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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4회 아벨의 후예 Ch 46. 방주 프로젝트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4.29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이것이 지금까지 일이 전개되어 온 과정의 전말이다.

   “두 구성 요소는 완벽하게 짝을 이룬다. 비유하자면 에고이즘은 벡터의 ‘크기’를 상징하지. 이터널바이탈의 권능은 대부분 그 안에 담겨있어. 반면, 알트루즘은 벡터의 ‘방향’을 상징한단다. 가치 판단을 결정하지. 에고이즘이 어느 방향으로 힘을 몰아줄지 지시해 주는 탐침자 혹은 나침반 역할을 해준단다.”

   세미온이 말해주었다.

   “그렇게 에고이즘과 알트루즘은 한 쌍을 이뤄 이터널바이탈의 힘을 이루지. 이터널바이탈은 우주 인류의 불로불사, 유전적 진화, 정신적 초월, 모든 환경에 대한 적응, 다양성의 증폭도 도와주지만,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어. 그건 바로 인간 종족의 번식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란다.”

   아크삼형제의 숙원대로 인류라는 종족의 기제를 유전자 조합을 통해 인공 자궁에서 증식시키는 체제로 전환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인간 의식 체계의 완전한 개변이었다. 인간의 마음속에 깊이 심겨진 ‘가족과 관련된 관념’을 완벽히 삭제한 뒤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해야 했다. 세미온은 이를 위해서 ‘종족 단위 자아기제’를 고안해 냈다.

   두 번째는 제도적 인프라의 확보였다. 단체로 거대 인공 자궁에서 생성해 낸 인간들을 양육하고 교육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일련의 체계화된 장치가 필요했다. 또 인류연합의 방침대로 양육, 훈육, 교육을 맡아줄 서브 시스템이 반드시 확보되어 정부 체계와 융합되어야 했다.

   통일시스템은 이미 이 일을 가능케 할 기능마저 확보한 지 오래였다. 야르베스는 여기에 더해 사람들을 양육 시스템에 복종케 할 새로운 ‘정신 간섭’ 족쇄를 고안했다. 그는 이 족쇄를 기존 일곱 표식과 연계시켜 효율을 높였다.

   마지막으로는 생물학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피코머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이터널바이탈’이 아크삼형제의 계획에 핵심적이었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세 가지가 포함되었다.

   첫째, 인간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둘째, 인공 수정으로 만들어진 인간에게 안정적으로 표식을 유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류라는 종의 우수성과 다양성은 육종학적으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증대시키되 인간 존엄성과 인류 통일성은 정해진 틀 내에서 보호하도록 틀을 정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물학적인 측면의 해결뿐이야. 나머지 두 문제는 이미 다 체계가 갖춰졌어. 하나만 해결하면 알아서 따라오게 마련이지.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이 ‘열쇠’와 네가 가진 ‘알트루즘’의 지휘권만 얻으면 게임은 끝난다.”

   아크삼형제의 계획은 간단했다. 그들의 파파는 이터널바이탈의 ‘향방’을 결정할 알트루즘을 하필 자기 혈육에게 넘겨버렸다. 이는 불쾌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알트루즘의 소유자가 연약한 일반인임을 기회로 여겼다. 그의 약함을 이용해 조종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알트루즘은 본래 소유자의 의지에 반응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일반인은 연산력이 부족하기에 자신의 의지로 알트루즘을 제어하는 요령을 모른다. 그러므로 삼형제가 직접 나서서 알트루즘 소유자의 정신을 함락한 뒤, 그가 약해진 틈에 알트루즘을 해킹해버리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지휘권은 연산력이 압도적으로 탁월한 아크삼형제 쪽으로 넘어온다.

   일단 그렇게 지휘권을 얻으면, 알트루즘과 No.1 방주의 열쇠, 이 두 가지 준비물이 갖춰진다. 이것들을 아크삼형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제어하면 30억 기 방주에 탑재되어 현재 동면 중인 우주 인류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 방식이 아닌, 오로지 ‘인공 증식’ 방식을 통해서만 종족적 우수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생물학적 기제가 교정될 것이다. 그러면 인류의 미래 번영을 추구하는 카이젤이 만든 확률 프로그램들은 필연적으로 아크삼형제의 정책 쪽을 손들어줘야 한다.

