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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19회 아벨의 후예 Ch 25. 전조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9.12 | 회차평점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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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을 삼킨 늑대는 마수화된 몸으로 지구의 태양 공전 궤도를 둘러싼 다이슨 구체 표면에 안착하였다. 미리 감시 차 이곳에 발을 내디딘 것은 내일부터 근무지 교체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로스트엠페러들은 수개월에 한 번씩 2인 1조로 근무지를 교대하였다. 보통 한 팀은 2등 시민의 교화와 계몽, 한 팀은 2등 시민의 훈육과 징벌, 다른 한 팀은 지구를 지키며 상주하는 일을 맡았다. 이번에는 태양을 삼킨 늑대와 쿠에시가 지구를 맡을 차례였다.

   정확히 일주일 후에 재미있는 일정이 잡혀있기에 나름 꽤 기대도 들었다.

   태양을 삼킨 늑대 후방에는 또 한 무리의 마수화 된 군단이 있었다. 인공생명체가 아닌 Upol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태양을 삼킨 늑대로부터 특수한 능력을 전수받은, 최고의 선택받은 실력자들이었다. 숱한 경쟁, 승격, 공로 획득을 거쳐 밑바닥부터 시작해 높은 곳으로 차근차근 올라온 승리자에 속했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특별하게 택함을 받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신체 능력, 지적 능력, 그리고 초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보통의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초인의 수준에는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지만, 비초인 모두와는 확실하게 궤와 격을 달리했다.

   기나긴 하늘도시들의 역사 안에는 인류를 영구적으로 변천시킬 많은 불확정성 변수가 녹아 있었다. 인공적인 외계인 생산, 새로운 ‘종의 기원’ 개념 확립, 이종족과 인간의 융합, 갖가지 생체 진화 등 불의의 사고들도 잦았다.

   타임필드라는 틀 안에서 억겁에 가까운 세월을 흐르는 동안, 이러한 인류 변천 불확정성 변수는 칵테일처럼 인간 종족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부작용들은 즉각적 시스템 개입을 통해 치유되었고 새로 획득한 유익 형질은 자연스럽게 유전자 속에 정착되었다.

   즉 인류는 개량을 거쳐 진보하였다. 자연발생적인 상향 진화는 불가능했지만, 이런 식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 트랜스휴머니즘은 가능했다.

   이렇듯 지구의 일반인들이 불과 수년에 지나지 않는 시간 동안 아무 발전도 없이 정체된 동안, 우주 인류는 억겁에 가까운 세월을 거치며 숱한 교배와 경쟁, 실패와 시행착오, 데이터와 아이디어 축적, 생명 공학과 기계 공학의 조합과 신체 내 수용, 영 능력의 잠재력 추출, 혼 능력의 각성 및 훈련 등을 거치면서 거대한 다양성이라는 보물들을 축적하였다.

   이런 다양성에 ‘부작용은 없애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안정성까지 더해지자 우주 인류는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막대한 종족 잠재력을 내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초월 진화의 표식이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로 인해 개개인의 잠재성은 극대화되었고 심지어는 초인에 근접한 수준으로 도약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무수히 도전한 결과물이로군.’

   물론 우주 인류가 이런 고된 성장의 여정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인류연합의 손아귀에서 놀아났으며 이 모든 일 또한 인류연합의 뜻이었다.

   실제로 에녹, 태양을 삼킨 늑대, 갈트론, 진, 칼리드, 스튜아, 지그문트 등 여러 최상위 초인들은 개방 이전부터 무수히 다양한 하늘도시 속 세계들을 자신의 실험용 배양장으로 삼아 온갖 실험을 자행해왔다.

   이런 실험들은 폐해도 낳았지만, 다 지나고 난 지금은 우주 인류에게 엄청난 자산들을 선사해주었다. 탁월한 환경 적응력, 인공지능을 방불하는 연산력, 생존 능력, 천재적 창조성과 대응 능력, 초능력과 강력한 신체 능력까지. 심지어 조상들의 대에서는 실패로 끝난 경험조차도 후세대에는 소중한 유산으로 전달되었다.

   그로 인해 이미 너무도 다양한 능력들을 획득한 나머지 인종 카테고리를 일일이 나누는 것이 어려울 만큼 수없이 많은 갈래로 분화된 우주 인류. 그 부류들 각각은 이제 2등 시민권을 얻음으로써 자유, 평등, 인권을 획득하였고 정식으로 인류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왔다.

