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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95회 아벨의 후예 Ch 18. 에고(Ego)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1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아울러 윤혁은 에고가 내심 알트루즘이라는 물건을 탐하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당신은 어째서 이런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짐을 원하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는 신인류 구축과 관련된 모든 일을 파파와 함께 공유하기로 약속했으니까. 그와 관련된 어떤 임무이건 그가 주체자가 되어 나선다면 우리는 그의 조수가 되어주지. 항상 그래왔어. 우주 인류가 태동할 무렵부터.”

   문득 윤혁의 상상력은 순간적으로 우주 인류의 기원에 닿았다. 지금까지의 윤혁은 그들이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종족이 아닌, 지구 인류에서 파생된 자들이니 시작점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시작점은 언제인가.

   “파파는 우주 인류의 의식 그 자체가 되었지.”

   에고가 중얼거렸다.

   “본인 스스로 종족 전체와 동치(仝乿)가 되기로 했어. 단순히 종족을 대표하는 첫째가는 존재가 아니라 종족 전체의 합, 곧 ‘Sum of All’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였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바쳐 그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주기로 맹세했지.”

   윤혁의 미간이 미세히 일그러졌다. 종족 전체의 합이라니. 그 무슨 망언이란 말인가. 윤혁이 알기로는 종족 전체의 합이 될 수 있는 개체는 인류 역사상 단둘뿐이다. 원죄의 대표가 된 ‘첫 번째 아담’과 부활의 대표가 된 ‘마지막 아담’. 또다른 아담은 이제 출현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존재가 스스로 종족의 대표자, 곧 Sum of All을 억지로 자처한다면 그자는 자신의 바람대로 아담(Man,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짐승(beast)로 발현될 것이다. 전 인류를 그의 품으로 끌어들여 멸망하는 짐승의 무리로 만들 것이다. 그것은 종족 단위의 인간성 박탈이요 거짓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리라.

   ‘저자들은 위험해. 형의 타락을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어.’

   이제껏 카이젤은 기계, 시뮬레이션 우주, 테서렉트 아키텍쳐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나 시스템들에 한해서만 ‘수괴’를 자처했다. 메이저급 초지능체도 그런 용도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인류 그 자체가 되겠다는 선언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에고와 그 일당들은 마치 세 마녀가 맥베스 왕을 부추겨서 배반자로 만들었듯 재혁을 그릇된 길로 부추기고 있다. 그런 일은 윤혁으로서 도무지 방관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런! 꼬마야. 우리를 질책하고 싶어 하는구나. 그런데 어쩌겠니. 파파는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로 우리를 선택했단다. 우리는 그저 그분의 간지러움을 긁어줬을 뿐이야. 그의 뿌리 깊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때마침 하늘이 우리를 그에게 선물로 내려주었단다.”

   “하늘이라고? 아, 하긴 하늘은 맞긴 하겠군. 공중 권세 잡은 자 말이죠.” 

   에고라는 저 초인은 도무지 상대해줄 마음이 들지 않는 거북한 상대였다. 윤혁은 그를 향해 은근한 비판의 칼날을 내세웠다.

   “크큭, 꼬마야. 넌 왜 이곳 사람들이 기억을 잃었는지 궁금하지 않니?”

   “기억?”

   그렇다. Planet-151,030의 주민들이 과거의 삶의 기억을 잊어버렸다. 설마 저들이 그 일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일까. 윤혁은 의로운 분노로 가득 차 오른 나머지 맹렬한 눈빛으로 에고를 응시했다.

   “표식과 관련 있는 겁니까? 표식의 구성 성분 중 ‘기억의 표식’이 있다는 사실은 다른 초인에게 들었습니다. 아니면 피코머신으로 신체를 재생시키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뇌 정보를 변경했습니까? 대체 무슨 일을 꾸민 겁니까?”

