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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45회 아벨의 후예 Ch 31. 인본주의와의 타협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1.19 | 회차평점 0 0

 

 

 

 

 

 

 

*

 

 

 

 

 

 

 

   리온은 간만에 일을 멈추고 잠들었다. 그의 안식을 확인하고 마음이 놓인 재현은 잠시 자신의 기분도 환기하고자 도심지 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첨단 도시 공학으로 형성된 Upol 내부의 야경은 참으로 웅장하고 경이로웠다. 재현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지구의 도시들보다도 훨씬 더 찬란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아니지, 지금쯤이면 지구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졌겠지.’

   아마도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발붙일 틈은 사라졌으리라. 이제 우주 인류 가운데 선택받은 우수한 인간들만이 지구를 유업으로 얻었겠지. 재현 자신의 동생처럼 태생부터 남다른 인종이거나 혹은 그에 버금가는 역량으로 성장한 인간만이 그곳에 발 붙이는 것을 용납 받으리라.

   사실 이제 재현에게는 그곳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괜히 그런 장엄한 성지에 끼어 살면 머리만 아파진다. 차라리 지금처럼 2등 시민 틈에서 생활하며 떠돌이처럼 전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궁궐에서 사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문지기로 사는 편이 더 평안하리라.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틈에.

   “형.”

   순간 재현의 뇌리에 익숙한 텔레파시 음파가 공명하였다.

   “수현?”

   “이곳에 있는 건 다 알고 있어. 지금 찾아갈거야.”

   느닷없는 동생의 출현에 당황한 재현.

   “자, 잠시만!”

   “형, 리온 마흐무드 목사는 놔두고 혼자서만 나한테 찾아와. 당장.”

   명령조의 엄격한 음성. 수현은 텔레파시로 좌표를 알려주었다. 재현은 잠깐 숨을 고른 후 텔레포트 이능력을 이용해 곧장 그 좌표로 이동했다. 과연 그곳에는 키가 훤칠한 미남 한 명이 서 있었다. 나름대로 잘생긴 편인 재현조차 평범하게 보일 만큼 아름다운, 초인 특유의 우월한 외모가 돋보였다. 보는 이의 시선을 끄는 건장한 체격까지도. 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해 보이네, 형?”

   “어……, 난 잘 지냈어. 수현이 너는?”

   “거짓말하지 마. 형네 일당을 계속 모니터링해왔어. 그게 잘 지낸 거라고?”

   수현의 냉담한 검은 눈동자가 재현의 얼굴을 꿰뚫어 보았다. 재현은 당황하여 머뭇거렸다. 수현은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온 모양이다. 지난 몇 달간, 지구 교회 사역팀이 어떤 세력들과 얽혔으며, 얼마나 자주 이단 종교들과 충돌했었는지도.

   “일당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제법 뛰어난 인재인 건 인정해줄게.”

   “누구?”

   “리온 마흐무드 목사. 과연 보통은 아니던데. 위버멘쉬께서 인정하실 만해.”

   “뭐? 잠깐, 너 지금 무슨 말이야? 너 설마…….”

   재현은 위버멘쉬가 언급되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수현의 어깨를 붙들었다.

   “카이……, 강재혁 대표님, 설마 그 사람과 네가 접촉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무슨 상관이지? 그분은 내 상관이지 형의 상관이 아니잖아.”

   “천수현!”

   다급해진 어조로 재현이 외쳤다.

 

   수현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형을 바라보며 지난 몇 달간 자신이 조사해온 것들을 떠올렸다.

   리온 일행은 여정 내내 충실히 사역을 해왔다. 그러나 리온 개인의 명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우주 전체로 보았을 때 그들의 세력은 그저 이름 없는 단체에 불과했다. 그들의 일이 나비 효과를 유발해 더 대단한 일꾼들을 곳곳에서 각성시키긴 했으나 정작 본인들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인류연합과 초인들은 여태껏 지구 교회 사역단을 주목하지 않았다. 카이젤, 성운, 그리고 수현만 제외하면.

