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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37회 아벨의 후예 Ch 29. 이드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0.30 | 회차평점 0 0

 

 

 

 

 

 

*

 

 

 

 

 

 

 

   아침 일찍 일어난 멜카드제윈과 윤혁과 루디아는 가볍게 조찬을 나눈 뒤 근방의 숲 지대를 거닐었다. 숲속에는 아직 행성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고대 생명체가 제법 많았다. 생존이나 번식까지는 가능하나 어딘가 모르게 건강함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이 기회에 윤혁은 알트루즘을 시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현지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만 사용되었지만, 이종족인 아틀라스도 알트루즘의 영향으로 회복된 점을 감안할 때 동물들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추측되었다.

   ‘연습해서 활용하는 데 익숙해지면 더 효율도 높아지겠지.’ 

   멜카드제윈은 윤혁의 아이디어에 협조해주었다. 그는 몇몇 공룡을 데려와 강아지 달래듯 다독이더니, 윤혁이 손을 올려놓도록 공룡을 얌전히 잠재웠다. 윤혁은 온 신경을 공룡의 몸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도 그의 오감이 극도로 예민해지더니 공룡의 몸 내부로 해부학적, 생리학적 정보가 샅샅들이 인식되었다.

   이후 극대화된 윤혁의 감각이 알트루즘의 기능과 더불어 연동되었다. 그 여파가 닿은 것인지 잠시 후, 시들시들 거리던 공룡의 몸이 활기차게 되살아났다.

   “가능하네요.”

   “신기하네.”

   이번에는 멜카드제윈이 호기심을 내비쳤다.

   “카이가 대체 너에게 뭘 심은 거냐? 단순한 피코머신 같지는 않은데?”

   “아, 그게 말이죠…….”

   알트루즘과 에고이즘, 이터널바이탈에 대해서 말하려던 윤혁은 머뭇거렸다. 자신이 어디까지를 발설해도 좋은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뭐, 곤란한 이야기라면 말하지 않아도 좋아.”

   “고마워요.”

   세 사람은 그렇게 돌아다니며 다른 고대 생명체들도 여럿 치유해주었다. 만약 사람 앞에서 이런 치유를 선보였다면 자칫 신처럼 여겨져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현지 주민들이라면 더욱더 그러했겠지 이곳이 주변에 마주칠 사람이 없는 아생 생태계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한참 정신없이 정글을 돌아다니던 셋은 위화감에 잠시 멈춰 섰다. 적막이 짙어지고 있었다. 멜카드제윈은 초인답게 육감적으로 불길한 기색을 감지했다. 그는 윤혁과 루디아보고 잠깐 뒤로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과연 조금 전까지 활발히 뛰놀던 동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근처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생기 넘치는 양치식물들도 얼어붙은 양 잠잠했다. 윤혁의 심장은 위협 요소의 출현을 자동으로 감지하기라도 한 듯 쿵쾅거렸다. 루디아는 떨리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윽고 적막이 깨지더니 수십 개의 분홍색 섬광이 날아들었다. 섬광은 붙들려 있던 루디아와 윤혁의 손을 떨어트리게 했다. 윤혁의 손은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재생력 때문에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멜카드제윈은 자기 초능력을 사용하여 섬광들을 튕겨내었다. 그러나 이내 수천 개의 더 강력한 섬광 가닥들이 날아들었다. 자세히 보니 빛이 아닌, 아광속으로 움직이는 촉수였다. 젤리처럼 끈적거리는 재질로 만들어진 촉수.

   “피해!”

   멜카드제윈이 다급히 외쳤지만 때는 늦었다. 거대한 크기의 초능력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공간과 차원 전체를 붙드는, 매우 강력한 성질의 권능이었다. 순식간에 일대가 가루가 되었다. 만약 상대가 힘을 압축하지 않고 널리 확산시켰다면 행성까지 붕괴하였을 만큼 짙고 무거운 농도의 초능력이었다. 윤혁과 루디아는 그 여파로 튕겨 나갔다. 번뜩 정신 차린 윤혁은 루디아가 나무와 돌에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그녀를 낚아채 품에 보호했다.

   “동네 반상회라도 열 모양이군. 특이한 조합이야. 별놈들이 다 모여있어.”

