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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5회 아벨의 후예 Ch 46. 방주 프로젝트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01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승리를 확신한 세미온은 윤혁에게서 물러나 다른 둘과 함께 최종작업에 착수했다. 셋은 연합하여 손을 맞잡았다. 이에 99% 이상 양도된 알트루즘의 지휘권이 세 명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곧 복잡한 연산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방주 속의 인간들에게 심겨진 피코머신이 마법에 홀린 듯 반응을 일으켰다. 인간들은 서서히 ‘다른 무언가’, 혹은 ‘다른 존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신인류의 시대가 시작이로구나.”

   “방주 속으로 정신 간섭의 족쇄도 주입했다. 잠시 후 모두 감염될 거야.”

   “자아기제도 수월히 작동하고 있어. 이제 저들은 인류연합과 위버멘쉬를 자신들의 스승이자 영도자이자 아버지이자 존재의의로 여기게 될 거야.”

 

   흐려져 가는 정신을 붙들며 윤혁은 고개를 올려 아크삼형제를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사악한 사형수들의 집단 무의식에 침식당한 탓에 정신이 혼미하여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발견되었다.

   눈이 흐려져 미처 보지 못했던 것. 그가 지금껏 굳건한 정신력을 유지했던 동안에는 ‘광명의 천사’로 교묘히 위장했던,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잠잠히 숨겼던 존재가 드러났다. 기회가 왔다고 얼마나 의기양양한지 이젠 본 모습을 감추지도 않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지금 와서 알아봐도 이미 늦었어.>>

   ‘역시 그랬구나.’

   이제 3단계 우주 인류 속에서는 ‘가정’이라는 소중한 선물, 곧 창조주께서 주신 태초의 선물이 영원히 박탈될 것이다. 악한 정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어버이 행세를 하겠지. 자연히 신앙의 유산과 영적 은혜도 소멸할 것이다. 심지어는 ‘교회’가 잔존할 가능성도 지워지리라.

   ‘네 녀석은 인류에게 주어진 두 선물을 죽도록 훼방했었지.’

   <<맞아.>>

   앞날이 훤했다. 3단계 우주 인류 프로젝트는 무한 증식에 기반한다. 즉 곧 있으면 현재 확보된 수억 개의 은하마저 보잘것없어 보일 만큼, 영토를 늘릴 것이다. 인간들도 초고밀도로 집적된 타임필드 속에서 엄청난 수효로 불어날 것이다. 그렇게 불어난 이들의 삶의 전 부분이 인류연합의 철저한 통제 아래 놓일 것이다.

   인류의 기초 단위였던 가정이라는 개념도 기반부터 사라질 테니 자연히 그 자리를 대신해 압제의 힘이 자신을 주장할 테고 개인의 자유는 사라질 것이다. 자유가 없으면 선교의 자유도 없으리라. 누구도 복음을 듣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저렇게 불어난 무수히 많은 인간들이 무기력하게 지옥으로 떨어지겠지.

   <<사실 말이야, 가정이건 교회건 하나하나 일일이 부수는 건 비효율적이고 시간 낭비잖아. 지금까지 싸우느라 너무 귀찮았어. 그래서 이번에는 한꺼번에 부숴보려고. 개념 자체를 송두리째 소멸시켜 보기로 했지.>>

   ‘이런 저주받을!’

   윤혁은 속으로 맹렬한 욕설을 뱉었다.

   <<나중에는 신인류 쪽이 절대다수가 될 거야.>>

   만일 아크삼형제의 말대로 우주적 재난이 벌어져서 지금의 시민들과 비시민들이 사는 수억 개 은하 쪽이 훼손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은 인류는 사실상 방주에서 나온 이들뿐이니 실상 온 인류는 복음으로부터 단절된다. 다시 미복음화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다. 석기 시대로의 강제 복귀보다 더 무자비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이런 마당에 희망이 있을까?

 

   찰싹.

   그때 뺨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강한 자극의 순간, 흐리멍덩해져 가며 생기를 잃던 눈이 회광반조(回光返照) 하듯 소생하였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울먹거리며 화내는 음성이 들려왔다. 의식을 가리던 베일에 균열이 생겼다.

   “우리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룻?”

