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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35회 아벨의 후예 Ch 29. 이드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0.24 | 회차평점 0 0

 

 

 

 

 

Chapter 29. Intergalactic : 이드(Id)

 

 

 

 

 

 

 

   고아 시절의 겔러트 다이앤은 신국(新國) 외곽의 여러 지역을 방황하였다. 소녀는 신앙심도 깊고 남을 배려하는 선량한 성품을 지녔지만, 불행히도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각박하게 대우했다. 당시는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혼돈의 시대, 그 암흑의 풍파가 그나마 빗겨간 신국조차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갖가지 사건들이 벌어져 자욱한 상흔을 남겼다. 자연히 사회 분위기는 매우 혼탁했다.

   수라도(修羅道)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녀에게도 의지할 동료가 필요했다. 종종 겔러트는 고아들의 패밀리에 들어가 밥벌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밀리는 이기적이었고 술수와 착취가 난무했다. 이런 수난을 견뎌내며 그녀의 일생은 하루살이처럼 변하였다.

   그렇게 겔러트는 길가를 배회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 고아 소년을 만났다. 그는 연약한 겔러트와는 달리 약삭빠르고 생활력이 뛰어났으며 머리도 매우 영리했다. 불한당들에게 고초를 겪던 겔러트를 구해준 그 소년은 그녀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당시 둘은 같은 팸에 속해있지는 않았지만, 금세 가까워졌다. 둘은 종종 길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소년은 소녀보다 세 살 연상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버려졌기에 이름은 없었다. 겔러트는 영리하고 잘생긴 그 오라버니에게 금세 호감을 느꼈다. 이성으로 생각지는 않았지만, 친구임은 분명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극복할 동료로서 둘은 동질감을 품었다.

   다시금 시간이 흘렀고 소녀는 눈꽃처럼 아름다운 한 숙녀에게 발견되었다. 고귀한 여왕을 연상시키는 차디찬 금색 눈동자는 그 누구라도 매혹할 듯 형형히 빛을 발하였다. 고고한 아우라를 내뿜던 그 부유한 여인은 마침 아이를 밴 터라 아기를 정서적으로 돌봐줄 유모를 찾는 중이었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겔러트는 숙녀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다. 그때부터 겔러트의 떠돌이 생활과 고초는 막을 내렸다.

   그녀는 여주인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마님,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뭘?”

   “제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시절, 저를 도와주신 오라버니가 있답니다. 그분은 저와 달리 매우 똑똑한데다 체력도 훌륭하세요. 미천한 제가 마님께 여쭙습니다. 그를 불쌍히 여겨주셔서 일거리를 하나 내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의외로 라일라는 흔쾌히 여종의 의탁을 수락하였다. 그녀는 고아 소년을 불러들였다. 처음에는 하잘 것 없는 직종이나 맡기고 치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를 직접 대면하자마자 즉각 라일라의 표정이 바뀌었다.

   ‘우연인가. 호박이 굴러들어왔군.’

   본래 초인은 자기 다음 세대의 초인에 대한 본능적 통찰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라일라는 2세대 초인으로서 3세대 초인의 자질을 분별하는 통찰력이 탁월했다. 자기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사상 최강의 초인임을 인지한 것도 그 재능 덕택이었다. 자연히 라일라는 이내 그 고아 소년이 내포한 잠재력도 알아보았다.

   ‘아직은 초인이 아니지만, 후천적으로 각성할 가능성이 있군.’

   때마침 라일라와 가까이 지내던 이웃 중에 멜리안 테일란드라는 노부인이 있었다. 참고로 그녀는 에드레이 테일란드의 수양딸이었는데 이미 오래 전 양아버지로부터 독립해 가정을 꾸려 자녀에 손주까지 두었었다. 하지만 혼돈의 시대에 이르러 여러 재난을 겹쳐 만나는 바람에 양아버지를 제외한 가족 전부를 잃게 되었다.

   과부가 된 멜리안은 홀로 살며 가끔 양아버지와 서신을 나누는 부분만 제외하면 가족을 따로 두지 않으려던 참이었다.