   “오호,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물론 그 두 가지 요인도 기억 상실의 원인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 실제로 우리도 그 계획들과 연관이 아예 없지는 않기도 하고. 하지만 진짜 본질적인 이유를 따지자면…….”

   에고는 한참 윤혁의 심장과 융합된 상태로 있었던 제 팔을 빼냈다. 옷에만 구멍이 났을 뿐 찔린 부위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에고는 윤혁의 맨가슴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더니 다시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류 집단의식인 이터널바이탈, 그것이 방어기제를 작동시켰기 때문이란다.”

   “방어기제?”

   방어기제란 프로이트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한 개인의 자아가 외부와 내부로부터 오는 정신적 손상에서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작동시키는 정신 기전을 의미한다. 한데 그게 이 일과 무슨 관련일까? 개인이 아닌, 집단에서도 그런 개념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래, 자아(Ego)란 참으로 신비롭지. 자아는 방어기제를 날실과 씨실로 삼아 한 개인의 정신 세계라는 베옷을 자아내지. 그 원리는 흥미롭게도 종족 단위로도 적용될 수 있단다.

이터널바이탈은 일종의 인류 집단자아야. 인류에게서 무익한 기억을 지워버릴 수도 있고, 유익한 기억을 심어 넣을 수도 있단다. 사고방식을 바꿀 수도 있지. 개개인의 영역을 규정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대상을 규정할 수도 있어.”

   윤혁의 머릿속에는 일곱 개의 표식들에 대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설마 표식과 같은 기능…….”

   “그래, 비슷한 원리일 수밖에. 왜냐하면 5번째 메이저급 초지능체인 이터널바이탈의 모델 겸 프로토타입이 바로 우주 인류의 일곱 표식이거든.”

   드러난 진실의 한 편린에 윤혁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

 

 

 

 

 

   자아(自我).

   ‘지독한 이름이 아닐 수 없군.’

   의분이 윤혁을 지배했다. 자신이 마치 종족의 자아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며 인류를 자기 틀에 가둬 넣는 사악한 존재. 타인의 기억, 자유의지, 능력, 자유마저 제멋대로 재단하고 뒤집어엎는 소리 없는 폭력. 저런 존재가 아직 몇 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 몹시도 불쾌하게 다가왔다.

   “몸 관리라도 잘하렴. 이번 시험은 어찌어찌 통과했지만, 그 정도 나약한 신체로는 앞으로 고생 꽤나 하겠는걸. 초인이 아닌 일반인이라 어쩔 수 없으려나.”

   에고는 손을 툭툭 털어내며 윤혁을 하등한 것 보듯 내려다보았다. 높은 곳에서부터 상대를 직시하며 비웃는 오만함, 그 자태는 영락없이 최상위 초인의 교만함에 어울리는 자태였다.

   “그거 아니? 파파는 우리가 너를 시험하는 것을 처음부터 허락했단다.”

   이것이 윤혁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위에서 그를 방치한 이유였다. 에고의 시험은 알트루즘과 그 운반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그러나 윤혁은 이 시련을 형이 주는 시험이 아니라 하나님의 연단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였기에 애초에 불만이 없었다.

   “뭐, 그것참 슬픈 소식이군요.”

   “그래, 네 생각보다 그는 훨씬 냉철하거든. 정보다는 이용 가치에 따라 사고하시지. 부디 너를 향한 그의 애정이 그의 냉철한 판단력을 흐리지 않기를 바란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에고는 내심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파파는 저 청년을 향해 끝까지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에고가 알던 원래의 제왕이라면 능히 흔들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변수가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저 청년에게서는 비범함이 느껴졌다. 재능이나 역량 같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류의 비범함이. 어쩌면 저 청년이라면 다른 초인이 시도치 못할 방식으로 알트루즘을 개변시킬 지도 모른다.

   시험을 마치고 용무를 다 본 에고는 떠나갈 채비를 했다. 그때.

