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7회 아벨의 후예 Ch 47. 필라델피아 (2)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06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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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은 성령의 명령대로 은밀히 리포머들 사이에 ‘선교’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다. 그 옛날 한 영국 청년이 나이 많은 목회자들 사이에 서서 이런 말을 했었다. ‘네 장막 터를 넓히고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사 54:2)’라는 말씀을 인용하여 유럽 너머의 넓은 세계를 복음화할 것을 간청했었지. 훗날 그 청년은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 리온은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도전했다.
리온은 실제로도 ‘우주 인류 선교의 선구자’나 다름없기도 했다. 겸손한 그는 이 사실을 철저히 감추었다. 나는 쇠하고 그리스도는 흥해야 하리라. 그는 자기 명예를 높이지 않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여전히 그에게는 탁월한 선교사로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다. 즉 복음주의자들에게 선교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비전을 주기에 리온보다 적합한 멘토가 없었다.
그는 재차 사람들에게 ‘바깥 세계’의 거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분들은 여러분보다 불우한 조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 도움이 모두 필요합니다. 하나는 구제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입니다. 두 가지는 반드시 동시에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실 그가 윤혁, 루디아, 스테판과 함께 1차, 2차 선교 여행을 나섰을 때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을 하나 들자면 ‘구제’를 베풀 만한 현실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때의 하늘도시는 이미 물질문명 측면에서 풍요로웠기에 정작 필요한 구제는 사회 시스템 개혁과 표식으로부터의 속박 해제였다. 리온에게는 당시 그 부분을 도울 정치적 권력이나 지혜가 전혀 없었다. 사실 지금도 표식 해체에 대해서만큼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의 세 친구에게, 특별히 윤혁에게 기대를 걸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역에서는 달랐으니 확실히 구제의 기회가 생겼다. 2등 시민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비시민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확실히 여건의 격차가 컸다. 경제적인 격차도 컸지만, 무엇보다 환경적인 격차가 컸다.
물론 비시민들도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유의 제약을 받았다. 또한 혹독하고 험난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인해 의료 방면에서의 혜택이 절실했다.
“상대가 먹고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해서 부자들에게 베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 박탈감도 엄연히 박탈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2등 시민들도 자기 자신을 더 부유한 계층과 비교하고는 있지만, 이건 사치입니다. 비시민들과 비교하면 2등 시민들도 부자입니다. 그들의 결핍감과 박탈감을, 자비를 베풀어 해소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인류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고 해서 부유한 이가 가난한 자를 보살피고 도울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인류연합, 즉 정부가 알아서 잘 배분하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자기 재물과 신용을 쌓는 데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래서는 안된다. 사도행전의 초대 교회는 그렇게 행하지 않았다. 리온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거북해하고 거리낄 것을 감수하면서 이 사실을 가르쳤다.
“고대 이스라엘 시대를 생각해 보시죠. 그 시절은 지금처럼 물질적 부가 넘치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매일 밤낮으로 부단히 일했고 그 성과물은 지극히 작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구 시대의 후반부인 21세기만 해도 고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사치스럽고 풍족한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21세기 시절이 우습게 느껴질 만큼 부유한 때가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후히 베풀도록 요구하셨습니다. 심지어 가난한 서민층에게도 더 불우한 자를 돕도록 요구하셨죠. 그런데 설마 하나님께서 오늘날의 풍족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때의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덜’ 베풀기를 요구하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무도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리온은 ‘넉넉하고 후한 구제’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앞장서서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또한 다른 생명체에게 넉넉히 너그러이 베풀어야 함을 제창했다. 설령 최고로 가난한 자조차도 지난 세월의 모든 왕보다 풍족을 누리는 시대라 할지라도 그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가 이렇게 강조한 이유는 비시민들이 생활 중인 외계행성들을 공격적으로 선교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인류연합이 2등 시민과 비시민 사이의 차등을 쉬이 없애주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다. 물론 언젠가는 비시민들도 시민권을 받겠지만, 그래봐야 3등 시민 정도로 머무를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인류의 경제적, 기술적 발전은 거듭될 테니 빈민층조차도 큰 부를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차등 제도 또한 계속될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것은 기회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나서서 낮은 자를 섬겨야 합니다.”
무릇 성도라면 인류연합이 베푸는 사회 복지와 똑같은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발적으로 비시민들의 위치에까지 내려가서 비시민들을 섬겨야 한다. 그래야만 온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삶은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심각한 도전이었다. 현시대에는 신앙심이 투철한 신자들조차도 구제에 대한 열망이 거의 메말랐다. 이는 굶어 죽을 정도로 가난한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베풂의 필요성을 강조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이야말로 선교의 길을 개척할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닫는 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뜻 있는 신앙인들은 비시민들이 받는 차별, 이를테면 외계행성의 불편한 환경이나 경제적 차등을 여러 방면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당장 정부의 제도를 뒤엎으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그보다는 자신의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약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심지어 2등 시민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기로 결심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이러한 솔선수범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많은 신자가 기꺼이 선교에 동참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필라델피아 선교 운동’이 결성되어 비시민 선교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곳곳에서 이들의 유지를 잇는 선교사 연합이 세워졌다. 이 선교사들은 다양한 범주의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의 전 분야, 전 직종의 그리스도인들이 비시민의 세계로 내려가기로 작정하였다. 자신의 직업과 특기를 살려서 아예 그 세계에 정착할 생각을 했다. 이렇게 시민권을 포기함으로써 선교지에 내려가는 선교 개념이 확립되었다.
