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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94회 아벨의 후예 Ch 18. 에고(Ego)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16 | 회차평점 0 0

 

 

 

 

 

 

Chapter 18. Intergalactic : 에고(Ego)

 

 

 

 

 

 

 

   윤혁과 루디아는 산 속에서 맹수와 마주한 행인이 된 심정으로 긴장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둘로서는 사뭇 기시감 드는 상황이었다. 지난 여행의 마지막 순간, 둘은 최상위 초인을 만났었다. 칼리드, 그자는 무시무시한 힘을 휘둘렀다. 윤혁 일행을 아무렇지 않게 제압하는 것은 둘째치고 수많은 셀레스티언마저 손쉽게 제어할 만큼 비상식적으로 강력했다.

   그때와는 달리 지금 마주하는 상대는 분명 초인 본체가 아닌 일개 매개물 같은 것이겠지만, 느껴지는 능력의 절대적 위험성은 예전 칼리드 때보다 더 거대해 보였다. 사실 지난 1년 사이에 초능력 생성 기술이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하여 이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었기에 당연한 이치였다.

   “안녕?”

   “누구십니까?”

   아바타는 싱긋 웃더니 이내 제 형상을 재조립했다. 놈은 귀여운 소년 모양으로 변모하였다. 약 열세 살쯤 되어 보이는 외모였다. 하지만 내뿜는 기세와 카리스마는 저 거대한 몸집의 아틀라스마저 하찮게 보일 만큼 막대했다.

   “이야, 누가 이터널바이탈의 조각을 받았나 했더니…….”

   그는 윤혁의 30cm 거리까지 다가오더니 살며시 볼과 눈코입,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마치 장난감을 정성스레 만지작거리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불쾌감보다는 공포감이 윤혁의 몸을 사로잡았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몸이 염동력에 묶인 기분이 들었다.

   “파파의 혈육이었구나.”

   윤혁은 애써 담력으로 버티며 상대방의 눈을 노려보았다.

   “누구냐고 질문했습니다. 먼저 대답하시죠.”

   “워어, 발톱 내세우지 마. 너만 다치니까.”

   초인의 아바타는 루디아 쪽을 곁눈질했다. 윤혁을 이를 악물었다. 잠시 후, 놈은 농락하는 재미가 없어졌는지 윤혁을 억누르던 힘을 슬며시 풀어주었다. 혹여 칼리드나 헬리웃 때처럼 옷이 찢겨져 굴욕을 당할까 봐 조마조마해 하던 윤혁은 경계 태세로 몸을 웅크렸다.

   “혈육의 정에 휘둘리다니. 파파답지 않은 연약한 감정인 걸.”

   “당신은 뭐길래 감히 형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시죠?”

   “나?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까나?” 

   놈은 제 본명이나 정체를 밝히는 게 금지되어있는 것인지 잠시 말을 멈추고 할 말을 궁리하는 기색을 내보였다. 그러다가 적절한 대답이 번쩍 생각났는지 아하 소리를 내며 이렇게 대답했다.

   “에고(Ego, 자아, 自我).”

   “네?”

   “일단 그 호칭으로 불러줘. 참고로 지금 네가 마주보고 있는 건 내 의식체 파편에 불과해. 이런 건 이미 여러 번 겪어봐서 잘 알겠지?”

   에고라고 자신을 소개한 존재는 쭉 윤혁과 루디아를 관찰했다. 투시의 힘을 이용해 윤혁의 전신을 샅샅이 뚫어보았다. 신체를 구성하는 입자 하나하나는 물론 신체와 결합한 초차원 구조물인 알트루즘과 피코머신까지 남김없이 꿰뚫어보았다. 그 시선 앞에 서니 낱낱이 파헤쳐지는 기분이 들어 오금이 저려왔다.

   “왜 이런 비실비실한 놈에게 그걸 주셨을까?”

   “…….”

   이젠 만나는 초인에게마다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 익숙해진 윤혁이었다.

   ‘아니, 내가 뭐 그리 허약하다고.’

   약간은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억울해하는 핀트가 살짝 어긋난 것 같긴 하지만, 매번 무시당하니 어쩌겠는가. 그 강한 카이젤과 유사점을 지닌 유전자가 하필 평범한 몸뚱이에 담겨있는 게 그리도 신기한 걸까.

   “크크.”

   에고는 팔을 길게 뻗치더니 그것에서 촉수가 돋아나게 하였다. 그러더니 윤혁의 몸 전반을 촉수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감각은 몹시 불편했다. 에고는 이 작업을 통해 윤혁의 체내 성분을 분석하였다. 촉수 마디마디에 설치된 미세한 섬모형 감지 장비는 피코머신들은 물론 심장과도 원격 공명을 일으켰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몸 속 분자들을 죄다 헤집고 춤추는 것 같아 꺼림칙했다.

   “몸 관리 좀 잘하란 말야. 이왕 결합된 거 쉽게 폐기되면 곤란하잖아.”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죠.”

