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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38회 아벨의 후예 Ch 29. 이드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0.31 | 회차평점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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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드는 윤혁을 결박하는 데 쓰던 젤리 덩어리를 세밀하게 가닥을 나누어 미세조작을 시작했다. 곧 포로의 옷은 분해되어 남김 없이 제거되었다.

   “이드란 참 흥미로운 낱말이지. 한 개인의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에 왜 이런 저속해 보이는 것이 포함되었을까. 하지만 그 본질을 깨닫고 보면 되려 이것이야말로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에너지원임을 알게 되지.”

   순식간에 몸속으로 젤리 액체가 스며들었다. 이에 조종 당하는 뇌의 전기 신호가 더욱 무질서하게 날뛰었다. 신체 흥분의 강도가 점점 극렬히 증폭되었다.

   “초인은 ‘초인의 리비도’를 단순히 자손 재생산의 목적에만 사용하지 않아. 그들은 창조적인 정신 활동을 벌일 때 매우 강렬한 리비도를 체감하지. 그리고 그 리비도는 다시금 정신과 육체의 진화를 활성화해. 일종의 선순환이지.”

   훌륭한 발명을 이룩해내거나, 풀지 못했던 난제를 마침내 해결하거나, 대결과 경쟁에서 승리할 전략을 발견하거나, 도구의 새로운 응용법을 발견할 때마다 초인은 강렬한 리비도를 느낀다. 이는 남녀를 막론한 초인의 공통점이었다. 리비도는 심지어 때때로 한 초인이 자신의 원 역량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이끌어내도록 자극해주기도 한다. 또한 본래의 성장 속도를 넘어서 더 급격하게 성장하도록 가속해주는 촉진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초인의 리비도, 그 안에는 두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육체에 걸쳐진 부분, 그리고 정신에 걸쳐진 부분, 그 둘이 모두 존재해. 호르몬을 생성하는 생식샘과 신경계가 육체에 결부된 파트라면, 혼 그 자체에 심겨진 강렬한 정욕과 의지는 정신에 결부된 파트이지.”

   혼란과 농락의 폭풍을 직격으로 맞으면서도 윤혁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불로에 근접한 생명, 한량 없는 건강, 육체미,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는 초인의 육체. 그리고 온 세상을 평정할 엄청난 지력과 재능을 제공하는 자랑거리인 초인의 정신. 마지막으로 본성적 쾌락을 기반으로 위의 두 요소를 증폭시키는 세 번째 원천인 ‘초인의 리비도.’

   이 셋은 사실 밑바닥을 뜯어 보면 원래 초인의 전유물이기 이전에 인류의 올무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나님보다 우상으로 삼기 쉬운 것들이었다.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그리고 육신의 정욕까지…….”

   이것이야말로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의 본질과 똑같지 않은가. 인간의 야망들과 우상들을 극대화하여 한껏 충족시킨 존재, 이들이 바로 초인들이었다.

   그러나 더 깊이 숙고에 머무를 여유는 없었다. 이드는 멜카드제윈도 촉수로 칭칭 감았다. 그의 심장과 뇌가 젤리 덩어리에 휘감겼다. 그러자 윤혁과 멜카드제윈, 그리고 이드의 몸이 한 줄기로 연결되어 공명하였다. 그 여파로 윤혁 내부의 고통스러운 반응은 한층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멜카드제윈 저 놈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저자는 파파에 의해 각성되었다. 그 영향으로 타인과 혼의 공명을 일으키는 특성을 지녔지. 그 원리를 이용하면 초인의 원초적인 힘도 각성시킬 수 있지.”

   힘겹게 저항하던 멜카드제윈의 눈이 의식을 잃고 서서히 감겼다.

   “그리고 지금의 멜카드제윈은 용족과 Planet-1,556,987의 행성혼을 연결하는 촉매가 된 상태. 그 바람에 내 조작에 더욱 취약하지. 이 몸은 파파와 함께 행성혼을 제어하는 존재거든. 라&가이아 프로젝트의 조수 멤버라서 말이야.”

