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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10회 아벨의 후예 Ch 48. 라오디케이아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6.05.2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이윽고 한 달 만에 대부분의 Upol에서 사전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문화 혁명’이 폭발적으로 벌어져 확산하였다. 문화 혁명의 핵심은 기존 권위의 해체요 기존 질서의 파괴였다. 해 아래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듯, 이것은 참신한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과거에 존재했던 일이었다. 굳이 차이를 들자면 우주 시대의 일이니 해 아래는 아니긴 하다만.

   갈트론은 뒤에서 교묘하게 이 해체의 칼날을 조종했다. 인류연합이나 초인들을 상대로는 칼날이 닿지 않도록 하여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칼날은 오로지 선량한 시민들을 향하였다. 더 정확히는 질서, 규율, 도덕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겨냥하였다. 기독교인들은 대표적으로 가장 좋은 사냥감이었다.

   이번 우주적 문화 혁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는지 일일이 다 설명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그것은 흔히 떠올리는 쾌락 만능주의나 아나키즘이나 반달리즘 같은 식상하게 파괴적인 것들과는 같지 않았다.

   문화 혁명은 ‘위의 존재들’이 독점하던 것을 ‘아래의 존재들’에게 내려준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개념에 가까웠다. 즉 소수의 엘리트 계층이 독점하던 강력한 힘과 권능과 권세와 기술력과 지혜, 이러한 류를 보급형으로 환산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초인이 아닌 자들과 1등 시민에 합격하지 못했던 낙오자들은 여기에 환호했다. 양산형 초인, 양산형 전략 병기, 양산형 솔져, 무한복제 가능한 값싼 재능, 이런 것들이 주로 문화 혁명 운동의 헤게모니였다. 망상이 아니라 갈트론의 천재적 재능과 창조성은 이러한 엄청난 일을 실제로 가능케 하였다.

   엘리트주의의 해체란 초인들로서는 그리 환영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이젤은 이를 일부러 허용했다. 공식적으로는 그는 북파를 대표했고 갈트론은 남파의 선두주자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북파는 남파를 활용할 때 그 위상이 증진되었다. 일종의 양성 피드백 또는 적대적 공생 관계였다.

   이유는 이렇다. 갈트론이 일반적이고 약한 존재들에게 ‘상위 계층’이 누리던 특권과 강력한 힘과 기술을 보급형으로 환원해서 하사해 주면 자연히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자들이 생겨난다. 그러면 자연스레 긴장감이 발생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초인들이나 1등 시민들도 더욱 차별화된 자가 발전에 힘써야 했다.

   이런 역학 관계는 심지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갈트론은 비인간들, 이를테면 인공지능이나 인공생명체가 인간만의 존엄성과 고유 속성을 넘보도록 도왔다. 즉 감정과 자유의지나 영성 같은 인간 특유의 성질을 최대한 모방해서 양산형으로 범람시킨 뒤 인간 외의 존재도 갖도록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갈트론은 기독교 세계관을 더욱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비인간만을 도운 건 아니었다. 그는 인간들 또한 빠르게 발전하는 비인간들의 지성과 능력을 경계하게 유도하였다. 그 다음 인간들이 금기시된 방법으로 스스로를 진화시키도록 유혹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과거 하늘도시 후반기에 벌어졌던 비인도적인 인간 진화, 곧 ‘폭주의 시대’가 재현될 기미가 보였다. 인간 복제를 비롯한 각종 인간 진화 프로젝트가 벌써 많은 2등 시민의 과학계에서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이미 압도적인 기술력은 다 갖춰졌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칫하면 몇 달 안에 인간 종족의 순수성이 모조리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갈트론은 나아가 다시금 ‘성 혁명(Sexuality Revolution)’을 크게 벌여놓았다. 예전에 알즈바툴을 비롯한 몇몇 하늘도시에서 실험을 해둔 덕에 데이터는 충분했다. 현재는 그때보다 경제력과 기술력도 훨씬 더 우월이 발전했다. 2등 시민 전체를 상대로 장난을 벌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성 혁명의 본질은 ‘성의 개념을 완벽히 우리가 재창조하자’라는 것이었다. 지구 시대에도 유사한 일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물학적 성의 한계를 실제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말뿐인 공허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갈트론에게는 정말로 새로운 성을 인위적으로 창조할 과학 기술이 있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는 즉각 수억 개도 넘는 성별 축(sexuality axis)을 만들어내었다. 또한 태양을 삼킨 늑대의 고유 기술인 ‘마수화’를 모방 후 응용해 새로운 ‘성적 결합’을 가능케 할 성교 메커니즘도 개발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흉측한 실태를 보고 경악했으나 이미 그 광기를 막기에는 무력했다.

   모든 흐름은 철저하게 그리스도인들을 궁지로 몰고 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교가 활발히 이뤄져 많은 열매가 맺혔는데 순식간에 십 분의 일 이하로 전도의 위세가 위축되었다. 내버려두면 다음 세대로의 신앙 전달이 차단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만약 이것이 지구 시대였다면 그래도 다음 세대가 도래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라도 있었겠지만, 슬프게도 Upol과 징검다리 권역에는 타임필드라는 것이 존재했다. 내일이 곧 다음 세대와 같다는 뜻이다.

   아울러 매일 엄청난 수의 새로운 세대가 징검다리 권역에서 몰락해 아래로 내려왔으며 또 다수의 Upol 주민이 페아노르 프로젝트를 타고 외계행성으로 흩어졌기에 인구 순환의 속도와 세대 확대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즉 선교와 신앙 교육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한 교회가 희석되어 없어지는 비극적 현상은 수십 년이 아니라 수개월 안에도 가능했다.

