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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10회 아벨의 후예 Ch 22. 슈퍼에고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8.22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난입해온 괴한에게 윤혁이 대꾸했다.

   “저는 당신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상관 없어. 우리 셋은 경험 데이터를 공유하거든.”

   “셋이라고?”

   흡사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생긴 그 물체는 의문에 잠긴 윤혁을 내려다보며 흉흉한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윤혁과 루디아의 불길한 예감이 증명되었다. 알트루즘이 새로 나타난 존재에 반응하여 격렬하게 진동하며 두근거렸다.

   “내 이름은 슈퍼에고(Superego, 초자아).”

   “당신은 설마…….”

   “그래, 슈퍼에고라고 불러다오.”

   에고와 같은 일당. 본능적 공포감에 오금이 저려왔다. 긴장감에 휩싸인 윤혁의 팔을 루디아가 꼭 잡아주었다. 그녀의 손이 닿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슈퍼에고는 우주선에 어떤 코드를 제시하여 접근권을 얻더니 벽을 통과하여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마치 유령이 움직이는 것처럼. 차원 기술이라도 이용하는 듯했다. 가까이서 본 슈퍼에고는 험악한 인상과 흉흉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저것도 진짜가 아니라 의식체 파편이겠지?’

   에고 때와는 달리 슈퍼에고는 윤혁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불쾌감이 들었다. 놈은 마치 공포감으로 윤혁을 압박하여 제멋대로 주무르려는 작정인지 무시무시한 기운을 발산했다.

   “무서워할 것 없어. 널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그야 그렇겠죠. 당신네 법에 저촉될 테니까요.”

   “철혈여제의 권세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렸군. 하여간 덜떨어진 것들이란.”

   “설마 당신이 그 괴물들로 하여금 그녀를 공격하도록 유도했습니까?”

   윤혁의 질문에 슈퍼에고는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아니, 레바테인 족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심판자들이야. 그들은 초인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 너도 겪어봐서 기억할 테지. 유독 몇몇 초인들은 사고를 잘 친단 말이지. 너에 대해서 따로 조사해보니 제법 화려한 전적이 얽혀있었더군.”

   그의 말이 맞긴 했다. 실제로 철인왕들이 기상천외한 짓들을 벌였고 그 여파에 윤혁은 자주 휘말렸었다. 현장에서 몇 차례나 기막힌 광경을 목격했던 윤혁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럼 그런 기행들은 인류연합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단 말인가?

   “파파가 봉인해버렸던 그 E 클래스 초인, 그놈도 나름대로 컨스티튜션을 열심히 공부했었지. 초인들이라 해도 법으로부터 자유롭진 않으니까. 다만, 일반인이나 무인 시스템은 거의 그 법의 강제적인 지배를 받는 쪽에 가깝다면 초인에게는 자유의지가 좀 더 허락되지.

   하지만 그런 초인들도 존재 양상이 컨스티튜션에 모순되는 순간 축출되거나 처분을 당한다. 그래서 안 당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만 하지. 너무 복잡해서 SSS 클래스 정도가 아니면 법률을 완독하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헬리웃 그자는 나름대로 법망을 피해 보려 노력했는나 마지막에 와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휘말려 처분된 것으로 보였다. 스튜아나 칼리드 같은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똑똑해서 인류연합의 컨스티튜션 셋들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 행동했던 모양이다. 아마 막내 철인왕이란 자도.

   “교묘하게 법망만 피하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믿는 궁극적인 질서와 절대적 사상 아래에서는 그렇지. 인류의 궁극적인 번영과 발전, 그리고 행복 말이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은 지침서가 우리들의 헌법들이다. 인류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지. 또한 그 어떤 도덕적 딜레마도 완벽하게 해결하고 예방하는 게 가능한 궁극의 해답이다.”

   설명의 맥락으로 보아 인류연합 컨스티튜션이란 아마도 하나님 없이 인간들끼리의 완전한 도덕 체계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산물인 듯했다. 하나님의 율법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여기는 윤혁의 양심과 그런 행태는 상존할 수 없었다. 뒤틀리는 속을 억누른 채 윤혁은 계속 질문했다.

   “최상위 초인들이 그토록 똑똑하다면 왜 철혈여제는 법망에 걸린 것이죠?”

   “흠, 그녀는 확실히 영리했지.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우리의 사상과 일치하지 않았어. 그녀의 행동은 컨스티튜션 셋과 직접 충돌하지는 않았지. 교묘하게 회피한 덕분에. 하지만 그 행동은 헌법을 형성한 기반이 된 ‘본질’에 위배되었지.”

   “본질?”

   놈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십계명을 새긴 돌판을 그린 홀로그램이 생성되었다.

