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09회 아벨의 후예 Ch 48. 라오디케이아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20 | 회차평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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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 Reformation : 라오디케이아
대규모 종교개혁이 개시된 지 7개월째, RS-월드의 후폭풍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 교황청들도 잠잠해질 무렵이었다. 그때 예기치 못한 곳에서 그리스도인들과 신실한 교회들을 향한 맹공격이 재개되었다. 적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교활하고 악랄하게 움직였다. 대놓고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누구라도 인위적이고 명백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영리하고 과시적인 범죄성이 짙은 공격이었다.
리온은 즉시 지구 교회 사역팀을 모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적대 세력이 나타났습니다.”
의제를 꺼낸 동료들은 불안감에 흔들리며 자기들끼리 쳐다보았다.
“한창 종교개혁과 선교 활동이 순풍을 타고 있었는데……, 안에서부터 일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폭탄들이 은밀히 주입되어 터지는 중입니다.”
“수많은 Upol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졌어요. 한참 부흥하던 게 어제 같은데, 그새 일반 대중이 교회를 적대시하고 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각 Upol의 자치 세력들도 약속이라도 한 것인지 일제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법을 통과시켰어요.”
대놓고 예배나 선교를 금지하는 식의 노골적이고 치졸한 법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리스도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 하게 하여 서서히 위축되도록 하는 종류의 법들이었다. 대체로 성경에서 말하는 도덕관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뒤집어엎은 것들로 그리스도인의 가치관과는 정면으로 상충하는 법들이었다.
적이 기치로 내건 주요한 테마는 ‘상대주의’와 ‘ASDM’ 사상이었다. 절대자를 배제하고 우주 만물을 오로지 끝없이 상위 차원으로 승격되는 물질계의 확장적 연속으로 이해하는 이념인 ASDM, 그리고 도덕과 윤리를 상대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려 ‘나와 다르다고 남을 비난하지 말라’라며 강요하는 폭력적 상대주의. 이 둘은 모두 참된 진리와 ‘참 신’을 인간 사회에서 실종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시도였다.
‘최악의 상황이야.’
리온에게 이 상황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미 역사라는 교훈을 통해 겪어본 레퍼토리였던 것이다. 해 아래에서 새 것이 없다고 했던가. 어쩌면 그 격언을 조금 더 확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도 개척하는 시대이니까. 피조계 안에서 그 어떤 것도 새 것은 없다는 말이 옳긴 한 모양이다.
‘지구에서도 저런 류의 공격이 결국 나타났었지. 그 뒤로 복음주의는 급속도의 내리막길을 걷다 끝내 쇠락해버리고 말았어. 헌데 너무 빠르다.’
사실 전부터 각오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도 전개가 급격했다. 지구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 류가 공격을 개시한 건 선교의 시대 이후 수십 년이 지난 뒤였다. 그런데 이곳 2등 시민의 사회에서는 종교개혁과 선교 활동이 개시된 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곧바로 등장하였다. 아무래도 하나님의 사람들도, 사탄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대응책 제시가 신속해진 것 같다.
이 흐름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적은 치밀하고 영리했다. 일하는 패턴만 보면 한 인간이 주도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마냥 그렇다기엔 단시간에 너무나도 큰 규모로 일을 벌인다. 적대 세력의 공격 기미는 분명 1개월 전까지만 해도 낌새조차 없었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거의 모든 하늘도시가 이 세력의 영향력에 감염당한 것이다. 한 명의 위업치고는 과했다.
종교개혁의 경우, 여러 개혁자들의 동시다발적인 활약 및 성령의 편만한 역사가 있었기에 대규모 활약이 가능했다. 하나님의 일은 결코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는다. 그 사역은 결단코 리온 혼자의 활약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구조이기에 적은 힘으로도 세속주의에 저항하여 강하게 역습할 수 있었다.
반대로 기독교에 대적해 일어난 이번 적대 세력의 역습은 순수히 한 사람의 꾀에서 나온 위업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Upol마다 나타는 헤게모니 변화의 패턴을 분석해보면 특유의 노골적표시가 남겨져 있었다. 범죄자가 자신이 벌인 일을 일부러 과시하기 위해 독특한 영역 표시를 하듯, 미친 살인 광대가 범행 전에 카드를 남겨 예고하듯, 한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알리는 공통분모의 표식이 그려졌다.
‘하나님께서 예고하셨던 그 인간, 사탄이 새로 고른 꼭두각시인가?’
선교 여행 당시 윤혁에게서 들었던 어떤 인간에 대한 경고가 떠올랐다. 불행하게도 기분 나쁜 예감은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는 데 이번에도 그럴 기미가 보인다.
‘설마 그자인가? 부디 아니었으면 좋겠다만.’
하지만 이 일이 벌어지는 패턴 상 그자 말고는 후보로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일곱 번째 철인왕.’
비로소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이르렀다.
*
“아무리 그래도 설마 교회가 몰살당할까요?”
“맞아요, 이제 1조 개의 Upol 전역에서 충만한 부흥이 일고 있잖아요.”
“선교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지현과 재현과 찬영은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하며 의아해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하지만 리온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제 곧 맞설 상대는 전에 보지 못했던 엄청난 광기의 결집체요 혼돈의 화신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교회는 통째로 풍비박산 나는 일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긴장감에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세워지는 기분이었다.
