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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2회 아벨의 후예 Ch 46. 방주 프로젝트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4.24 | 회차평점 0 0

 

 

 

 

 

Chapter 46. Intergalactic : 방주 프로젝트

 

 

 

 

 

 

 

   내심 윤혁은 자신의 내면의 강직함을 믿어왔다. 루디아 또한 그를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최소한 주님께서 도우신다면 어떤 난관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랬기에 지금처럼 허약하게 쓰러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충격은 컸다. 나약함과 무너짐. 진리를 대적하는 적들을 향해 용감하게 뛰어들어 겨루었던 과거의 모습과는 너무도 괴리감이 짙었다.

   하지만 윤혁은 자만했었다. 그는 자신의 본질이 유약한 질그릇이었음을 기억해야 했다. 그는 위대한 영웅이 아니다. 그저 한 명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초인처럼 탁월한 지혜와 육체를 가진 자도 아니었으며 위인전에 오를만한 성인도 아니었다.

   그런 연약한 몸으로 지금껏 수없이 많은 버거운 짐들을 감당해 왔다. 비단 알트루즘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만이 순례길의 전부는 아니었다. 지난번 선교 여행 때부터 지금의 여행에 이르기까지, 윤혁은 자신보다 강한 자들의 침략과 유혹과 괴롭힘에 시달려왔다. 진과 칼리드와 스튜아 같은 철인왕들, 그리고 이번에는 세미온과 야르베스와 하르무트라는 한 수 더 한 적들, 무엇보다 그의 삶에 큰 그림자와 짐을 씌우는 그 사람까지. 본질은 여린 소년과도 같았으니 온갖 버거운 시련들을 감내하고 또 감내하는 사이에 닳고 닳은 것이다.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듯한 상태에 하필이면 하르무트가 마지막 결정타를 먹인 것이었다. 드러난 진실은 참혹했다. 윤혁은 우주 인류의 조상들이 벌인 추악한 죄악상을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도리어 독재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전적인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아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더 비참한 점은 자신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란 점이었다. 인간의 추악한 악마적 본성이 자신 속에도 버젓이 살아 꿈틀거린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윤혁아!”

   “룻?”

   저 멀리서 안타깝게 그를 부르는 루디아의 목소리.

   윤혁은 기운이 모두 소진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긴 일러. 아직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그녀는 과연 지혜로웠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크삼형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했다.

   “말 잘 나왔네, 야르베스 네가 진실을 설명해 줘라.”

   하르무트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야르베스가 동의하였다.

   “강윤혁, 왜 굳이 이번 계획에 필요도 없는 파파의 ‘커버넌트 오브젝트’를 이 자리에 오도록 허락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너희는 지금 우리가 같잖은 신파극을 지어낼 작정으로 유치하게 조작 영상이라도 보여줬으리라 생각하나? 참 한심하군.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런 내기를 걸면서 굳이 진실이 아닌 걸 보여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야. 특히 우리와 너희의 커버넌트까지 시합용 재료로 써가면서 그런 꼼수를 부릴 수는 없지.”

   야르베스가 루디아를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오브젝트를 가져온 이유를 가르쳐주지. 이건 너희를 위해서다. 우리가 혹 집단 무의식의 내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변형하지 못하도록, 원래 그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미리 공정함을 위한 장치를 데려온 거다.”

   그들이 자신들의 공정성에 자신감을 갖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그녀의 오브젝트로서의 힘, 그리고 우리가 지닌 커버넌트는 본질과 뿌리가 같기에 서로 공명이 가능해. 또한 조금 전 하르무트가 너에게 준 집단 무의식,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카리스마타뿐 아니라 커버넌트도 이용되지.”

   좀 더 긴 설명이 이어졌다. 이해하지 못할 복잡한 내용도 많았으나 요점은 간단했다. 루디아가 지닌 커버넌트의 힘과 아크삼형제의 커버넌트의 힘, 두 가지가 공명함으로써 진실은 철저히 보존되고 거짓된 조작은 차단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애초에 저들이 상정해 둔 루디아의 용도란 바로 반칙 방지용 거짓말 탐지기였다.