   한편, 멜리안의 양아버지는 자신의 다음 세대인 2세대 초인들을 경계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라일라 라흐블뤼크를 경계하던 바였다. 그래서 그를 도울 심산으로 멜리안도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라일라를 주시할 생각이었다. 그녀를 이웃으로 둔 이유도 애초에 그것이었다. 적당히 들키지 않을 정도의 관계적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는 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던 참에 멜리안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던져진 것이다.

   라일라는 근방 이웃들 중 유독 고아들을 돌보는 마음과 건실한 생활 태도로 유명한 멜리안을 기억해내었고 그녀에게 소년을 맡겼다. 멜리안은 기꺼이 소년을 자신의 손주로 삼아주었다. 나아가 에드레이가 자신에게 주었던 것처럼 자신의 라스트네임을 물려주었다. 그때부터 소년은 멜카드제윈 테일란드가 되었다.

   수개월 후, 라일라는 아들 카이젤을 낳았다. 그 무렵 마침 2대째 위버멘쉬도 아이를 낳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 사고에 휘말려 남편과 함께 목숨을 잃었는데 그들의 아이인 에녹도 라일라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카이젤과 에녹은 형제처럼 같이 자라났다. 겔러트는 둘의 유모가 되었고 멜카드제윈은 가정 교사가 되었다.

 

 

 

 

 

 

 

 

*

 

 

 

 

 

   윤혁은 기지개를 켜며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근사한 풍경의 전원주택, 포근하고 자연 친화적이면서 쾌적하기까지 한 침실. 창밖으로는 우거진 수풀과 정글, 그리고 여러 고대 생물체들이 뛰노는 풍경이 보였다. 그곳은 멜카드제윈의 저택이었다. 이 행성에 당도한 지 어느 덧 이틀째 아침이 밝아왔다.

   “어이, 동생! 일어났으면 아침이라도 같이 먹지?”

   어제 처음 만난 사내의 시원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을 갖춰 입고 거실 쪽으로 나가니 루디아와 멜카드제윈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부엌에서는 겔다가 토스트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멜카드제윈은 어제처럼 시원하게 웃통을 벗은 차림이었다. 자연인이라도 되나? 여자가 둘씩이나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한다.

   “아, 워낙 여기서 오래 지내다 보니 생활 방식이 저절로 자연인처럼 되더라고.”

   민망해하며 흘겨보는 윤혁의 시선을 눈치챈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모기나 벌레한테 물리지는 않고요?”

   “여기 생명체들은 다 어느 정도 조종 가능하거든.”

   “조종요? 그건 형의 능력인가요, 아니면 멜카드제윈 씨의 능력?”

   “두 가지 성분 다 포함되어 있지. 인비저블 마인드의 지배형 감화능력이 베이스인데, 여기에 내 혼이 지닌 특수 속성 덕도 있어. 내 혼은 행성혼에 영향을 미치도록 연결이 되어 있거든. 그 덕분에 동물이고 식물이고 나한테 고분고분한거야.”

   “아아, 네에, 그러시군요.”

   윤혁은 무덤덤히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멜카드제윈의 말을 들었다.

   “으음, 우리 동생은 그래도 형 그 녀석보다 훨씬 더 인간미가 넘치네.”

   “그럼 저희 형은 인간이지, 인간이 아닌가요?”

   “난 거의 그렇다고 봐.”

   “허어?”

   “솔직히 카이젤은 인간미가 없긴 하잖아. 지상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잘생긴 얼굴에, 신체 능력이나 두뇌도 초인들을 아득히 웃돌지.”

   말은 그렇게 해도 카이젤의 선생이라더니 다른 초인보다는 그를 훨씬 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경외감이 별로 없는 것을 보아 하니.

   “멜카드제윈 씨는 정말로 형의 선생님이었나요?”

   “선생이라니 좀 민망하네. 두 살 때부터 시작해서 딱 세 살 때까지만 가르쳤어.”

   “보통 그 나이에는 뭘 배우나요? 세 발 자전거 타는 법?”

   “라일라 씨가 나보고 지시하기를, 그를 제왕의 격에 걸맞게 훈련시키라더군.”