이들은 이제 그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였다. 지구에 입성하는 것, 즉 1등 시민이 되는 것이 바로 그 욕망의 본질이었다. 인류를 지배하는 초인들의 아성을 넘볼 수는 없으니 그 발치에라도 닿아 권위를 공유하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이런 그들의 소망을 감지한 인류연합은 창구를 하나 만들었다.

   전면개방의 시대가 개시된 직후, 1조 개에 달하는 Upol은 일제히 새로운 시스템에 편입되었다. 그것은 과거에 시행되었던 두 선발 체제, 즉 초인 선발 시스템과 휴먼 솔져 양육 시스템, 그 둘을 적절히 배합한 뒤 일반화 버전으로 빚어낸 체계였다.

   모든 2등 시민에게 공평하게 티켓이 한 장씩 주어졌다. 그 티켓은 곧 성지인 지구, 곧 상아탑의 최정상에 오를 기회였다. 아울러 신분 격차를 극복하도록 해주는 사다리들도 무수히 세워졌다. 자신의 실력을 공식적으로 증명해내거나 유익한 공로를 세운다면 누구든 높은 신분으로 올라갈 기회가 허락되었다.

   선천적인 재능이 뒤떨어지는 사람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피코머신과 현대의학, 교육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도 지능과 신체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 가능했다. 또한 AOS 훈련법을 통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식으로도 순위 역전이 가능했다.

   경쟁 우위에 서고픈 마음이 간절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 허나 그러려면 시간이라는 자원을 확보해야 했다. 예전 같았으면 모두에게 공평한 하루 24시간 씩이 주어졌을 터이지만, 이제 더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타임필드, 노화를 차단하는 의료 기술, 그리고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기술 덕에 누구에게나 무제한의 시간 자원 속에서 훈련하고 공부하는 일이 허락되었다. 차차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관념마저 잊기 시작했다. 또한 무한 경쟁의 붐이 불붙으면서 타임필드 속에 틀어박혀 교육과 수련에 몰두하는 자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에 인류연합은 아예 상위 차원 안에 새로운 건축물을 지은 뒤 그곳에 사람들을 수용할 시설물을 건설했다. 그 시설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곳은 사람들에게 ‘징검다리 권역’이라 불렸다.

   각 지역의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이내 Upol을 떠나 상위 차원에 존재하는 징검다리 권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일반 시민 때 받지 못한 숱한 훈련을 받았다. 우선 제왕적 훈련, 경영자로서의 훈련, 창조자로서의 훈련 등 높은 존재가 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다. 물론 실전 연습을 통해 실제 자질도 철저히 검증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우주는 평가와 훈련 모두에 요긴히 쓰였다.

   그리하여 인류의 시민사회의 계층 구조는 거대한 탑의 형태로 재조성되었다. 맨 아래쪽에는 탑의 밑바닥인 2등 시민들의 사회, 곧 Upol들이 있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는 지구라는 성지가 놓였다. 그리고 바닥과 정상의 중간에는 징검다리 권역이라는 구조물들이 놓였다. 징검다리 권역들은 서로 서로 복잡히 얽혀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의 형태를 이루었다.

   징검다리 권역은 참고로 반드시 상위 차원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것은 통상 공간에도 있었고, 환상계에 존재하는 것도 있었고, 상위 차원 내부를 둥둥 떠다니는 것도 있었으며 테서렉트 아키텍쳐 내부에 박힌 것도 있었다.

   또한 형태도 다양했다. Upol 하드웨어에서 조금 발전시킨 상위 호환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거대했다.

   징검다리 권역 중 일부는 순수한 훈련과 평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류 차원의 실험실이었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코스를 밟아 올라온 자들로 하여금 높은 지위와 부를 누리게 해주는 특혜의 세상이었다.

   무한 경쟁의 탑을 오르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낙심하여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제어하려면 적절히 당근과 채찍을 조합할 필요가 있었다. 중간에 한번씩 성취감도 줄 겸 자신의 존재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확신으로 심어주어야 했고, 또 그러면서도 높은 경지로 성장시킬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했다.

   이렇게 카이젤은 식민지였던 하늘도시들을 정식 시민권 권역에 합류시킴과 동시에 상아탑 체계까지 새로이 만들어내었다. 새로운 형태의 신분 사회. 혈통과 같은 불공평한 조건이 아닌 오로지 실력과 성취만을 기준으로 엎치락뒤치락 역전되는 시스템. 누구든 맨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는 희망 고문 시스템. 지구를 향한 인간 본연의 귀소 본능의 충족을 유인책으로 사용한 신분 쟁취 경쟁 시스템. 이것이 그가 구축해낸 세상이었다.