 

   “윤혁아, 위험해!”  

   다급한 상황을 직감한 루디아가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야, 강윤혁.”

   하르무트가 텔레포트로 윤혁 바로 앞에 다가갔다. 그는 무저항 상태의 윤혁을 가볍게 농락했다. 그녀는 윤혁의 이마에 손을 대더니 조금 전에 심어 넣은 ‘집단 무의식’을 더욱 강력한 세기로 증폭시켰다. 적어도 수천 배 이상으로. 윤혁의 입에서 무너지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슬슬 준비해라, 세미온.”

   “알았다, 야르베스.”

   세미온과 야르베스도 움직였다. 둘은 시스템에 접속했다. 열쇠를 매개체로 하여 30억 기 방주 내부의 시스템에 간섭했다. 세미온은 종족 단위의 자아기제를 발동시켜 잠든 사람들의 뇌에 조작을 가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형제자매 같은 개념을 삭제하고 오롯이 전체주의적 시스템에 유대감을 느끼도록 재조정했다.

   야르베스는 충성의 표식과 소속의 표식에 간섭함으로써 방주 속 인간들에게 강력한 속박의 명령어를 심어 넣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만들어질 정부 산하의 양육 시스템에 철저히 효도하고 복종하도록 명령을 각인시켰다.

   둘은 방주 내부의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자신의 초능력 분신을 하나씩 더 생성하여 윤혁 앞으로 보냈다. 하르무트가 주입한 정신 공격에 녹초가 된 윤혁은 이미 눈에 아무런 생기가 없었다. 간교한 야르베스와 세미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르베스가 먼저 거대한 위압감으로 몰아붙였다. 그녀는 윤혁의 초감각을 다시 한번 증폭시켰다. 평소보다 몇천 배 이상 강하게. 곧 세 여인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권능의 흐름이 윤혁의 눈에 선히 나타났다. 전에 알지 못했던 우주적 공포가 실감이 났다. 대우주 앞에 선 하찮은 미물은 벌벌 떨며 전율하였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파파의 권능은 가시 우주 너머에서 불어날 3단계 우주 인류조차도 손에 쥔 날파리 한 마리를 죽이듯 가볍게 처리할 수 있어. 누구의 운명도 그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해. 네 무력한 힘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윤혁의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지진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렸다. 루디아가 외쳐대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지금도 이미 이토록 격차가 나거늘, 장차 완성될 절대 권력의 힘 앞에 무슨 저항이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에 저항할 자격이란 게 애초에 있기라도 한 것인가? 원죄의 힘 앞에 무기력해진 그는 대답을 내려놓은 채 지켜만 보았다.

 

 

 

 

 

 

 

*

 

 

 

 

 

   열쇠, 수천억 개의 시계들이 톱니바퀴처럼 얽혀있는 복합체.

   이 물건은 각각의 방주와 그 각각의 세부 구획마다 어떤 제도가 정착될 것인지, 정착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구현될 것인지를 가시적으로 표현해 주는 표시 장치였다. 말하자면 3단계 우주 인류, 방주 속 인간들의 미래 운명을 가리키는 시계 침이었다. 

   일단 한 세부 구역의 최종 운명이 하나로 확정되면, 그 이후로는 해당 방주가 증식될 때 복제된 방주에도 똑같은 패턴이 그대로 재현된다. 예컨대 전체 방주 중 약 50%의 구역에 ‘새로운 인류 증식 방식’이 제도적으로 확립되면 앞으로 방주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지금의 몇 겁 배로 불어나더라도 전체 중 50%라는 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이번 게임이야말로 앞으로 존재하게 될 무수히 많은 우주 인류의 향방을 고를 결정적 기로였다.