   “즉 우리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는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 수 있다. 오브젝트.”

   “…….”

   루디아는 두려워하며 자신의 힘을 조심스레 운용해 보았다. 이내 윤혁과 아크삼형제의 텔레파시가 루디아에게도 연결되었다. 윤혁이 어떤 기억을 보았는지 그 내용이 전달되었다. 집단 무의식을 직접 생생하게 체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 형태로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격받기에는 충분했다.

   ‘이럴 수가!’

   그녀는 조금 전의 윤혁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느꼈을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더욱 잔인한 사실은, 루디아 속의 거짓말 탐지기가 아크삼형제가 준 집단 무의식을 진실한 정보, 곧 있는 그대로의 원본인 것으로 판명하였다는 점이다.

   윤혁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속으로 힘겹게 부르짖었다.

   ‘당신께서 알려주세요. 저들이 말한 사실들이 정말로 진실입니까?’

   영혼의 탄식이 메아리칠 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거짓에 속고 있다면 거짓말하는 자들의 입을 닫고 진실을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답답하리만큼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제가……, 만약에 그 악인들 대신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았겠죠?’

   그러자 이번에는 응답이 도래했다. 자신의 실상을 고백한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그분의 응답이었다.

   [저들이 전해준 기억은 진실이다. 실제로 있던 사건이다.]

   “아아!”

   울음 섞인 비통한 탄식이 입술에서 고통스럽게 새어 나왔다.

   루디아가 텔레파시로 그에게 외쳤다.

   “윤혁아,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돼! 과거의 일은 분명히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우린 과거에 인간들이 저질렀던 죄를 없었던 일로 바꿀 수는 없어. 그저 앞으로 어떻게 반성할지를 선택할 따름이야. 이대로 저자들의 꾐에 휘말리면 오히려 더 많은 비극이 재생산될 뿐이야.”

   그녀의 외침에는 처절한 애통의 마음이 묻어있었다.

   “낄낄, 너무 늦었어.”

   “무의미해. 집단 무의식에 당했으니 이미 맨정신이 아닐 거다.”

   “알트루즘을 해킹하는 것도 이젠 식은 죽 먹기겠네.”

   그들의 꼴을 보며 아크삼형제가 비웃었다. 이내 그들은 합장하여 힘을 발산했다. 초거대 규모의 에너지가 행성 전역을 넘어 보이드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전에도 세미온에게서 본 힘이었다. 하젠트라, 상위 권능. 아크삼형제는 천체혼과의 공명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천체혼의 힘을 상쇄시킬 절대적 상성의 힘을 획득했다. 이미 무수히 많은 종류의 하젠트라를 획득한 카이젤에 비하면 지극히 하찮은 수준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최상위 이하의 초인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로 만들기는 충분했다. 셋의 힘에 반응하여 보이드를 관할하는 시스템들이 움직였다.

   {전 행성 구조체, 본래 모습으로 개화(開化), 개시.}

   {공간 재편성 개시.}

   {방주(Ark), No.1의 매개용 코어를 소환합니다.}

 

 

 

 

 

 

 

*

 

 

 

 

 

   행성, 아니 일종의 유사 행성들은 이제 구형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들은 퍼즐 조각처럼 쪼개어져 흐드러진 뒤 재조립되었다. 공간 그 자체도 해체되고 있었다. 그 틈으로 압축 공간들이 드러났다. 칼라비-야우 차원의 틈새가 갈라졌다. 이제껏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물리 현상들이 전개되었다. 마치 시뮬레이션 우주 속의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곳은 환상계가 아닌 분명한 현실이었다.

