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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6회 아벨의 후예 Ch 47. 필라델피아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04 | 회차평점 0 0

 

 

 

 

 

Chapter 47. Reformation : 필라델피아

 

 

 

 

 

 

 

   우주 전역에 종교개혁의 폭풍이 부는 동안, 유리스도 나름대로 그 움직임을 무마하거나 소멸시키려고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하나를 치면 나머지 하나가 다시 올라오는 두더지 게임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핵분열의 연쇄반응이 후반으로 갈수록 더 거세지듯, 하나가 무너지면 더욱 강력한 에너지가 튀어나왔고 후발주자들은 청출어람의 위세를 선보였다. 종교통합주의 서파와는 달리, 따로 지휘하는 사령탑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구나 1차 RS-월드 전개의 후폭풍이 예상과는 다르게 종교개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였고 이를 차단하기에는 너무 때가 늦어버렸음이 명백했다. 결국, 유리스는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기로 했다.

   ‘그때의 칼리드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꺼내지 않는 이상, 이제는 제압이 불가능해. 그런데 현실적으로 강경책은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절대로 자기 외의 다른 누군가가 우주 인류의 운명을 통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이렇게 된 이상 장기적으로는 교황청들을 폐기하는 노선을 취하는 게 낫다.

   어차피 교황청들은 그녀에게는 조금 이용하다가 버리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서파의 사상을 계승할 다른 대책이야 차고도 넘치니 나중에 필요할 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녀는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뛰어났다. 곧 휴지 조각이 될 애물단지를 붙잡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교황청들로부터 뽑아낼 수 있는 가치란 가치는 죄다 뽑아내고 버리기로 작정했다.

   “교황청들은 이제 당신의 소유입니다.”

   그녀는 양아버지에게 즉각 변제 요청을 했다.

   “계획대로 잘 안 풀렸던 모양이지?”

   “무가치한 패는 재깍 버리라고 아버지께서 가르치시지 않았습니까?”

   “난 뒤처리 담당인가.”

   “아버지가 원하시는 용도로 사용해 주시죠. 당신의 지혜라면 그 어떤 폐기물로부터도 무한한 가치를 끌어내실 수 있으니까요.”

   “칭찬이라 봐야 할지 욕이라 봐야 할지 모르겠군.”

   투덜거리던 그도 못 이기는 척 수락했다.

   “좋다. 몇 개월 내에 네가 세례를 내려 만들어낸 시스템들을 회수해서 내 방식의 용도대로 재활용하지. 다만, 그들은 더 이상 종교인 행세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잘해봐야 실험체 신세를 면치 못하겠지.”

   “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받아주지는 못해. 사방에서 들쑤시고 올라오는 바람에 네 작품의 가치가 이미 추락하고 있어. 휴지 조각인 주식이지. 지금 와서는 죽도 밥도 안돼. 그러니까 몇 개월 동안이라도 시간을 끌어봐라.”

 

   유리스는 그의 명령대로 교황청들더러 시간 끌기에 돌입하라고 사주했다. 그녀는 탁월한 수도사들을 몇몇 선발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교황청 휘하 군대에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키도록 명령했다. 2등 시민들로 하여금 1등 시민이 되도록 하기 위해 투쟁시키는 훈련, 그 전반적인 과정을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하여 일종의 크루세이드 군단을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영적 훈련, 초능력 및 초지능 훈련이 강행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종교개혁 세력을 견제하는 것, 다른 하나는 페아노르 프로젝트에 독점적으로 탑승하여 보다 드넓은 우주에 자신들의 교리와 학문을 전파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유리스는 새로운 성녀들도 선발했다. 그녀는 카이젤이 제 옛 친구인 티아라의 일생을 나노초 단위로 기록해 둔 백업 자료를 벤치마킹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용한 몇몇 그릇들에 데이터를 이식하였고 이로써 그녀들을 ‘보급형 성녀’로 만들었다.

   성녀들 중 대다수는 인간이었지만, 일부는 이종족이나 인공지능이었다. 성녀들은 여러 종교적 폐단을 개혁하는 선두 주자의 행세를 하면서 선행과 관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유리스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른바 “희생 위에 세워진 천국은 진정한 천국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얼핏 들어 해석하면 지극히 타당한 말이었다. 겉보기에는 소수를 희생시키는 공리주의적 유토피아를 배격하는, 아주 선하고 거룩한 주장으로 보였다. 하지만 본래 선과 악이 혼재된 상태야말로 가장 분별하기 어려운 법이다.

 

   “정면으로 저 주장에 반박합시다.”