   “그래, 네 말대로 넌 연약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모두 다 그런걸. 그러니까 하나님의 손길만을 의지하고 붙잡은 거잖아. 그런데 여기서 네가 이렇게 포기하고 휘둘리면? 그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어느 순간 윤혁에게 다가온 루디아. 어느 틈에 분리 권역을 어떻게 뚫고 왔는지 그 과정은 윤혁도 보지 못했다. 중요한 건 그녀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루디아는 울면서 윤혁을 꼭 껴안았다. 이에 격하게 움직이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뭘까?’

   제어권을 빼앗긴 상태는 여전했다. 집단 무의식을 경험한 충격과 슬픔도 여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령 깊숙이 평온감이 전달되었다. 감각적인 행복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잠시 잊고 있었던 영적 평온감이었다. 아크삼형제의 겁박과 폭력과 유혹과 자아 동조로도 제거할 수 없는 강렬한 불가항력적 은혜, 마귀의 목소리로도 빼앗을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사실 이제껏 늘 함께하고 있었으나 미처 잊어버리고 있었다. 루디아에게 뺨을 맞지 않았다면 계속 망각하였겠지.

   ‘꼼짝없이 패배한 줄로만 알았는데.’

   바로 그 순간, 다시 선교 여행 때 만나왔던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사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냉정하게 거절했지만, 어떤 이는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었다. 윤혁은 분명 그날들에 동료들과 더불어 감격과 감사를 나누었었다. 사람들의 회개가 인간의 노력이 아닌 오로지 ‘은혜’로 말미암은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 회심의 날에 머나먼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들, 곧 인류 공통의 원죄인 선악과의 죄와 제2의 원죄인 왕을 해한 조상들의 죄까지 뉘우쳤을까. 스스로는 씻을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그 버거운 죄를 십자가 앞에 모두 가져가서 해결했을까.

   답은 알았다. 그들은 그 모두를 포함하여 죄를 버렸으리라.

   “그래, 우리도 같은 사람이었어. 우리 역시 십자가 앞에서 주님을 처형했던 그 유대인들과 로마 군병들의 죄에 동참했었어. 내 죄와 너의 죄, 우리의 죄가 예수님을 못 박았지. 그랬던 우리를 어찌 용서해 주셨을까. 내가 살해하였던 바로 그분이 나에게 그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용서를 베풀다니.”

   너무도 익숙하게 잘 알던 변치 않는 진리, 그 동일한 진리가 이제는 완전히 새롭고 깊고 풍성한 차원으로 새로이 다가왔다.

   “네 말대로 난 나약한 사람이었어.”

   윤혁은 루디아의 눈을 응시하며 고백했다.

   “거대한 시련 앞에 부서지기 쉬운, 한줄기의 풀 한 포기에 불과했어.”

   그는 그녀의 눈물 어린 따뜻한 시선에 확고히 붙잡혔다.

   “그저 선교사로만 남았더라면 어느 순간에는 주의 은혜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무뎌졌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 노력과 헌신과 전도로 사람들이 구원받는 줄로만 알고 착각을 범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렇게까지 추한 밑바닥에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알 것 같아.”

   은혜란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소중한지.

   그리고 곁에 있는 동료들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

   아크삼형제는 자신들의 교묘한 술책과 강대한 힘을 사용해 윤혁을 밑바닥에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 덕에 오히려 윤혁은 한 인간의 처절한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다. 아울러 죄의 심각성과 자신의 영적 무력함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악마의 가장 흉악하고 교활한 술책을 올바로 직시하게 되었다.

   “룻.”

   “……윤혁아.”

   “고마워.”

   루디아가 윤혁의 눈을 닦아주었다. 울음과 웃음이 그녀의 눈에 섞였다.

   “감사합니다.”

   윤혁은 자리에서 떳떳이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며 당당히 외쳤다. 정신 간섭과 자아 동조, 그리고 집단 무의식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머리는 멍멍하고 몸은 욱신거렸다. 정신력을 발휘하지도 못할 만큼 무기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영혼만은 청정했다. 흡사 수십 년을 감옥에서 절망하던 죄수가 목숨을 버릴 것을 각오하고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햇빛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감격이 스며드는 듯했다. 울음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이었지만, 승리의 감격이 표정에 흐릿하게나마 굳게 깃들었다.