   “건방진 녀석. 아무튼 흥미로운 패턴이네. 알트루즘의 능력을 이런 식으로 발현시키다니. 꽤나 독창적인데? 다시 봤어.”

   에고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계속 독백으로 중얼거렸다. 윤혁은 그 말들에 주의하였다. 상대는 분명 알트루즘에 대해 알고 있다. 카이젤과 연루된 중요 관련자들일까? 좀 더 관련 정보들을 유도신문으로 캐내고 싶긴 했지만, 에고가 워낙 낯설고 속내를 알기 어려운 상대라 말 섞기가 꺼려졌다.

   ‘게다가 불쾌해.’

   초면부터 대뜸 몸을 구속하지를 않나 맨몸을 투시하지를 않나 몸을 더듬지를 않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격체가 아닌 실험체를 대하는 태도였다. 정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저런 자와 깊게 얽히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네. 파파 동생만 아니었다면 맘껏 연구해보는 건데.”

   그리고 슬프게도 불길한 예상은 적중했다.

   ‘위험해.’ 

   윤혁은 루디아와 함께 에고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는 쉽사리 그를 놓아줄 의향이 없어 보였다. 회오리바람과 모래폭풍, 오로라 웨이브가 그 일대를 엄습했다. 그 피격에 윤혁은 콜록거리며 쓰러졌다. 슈트로 보호받아 멀쩡한 루디아가 그를 부축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시험은 견뎌냈네.”

   에고가 이죽거리며 놀려대었다.

   “시험? 그게 무슨 말이죠?”

   “이런,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사흘 간 불안정한 환경에 놓였었잖아. 이상하지 않았어? 너 하나만을 물어뜯으려고 발악하는 행성의 의지가 느껴졌을 텐데?”

   확실히 그 점은 이상했다. 아무리 혹독한 환경이라지만 이 행성의 환경은 사람을 죽일 만큼 맹렬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윤혁이 착륙한 이후로는 행성의 자연환경이 갑작스레 거칠어졌다. 정확히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윤혁 한 명만을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건조함, 우박, 폭우, 뇌전, 매연, 짙은 대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난을 겪었었지. 어찌나 변화무쌍하게 여러 패턴의 공격을 가하던지 마치 행성 자체가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강윤혁이라는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생명체.

   “설마!”

   “그건 내가 너에게 손수 내린 시험이었단다, 귀여운 꼬마야. 우리에게는 행성의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대지 여신의 힘’이 있거든.”

   에고의 자백을 듣고도 윤혁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의지가 자신에게 적대심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중임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 근원이 설마 자연을 조종하는 사람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지만. 이것 역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윤혁은 이미 그런 류의 과학 기술의 존재를 레리엔에게서 전해 들었다.

   “대지 여신이라는 게 진짜 미신 신화를 말하는 건 아닐 테고, 아마 라&가이아, 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을 테죠? 역시 당신도 행성혼의 일부를 제어할 수 있는 겁니까? 그래서 행성 대기 환경도 자기 몸처럼 제어할 수 있는 것이고요?”

   에고는 일반인치고는 제법이라는 듯 미소지었다.

   “그래. 파파만큼은 아니지만, 국소적인 제어는 가능하지. 외계행성마다 위성 궤도권에 우리의 의식체 파편을 대기시켜 놓은 것도 그것들을 매개물 삼아 적재적소에 빠르게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함이었어.”

   그제야 윤혁은 저 존재가 맡은 역할을 파악했다. 본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고라고 불리는 저 존재의 본체가 되는 초인은 필시 카이젤의 외계행성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조력자이리라. 퀘이사-II의 제어권이야 전적으로 카이젤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겠지만, 일부분이나마 힘을 공유하는 존재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 게다가 ‘우리’라고 지칭한 것을 보아 한 명은 아닐 듯하다.

   “그 많은 외계행성들을 일일이 다 다룬다고요?”

   “물론 못 하지. 우리가 정복한 수억 개 은하, 그것들 하나하나마다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개량된 행성이 백만 개 이상씩 존재해. 그 많은 행성혼들을 한꺼번에 다룰 수는 없지.”

   하기야 그러시겠지.

   “거기다 행성을 제어하려면 세트로 그 행성들의 모체 항성까지 관리해야 하니까 훨씬 복잡해. 그런 시스템들의 동시다발적 제어란 파파한테만 가능한 일이야. 우리가 개별적으로 움직일 때는 한 번에 두세 행성을 조절하는 연산이 최대야.”

   예상대로 에고와 그 일당들은 한시적이나마 퀘이사-II의 행성 제어권을 빌릴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지난 사흘간 그 힘으로 호되게 당한 기억을 회상하자니 조금 불쾌감이 들었다. 시험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에고의 목적은 윤혁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알트루즘의 성능을 확인하는 쪽에 가까워 보이긴 하다만.

   “그나저나 독창적인 패턴이라는 말에 대체 무슨 뜻이죠?”