   “창조신의 율법에도 문자적인 지침사항뿐 아니라 핵심 정신이 담겨 있지.”

   “사랑과 공의.”

   루디아가 독백으로 중얼거렸다. 윤혁은 십계명의 도덕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하나님의 율법, 그것의 진정한 본질은 문자로 기록된 세부적인 사항들에 있지 않다. 율법의 기반이 되는 정신,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변치 않는 성품이다. 완전히 선하시고 거룩하시며 공의롭고 사랑이 넘치는 그 성품.

   ‘설마 인류연합도 비록 자신들만의 율법인 컨스티튜션 시스템들을 생성했지만 그 사상적 기초가 될 인격체와 인품도 따로 필요하다는 것인가?’

   슈퍼에고가 말하려는 바가 얼추 이해되었다. 하나님의 성품이 온전히 응결되어 형상화된 결정체가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라면, 하나님을 무시한 인본주의 사상이 만들어낸 율법 체계의 결정체란 과연 무엇일까.

   ‘적그리스도, 그리고 그에 한없이 근접한 존재인 위버멘쉬.’

   이내 슈퍼에고는 윤혁의 예상을 입증해주었다.

   “우리 인류연합의 사상적 기반, 시스템들과 초인들과 인간들을 제어할 헌법들이 뻗어나온 본질적 근원, 그것은 바로 파파의 초자아다. 그리고 나는 그가 보유한 ‘인류 종족 단위의 초자아’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았지.”

   이름은 어떤 이의 본질을 나타낸다. ‘에고’는 인류 차원의 자아 기제를 곁에서 보좌한다. 그와 동일하게 ‘슈퍼에고’는 인류연합 시스템 법률의 기반인 종족 단위의 초자아를 보좌한다.

   그리고 문제의 그 종족 차원의 초자아란 사실상 위버멘쉬와 일심동체이다. 기계 신, 이데아, 우주의 눈,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네 개의 초지능체 모두가 컨스티튜션의 핵심을 지탱하는데 이들 넷이 곧 위버멘쉬의 일부분이니까.

   섬뜩한 진실을 직면하게 된 윤혁은 부르르 떨었다.

   “일개 인간 하나를 세계 그 자체의 법으로써 삼겠다고?”

   “못할 것도 없지. 그 인간이 불변에 가까운 안정성, 한없이 정확한 통찰력만 가졌다면 말이야. 우리가 그분을 보좌해온 지난 세월 내내 파파의 초자아 체계는 완전했다. 늘 불변서을 유지했고 오차를 낳지 않았지. 그의 판단은 항상 올바른 해답을 도출했어. 그런데…….”

   슈퍼에고가 윤혁 근처로 바짝 다가왔다. 저절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최근에 그 불변의 초자아에 균열을 일으킨 변수가 하나 발견되었더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가까이서 보니 이제야 그 정체를 알 것 같아.”

   “…….”

   윤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네 양심이 자꾸 파파에게 스며들더군. 그의 판단 체계가 변화할 때마다 면밀히 조사해봤는데 매번 네가 연계되어 있더군. 문제의 근원은 바로 너였어, 강윤혁.”

   슈퍼에고는 가차없이 윤혁의 셔츠 앞단을 찢어 드러냈다. 설마 심장 쪽을 찌르려는 것인가 염려가 들었으나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루디아도 윤혁도 순간적으로 공포감에 질려 반응하지 못했다. 슈퍼에고의 손가락은 윤혁의 반지가 원래 놓여있었던 가슴 중앙부를 손으로 쓸었다.

   “그 원인이 여기 있었군. 너와 파파의 커버넌트.”

   “바, 반지가 왜…….”

   슈퍼에고가 옷을 뜯어낸 직후 이상하게도 커버넌트 링의 기운이 다시금 심장 속으로 찔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링을 양도했는데도.

   “링은 그저 매개체일 뿐이야. 커버넌트 그 자체는 아직 네 몸에 융합되어 귀속된 상태이지. 옆에 있는 저 여자와 비슷하게 말야. 그래, 생각해보니 너희 둘이 함께 모이면서부터 파파가 영향을 더 크게 받기 시작했어.”

   슈퍼에고의 손가락이 지긋이 윤혁의 흉골 부위를 눌렀다. 그러자 반지 모양의 허상체가 나타나면서 윤혁의 온 몸으로 빛나는 격자무늬의 선들이 뻗어나갔다. 순간적으로 윤혁의 뇌리에 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기함 젠타르콘에서 형에게 처음 반지를 선물받았던 순간이었다.

   “네 커버넌트는 내용이 뭐였지?”