  “제 무력한 모습을, 제 영혼의 민낯을 드러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장 나약한 자리에까지 내려갔을 때 비로소 감사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제가 드렸던 감사는 감사로조차 안 느껴질 만큼 짙게 말입니다. 제 못난 자아를 모조리 들춰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난을 허락해 주셔서 기쁩니다. 그리고 세상 앞에서 당당하게 제 약함과 당신의 강함을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처절하게 무너졌던 한 인간이 부활의 생명을 입고 소생했다.  

   “견디지 못한 나머지 실성한 건가?”

   “육체와 정신에 남은 데미지는 그대로야. 딱히 더 강해진 것도 아니고.”

   야르베스와 세미온은 의아해했다. 그들도 정체 모를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질감은 대체 뭐지?’

   인간의 힘이나 인간의 지혜가 아니었다.

   ‘왜 저자에게서 아까는 보지 못했던 기운이 솟구치고 있지?’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그들은 이내 작업에 몰두했다.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승기는 기울었다.”

   “알트루즘의 제어권은 이미 99.9999% 이상 우리 것이 되었다. 네가 뒤늦게 정신을 되찾았다고 해도 무의미한 발악이야. 우리 목표는 이미 거의 다 이루었어.”

   과연 그들이 과신하는 결과의 증거를 ‘열쇠’의 상태가 보여주고 있었다. 시계추와 시계 침은 이미 대부분 아크삼형제의 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3단계 우주 인류의 대다수가 이미 새로운 증식 제도 아래 놓이게 된 상태였다. 극적인 반전의 가능성 따위는 전무했다.

 

   ‘미안하오.’

   그때 윤혁은 불현듯 메아리친 어떤 목소리에 번뜩 눈을 떴다. 그 목소리를 통해서 희미한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었다. 강대했던 마음의 벽에 균열이 생길 징조가 보인다.

   당장 눈앞에는 아무런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승리의 미래는 전혀 점쳐지지 않지만, 이 순간 내면의 음성은 그에게 조언하고 있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윤혁은 지친 몸을 일으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고정했다.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세미온과 야르베스와 하르무트를 주시했다.

   “결정했어.”

   나약했던 전과 달라진 당당한 태도에 아크삼형제는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너희와 결정을 달리하기로.”

   루디아도 일어서서 윤혁의 옆을 지켰다.

   “형의 고통은 이 따위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난 형의 상처를 절대 외면하지 않겠어. 결코 그를 미리부터 포기하고 내다 버리지 않을 거야. 곪은 상처를 다 드러내고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주며 옆에서 싸매주고 위로해 줄 거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야. 너희들은 그저 그의 상처를 기회로 이용하며 착취하고 있을 뿐이야.”

   이에 야르베스의 매서운 눈길이 윤혁을 응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혁의 심지도 굳게 확정되었다. 그는 겁먹지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너희도 그와 마찬가지로 뭔가에 쓰여있어.”

   “…….”

   “그러니까 똑똑히 봐둬.”

   이번에 던지는 말은 아크삼형제를 향하는 선언이 아니었다.

   “당신 정도로는 감히 주님께서 선물하신 두 기둥을 깨트릴 수는 없을 테니까.”

   <<건방진 인간 주제에.>>

   “후회할 거야. 넌 혹을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는 인간들의 속담을 오늘 체험하게 된다. 너에게는 패배해 주지 않겠다, 힐렐.”

   즉각 격려하는 응원이 돌아왔다.

   [어서 가라. 그 말대로 가르쳐주거라.]

 

   아크삼형제는 불길한 초자연적 감각을 애써 외면하며 상대를 비웃었다.

   “이미 주도권이 다 넘어온 마당에 그 따위 기합을 조금 보탠다고 상황이 달라질 줄로 아는가?”

   야르베스가 비난하듯 중얼거렸다.

   “아니.”

   윤혁은 발끈하며 반응해 주는 대신에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이 대답했다. 루디아가 옆에서 그의 손등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따스한 응원의 온기를 보내었다.

   “너흰 내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못했다. 내 심장의 소유권은 내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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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기서 끊어서 정말 미안한데, 다른 곳으로 씬이 전환될 예정입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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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회 아벨의 후예 Ch 46. 방주 프로젝트 (3)
등록일 2026-04-29 | 조회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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