“적은 매우 영리한 것 같습니다. 미리 싸움을 우리에게 불리하게 이끌려고 온갖 포석을 깔아두고 있어요. 더욱이 녀석은 인류연합을 등에 업고 나름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혁명’들을 통해 기독교인들을 핀치로 몰아가 그들이 핍박과 소외에 몰릴 분위기의 필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일개 인간이 단시간에 그런 위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소름 끼쳤다. 한층 더 소름 끼치는 점은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사악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리온은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는 그자의 악을 상쇄할 자신이 없었다.
‘강재혁 대표님도 위험인물이고 적그리스도의 후보자라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분은 가장 악한 인간이라는 느낌은 절대 아니야. 가장 강하고 똑똑한 인간인데 그 상태에서 하나님을 섬기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저 막내 철인왕은 달라.’
전에 하늘도시 선교 여행을 하면서 몇 차례 그자가 남겼던 위업의 흔적물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인간을 상대로 온갖 생체 실험을 행하여 갖가지 끔찍한 결과물을 남겼었지. 특히 인간의 생물학적 성역할의 기준선을 해체해버렸던 알즈바툴 대륙에서의 일, 그리고 2차 선교 여행 첫 선교지에서 보았던 끔찍한 인위적 재난들은 지금까지도 악몽으로 생생히 남았다.
‘이건 사탄의 닮은 꼴이야. 그렇게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마귀가 새로운 장기 말을 각 잡고 제대로 선택했군. 리온은 치를 떨었다. 두렵지는 않으나 매우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와중에도 교회를 분쇄하려는 음모는 신속히, 그리고 매우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 지구 시대 기독교의 말미에 벌어졌던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몇억 배 이상의 질로 상향된 악독한 미혹이 순식간에 온 우주의 2등 시민 사회를 잠식해버렸다. 어찌나 신속하고 영리하고 조직적이었던지 교황청들을 상대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던 개혁 세력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알곡이 아닌 많은 가라지(독보리)들, 곧 참으로 구원받지 못했던 겉모양 뿐이던 교인들이 쉽게 신앙심을 포기하고 교회를 떠나갔다. Upol들 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던 전도 활동도 그 기류에 휘말려 심히 위축되었다. 자칫하면 차별주의자로 매도될 염려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의 용기가 축소되었다. 심지어 어떤 교인들은 교회의 복음 전파와 배타적인 사상을 부끄러이 여겨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복음의 길을 떠나 배교했다.
한편 각 자치권에서는 은근 그리스도인을 궁지로 몰아넣는 제도와 규례가 수도 없이 세워졌다. 그것도 엄청나게 긴급한 속도로. 인류연합 측은 그런 움직임을 제지하지도 않았다. 전에도 교황청과 리포머들의 대결을 방관했듯, 그들은 이번에도 무자비하게 방관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불리한 전개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적대 세력의 배후에는 갈트론 라흐블뤼크라는 무시무시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최고의 책략가이자 최고의 음모가였다. 또한 그의 수중에는 거대한 부와 권세가 있었다. U-society의 일원이었기에 정보력에도 능숙했으며 시뮬레이션 우주를 포함하여 현대 기술의 대부분을 섭렵한 천재였다. 그런 그였기에 문명을 자기 사상을 전개할 무기로 사용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특별히 S-unvs, 시스템의 정신 간섭 기술, 그리고 사상제어의 표식이라는 4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져 갈트론의 도구로 이용되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의 사람은 갈트론이 퍼뜨린 사상에 오염되었다.
원래 사상제어의 표식은 생각의 방향을 특정 의도대로 고정하는 것이 본질이었는데 갈트론은 역으로 이 능력을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향하게 사람들을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이용했다. 아울러 서파(西派)나 기독교의 윤리 체계는 고리타분하고 억압적이기에 반드시 폐기해야 할 악습이라고 여기도록 사람들의 사상을 유도했다.
이렇게 사상제어의 표식의 역방향 작용이 사람들의 마음 밭을 흉측한 모양으로 기경해두자 갈트론은 그 밭에 가시덤불과 쓴 뿌리의 종자를 대량으로 살포했다. 때로는 S-unvs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꿈을 매개로 뿌렸고, 때로는 자신의 대리인들을 내세워서 교묘하게 설득력 있는 선동의 연설을 하였다.
아울러 사회마다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이자 바이러스 유닛, 곧 ‘흑색 종자’들을 뿌려 넣었다. 이는 마치 유리스가 교황들에게 세례를 내렸던 것과 같은 원리였다. 차이가 있다면 흑색 종자들은 아무도 몰래 사회 속에 숨어들 수 있었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이적을 선보이기보다는 은밀하게 사상을 퍼뜨리고 감염시키는 감염원들로 훨씬 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흑색 종자 중에는 세뇌된 인간도 있었고 인공지능 기계나 이종족도 있었다. 이들은 다시금 2차 감염자를 낳았는데 이들이 바로 회색분자였다. 회색분자들은 갈트론의 직접적인 수하는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갈트론의 뜻에 이용당하여 기독교의 분쇄와 혁명운동의 전파를 도왔다. 회색 종자 중에도 인간, 이종족, 기계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무질서 정신와 약육강식 정신을 전파하는 사도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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