   카이젤은 비겁하게 이 결정권을 자기가 취하지 않고 아크삼형제와 윤혁에게 떠맡겼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달은 아크삼형제는 영악하게도 윤혁을 충분히 이용해 먹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미 알트루즘의 해킹은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신 제도를 뒷받침할 사회 기반적, 정신 심리학적 준비도 완성되었다. 이제 알트루즘을 이용해서 이터널바이탈의 향방을 조정한 뒤, 방주 속 인간들의 생물학적 증식 방법을 송두리째 체계적으로 바꿔버리기만 하면 아크삼형제의 완승으로 마무리된다.

   열쇠 안의 시계 침들은 그 순간에도 전통 가족 제도에서 신 제도로 빠르게 무게추를 옮기고 있었다.

   “얘야, 마음이 괴로운 모양이구나.”

   힘이 모두 풀린 윤혁 앞으로 세미온이 직접 다가왔다. 그녀는 지친 그의 얼굴을 조롱하듯 살살 쓰다듬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위로해 주듯. 하지만 그 친절은 가증한 위선이었다. 어디까지나 승리의 흐름에 쐐기를 박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실망했구나.”

   윤혁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넌 그들을 위해 이미 최선을 다했어, 그렇지.”

   축 가라앉은 그의 귀에 유혹의 속삭임이 스며들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단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렴.”

   “…….”

   “넌 하늘도시에 살던 사람들에게 표식으로부터의 자유를 아주 약간이나마 선물해 줬잖니. 그것만으로도 네가 할 도리는 다하지 않았니? 우주 인류란 본래 노예로 영원히 예속되기 위해서 설계된 존재들이란다. 그건 그들의 조상이 자초한 결과야.

   우리도 그들에 뿌리를 둔 우리의 혈통이 저주스러울 만큼 싫단다. 우주 출신의 초인들도 마찬가지야. 이것이 그들이 파파께 죽도록 봉사하는 이유란다. 빚진 자들이라서 그래. 그런데 정작 그 빚을 알지도 못하는 일반 우주 인류는 빚을 갚지도 않을망정 마땅한 최소한의 징벌인 표식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한다니, 솔직히 네가 생각해 봐도 염치없지 않니?”

   세미온의 목소리는 꿀송이처럼 부드럽게 달콤했다.

   “따지고 보면 너도 그 피해자잖니. 너는 네 유전자를 영영 세상에 남기지 못하잖니. 반대로 저들은 글자 그대로 하늘 위의 별보다도 많은 수효로 불어났지.

   그렇다면 마땅히 태생적 원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니? 또 파파께서 빼앗긴 것이 그분의 씨앗이라면 저들의 씨앗과 후손은 그분의 소유가 되어야 하겠지? 그래, 우리 종족이 그분의 영원한 노예가 되는 건 지극히 합당한 이치란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가정’이라는 안락한 제도로 사치를 누릴 자격도 없단다.”

   멀쩡한 정신에서 들었다면 궤변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부서진 정신으로는 분별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세미온은 대화를 하는 중 은근슬쩍 다른 교활한 음모도 병행했다. 그녀는 자신의 카리스마타와 초능력, 정신 간섭 능력, 그리고 텔레파시를 동시에 시전함으로써 윤혁과 일종의 ‘자아 동조’를 시작했다.

   {자아 동조 프로세스를 개시합니다.}

   {의식체를 이식합니다.}

   {알트루즘의 제어권을 회수합니다.}

   {제어권자 변경: ‘강윤혁’에게서 ‘아크삼형제’에게로 전이.}

   {전이 프로세스 35% 진행. 계속 진행 유지합니다.}

   “그래, 동생이라면 형의 원한을 풀어줘야지. 착하지, 착해.”

   세미온은 음녀보다도 더 간교하게 윤혁의 마음을 농락하였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 속, 마지막 한 줄기 남은 영혼의 목소리가 비통하게 외쳤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세미온은 마지막 결정타로 윤혁의 이마에 가볍게 두 번 키스하였다. 그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닌 일종의 힘이 담긴 최면이었다. 첫 번째 키스가 닿자, 의식이 흐려졌다. 두 번째가 닿자, 혼이 몽롱해졌다.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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