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58회 아벨의 후예 Ch 34. 타야테라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2.24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 연속됨)

 

 

 

 

 

 

 

   시스템의 메시지는 이어서 그들이 방문해야 할 장소를 공지했다.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강제 소환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물을 감시할 수 있는 시대이니만큼 교묘히 달아날 기회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 설령 차원 이면에 숨거나 먼 우주 너머로 달아나더라도 감지 장비에 포착될 것이다.

   “갑시다.”

   리온을 선두로 지구 교회 사역팀은 소환 좌표인 티아테라 시의 중앙탑으로 향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특이한 기하학적 양상의 프렉탈 형태 구조로 재단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이라는 실체 그 자체를 직물처럼 재조직한 듯했다.

   ‘왠지 낯익은 기분인데.’

   지현은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어디선가 본 듯한 패턴을 감지하고는 기시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공간을 다양한 패턴으로 오려 붙이고, 공간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비틀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붙인 구조. 차원 이면을 수천 겹으로 얇게 저며 겹쳐 붙인 패턴. 서로 다른 속성의 환상계를 뒤섞은 공간까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 복잡성 속에 어떤 잘 아는 사람의 취향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들어가시겠습니까?}

   바로 그 순간, 지현의 눈 앞에만 한 메시지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지현은 혹시 시스템에게서 지시받은 사항이 없냐고 동료들에게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아무도 영문을 알지 못했다. 나머지 셋은 지현이 본 메시지를 받지 못한 듯했다.

   리온이 말했다.

   “일단 먼저 들어가 보세요. 아무래도 유지현 씨한테 볼일이 있나 봅니다.”

   “괜찮을까요? 목사님이나 재현이 형, 찬영이 형을 떼어놓으려는 게 왠지…….”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두분이 곁에 있으니 제 신변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리온의 확증에 지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과 찬영은 자신들을 굳게 신임하는 리온의 태도에 내심 보람을 느꼈다. 지현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시스템 메시지에 응답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수락하였습니다.}

   {디멘션 스왑(dimension swap) 발동.}

   응답과 동시에 섬광이 지현 주위를 감쌌다. 일행이 있던 공간에서 분리된 지현은 다른 공간, 정확히는 통상 공간에 겹쳐져 있던 또 다른 인공 차원으로 이동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조금 전처럼 아공간이 뒤섞인 괴이한 공간이 나올 줄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넓고 쾌적한 일반적 실내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근사하고 우아하고 고풍스러웠다. 이제껏 Upol에서 만난 다른 부자들의 집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웅장했다.

   “여, 여긴?”

   공간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왔다.

   “어서 와라.”

   지현의 귀가 전기 충격을 맞은 듯 번뜩 반응했다.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고생이 많구나.”

   “설마……, 형?”

   어두운 계단에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

 

 

 

 

 

   한 갈색머리의 남자가 다가왔다.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 탄탄한 근육으로 꽉 짜여진 훌륭한 체형, 빨려 들어갈 듯한 매력의 유려한 미남형 얼굴, 그리고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카리스마. 평소 보던 모습과 닮았으나 그 분위기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계를 뒤흔드는 마신의 강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성운이 형?”

   막 씻고 나왔는지 유성운의 머릿가에는 물기가 옅게 젖어 있었다. 그는 바지와 얇은 가운만을 걸치고 있었는데 느슨한 차림에 단단한 상반신이 드러난 모습이 퇴폐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아우라를 자아내었다. 태생적으로 몸에 깃든 거만함과 달리 표정은 사무적이고 무덤덤하고 권태로웠으나 특유의 무게감이 있는 터라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끌어당기는 근사함을 자랑하였다.

   “마침 네가 이곳 Upol-23,091을 지나다니 우연치고는 신기하군.”

   “설마, 저희를 감시하셨나요?”

   “감시라고? 번거롭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리가.”

   통일시스템처럼 마인드 리딩이나 초광역 및 초미세 차원 감지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긴 해도 성운 휘하의 무인 기업 시스템들 역시 제법 고성능이었다. 그것들은 많은 눈과 귀를 가지고 있었다. 리온 일행의 꼬리를 밟기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사실 나는 처음부터 네 행적을 주목했었다.”

   성운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덕분에 리온 마흐무드 목사, 그 사람이 바로 이 폭풍의 한가운데서 날갯짓하는 나비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

   지현의 동공이 움찔거리며 긴장감에 부르르 떨렸다. 

   ‘큰형이 설마 목사님을 어떻게 하려는 생각인 건 아니겠지?’

   성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때마침 천재현과 김찬영, 내 귀한 작품들도 동행하고 하고 있었군. 귀여운 막내와 함께 말이야. 이런 상황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

   “작품이라뇨!”

   순간 발끈하는 막내를 보고 큰형은 냉소로 반응하였다.

   “너는 전부터 현민이, 현성이, 현우, 현아와는 확연히 달랐지. 머릿속이 꽃밭이라 해맑게 웃는 세쌍둥이, 친화력 좋은 현아와는 달리, 너는 어렸을 때부터 과묵하면서도 속이 깊은 아이였어. 인륜과 도덕에 관한 생각도 남다르고 세계관도 깊고 풍성했지.”

   성운은 순수한 마음으로 인정하며 지현을 칭찬했다. 지금 내뱉은 모든 말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그는 항상 가족 중 막내를 가장 눈여겨보았다. 나머지 식구는 솔직히 일반인에 지나지 않아서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허나 지현만은 조금 별나다는 인상이 들었다. 물론 초인에 비하면 신체적으로나 지혜로나 터무니없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나름 꽤 영특한 게 재미있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대체…….”

   “네 혜안을 칭찬하려는 거야. 리온 목사 같은 재미있는 인간을 택한 네 혜안.”