   불행히도 혁명의 테마는 끝없이 확대되었다. 각 영역의 혁명은 보수적이고 보편적인 도덕 질서를 해체하고 파괴했다. 자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회 측에 전가되었다. 인류연합이야 애초에 자기 멋대로 법도를 재규정하던 자들이었으니 갈트론의 행동으로 손해를 입기는커녕 도리어 그것들을 역이용할 수 있었지만, 세상 사람들 보기에 고지식한 그리스도인은 피할 겨를이 없었다.

 

 

 

 

 

 

 

*

 

 

 

 

 

   이런 와중에 리온을 찾는 자들이 늘어났다. 가장 먼저, L을 미리 알았던, 혹은 한시적으로나마 동맹을 맺었던 리포머들은 그의 지혜를 기억해 내고 협조를 요구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로 그들 처지에서는 다급했다. 어떻게든 도움을 줄 만한 존재라면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이었다. 종교개혁으로 다져놓은 승리를 사악한 혁명가들에게 모조리 빼앗길 처지였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요구하실 겁니다.”

   “당신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 상황에 나서지 않는다면 후일 그 책임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지금은 한시가 바쁜 때입니다. 마지막 때의 시계가 다시 가속되기 시작했습니다.”

   리온도 그들의 말이 백번 옳음을 알았다. 하지만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자신이 나서서 ‘막내 철인왕’을 맞상대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주셨던 슬픈 미래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그분께서는 이 땅에서 리온이 얼마나 비참한 처지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셨다.

   “목사님께서 판단하시는 대로 행동하세요. 저희는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찬영은 철저히 리온의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제가 동생과 더불어 목사님의 신변 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논의를 상의해 볼게요. 동생을 100% 믿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요.”

   재현은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긴박하고 머리가 아파져 오는 상황 중에 느닷없이 성운이 다시금 개인 회선을 통해 리온에게 접촉해 왔다. 텔레파시를 받은 리온은 짐짓 태연한 채 성운에게 되물었다.

   “무슨 용무이십니까?”

   “감정을 갈무리해도 사념파로 느껴집니다. 당신은 동요하고 있군요.”

   역시 초인의 감지 능력은 귀신처럼 정확했다. 리온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멀리서도 마음을 읽는 겁니까?”

   “아무래도 ‘RS-월드 후폭풍’ 덕에 저희의 정신 감응력도 더 강화되어서요.”

   “됐습니다. 원하시는 바를, 본론을 말씀해 주시죠.”

   “네, 지난번에 제4 철인왕과 강윤혁 씨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듯, 이번에는 저와 당신의 이해관계가 잘 맞을 듯싶습니다. 우리에게는 공공의 적이 있죠.”

혹하는 제안이었다. 리온은 확인차 유도신문으로 성운을 떠보았다.

   “혹시 현재 벌어지는 치열한 문화 혁명의 근원지, 그자입니까?”

   “갈트론 라흐블뤼크. 보스가 입양한 막내아들이자 제7 철인왕입니다. ASDM의 개발자이자 문화 혁명의 배후죠. 보스께서도 아직은 그의 움직임을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내버려두시는 모양인데, 저는 될 수 있으면 빨리 그자를 실각시킬 작정입니다. 신발 속 자갈돌처럼 저에게 걸리적거려서요.”

   “그렇군요. 헌데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죠? 저는 목사입니다. 정치와는 거리가 멉니다만.”

   “이런, 모순적인 위선이군요. 목사님, 당신은 전에도 정치와 신앙이 아예 무관하지 않다고 증언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대로라면 당신이야말로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서 맞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성운은 상대를 도발하듯이 과감한 제안을 던졌다. 리온이 만약 현 복음주의 정통 기독교 노선을 이끄는 주축으로 나서서 정면으로 갈트론에 맞설 생각과 깡이 있다면 자신은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지식적 측면에서 갈트론과의 격차를 줄여 불리함을 덜어주도록 지원할 의향이 있노라고.

   “사실 개혁 세력 측의 지도자들에게 몰래 당신 정보를 뿌린 것도 저입니다.”

   그는 자신이 리온에 관한 정보를 리포머들에게 전했었음을 밝혔다.

   “왜 그렇게 불필요한 간섭을 하셨죠?”

   “내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그들에게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 훤히 보였으니까요. 당신은 끝끝내 영광 없는 곳에 묻히고 싶은 생각이겠지만, 저들은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무리를 잃은 양에게 목자가 필요하듯 기독교 세력이 단결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지주가 필요합니다.”

   “저는 감히 그럴 자격이 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흠, 그런가요? 그런데 그 지도자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모양입니다만.”

   지구에서 하늘도시로 복음의 불을 처음 가져다준 자. 마치 프로메테우스와도 비슷한 공로자. 그런 이름값만으로도 해체의 위기를 직면한 교회를 지탱하고 젊은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때마침 갈트론이 심은 혁명가들이 엘리트 독점주의를 해체하겠노라며 프로메테우스적 위인을 자처하며 인류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판치고 있는 마당에 ‘우주 시대의 최초의 복음 전파자’라는 공로는 맞대응하기에 좋은 존재감이었다.

   “뭐, 이용당하면 또 어떱니까. 결국, 당신의 양심대로 행한다고 쳐도 이 시점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성운은 리온의 성격을 몹시 잘 간파하고 있었다.

 

 

 

 

 

 

(다음 회차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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