   슈퍼에고가 공격적으로 캐묻는 투로 질문했다. 물론 그렇게 말해봐야 윤혁이 알 턱이 없었다. 그는 루디아와는 달리 형과 커버넌트를 생성할 때 의식적으로 어떠한 특정 계약을 맺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커버넌트라는 개념을 몰랐고 반지도 그저 형의 선물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죠?”

   “하긴 모를 수밖에. 성문화된 내용이 아니었으니까. 보통 커버넌트를 체결할 때는 모종의 컨스티튜션을 작성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네 경우에는 헌법들의 근원인 초자아 자체가 직접 맞닿아 엮여버렸지.”

   “초자아라고?”

   “파파의 초자아와 너의 도덕적 양심이 엮였단 말이다. 그것도 파파 쪽이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도록 불리한 조약이 맺어졌지. 그 덕분에 파파와 너는 별도의 성문화된 계약 없이도 얽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카이젤은 지친 마음에 슬퍼하던 윤혁을 품에 안고 사과했었다. 어쩌면 의식하지는 못했었도 그때부터 그의 초자아는 윤혁에게 종속당하기 시작했던 것인지 모른다.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일지도 모르지. 그런 마음의 상태가 커버넌트라는 구체적인 기술로 인해 더욱 확실하게 쐐기가 박혔던 것일까. 그래서 동생과 양심을 공명하는 상태가 계약으로써 고정되어버렸던 것일까?

   “너를 이대로 내버려 둬도 좋을까? 고민되는군.”

   슈퍼에고는 당장에라도 불순물을 제거하고 싶어하는 눈초리를 흘렸다. 윤혁과 루디아는 녀석의 배후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탄적 기운을 느꼈다. 초인들을 부추겨서 어떻게든 그리스도인들을 말살하고 억제자의 사명을 방해하려는 그 권세. 아마 이번에도 오랜 적수가 또아리를 튼 채 군침을 흘리는 모양이다.

   다행히 윤혁 안에 내주하는 성령님의 권세가 더 강했다. 슈퍼에고는 강렬한 증오심과 거부감을 불태웠으나 차마 윤혁을 해하려는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파파의 보복과 처벌이 두려워서였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배후에서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신의 섭리는 악인의 마음마저도 물 흐르듯 다스렸다.

   “주시하도록 하지.”

   그대로 슈퍼에고는 순순히 물러났다. 십년감수한 둘은 숨을 골랐다. 둘은 서로의 손을 꼭 붙든 채 몇 분 동안이나 손을 놓지 않았다. 루디아도 윤혁도,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비록 무서운 일을 수 차례나 겪기는 했지만, 어쨌건 철혈여제의 세력은 무너졌고 슈퍼에고는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떠났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셈이다.

   이윽고 우주선은 인터갤럭틱 호 내부로 귀환했다.

 

   사실 슈퍼에고가 거느린 거대 기계 부대가 우주선을 나포한 순간부터 인터갤럭틱 호 척후 함대는 줄곧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휘자인 데미안보다 슈퍼에고의 지위가 더 높은 탓에 함부로 발포하지는 못했지만, 분명 치열한 신경전은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아무리 상대의 직위가 높아도 윤혁을 상대로 선을 넘는다면 반격할 명분 정도야 만들 수 있으니까.

   슈퍼에고가 윤혁을 농락치 못하고 놓아준 데는 이 심리전 영향도 있었다.

   “옆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루디아가 슬퍼하며 나직이 고백했다.

   “무슨 소리야. 오히려 난 룻 네가 옆에서 함께 해준 덕에 용기를 얻었는걸. 만일 나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못 해보고 무너져내렸을지도 모르지.”

   엄밀히 말하면 둘이 해낸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리 계획해둔 전략 따위도 없었다. 그저 모든 상황이 척척 알아서 흘러갔을 뿐.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 세상의 그 어떤 요소도 마음대로 제어하여 그분 뜻을 성취해내신다는 증표였다. 설령 악한 세력이 음모를 꾸민다 해도 그 음모는 악인들의 머리로 돌아갈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둘은 이 진리를 더욱 굳게 확신하게 되었다.

   “커버넌트도, 알트루즘도, 모두 다 처음에는 인간의 계획에서 시작된 작품이었지만, 결국은 이런 방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구나.”

   또한 윤혁은 에드레이가 말했던 ‘억제자’와 ‘위버멘쉬’의 영적 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신빙성 있는 증표를 얻었다. 그 말은 과연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황된 증언이 결코 아니었다. 이미 재혁과 윤혁 두 형제 사이에는 두 개의 연결고리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현재 두 연결고리는 단순히 형제 관계를 넘어 인류의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내버려 두었으면 짐승의 길을 예비하는 기반이 되었을 법한 것들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나 자신을 부인하고 온 힘을 다해 거룩함에 힘써야겠구나.’

   윤혁은 마음속으로 다짐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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