리온은 필라델피아 선교 운동을 익명으로 후원하였고 많은 조언과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뜻이 널리 전파되도록 Upol 전역에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역사는 전염력이 있었기에 곧 우후죽순처럼 선교 단체들이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하나님께서는 후히 베풀려는 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채워주시려는 분이었다. 건전한 선교 집단들이 세워질 무렵, 인류연합의 이주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2등 시민권을 아예 포기하지 않고도 기꺼이 자유롭게 외계행성으로 여행할 길이 열렸다. 아울러 2등 시민들이 비시민 사회에 봉사할 다양한 기회도 주어졌다.
비록 이것만으로는 아직 수억 개 은하의 전 영토에 일일이 닿을 수는 없었지만, 기회가 늘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었다.
필라델피아 선교 운동의 주축이 된 지도자들은 선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주제를 확립했다. 먼저, 선교사로서 이주하려는 2등 시민들에게 소명 의식을 강조했다. 무조건 말로 하는 전도에만 전념하기보다는 자신의 장기와 재능을 살려내어 사회에 이바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복음의 영향력이 심기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2등 시민들은 기존에 잘 받은 교육 덕분에 지적 역량과 능력 측면에서 비시민들보다 더 뛰어났기에 효과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성령의 능력의 본질은 아니지만, 보조적으로 쓰일 수단은 될 수 있었다.
아울러 선교사 리더들은 청지기 의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자신이 지닌 재물, 특별히 생명에 유착된 자본 포인트 같은 것을 자신의 소유나 인류연합의 소유로 여기지 말고 하나님께서 잠시 맡긴 물건으로 여기도록 했다. 이러한 마음이 기반이 되지 않고서는 누군가에 후히 베풀 수가 없었다. 선교사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 재물, 시간, 능력과 기회를 타인을 섬기기 위한 주님의 선물로 여기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또한 선교사들은 아직 자유를 누리지 못한 비시민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품는 것을 가르쳤다. 현 세계는 겉보기에 풍족하고 자유로워 보였으나, 실상 개인의 자유가 많이 제한당하는 세계였다. 인류연합의 시스템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배당한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비시민들의 세계에서 훨씬 더 심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어려움에 놓인 이들에게 긍휼을 품어야 했다. 자신들도 똑같이 죄악의 종노릇을 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속박된 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만 했다.
더 나아가 선교회들은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도 분쟁 없이 화목하게 살아가도록 협의했다. 비록 만들어진 존재인 비인간들이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학대나 차별 대신에 존중으로써 정중히 대우하기로 다짐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세상과 차별화된 거룩한 모습을 보여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 테니까.
마지막으로 허락만 된다면 위에 있는 지도자들부터 아래 있는 비시민들과 동식물들과 이종족들까지, 모두와 더불어 평화를 이루자고 다짐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악의 권세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으니 우리는 모든 존재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고 사랑으로써 돌봐야 합니다. 그 대상이 높은 자이건 낮은 자이건 똑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평화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거짓 선지자들이 말하는 가짜 평화와 다원주의적 평화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진리와 비진리는 철저히 분리하되 사람끼리는 평화의 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랑과 용서와 배려와 양보를 일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 그 자체가 진리와 비진리를 구분함으로써 불화를 낳도록 허락해야지 우리 손과 우리 육신적 생각으로 노골적으로 불화를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이 가르침은 무작정 타 종교인들을 영적으로 얕잡아보려 하는 이들에게 훈계가 되었다. 아울러 현 정부, 곧 인류연합의 통치에 반정부적으로, 공격적으로 대항하는 대신 시민으로서 순종하도록 요구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나님 말씀에 정면으로 어긋나지 않는 한, 이 땅의 삶에서는 세상 권세를 존중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에 올바르게 순종하는 여러 헌신적인 그리스도인들의 모본 덕분에 외계행성으로의 선교의 길은 순풍을 탄 배처럼 좋은 첫걸음을 뗐다.
이전에 비시민들의 행성을 교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보내졌던 우월한 2등 시민들은 레젠다리움의 세계관 속 ‘페아노르’에 비유되었다. 이들은 땅을 정복하고 차지했으며 차별의식을 더 증폭시켰고 높은 자로서 낮은 자들을 다스리고 훈육하였다. 다양한 지식과 문명을 베풀긴 했으나 교만한 마음으로 군림하였다.
반면, 후발주자로 외계행성으로 진출한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탁월한 지혜와 노동력을 잘 활용하여 자신이 정착한 행성을 풍족하게 가꿨으나 그렇다고 잘난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비시민들의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들을 돌보고 도와줬다. 이들은 도리어 ‘핑골핀’(J.R.R. 톨킨의 레젠다리움에 등장하는 요정족의 왕자로 페아노르의 이복동생이며, 형의 후발주자로 중간계로 건너갔으나 그곳의 원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를 이룸)에 비유되었다.
은택을 베풀되 오만한 태도로 베푸는 페아노르들과는 달리, 기꺼이 낮은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공감하며 연민을 내비치던 핑골핀들은 비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이 후발주자들에게서 ‘다른 이들과 다른 향기’를 느꼈다. 자연스레 이들이 전하는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들의 교육을 받은 현지의 비시민들도 각자 자기 지역의 복음 전파를 담당하는 새로운 일꾼으로 세워졌다. 훗날 그들은 주변의 이웃들보다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발전해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산하였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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