   이드는 이제 윤혁을 자기 쪽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섬뜩한 수천 개의 눈이 윤혁의 몸을 투시하였다. 의료기기가 사람의 내장과 살갗 아래를 낱낱이 꿰뚫어 보듯,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분석하듯. 엄청난 모멸감이 드는 체험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초인에게 리비도란 그렇게 중요한데 말이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나? 너는 파파의 가족이라 가까이 지냈었겠지. 한 번쯤은 이상하게 생각해봤을 법도 싶은데.”

   “뭐, 뭐라고?”

   그 순간, 윤혁의 뇌리에 번쩍 깨달음이 하나 스쳤다. 그의 형인 재혁은 성기능에 장애가 있는 불구자이다. 고문 후유증 탓도 있지만, 그 이전부터 기능과 구조에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한 남성적 열등감도 극심했다. 단순한 흠이나 약점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드의 이론에 비춰보면 다소 난해한 수수께끼가 된다. 초인의 필수 요소 셋 중 하나가 결여되었다는 뜻이니.

게다가 본래 위버멘쉬의 각성이란 게 리비도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3대째 위버멘쉬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각성 과정에 결여된 부분이 있다는 말인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무후무한 초인들의 초인인 그 사람이?

   “너, 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지?”

   “자세하게 말하긴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 몸은 파파께서 체험한 좌절을 매개체로 하여 각성한 초인이거든.”

   “좌절이라고?”

   “그래, 리비도의 훼손에서 발생하는 좌절 말야. 그 일을 행한 가해자들이 마음속에서 느낀 가학적 쾌락, 그에 대한 징벌 작용이 응축되어 이 몸을 활성화시켰지.”

   윤혁은 불쾌한 쾌락의 홍수에 포로가 된 채 잠잠히 듣기만 했다. 이드라는 자의 정체가 당췌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초인의 리비도는 두 요소의 결합으로 되어 있지. 육체 파트와 혼 파트. 그런데 특이하게도 파파는 특이한 케이스였지. 그는 혼 파트의 리비도는 소유한 채 태어났다. 최강의 초인이다 보니 다른 초인들보다 월등히 강력했고. 그런데 육체 파트가 부재했지. 정확히 말하면, 리비도의 육체 파트가 초인이 아닌 일반인의 것이었다.”

   난생 처음 듣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확실히 형인 재혁은 자기 맨몸을 드러낼 때마다 항상 그 이유로 인해 은연 중의 열등감을 내비쳤었다. 이 배경에 생각보다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지. 단순한 기형이나 신체 이상 같은 차원이 아니야. 초인은, 특별히 완전체로 진화된 3세대 초인은, 후천 각성이건 선천 각성이건 반드시 온전한 ‘초인의 리비도’를 소유해야 한다. 그것이 한 파트라도 고장난다면, 예컨대 육체 파트가 초인이 아닌 일반인의 것으로 바뀐다면 심각한 장애가 발생해.”

   그래서 그렇게 장애라도 생긴 듯 불완전했던 것일까? 일반적인 남성의 수준에도 현격히 못 미칠 만큼?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의 퍼즐들이 맞춰졌다.

   “파파가 재생산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은 이미 초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알려져 있어. 그를 구조해준 게 초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콤플렉스의 진짜 근원을 자세히 아는 건 나뿐이야. 이름대로 나는 그분의 이드와도 같은 존재니까.”

   “그,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형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지금 동생인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윤혁은 도무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쾌락의 고통이 증폭되자 거의 살려달라는 투로 항변했다. 이드는 잠깐의 침묵 이후 목소리를 좀 더 낮게 깔았다.

   “늘 궁금해했어. 왜 리비도의 육체 중추, 초인의 해부 구조가 일반인의 것으로 치환되었을까. 초인이라면 마땅히 완전체 리비도를 보유해야 신체와 정신의 균형이 맞거든. 말하자면 파파는 우리와 달리 미완성 버전의 존재인 셈이지.