   전처리 작업이 완료되자 메인 프로세스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틈이 활짝 넓게 열리며 공간 전역을 뒤덮었다. 상위 차원인 벌크 고차원이 드러났다. 저 너머로 테서렉트 아키텍쳐들의 장엄한 전경도 보였다. 이식 수술 때 잠시 형과 시야를 공유하면서 인식했던 것과는 급이 달랐다. 그때는 윤혁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에 인식에 큰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육안으로도 훤히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알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

   루디아도 그 엄청난 모습에 기겁했다. 조각만큼 작은 땅인 이스라엘, 그리고 작은 섬 하와이. 그런 조그마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소녀에게는 지구조차도 한없이 넓은 세계였다. 하늘도시를 보고 나서는 한층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지평이 넓어지기는 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인간의 상식을 넘어서는 구조물을 목격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 구조물을 정확히 어찌 묘사해야 할지 그녀로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윤혁마저도 그것을 보더니, 순수한 우주적 공포에서 나온 허탈감에 입을 닫았다. 그의 눈은 힘을 잃었다. 별과 같은 구형의 물체가 아니었다. 사람이 정교하게 빚어낸 기계, 문명의 산물이었다. 다만, 크기가 지나치게 컸다. 언뜻 보기에도 저 멀리 보이는 태양 크기의 인공 항성들이 일개 자그마한 부속품으로 보일 만큼 거대했다.

   “방주!”

   세미온이 흥에 취하여 외쳤다.

   “인류의 미래란다. 참 아름답지 않니. 사실 저마저도 방주의 본체는 아니란다. 앞으로 출정시킬 진짜 방주의 극히 일부분, 아직 조립되기 이전의 부속품에 불과하단다. 가장 중요한 핵심 부속품이긴 하지만 말이야.”

   둘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저 물체마저도 일개 부속품이라니.’

   곧 그 공간에 있던 모든 별들이 재조립되어 방주, 아니 방주의 부품과 재결합하였다. 그제야 윤혁은 왜 별들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이상한 궤도로 움직였는지를 깨달았다. 애초에 저것들은 더 큰 물건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방주라고 불린 물체는 통상 공간이 아닌 상위 차원의 물질을 재료로 하는 것인지 통상의 물리 법칙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전혀 다른 계열의 법칙을 따르고 있으리라.

   “원래는 이렇게까지 판을 키울 생각까진 없었지. 하지만 파파께서 자꾸 초월적인 성장을 이룩하시면서 인류의 역량을 지나치게 키워버리셨어. 덕분에 당초 계획했던 버전보다 판이 수천억 배 이상 거대해졌지. 우리에게야 즐거운 일이지만.”

   하르무트가 즐거운 어투로 말했다.

   “본래 우리가 처음 파파와 계획했던 방주의 개수는 서른 개 남짓, 그마저도 커봐야 지구만 한 크기였지. 하지만 테서렉트 아키텍쳐가 발명되면서부터 기회가 열렸다. 덕분에 계획을 대폭 수정했어. 방주의 수를 30억 기로 늘렸지. 크기도 적색 초거성을 능가할 수준으로 거대화했고. 더욱이 ‘완전 복제’ 기능을 획득한 퀘이사 엔진까지 탑재되면서 에너지의 제한도 없어졌지.”

   자포자기하는 얼굴의 윤혁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뭘 위해서 그렇게까지?”

   “3단계 우주 인류 프로젝트.”

   야르베스가 냉혹한 표정으로 응답했다.

   “가시우주(可視宇宙) 너머로 인류를 파송해 무한히 확장되는 문명을 건설하기 위함이지. 물론 인류연합의 완벽한 노예로서의 인간들로 구성된 세계다. 우린 초자연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무한 성장 인류의 저력을 보여줄 거다.”

   “그랬군. 당신들이 바로 그토록 경고되었던 ‘삼인방’이었군.”

   윤혁은 무기력하게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보통 아크삼형제라고 부르지.”

   “알겠다. 이제야 알 것 같네.”

   세미온, 야르베스, 하르무트, 일명 아크삼형제라 불리는 삼인방.

   총 30억 기의 초거대 우주선, ‘방주’라 불리는 역작. 우주 인류의 새 미래.

   윤혁은 이 퍼즐들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형은 노아가 되려고 했구나.’

   하나님의 뜻대로 소수의 남은 자들을 홍수로부터 건져낼 노아가 아닌, 하나님의 심판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려는 사악한 노아.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참된 방주가 아닌 적그리스도의 야망으로 충만한 방주를 지어내었다.

   ‘처음부터 저 셋을 선택해 낸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었겠지.’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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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회 아벨의 후예 Ch 45. 하르무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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