   “분명 말하지만 저는 자아니 방어기제니 하는, 그런 프로이트 계열 정신과 이론은 믿지 않습니다. 무신론자가 만들어낸 이론은 믿을 만한 게 못되니까요.”

   윤혁이 도발하듯 선언했다.

   “호오.”

   “그러니 당신의 입으로 떠든 종족 차원의 이기주의니, 인류 본질적 자아니, 방어기제니 하는 허튼소리들은 그냥 못 들은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그런 말들은 논의할 가치가 없는 휴짓조각들입니다.”

   윤혁과 루디아가 믿는 바 인간의 본질은 다름 아닌 절대자 하나님의 형상을 본따 지어진 전인격적 피조물이었다. 프로이트처럼 신의 존재를 배제한 채 욕망과 자아라는 요인만으로 인간의 정신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인간 스스로 자신을 하등한 존재로 격하시키는 어리석은 말로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면 주님의 일부가 되어야 해. 우리는 그분을 머리로 삼아 한 몸이 된 지체들이다. 다른 시스템은 인류의 머리가 될 수 없어.’

   형이든 누구든 그 머리의 자리에 감히 올려둘 수는 없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맙시다.”

   윤혁은 루디아를 데리고 에고에게서 돌이켜 제 갈 길을 걸었다.

   “흥미로운 인간이군.”

   독백이 잠시 이어짐과 동시에 에고의 촉수가 다시금 윤혁을 향해 맹렬히 예고 없이 뻗어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기만 하던 루디아가 개입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외쳤다.

   “그만두시죠. 제 친구를 해하려는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응? 이건 또 뭐지? 들러리인 줄 알았는데?”

   “제 이름은 루디아, 윤혁이의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루디아는 윤혁을 보호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이를 방해하는 자라면 제아무리 강하고 지혜로운 자일지라도 좌시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에고는 웬 애송이가 덤벼대자 어처구니없는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큭.”

   한참을 기분 나쁘게 비웃더니 다시금 예고 없이 루디아를 향해 염동력이 발동되었다. 행성을 붕괴시킬 규모의 강대한 초능력과 행성혼을 조종하는 힘이 하나로 겹쳐지면서 거대한 시너지가 일었고 그 힘은 일시에 루디아를 엄습했다.

   “당장 그만둬!”

   윤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콰아아앙.

   폭발음이 메아리쳤다.

   “어라?”

   그 순간, 에고는 자신의 힘이 느닷없이 상쇄되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루디아의 주변에는 미약하게 폭발의 파편이 흩어져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몸에는 티끌만큼의 손상도 없었다. 옷 한 점도 그을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표정에는 가까스로 구출되었다는, 당황 섞인 안도감조차 깃들어있지 않았다. 그녀는 놀라우리만큼 평온하고 침착하고 태연했다.

   “저 계집이 어떻게?”

   잠시 후 원인의 본질을 분석한 에고는 의구심에 중얼거렸다.

   “파파와 특별 계약, 커버넌트를 맺었다? 그것도 무려 절대 보호의 계약을?”

   카이젤과의 계약 덕택이었다. 애초에 초인들이 쓰는 초능력은 전부 카이젤이 만들어낸 발명품. 따라서 그 힘은 루디아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얼추 이해는 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에고가 놀란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저 작은 여인은 분명 커버넌트에 저런 기능이 내포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 그렇다면 최소한 힘이 발휘되었던 순간만큼은 결말을 몰라 두려움에 휩싸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평온을 유지하고 있지?’

   뭔가 물리적 차원을 뛰어넘은 절대적인 기쁨이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 같았다. 에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알트루즘을 이식한 인간도 그렇고 저 여자까지도 의외였다. 파파가 저런 특이한 인간들과 엮였을 줄이야.

   “그렇군. 이제야 네 알트루즘이 왜 특이 방식으로 발현되었는지 알 것 같아.”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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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회 아벨의 후예 Ch 18. 에고(Ego) (1)
등록일 2025-07-16 |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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