   그런데 어느 날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 뭔가가 잘못 뒤바뀐 건 아닐까? 어떻게 해야 그런 현상이 가능할지는 가늠이 안 됐지만, 어쨌건 그런 가설을 세워봤단다.”

   이제 이드의 젤리 촉수가 가하는 압력은 윤혁의 고통이 발생하는 근원으로 집중되었다. 단순히 촉각적 자극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 뭔가 초능력 비슷한 힘을 불어넣어 공명을 일으키는 듯했다. 잠시 후 닥쳐올 후폭풍에 두려움을 느낀 윤혁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호오, 반쯤 찍어 봤는데, 놀랍게도 내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맞았군.”

   “가, 가설?”

   “그래, 그분이 잃어버린 ‘초인의 성질’ 중 한 조각, 그것이 혹시 일반인에게 전이된 건 아닌가 하고 가설을 세워봤지. 태어날 때부터 어떤 두 인간의 신체 부위가 뒤바뀐 채로 고정된 것은 아닐까?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마치 샴쌍둥이처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떠들어대지마!”

   이드는 경악하며 당황하는 윤혁을 비웃으며 질문했다.

   “너 말야, 혹시 어린 시절부터 이상하리만큼 남들보다 정욕이 강하지 않았나?”

   “끄윽.”

   이드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사실이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항상 그래왔다. 윤혁은 이차 성징이 시작된 이래로 남들보다 배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정욕으로 인한 마음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피 흘리듯 싸워야 했다. 보통의 그리스도인 청년이 들여야 하는 평균의 노력을 1이라고 한다면, 윤혁은 최소 100의 노력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태생적 특질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기도하고 참고 노력해온 인고의 시간들이 아른거렸다.

   “일개 일반인 따위가 무려 초인의 삼 요소 중 하나인 초인의 리비도의 중추, 비록 절반인 육체 파트뿐이라지만 그런 엄청난 근원을 소유하고도 맨정신으로 버텨냈다니. 과연 독종이군. 보통 사람이었으면 성적 충동에 매몰되어 폐인이 되어버리고도 남았을텐데. 넌 도대체 어떻게 견뎌냈을까? 파파가 너를 대단하게 평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나, 나한테 초인의 리비도가 담긴 근원이 존재한다고? 그것도 형의?”

   “우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종족들을 자주 만나봤겠지. 유독 이종족들이 하나같이 네 유전자 서열을 읽고는 두려워하지 않았던가?”

   머릿속에서 지난 여행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그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 온갖 이종족을 만나봤으나 하나 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윤혁의 정체를 이상하리만큼 순식간에 알아보고 겁에 질렸었다.

   “너 설마 그게 단지 이복형제와 공유하는 유전적인 공통분모 때문만이라고 생각했나?”

   “그게 다가 아니라면.”

   “네 몸에 파파의 유전자와 100% 일치하는 유전자를 담은 신체 부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나? 하긴 너무 충격적이어서 상상도 못 해봤으려나.”

   “!!!!”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얼얼함이 들었다.

   “하기야 별도의 수술적 조작도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었겠어. 심지어 어릴 적 둘 간의 접점도 없었는데 말이야. 한데 샴쌍둥이처럼 감쪽같이 그런 일이 일어났단 말이지. 나로서도 미스테리야. 파파의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연구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군. 게다가 거부 반응도 전혀 없는 완벽한 신체 융합이라니, 누군지는 몰라도 솜씨도 굉장하군.”

   단순히 아버지의 혈통만 나눈 형제인 줄로만 알았던 윤혁과 재혁. 그런데 두 사람이 사실은 일종의 샴쌍둥이 같은 케이스라고? 스물두 살 이전에는 아예 마주친 적도 없었거늘.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하지만 이드의 분석안에 드러난 정보는 명료했다. 윤혁의 ‘그 신체 부위’는 모든 세포가 완전히 카이젤의 유전자와 동일하다. 과정이야 알 길이 없어도, 결과물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반론을 펼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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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회 아벨의 후예 Ch 29. 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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