   “순진하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순간 에고의 팔이 윤혁의 심장을 관통했다. 윤혁과 지켜보던 루디아는 화들짝 놀라며 경악했다. 하지만 무슨 기술을 쓴 것인지 피는 전혀 흐르지 않았다. 심장의 손상도 없었다. 그저 팔과 심장을 일시적으로 융합시킨 것처럼 느껴졌다. 몸의 이상은 없었지만, 알트루즘이 에고의 신체와 접촉하는 바람에 정보가 에고에게로 흘러나갔다. 역시나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꼬마야, 파파가 만든 메이저급 초지능체 중 처음 네 개는 인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물건은 아니야. 그저 사이버 세계, 환상계, 혼, 상위 차원을 제어하고 관장하는 중추들이지. 인류에게는 간접적인 도움만 줄뿐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맞닿아있지 않아.

   하지만 다섯 번째인 이터널바이탈, 그것만큼은 다르단다. 말 그대로 그것들부터는 인류의 중추 역할, 그 비스무리한 위치를 담당하지. 왜 이터널바이탈의 본체 이름이 ‘에고이즘’인 줄 알고 있니?”

   나긋나긋한 어투로 놀리듯 읊조리는 에고의 말에 윤혁은 침묵으로 응수하였다.

   “이터널바이탈, 그 초지능체는 인류의 뿌리 깊은 이기심 그 자체란다. 아, 오해하지 말렴. 개인 차원의 이기심과는 달라. 종족 그 자체의 이기심이지. 인류라는 군집 유기체가 집단무의식을 통해 자연 전체를 향해 투사하는 욕망과 집착이란다.”

   에고는 이터널바이탈의 본질에 관해 좀 더 상세히 알려주었다.

   기계, 이종족, 초차원 구조물을 지배하는 다른 중추와는 달리, 이터널바이탈은 인류의 생명을 제어하는 중추다. 그것은 강렬한 종족 단위의 이기심이 모여 만들어진 화신체(化身體)이다.

   따라서 존재의의도 분명했다. 인간을 더욱 강한 힘과 생존력과 지능을 지닌 종족으로 진화시키는 것. 인류를 번성케 하여 온 우주와 온 차원을 충만하게 채우고 정복하는 것. 자연의 모든 것을 정복한 융성한 문명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 이 목적이 완벽히 충족되지 않는 한 이터널바이탈은 늘 허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기심만으로 경영되는 집단은 조화가 깨어질 수밖에 없지. 암 덩어리처럼 말이야. 존엄성과 조화를 유지하면서 번영을 누리려면 필연적으로 이타심이 필요해. 세포와 세포 사이에도 이타적 조화가 이뤄져야 생물체가 강건해지잖아?”

   이런 필요 때문에 이터널바이탈 속에는 두 개의 상충된 성분이 섞인 채로 존재하게 되었다. 본질에 가까운 다량의 시커먼 이기적인 성분, 그리고 타자에게의 양보를 요구하는 소량의 흰 부분. 이 둘은 그간 분리되지 않은 채 각자 이율배반적인 작용을 하였고 그로 인해 이터널바이탈 전체의 효율은 급감했다.

   검은 부분은 인류를 불사불사, 무한복제, 정복 본능의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로 재탄생시키려 하였고 흰 부분은 자연의 의지를 반영하여 인류를 억제하였다. 둘의 상충 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순수한 분리 정제가 필요했다.

   일단 검은 성분과 흰 성분의 분리만 잘 이뤄지면 검은 성분은 더 효율적으로 인류 진화를 촉진시킬 수 있고, 흰 성분은 우주와 인류,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양보를 유발해 균형점을 더 정확히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분리는 한 개인의 정신 상태로 비유하면 올바르고 어른스러운 방어기제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한 인간이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자신의 몸과 정신의 부조화를 다스리고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를 온전하게 교정하는 것처럼, 에고이즘과 알트루즘의 순수 분리는 인류가 우주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돕는 첫걸음인 셈이었다.

   문제는 분리를 하면 그 분리체는 누가 맡느냐였다.

   “에고이즘을 운용하는데 요구되는 자격은 오직 두 가지, 인류 종족 전체의 대표가 되어줄 우수한 육체, 그리고 연산을 수행할 압도적인 초지능이지.”

   “형처럼?”

   “그래.”

   누가 들어도 적임자는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알트루즘은 달라. 자격 요건 중에 도덕성과 윤리적 판단 능력이 포함되거든. 단순한 인품이나 개인적 성향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얼마나 도덕적 딜레마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지, 얼마나 정교하고 올바르며 합리적인 정의관을 갖추고 있는지, 그것을 잘 시행할 행동력이 있는지의 문제야.”

   “그건 어째서죠?”

   “알트루즘의 작동에는 그것을 운용하는 자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때문이란다.”

   윤혁은 왜 에고가 이런 장황한 연설을 늘여놓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저자는 지금 윤혁의 자격 여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내보이고 있다. 에고이즘의 자격 요건이 ‘지능’에 걸려있다면 알트루즘의 자격 요건은 ‘지혜’에 놓여있다.

   그대는 과연 인류와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균형점 추구라는 사명이 응집된 보물을 유용하게 다룰 여력이 있는가?

   에고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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