   수현은 최근 통일시스템이 벌인 종교 징벌 사태와 관련된 전말을 조사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징벌이 시작되기 한두 달 정도 이전에 지구 교회 사역팀이 어떤 행보를 벌였는지 살펴봄으로써 그는 단서를 얻었다. 그들이 거쳐 간 지역들에서 발원한 사회적 파동, 수현은 그 정보들을 파악함으로써 퍼즐을 자연스레 맞출 수 있었다.

   ‘확실히 본인들이 직접 주역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리온 일행이 작은 파동을 일으키고 떠나면 그 작은 파동으로부터 새로운 파동의 진원지들이 여럿 생성되었다. 그것도 끊기지 않는 맥으로 지속적으로. 이는 다시금 더 큰 파동들을 여럿 발생시켰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되었다.

   이내 리온 일행이 남기고 간 파동의 후속작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합류하여 서로 공명을 일으키더니 폭발적인 현상의 진원지를 수없이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이차 진원지들에서 여러 세계를 거대한 부흥과 개혁의 물결로 이끌 인재들이 대거 출현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리온 일행이 극히 미미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처음부터 그들에게 의심의 시선을 꽂고 추적해보니 진실이 드러났다.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거대한 폭풍의 진원으로 작동했다. 적어도 심증은 선히 보였다. 종교 개혁의 파동을 알고리즘으로 역추적하니 지구 교회 사역팀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행적은 그리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활동의 연속일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요행이 반복적으로 따르더니 나비 효과로 의외의 결과물을 창출해냈다. 이것을 그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정작 자신들은 놀라운 계책을 꾸미지도 못했고, 보상도 얻지 못했는데.’

   흡사 저들이 움직이는 복의 근원 같이 느껴지는 착각도 들었다. 본인들은 아무런 상급도 누리지 않고 남들에게만 끝없이 유익을 전파하는 자들. 눈으로 확인한 결과가 이러하니 수현도 리온을 도저히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성녀의 제자였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뭔가 수완이 대단한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봐도 그에게는 좋은 정치적 수완이 없었다. 그보다는 마치 우주의 흐름 자체가 리온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 같았다. 흡사 정말로 신이라도 존재하여 그를 비호하는 것처럼.

   이단 종교들이 대거 제거당한 사건도 깊이 조사해보니 리온의 행적과 어렴풋이나마 연관성이 보였다. 그가 개혁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차적인 연쇄 반응으로 우후죽순 개혁자들이 출현했고 그 개혁자들이 사이비 종교들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노선을 취하면서부터 사이비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양 평정심을 상실하더니 대거 복음주의 기독교 노선을 포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이 Upol 전역에서 발생했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성적인 근거는 없지만, 흡사 리온이 주술이라도 걸어서 전 세계의 종교 집단들을 미치게 만든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그다음에 절묘하게 시스템이 움직였지. 설마 종교 해산까지 이뤄질 줄이야.’

   통일시스템은 이제껏 종교 활동에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어왔고 종교 집단들도 대체로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잘 지켜왔다. 이번 폭주 이전까지는.

   결국, 이번에 통일시스템은 문명의 기술력을 종교적 미혹에 사용하는 집단들을 사회의 병충으로 간주하고 무자비한 철퇴를 날렸다. 교회들은 이 매서운 칼날을 유유히 피해갔다. 흡사 이집트 장자(長子) 심판의 날처럼.

   수현은 내심 리온이라는 존재에게 불분명한 두려움까지 들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기우일지도 모르겠으나 리온과 자신의 형의 만남이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웠다. 내버려 두면 재현이 더 큰 위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리라는 염려가 들었다.

 

   회상을 마친 수현은 재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늘 그랬듯 말 잘 듣는 온순한 동생의 가면을 썼다. 초인으로 각성한 날 이후 그의 본질은 늘 맹수였지만, 형 앞에서만큼은 철저히 애완견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는 권력을 잡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구랑은 달리 이곳은 정말 시시각각 급변하네.”

   재현은 Upol의 인구 변화 문제 쪽으로 화제를 터놓았다.