   “그 여사님도 참 제정신이 아니시네요. 어떻게 두 살짜리 아들한테…….”

   윤혁은 형이 가혹한 어린 시절을 겪었을 걸 떠올리며 혀를 찼다.

   “음, 아닌데. 카이한테는 쉬운 일이었어. 세 살이 되기도 전에 나를 넘어섰단 말이지. 내가 나름 어렵게 가르친 줄 알았는데 그 아이는 도리어 가볍게 생각하더라. 나름 나도 그 아이를 만난 이후에는 S 클래스 초인으로 각성했는데 말이야.”

   “네?”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자 윤혁과 루디아는 질겁했다. 정확하게 어느 포인트에서 놀라야 할 지는 몰랐다. 카이젤이 세 살부터 제왕의 역량을 갖췄다는 게 더 놀라울까, 아니면 멜카드제윈이 상위 초인인 점이 더 놀라울까.

   “하하, 내가 초인인 줄은 몰랐지? 나 사실 이래봬도 U-society 회원이거든. 그러니까 지금은 공식적으로 카이, 아니다, 우리 3대째 위버멘쉬님의 부하이지.”

   “아니, 잠깐만요, 그런데 형을 만나면서 각성을 하셨다고요?”

   “응.”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선천 각성자뿐 아니라 후천 각성자에게도 각성 트리거 요인이 필요하거든. 매우 드물게 이런 경우도 있어. 압도적으로 강력한 초인이 외부에서 영향을 주어서 초인에 근접하되 아직 각성을 못 한 사람을 초인으로 각성시키는 일. 나는 그런 경우였지.”

   “참 신기하네요.”

   “물론 드물어. 상대가 무려 3대째 위버멘쉬씩이나 되기에 가능했지.”

 

   멜카드제윈은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들을 더 들려주었다. 특별히 그는 카이젤이 어린 시절 얼마나 무시무시한 영특함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가 과외 선생이었던 자신을 첫 부하로 영입했던 것 등을 말해주었다.

   참고로 멜카드제윈은 카이젤이 발산하는 무형의 영향력에 이끌려 각성한 케이스이다보니 혼이 다른 존재의 혼과 공명하려는 성질을 짙게 띠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이 현대 과학으로 증명이 가능한 영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신기한 일들도 많이 겪은 터라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어쨌건 그가 굳이 이 행성에 파견된 것도 이런 혼의 특성과 관련이 있단다.

   “3대째 위버멘쉬는 단순히 행성혼을 조종하는 경지로는 만족하지 않아. 그가 인류와 모든 종족의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개량했던 것처럼, 행성혼의 성질도 지구혼의 것과 동질인 것으로 바꾸려 하고 있지.”

   대단히 위험한 내용이 담긴 발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다.

   “그건, 혹시 인류의 ‘지구 귀소 본능’을 해결하기 위함인가요?”

   윤혁의 질문에 멜카드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이유가 가장 크지. 곧 대우주 시대를 개막해야 하는데 지구라는 조그만 램프에만 갇혀있으면 지니의 권능을 우주 전역에 발산할 수 없잖아. 인류를 지니로 진화시키는 작업을 했으면 램프의 족쇄도 깨트려야지.”

   “참 적절한 비유네요.”

   카이젤은 멜카드제윈을 행성혼 변형 프로젝트의 실험체로 참여시켰다. 멜카드제윈은 이에 흔쾌히 동의하는 대신에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을 더 이상 정치 판에 참여시키지 말고 편하게 시골에서 생활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조건을.

   그때 카이젤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선생 같은 훌륭한 재능을 마냥 썩히려니 조금 아깝군.”

   “하지만 벌써 저에게 몇 차례나 약속하시고도 번복하셨잖습니까?”

   멜카드제윈의 항의에 카이젤은 마지못해서 그의 작은 소망을 승낙하였다. 대신에 그는 멜카드제윈을 행성혼의 성질을 변형시키는 일꾼으로 삼았다. 아울러 갤럭시 클래스 바이오스피어인 용(龍)족을 관리하면서 그들의 거시적 행동 패턴을 제어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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