 같단 말이지.”

   “선지자?”

   성운은 당최 누구를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기웃거렸다. 카이젤은 대답 없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남의 집 일이야 뭔 상관이랴. 그는 무인 기업과 관련된 정보들을 모두 보고받은 후,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성운의 분신체를 돌려보냈다.

   그 와중에도 에녹은 곁에서 말없이 묵묵히 주인 옆을 보좌했다. 대강 일이 정리되자 카이젤은 조금 전에 꺼냈던 레리엔과의 문제에 대해서 추가로 언급하였다.

   “조만간 그들과 계약이 있을 예정이다.”

   “유대인들 말씀입니까?”

   “그래, 네 어머니, 그리고 내 어머니의 혈통이 맞닿아있는 민족.”

   그들은 똑똑한 민족이라는 명성답게 지난 몇 세대 간 칼튼, 이벨리아, 카이젤, 에녹과 같은 각 세기를 누빈 천재들을 배출한 민족이기도 했다. 현재는 다소 초라한 신세로 전락해버렸지만 그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계약을 깨트릴 방법도 미리 마련해두실 겁니까?”

   “이런, 날 너무 파렴치한으로 봤군. 깨트릴 생각은 없어. 하지만 방책은…….”

   카이젤은 오른손을 휘둘러 차원의 틈을 다시 벌렸다. 그 너머로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놓인 거대 구조체가 보였다. 무려 73개의 퀘이사를 희생시켜서 만들어낸 궁극의 전력, QUASAR-II였다.

 

   {항성혼과의 공명, 파워 충전 완료.}

   {분열 프로세스를 실시합니다.}

 

   처음 완성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부피로 커진 QUASAR-II. 그것은 이내 둘로 분열되었다. 원본과 똑같은 엔진 두 개가 형성되었다. 마치 세포 하나가 체세포 분열을 통해 둘로 복제되기라도 하듯한 광경이었다. 에녹은 그 섬뜩한 장면의 의미를 깨닫고는 하마터면 평정심이 흐트러질뻔했다.

   “저건!”

   “이젠 Quasar-I 때처럼 불편하게 1차, 2차 복제형을 생산할 필요성이 사라졌지. 항성혼과의 교류를 충분히 일으키기만 하면 본체 그 자체가 무제한으로 분열할 수 있으니까.”

   상식을 벗어난 패러다임. 가히 충격이었다. 더욱이 항성혼과의 공명 과정에서 혼으로부터 무언가가 소모될 일도 없으니 그야말로 자원이나 에너지의 낭비 자체가 전혀 없는 궁극의 복제 메커니즘이었다. 시간만 충분히 확보되면 QUASAR-II라는 이름의 괴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어마어마한 수효가 될 것이다. 원본이 지닌 용량, 저력, 잠재력, 특수 기능을 고스란히 유지한채로.

   “기대되지 않나?”

   “이것으로……, 자연과 인류의 대립은 그 균형이 깨어졌군요.”

   “자연계의 패배, 물리계의 법칙이 우리의 필요 앞에 굴종한 셈이지.”

   두 개의 QUASAR-II가 흉흉한 위용을 뽐내며 자색 섬광을 우주에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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