   “글세. 오랫동안 못 봐서 몰랐겠지만, 지구도 이미 변화에 휩쓸렸어, 형.”

   “허, 역시 목사님 예측대로구나. 부모님은 괜찮으시고?”

   “내가 있으니까 모두 별 일을 겪지 않을 거야. 어차피 지구 시민권의 개혁은 불가피했어. 이제부터는 힘과 지혜를 소유한 자들이 땅을 차지하게 될 거야.”

   재현은 씁쓸하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온유한 자들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 라는 주님의 말씀과 상반되는 동생의 증언. 여전히 세상은 불의하구나 싶었다.

   ‘징검다리 권역으로 상승한 인간들도 생각해보니 거의 다 불신자들이었지.’

   그리고 그 권역에서 다시 Upol로 내려온 세대도 실상 신앙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외계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Upol을 떠나는 사람들도 백이면 백 세속에 속한 인간들이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 전까지는 마음이 온유한 자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일은 요원하겠지.

   “그런데 왜 외계행성 진출 기회에 제약을 두는 걸까?”

   재현은 동생이라면 혹시 아는 바가 있을까 하여 질문하였다.

   “역시 형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아는 게 있으면 좀 알려줘.”

   “딱히 감출 일도 아니야. 외계행성 프로젝트가 이미 중반부에 접어들었어.”

   “외계행성 프로젝트라고?”

   “응, 우주 인류 프로젝트의 제2단계를 별칭으로 그렇게 불러. 지금 외계행성들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야. 참고로 제1단계는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이곳들, 그러니까 하늘도시를 생성하고 완성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이미 다 완료되었지. 인류연합은 몇 달 전 하늘도시의 지하에 있는 동면 시스템 하데스 챔버에 저장된 사람들을 소생시켜서 제2단계의 무대인 외계행성에 심어두었어.”

   수현은 인류 육성 계획의 이모저모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미 우주 인류 프로젝트 제2단계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인류연합이 테라포밍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음을. 나아가서 최근 ‘라&가이아’ 계열 기술이 개발되면서 테라포밍의 패러다임에 일대 혁명이 분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나아가 최근 행성 환경의 조정, 그리고 피코머신을 통한 인체 적응력 증진, 이 두 프로젝트를 연계하여 우주 인류의 거주지 범위를 극대화하는 일이 진행 중임도 전해줬다.

   “테라포밍, 라&가이아, 피코머신,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페아노르 프로젝트야.”

   “페아노르(Feanor)? 혹시 J.R.R 톨킨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캐릭터인가?”

   “그래, 축복의 대륙에서 요정족을 선동해 중간계로 이끌고 갔던 요정왕이지. 서녘의 좁은 대륙에서 신들의 통치를 받고 사느니 차라리 인간족의 터전인 넓은 중간계에 터를 잡고 그곳의 마왕을 함께 몰아내자고 주장했었지.”

   유명한 판타지 문학 속의 그 페아노르라는 인물은 대단히 복잡다단한 캐릭터이다. 암흑 군주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이 만든 보물인 인공 보석을 훔쳐 중간계로 달아나자 페아노르는 서녁의 신들인 발라들의 만류를 거절하고 요정 족을 선동해 중간계로의 이주를 벌였다. 어찌나 급진적이고 과격했던지 이 과정에서 동족 내 의견 충돌이 일어나 동족 잔상도 벌어졌으며 이후 암흑 군주와의 무리한 전쟁 과정에서 기나긴 고생이 이어져 유혈과 참극이 점철되었다.

   재현은 왜 그 캐릭터의 서사를 비유로 사용한 것인지를 얼추 짐작해내었다.

   “인류연합도 2등 시민들을 비시민들의 거주지인 외계행성으로 이주하게끔 유도하겠다는 건가? 우월한 요정 족이 인간들의 땅에 들어가 그들을 계도하고 다스렸던 것처럼?”

   “그렇게 함으로써 문명을 발전시키고 풍요로운 행성으로 바꿀 셈이지.”

   “지구의 식민지 시대처럼 약탈이나 불평등이 가속될 것 같은데.”

   재현의 말을 들은 수현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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