   “저는 그저.”

   “그분께 봉사하고 싶었다고?”

   성운은 조용히 불쑥 다가와 지현 앞에 섰다. 커다란 풍채에 지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 안락의자에 주저앉았다. 성운은 동생을 강한 이채가 서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는 한 손으로 의자의 등받이를 짚고 동생에게로 얼굴을 가까이 움직였다. 거대한 압도감이 발산되었고 지현은 긴장하여 온 몸의 근육이 굳었다. 매섭게 쪼개어진 고도로 발달한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흡사 잘 단련된 거대한 야생 맹수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현과 성운의 두 눈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세 일행이 머무르던 공간에는 변동이 발생했다. 복잡한 직물처럼 짜여있던 아공간이 프렉탈 단위로 해체되어 재조립되더니 무한공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함정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이윽고 공간 전역에 내포된 준 편재의 힘이 변질 현상을 일으키며 주인의 의지를 발산하였다. 초고밀도의 초능력이 발생하였고 그것은 영역 내의 입자 하나하나의 물리 변수를 강제하였다.

   ‘무, 무슨 힘이!’

   성운의 신체에 궁합이 맞는 초능력은 총 아홉 종류의 채널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머지 채널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신체 궁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적인 사용만 고려한다면 이론상 모든 채널에 접속은 가능하다. 실제로 성운이 학습한 채널은 수억 종류가 넘었다. 공부할 물리학적 시간이 부족해 겉핥기 식으로 배우긴 했지만, 그럼에도 보통의 초인보다도 조예가 깊었다.

   그런 강력한 그가 다양한 힘을 화합하여 시너지 효과까지 얻어낸다면 하나의 인공 공간 전체를 비틀고 지배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공간 개변이 전부가 아니었다. 잠시 후, 초능력으로 생성된 분신들까지 출현하였다. 그것도 수천 기 이상이. 사람 형상이 아니었다. 정령처럼 반투명했다. 이들 역시 준 편재 상태나 마찬가지라서 위치 특정이 불가능한 바람 같이 행동하였다.

   “목사님, 물러나세요. 찬영아!”

   “응.”

   재현의 다급한 외침에 재빨리 반응하는 찬영. 찬영은 리온을 업더니 도주를 시도했다. 그러나 상대와의 힘의 격차가 너무 컸다. 재현은 자신의 고유 이능력과 신체에 깃든 초능력들을 한번에 활성화해 대응했다. 그러나 성운의 초능력 분신이 보이지 않는 권능으로 그를 무력화시켰다.

   한순간에 재현은 힘의 사슬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 하는 포로의 상태로 제압당했다. 어찌나 정밀한지 충돌의 스파크조차 튀지 않았다. 아니 힘의 충돌이랄 것도 없었다. 애초에 상대는 최소 수억 종류 이상의 초능력 채널을 다룰 지식이 있었고 재현은 그 어떤 채널의 본질도 어느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많이 컸군, 천재현.”

   허공에서 성운이 생성한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내가 키워주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

   “더는 회장님 그늘 아래서 나약하게 고개 숙이지는 않을 겁니다.”

   “과연 성장했네. 네 성격 변화는 뒤에 계신 저분 덕분인가?”

   보이지 않는 마법적인 시선이 이번에는 찬영에게 업힌 리온 쪽을 향했다.

   “목사님은 상관 없으니 건드리지 마시죠!”

   “이거 참 재밌군.”

   그때 리온은 찬영에게 부탁했다.

   “잠깐 내려주시죠.”

   “하지만.”

   “어차피 우리 힘으로는 저 상대에게서 도망칠 방도도 없으니까 정면으로 부딪치는 편이 낫겠네요.”

   하는 수 없이 찬영은 승낙하였다. 리온은 허공을 향해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제가 리온 마흐무드입니다.”

   “반갑군요. 내 이름은 유성운입니다.”

   ‘유성운? 아나스타샤씨가 언급했던 그 후원자인가?’

   리온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지구가 해체되기 이전 시절부터 꽤 유명한 공인이었다. 리온은 동료였던 윤혁이 언뜻 유성운이라는 사람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기억 났다.

   “일단 감사를 드립니다. 선교팀 시절에는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리온은 일단은 정중한 인사를 던져봄으로써 운을 띄웠다.

   “아하, 그때 당신네 우주선이 솔라 타나토스의 중력권에 빨려 들어갈 뻔 했다고는 들었습니다?”

   “네, 그때 당신이 파견해주신 히어로들 덕에 목숨을 건지긴 했습니다.”

   “저와는 무관한 자들입니다. 지금은 이미 제 손에서 벗어난 자들이죠.”

   성운에게 있어서 히어로들은 이제 관심 밖이었다. 사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이 개입했던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바람에 크로스솔져 집단이 결성되어버렸지. 성운은 옛 기억을 되삼키고 리온을 주목하였다.

   ‘저 인간이 바로 그 유명한 성녀가 거두었던 일반인 제자인가. 과연 성녀의 카리스마타는 굉장하군. 일개 일반인의 역량을 뜻하지 않은 수준의 그릇으로 성장시키다니. 그것도 자신에게 적대적인 입장에 있는 제자를.’

   성운도 정중히 인사를 돌려주었다.

   “티아라씨의 제자를 직접 뵙게 되어서 저도 반갑습니다.”

   리온의 미간에 조금 주름이 잡혔다. 하필 자신을 그녀와 연관 짓다니. 초인들이라면 아무래도 그 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엮이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다음 회차에 연속됨)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557회 아벨의 후예 Ch 34. 타야테라 (1)
등록일 2025-12-22 | 조회수 34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559회 아벨의 후예 Ch 34. 타야테라 (3)
등록일 2025-12-29 | 조회수 18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