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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5회 [1부] 15화. 화염과 독의 프로메테우스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7.06 | 회차평점 0 0

 

 

 

 

 

 

공부하라는 명령만큼 지겹게 들리는 잔소리가 또 있을까?

 

 

이것이 거슬리고 불편하다는 사실은 시대를 막론하고 변함이 없다.

 

 

또한 이 불편한 진실은 아이건 부모건, 노인이건 젊은이건, 빈부귀천을 넘어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고뇌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며 그 치열함을 통해 성장한다.

 

 

그러나 그 학습이라는 치열함에는 물리역학적, 정신역학적, 전기 생리역학적 고통이라는 거부 반응이 뒤따르기 마련.

 

 

마치 물체가 에너지가 낮은 안정된 상태를 지향하며 관성을 발휘하듯, 인간의 두뇌는 게으름과 나태라는 관성을 어김 없이 발휘하며 학습이라는 과업에 저항한다.

 

 

 

 

 

물론 이런 사실은 사람마다, 분야마다 조금씩 적용되는 정도가 다르다.

 

 

어떠한 이들은 지적 호기심에 이끌려 특정 분야를 향해서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연다.

 

 

그 끌림은 부분적이나마 본연적, 자연 생리학적 편리 추구 본성, 곧 게으름에 저항하여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게끔 만든다.

 

 

 

 

 

필요성을 위해 본성에 저항하는 습관을 키우려면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영혼으로부터 쥐어짜내는 의지력이요, 마치 돌을 산 위로 밀어 올려 위치 에너지를 저장하고자 하는 노력에 비견된다.

 

 

이 의지력이 나태의 본성을 앞지른 소수는 학습력에 있어 우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영역, 당장 사탕 같은 즉각적인 달콤함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분야에서까지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배움에 정진하기란 더욱 어려운 법.

 

 

 

 

 

더욱이 고등 지식, 깊은 사고를 요하는 지식, 풍부한 지혜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지식, 자신의 재능이나 취향과 부합되지 않는 지식을 받아들이고자 할 때 인간은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습관과 싸워야 하며, 허무감이나 자괴감과도 겨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개개인과 인류 사회를 풍요롭고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배움과 생각하는 연습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는 문명화되고 전산화되고 정보화된 오늘날의 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이다.

 

 

아니, 오히려 미디어가 범람하는 지금의 세상이기에 더더욱 필요하다.

 

 

 

 

 

 

 

 

이것은 현 시점으로부터 수년 전에 있었던,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른 비밀스런 논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죠.”

 

 

 

 

 

그때 나스루딘 마하리쉬는 자신이 고찰하고 깨달은 바를 몇 가지로 요약 발표했다.

 

 

 

 

 

“첫째는 미디어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그것을 지배할 수 있는 힘, 곧 스스로의 집중력을 갈무리하여 한 점에 압축한 뒤 진지하게 배움의 목적을 성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표현해서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열정적으로 익히고 습득하고 묵상하는 습성이 필요하죠.”

 

 

 

 

 

그는 모든 광범위하고 세세한 정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요구되는 진정한 정신적, 영적 에너지원이 전자화된 자료가 아닌 옛 향수를 머금은 종이책임을 깨달았다.

 

 

나스루딘은 오랜 연구를 통해서 사람의 집중력과 사고력과 고찰의 능력이 진지한 독서 습관을 통해 얼마나 고도로 연마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전자 미디어의 시대라고 이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뇌의 인스턴트화가 너무도 쉽게 이뤄지는 이 위기의 시대이기에 이전 시대보다 천 배는 더 열정적이고 체계화된 독서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것이 전자화된 정보들의 이점을 무조건적으로 폐기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방대한 정보 네트워크의 혜택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서 어떤 정보를 익히고 어떤 것을 걸러내고 어떤 것이 올바른지를 판단하고 분별할 능력.

 

 

이러한 자질은 진지한 사색과 고요함 가운데서 오로지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 가운데에서 함양된다.

 

 

만일 인류의 다음 세대가 이 기술을 스스로 익히지 못한다면 그들은 홍수에 떠밀리는 뗏목처럼 정보들과 미디어에 침식될 것이며 끝내는 중독과 확증 편향이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것은 알렉시스가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해결을 바랐던 이슈이기도 했다.

 

 

교육의 미래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그는 이 일이 진지하게 바로잡히기를 소망했으나 지나치게 분주한 지금의 그로서는 스스로의 지성과 영성을 ‘완전한 인간’이라는 경지에 이르도록 다듬는 데만 해도 벅찼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나스루딘 같은 선각자의 조력이 절실했다.

 

 

 

 

 

“정보를 십분 지배할 역량을 갖추되 정보와 그 중독성의 지배를 받지는 않는다. 지극히 온당한 이야기이지만 일반인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예요.”

 

 

 

 

 

나스루딘의 연구 자료들을 구경하며 알렉시스는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물론 지배층이야 사람들이 단순화되고 정보의 홍수와 미디어의 중독성에 잠식되기를 은연 중 더 바라겠죠. 판단력과 분별력을 유지하는 자들이 소수의 엘리트뿐이라면 우매한 사람들을 마음껏 통제하기란 훨씬 더 손쉬울 테니까요.”