   낯선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멜카드제윈의 앞에 젤리 재질의 외계인 같은 물체가 나타났다. 놈의 몸에는 빛을 발하는 수천 개의 눈이 빼곡이 박혀있었다. 덩치는 웬만한 공룡도 개미처럼 보이게 할 만큼 거대했다.

   젤리 외계인은 멜카드제윈을 거대한 이능력으로 봉인하는 동시에 윤혁 쪽으로 수만 개의 젤리 촉수를 내뿜었다. 윤혁은 루디아가 붙잡히지 않도록 그녀를 뒤쪽으로 밀어냈다. 한순간에 촉수들은 윤혁의 팔, 다리, 목, 허리, 머리통을 한꺼번에 칭칭 감았다. 이내 촉수는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가 된 윤혁.

   “윤혁아!”

   루디아가 기겁하여 다급하게 소리질렀다.

   “꼬마 아가씨는 잠시 물러나 있으렴. 어차피 해치진 않을 테니까.”

   젤리 외계인이 루디아 앞에 끈적이는 물질로 된 장벽을 만들어내었다. 멜카드제윈은 이미 수천 겹의 배리어 형태 구속 결계에 짓눌려 질식되는 중이었다. 윤혁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드넓은 숲이 한눈에 보였다.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니 숲을 잠식한 섬뜩한 젤리 덩어리가 보였다.

   “너, 너는 누구냐!”

   “이드(Id).”

   이름이 제시되자 직감적으로 상황이 파악되었다. 윤혁은 이를 악물었다. 설마 했는데. 에고와 슈퍼에고에 이어서, 이번에는 이드냐. 대체 그자들은 뭐 하는 무리들이지? 저자도 한 패거리인가?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죠? 또 심장을 빼앗으려고?”

   “아니, 그건 이제 우리로선 무리야.”

   이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존재는 포획된 윤혁을 면밀히 관찰하였다.

   “내 관심사는 조금 다른데 있어.”

   “심장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면……, 반지 소유권이라도 빼앗으려고?”

   “반지라고? 그건 또 뭔 소리지?”

   보아하니 같은 팀이라고 해도 정보 공유가 완전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슈퍼에고는 분명 윤혁에게서 반지의 잔흔을 감지했을텐데, 저쪽에게는 알려주지 않았구나. 괜히 힌트를 흘린 건가 싶어 후회가 되었다.

   젤리 괴수는 확인 차 꿀렁거리며 움직이는 촉수를 윤혁의 몸속에 스며들게 했다. 몸을 헤집는 듯한 촉감이 매우 역겨운 기분을 유발하였다. 그제야 녀석은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한테 커버넌트가 있었구나. 하긴. 하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그는 알트루즘에도 커버넌트에도 별 흥이 없어 보였다.

   “나는 다른 걸 점검하러 왔거든.”

   “뭘 점검한다는……, 으윽!”

   머릿속에서 전기 신호가 폭발하는 느낌과 함께 윤혁은 경악하였다. 불쾌감과 쾌감이 뒤섞인 기묘한 신경전달의 칵테일이 그의 뉴펀들을 잠식하였다. 헬리웃이 강제로 주었던 고문 곧 고통 신호의 주입과는 완전히 다른 류의 불쾌감이었다.

   “제, 젠장!”

   도저히 견디기 힘든 수치감에 입이 저절로 격해졌다. 윤혁은 떨리는 눈으로 조심스레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전신이 거대한 젤리 덩어리에 파묻혀 있어서 아무것도 눈에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갗에 닿는 촉감은 선명히 상황을 알려주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널 희롱하는 게 아니란다.”

   “다, 당장 내려놔!”

   청소년 시절부터 그토록 그를 고뇌하게 해온 내적인 정열의 감각이 몸과 정신을 침습하듯 휘감았다. 항상 그가 극복하고 싶었던 것. 저 내적 에너지를 제어하기 위해 온갖 연단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왔었다. 그 힘은 인간 본연의 속성으로 내재된 힘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나 광란의 불꽃 또는 무질서의 폭풍과 같다. 역사 속에서 무수한 청년들을 좌절과 혼돈, 혹은 타락에 빠트려왔던 힘. 윤혁이라고 그 앞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아니, 그에게는 그 시련이 비정상적으로 버거운 장벽이었다.