   사르디스를 통해 여러 리포머들과 비밀리에 접촉한 리온은, 이 슬로건의 거짓됨을 타파해 보자며 제안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저 슬로건의 저격 대상은 복음주의 기독교 진영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희생을 은연중에 부정하는 메시지, 죄에 대한 형벌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 복음을 암시하는 내용. 죄의 심각성을 중탕시키고 희석하는 저런 메시지는 용서될 수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자칫하면 우리가 악역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저들의 프레임에 휘말려서 논란의 대상이 되면 곤란합니다.”

   신중을 기하는 목소리도 여럿 나왔다. 물론 그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고 저들의 활보를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절충안은 이러하였다.

   “교회 바깥의 세상이 우리의 진심을 오해하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합시다. 그들도 충분히 진리를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죄에 대한 형벌, 자비의 은혜로움, 그 두 가지를 온전한 본모습 그대로 강조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심이 일어납니다.”

   리포머들은 더는 적의 간교한 음모에 휘말리지 않았다. 복음 전도자들에게는 뱀과 같은 지혜로운 판단력과 비둘기와 같은 순결한 정직성이 동시에 요구되었다. 참으로 간단치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영적 투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

 

 

 

 

 

   리온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 상태로 각지의 개혁을 지원했다. 베일 속에 감춰진 숨은 보조자, 그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사르디스는 모든 Upol의 민간 네트워크에 거리 제한 없이 실시간으로 접속이 가능한 실로 훌륭한 비기였다. 더욱이 확률을 이용한 책략으로 동시다발적인 접속마저 가능했기에 참 편리했다. 초인처럼 엄청난 규모의 멀티태스킹을 동시에 시행할 능력이 없던 일반인인 리온은 사르디스의 시스템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었다.

   물론 이런 기술적 요소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쉴 새 없이 기도를 통해 나아갈 길에 대해 인도를 구했다. 어떤 권역에 접속해야 올바른 일꾼을 만날 수 있을지 하나님께 질문했다.

   바야흐로 그의 대언자로서의 역량은 거의 완성 직전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순수한 믿음에서 행해진 그의 기도는 응답도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졌다. 그 덕에 리온이 손을 뻗치는 곳마다 개혁의 작은 불씨가 거대한 화염으로 성장했다. 그 화염은 인근 지역에 다시 불을 붙였다. 영적인 힘이 사그라들던 지역에서도 복음이 전해짐으로써 불이 붙자 교정과 회복이 개시되었다.

   비유컨대 최전선에서 싸우는 리포머들이 경찰들이라면, 리온은 후방에서 그들이 일하기 쉽도록 범죄자들을 교란하는 양동 부대였다. 법의 사각지대로 요리조리 회피하는 범죄자들을 몰이하여 경찰들이 손쉽게 잡도록 유인해 주는 자.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빛은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림자 기사. 그의 역할은 그런 것이었다.

   사르디스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안전하게 리온을 보호해 주었다. 심지어 초인들로부터도. 누구도 그의 활동을 의심하지 못했고 설령 했더라도 훼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보이지 않는 자경단이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자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수현이 자신의 주군에게 미리 부탁한 덕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영적 세계의 어둠들이 리온에게 집중포화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견제해 주는 세력이 활약한 덕분이기도 했다. 이 시간에도 천국과 지옥은 치열히 줄다리기하며 전쟁 중이었다. 덕분에 그 한 중간에 낀 리온은 포로가 되거나 공격의 표적이 될 염려를 내려놓은 채 사역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 Upol 전 지역의 마지막 회광반조일지도 모른다.’

   높은 확률로 이번 이후의 흐름은 내리막이리라. 지구의 역사처럼.

   ‘그러니 아직 시간이 남았을 때 최대한 수확을 거두어야 해.’

   리온은 하나님의 시계가 여러 번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며 서서히 확대되고 가속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지구에서는 적어도 수 세기는 걸쳐야 진행될 흐름이 이곳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진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교통과 통신과 지식이 발전해서 그런 이유도 크리라. 시공간적 장벽이 없으니, 지식과 혁명이 왕래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랐다. 종교개혁도 그 혜택을 적잖이 보았다.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반동으로 나타날 기독교 쇠락의 흐름도 그 이상으로 빠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종교개혁 이후에 벌어질 패턴은 아마…….”

   먼저는 선교와 부흥의 시대. 그리고 그 이후는 배교와 소멸의 시대이리라. 마치 치열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 농사 추수가 벌어지고 그 뒤에 죽음의 겨울이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에서도 그랬으니 Upol들도 그러리라. 장차 개척될 더 넓은 우주에서도 선교의 맥이 도중에 인위적으로 차단되지 않는 한 같은 패턴을 계속해서 그릴 것이다.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빠르게 순환하긴 하겠지.