   이 시스템이 운영된 지 타임필드 기준으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탑 끝자락까지 올라온 이들이 제법 축적되었다.

   이들은 숱한 사회적 성취와 공헌을 이룩해낸 위인들이었다. 또한 힘과 생명력, 지혜에 있어 거의 초인에 근접할 만큼 성장한, 집념의 선두주자들이었다. 단 한 번의 반칙이나 네거티브 전략도 없이 순전히 잠재력과 노력을 기반으로 올라온 역전 용사들이었다. 현 지구인들은 이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지구인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지구 시민들은 그동안 나태했다. 우주 인류가 성장하는 동안 아무런 발전도 없었지. 그저 좋은 땅을 누리면서 순혈주의 귀족마냥 게으르게 배부름에 머물러 있었지. 이제는 순리대로 정리될 차례야.”

   태양을 삼킨 늑대가 독백하였다. 딱히 지구 민족을 향한 애착이나 동정심은 없었다. 오히려 이제껏 인류연합이 지구인들에게 너무 많은 편의를 봐주었다는 감상이 들었다. 공정하게 기회를 배분하려면 냉정해져야 한다.

   현재 인류는 모든 종류의 자원을 거의 무한히 얻었지만 한 가지 자원만은 여전히 유한했다. 바로 모성(母星), 지구라는 공간이었다. 이 제한된 자원만은 반드시 실력 순서대로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안 그래, 쿠에시?”

   “나도 동감이다.”

   무장을 갖춘 채 자신의 아바타 및 기계 군단과 함께 달 궤도를 지키던 쿠에시가 응답했다. 그는 곧 지구로 새로 유입될 우주의 승리자들과 지구에서 쫓겨날 낡은 지구인들의 출입을 관리하는 문지기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경쟁 규율에서 어긋난 행동을 범하는 자들을 냉혹히 짓밟는 징벌자 겸 심판자의 역할을.

   “그런데 왜 마스터께서는 굳이 번거롭게 이런 이벤트를 벌이셨을까?”

   “말조심해라.”

   태양을 삼킨 늑대의 농담어린 대꾸에 쿠에시가 엄중히 경고했다.

   “미안. 하지만 이상하긴 하잖아. 예전에 하늘도시들의 인구를 ‘셔플’할 때처럼 순식간에 지구인들 전부를 워프로 내쫓을 수도 있잖아. 마스터의 권력이면 인류 전체를 마음대로 다뤄도 아무 걸림돌이 없을 텐데. 굳이 이런 축제를 벌여가면서 명분 따위를 계산할 필요가 있을까?”

   “나 또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만, 큰형님의 계략은 우리의 보잘것없는 생각과는 궤가 다르다. 게다가 잊은 건 아니겠지. 지구에서 부적격자를 쫓아내는 작업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하.”

   그제야 태양을 삼킨 늑대는 이해하겠다는 듯 수긍하였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 지구에 거주해왔던 원주민을 쫓아내고 우주 인류 가운데 경쟁에서 승리한 개체들을 채워 넣는 식으로 진행되겠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우수 인간을 성지 시민으로 발탁하고 성지 내에 고인 물이 되어 도태된 하위권은 내쫓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그런 제도가 주기적으로 운영되려면 누구도 불만을 품지 못할 매우 공정한 기준을 처음부터 마련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지구인들이야 거세게 반발하겠지만, 그들은 어차피 인류 전체에서 보면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니 소수로 여겨 묵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앞으로 지구 주거권을 얻거나 잃을 인간들에게는 1등 시민권의 수여 및 박탈에 대한 납득할만한 규정이 명료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는 그 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본보기가 되리라.

   그러려면 갑자기 지구를 한꺼번에 비우는 것보다는 천천히 시민들을 내쫓는 편이 낫다. 빈자리를 조금씩 만들어내어 서서히 채우는 방식. 앞으로 진행될 장기적 시민 순환에는 이 편이 안정적이리라. 게다가 1등 시민 자리가 너무 잦게 교체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동기 부여에 부적절하다. 어떤 도전자가 ‘잠깐뿐인 혜택’을 누려보겠다고 갖은 경쟁과 고생을 무릅쓰며 올라오겠는가.

   이런 관점에서는 카이젤이 이번에 제안한 프로젝트가 최적이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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