   “강윤혁.”

   젤리 덩어리, 아니 이드가 입을 열었다.

   “어떤가. 감상을 말해보시지. 불쾌한가?”

   “크윽, 그걸 말이라고…….”

   “왜 괴로워하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본색적 원천’에서 거대한 잠재 에너지를 얻지 않나? 그것이야말로 모든 원색적 창조성의 근원이 아니던가.”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뇌는 팽팽 회전하며 터질 듯 지끈거렸다. 윤혁은 이성을 유지하고자 필사적으로 혼신을 다했다. 마치 정욕을 불지르는 마약을 강제 주입당한 기분이었다. 몸이 제어에서 벗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그의 속에 내재된 비정상적 에너지가 폭주하였다.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취기 앞에 윤혁은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 같아 절망하듯 눈물을 쏟아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인간은 그것에서 창조의 힘을 얻는다.”

   “다, 닥쳐!”

   “생명의 창조, 지식의 창조, 그리고 존재의 도약까지, 놀랍게도 인간의 위대한 진화 과정에서 이것은 항상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해왔지.”

   “제, 제발 그만둬!”

   견디다 못해 울음소리가 애원 조의 음성에 섞여들었다.

   “인간을 짐승처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위대하게 만들기도 해. 신기하지 않은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최강의 무기란 어쩌면 초자아도 자아도 아닌 쾌락이 아닐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크헉!”

   이드는 저항하는 포로를 단숨에 굴복시켰다.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움직임을 증폭시키고 뉴런의 전기를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남자라는 존재를 굴욕적으로 만들기란 참으로 간단했다. 윤혁은 심장박동은 점점 거칠어졌고 폐렴에라도 걸린 듯 숨은 헐떡거림으로 바뀌었다.

   ‘설마 약물이라도 강제 주입했나?’

   “아니.”

   텔레파시 마인드리딩으로 윤혁의 생각을 읽은 이드가 대답했다.

   “네 본연의 잠재력을 살짝 일깨워줬을 뿐이야. 그건 원래 네 힘이다.”

   “본연의 힘?” 

   이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초인의 위대함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지. 하나는 초인의 정신, 곧 모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절대적인 초지능이다. 어떤 영역의 재능이든 시작부터 일반인 따위는 넘볼 수 없는 경지에서 시작하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능 자체가 평생 끝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카리스마타 같은, 아예 인간은 가질 수 없는 특수한 재능도 있고.” 

   이드는 조롱하듯 윤혁의 머리통을 젤리 촉수로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두 번째는 초인의 육체……, 그것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 가능하며 독과 질병과 감염원과 노화 등을 상쇄시킬 수 있지. 또 일반인과는 달리 신체 개조에도 부작용을 일절 겪지 않고 도리어 개조 작용을 소화하여 태생의 상태보다 더 조화롭게 새 요소를 자신 속에 정착시킬 수 있어. 그래서 일부 초인은 초능력을 받아들임으로써 물리법칙을 벗어난 신적 육체로 진화하기도 하지.”

   이드는 윤혁의 온 몸을 자신의 촉수로 헤집고 농락하였다. 그 조롱에 대단한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말이야, 의외로 세 번째 요소가 있는 건 많이들 모르더라고.”

   “세, 세 번째라고?”

   “그래, 자랑하며 내세울 만한 힘은 아니라서 솔직히 쓸모가 없어 보이긴 해.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것을 사족으로 취급하지.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아. 이 세 번째 요소야말로 초인의 각성 과정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특히 두 번의 각성을 거쳐야 하는 위버멘쉬급에겐 이게 매우 중요해.”

   윤혁은 이드가 주무르는 부위를 감지하고는 모멸감에 컥 소리를 내면서 기겁했다. 진심으로 저 젤리 덩어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는 분노와 충동이 강렬히 느껴졌다.

   “초인의 정신, 초인의 육체,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해주는 원초적인 힘…….”

   “당장 그 촉수 놓지 못해!”

   “바로 초인의 리비도(Libido)란다, 꼬마야.”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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