   ‘더더욱 건전한 선교 운동의 위세를 극대화해야 해.’

   먼저는 Upol에서 외계행성으로, 그리고 앞으로 추가로 인류연합에 편입될 세계로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 그 명맥이 반드시 이어져야 할 당위성이 절실히 느껴졌다.

과거 지구에서는 종교개혁자들이 자기들끼리 사소한 교리 논쟁을 두고 다투는 바람에 정말 중요한 선교의 기회를 놓쳤다. 그 탓에 로마 가톨릭 집단이 먼저 세계 각지로 포교할 틈새를 주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결단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돼.’

 

   다행히 그 무렵, 진정한 복음을 외부로 전파할 여건이 서서히 갖춰지고 있었다. 먼저, 징검다리 권역을 순회하며 높은 경지로 성장했던 우주 인류의 상당수가 1등 시민이 되지 못한 채 탈락해 Upol로 돌아온 뒤에 그곳에서 복음을 듣고 회심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평생 갈구했던 목표물을 얻지 못한 좌절감이 해소되자 되려 그들로 하여금 참으로 올바른 가치를 향해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때마침 전개된 종교개혁,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RS-월드의 동파 계열 사상 확산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수효의 인간들의 회심이 이어졌다. 징검다리 권역에서 내려온 개인들과 그들이 이룬 가정들은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시인했다.

   이런 탈락자 출신들은 회심하기 이전부터 이미 초인에 근접할 만큼 성장을 이룩했던 이들이었다. 즉 지적 능력이나 신체적 능력 면에서 특별했다. 이들에게는 외계행성 개척을 위한 ‘페아노르 프로젝트’에 합류할 자격이 있었다. 또한 탁월한 지적 능력과 자질을 지닌 덕에 여러 분야에서 달란트를 값지게 활용할 여력이 충분했다. 리온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주목했다.

   또 한편으로는 Upol과 외계행성 사이에서 왕래할 길도 확장되었다. 백여 개의 은하계에 국한되어 있던 Upol들이 이제는 1만여 개의 은하로 흩어졌다. 자연히 그만큼 교류 대상이 될 외계행성의 수도 많아졌다. 나아가, 많은 외계행성이 환경 측면에서 개선되고 천체혼의 성질도 지구의 지구혼과 비슷해지면서 비시민들의 복리 환경도 증진되었다. 이에 전면 개방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2등 시민이 외계행성으로 왕래할 기회가 차차 늘어났다.

   이는 호재인 동시에 위기였다. 조만간 거짓 가르침과 올바른 가르침이 치열하게 경주를 벌일 것이 눈에 선했다. 누가 더 많은 비시민들을 자기편으로 물들이냐를 두고 대결하리라. 이 싸움이 어떻게 판가름 나느냐 따라 인류의 미래도 결정되리라.

   “목사님께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임하셨던 적이 없었는데.”

   찬영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는 내심 리온의 건강을 걱정했다.

   “어쩔 수 없지. 이번은 사실상 우주 전쟁과 같은 상황이잖아.”

   재현이 대답했다.

   그는 지금도 두 가지 충돌되는 감정으로 가슴이 혼란스러웠다. 동생 수현이 별다른 속임수를 쓰지 않고 순순히 리온 일행을 도운 걸 보고는 안도하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앞으로는 리온과 동행하지 못함이 서러웠다. 자신의 결단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슬펐다.

   분명 리온은 이번 개혁의 물결이 끝나더라도 멈추지 않으리라. 아마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서 제3, 제4, 제5의 종교개혁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그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의 후진들이 그 유지를 잇겠지. 리온은 아마 복음 전파에 죽기까지 매진할 것이다. 리더는 끝까지 나아가는 반면에 자신은 중도에 하차한 포기자가 될 것을 생각하니 문득 죄책감도 들었다.

   ‘크로스솔져들과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고, 목사님과도 끝내…….’

   그의 우유부단함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용납하고 받아들여 준 옛 동료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리고 똑같이 초인인 형제의 그늘에 있었으나 그 밑에서 벗어난 지현이나 윤혁을 생각하니 더욱 부끄러웠다. 자신은 여전히 동생에게 휘둘리는 중인데 그들은 나날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나이는 제일 많으면서 아직도 철이 들지 못했구나.’

   속으로 나직이 재현은 스스로를 향해 한탄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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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회 아벨의 후예 Ch 46. 방주 프로젝트 (4)
등록일 2026-05-01 |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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