 

 

 

 

 

수심과 불쾌감이 가득한 그 표정에 나스루딘이 피식 웃었다.

 

 

 

 

 

“적어도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는 지배층 한 명 정도는 알 것 같군요.”

 

 

“당신이라면 내 소원을 이뤄줄 능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야 전하께서 신뢰하기 나름이죠.”

 

 

 

 

 

이에 알렉시스는 호쾌하게 웃음으로 대꾸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나머지 둘은 무엇입니까?”

 

 

 

 

 

황자의 질문에 현인은 즉각적으로 응답하였다.

 

 

 

 

 

“두 번째 필요는 편식하지 않는 의지력입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 배우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사상이나 이데올로기, 자신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가르침과 지혜만을 섭취함으로써 확증 편향과 편협함에 빠지지 않는 결단력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의 의견과 다른 의견, 주류와 다른 견해, 치우치지 않은 생각을 두루 공부하고 접할 용기와 포용력이겠군요. 옳은 말씀입니다. 가장 귀한 약이 되는 가르침은 백이면 백 쓰디쓴 법이죠.”

 

 

“아울러 이러한 태도가 올바로 정립될 때 사람은 사리분별에 필요한 정신적 근육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나스루딘은 그러한 강력한 정신적 근육의 소유자로서 알렉시스를 최상의 모델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그의 막강한 정신력과 굳건한 분별력은 교육의 현자 나스루딘에게 있어서는 마치 뮤즈와도 같은 최상의 예술 모형이었다.

 

 

장장 190cm를 넘는 커다란 키와 황금 비율의 신체, 혹은 전쟁의 신처럼 떡 벌어진 어깨나 강철 같은 근육보다도 도리어 그런 보이지 않는 면이 그의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하였다.

 

 

 

 

 

‘다만 그런 특성을 보통의 사람들에게까지 심어주는 일은 이 몸의 역할이지.’

 

 

 

 

 

신이 만든 좋은 예술품을 본뜸으로써, 부족하지만 그와 유사한 다른 예술품들을 빚는 데 일조하는 것.

 

 

그것이 나스루딘의 사명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면 마하리쉬 씨, 당신이 믿는 세 번째 필요가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있습니까?”

 

 

“창조성입니다. 일반적인 창조성이 아닌, 균형 있고 건강하며 선한 소망으로 충만한 창조성입니다. 사람과 인류와 지구를 파괴하는 파멸적인 창조성이 아닌,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모습 그대로의 창조성 말입니다.”

 

 

“간단하고도 어렵네요.”

 

 

 

 

 

말이 쉽지 솔직히 천재가 아니고서야 무슨 수로 유의미한 창조성을 자아내겠는가.

 

 

자신이 소유한 선천적 재능조차도 창조성으로 이어지도록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인간이거늘.

 

 

 

 

 

“하지만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오늘날이기에 더더욱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죠.”

 

 

“해답은 아무래도……, 앞의 그 두 가지 필요를 충만히 채우는 데 있을 듯 싶군요. 제가 올바르게 짚었는지요?”

 

 

 

 

 

알렉시스의 자신 없는 말투에 나스루딘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감이 좋으시네요. 인재들을 무수히도 양성해내셔서 그런가.”

 

 

“추켜 세우실 필요 없어요. 저는 기존에 싹이 보이던 자들을 택했을 뿐이니까요. 인재를 창조하신 주체는 어디까지나 신 한 분뿐이시죠.”

 

 

“그런 것치고는 귀신처럼 정확하게 모든 사람의 재능을 알아맞히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심지어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재능까지도요.”

 

 

“칭찬은 감사하지만, 귀신이라는 표현은 썩 듣기 좋지는 않네요.”

 

 

 

 

 

황태자는 장난스레 투덜거렸다. 당연히 진지한 정색은 아니었다.

 

 

물론 나스루딘은 저 친구가 장난기가 은근 있음을 알기에 겁 먹거나 개의치 않았다.

 

 

 

 

 

“자, 그러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보시죠. 그간의 성취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잠시 후, 지난 10년 간 진행되었던 유사 임상 시험의 결과 보고서들이 취합되었다.

 

 

그 자신만만하던 알렉시스조차도 얼굴 위로 놀라움의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진행했던 몇몇 프로젝트들과 맥락은 유사하군. 하지만.’

 

 

 

 

 

효율성과 장기적인 효과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

 

 

과연 한 우물만 진지하게 판 최상위 전문가의 경지에는 견주지 못하는 건가.

 

 

알렉시스는 자신조차도 포착하지 못한 포인트들을 정확하게 해결한 것도 모자라 각종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한 저 안경잡이의 지략에 감탄했다.

 

 

 

 

 

‘아쉽네. 내 기업의 정식 임원으로 스카웃하고 싶은데 말아지.’

 

 

 

 

 

사실 인도 지역과 브리튼 제국의 공공의 유익을 위해서만 헌신하는 나스루딘을 자신만의 인재로 전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차례 러브콜을 보내긴 했었으나 매번 정중히 거절당했지.

 

 

하지만 프로젝트 협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너지와 유익은 발생하리라.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은 사양이었다.

 

 

 

 

 

“이게 정말로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인 변화란 말입니까?”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판단되는 바입니다.”

 

 

“왜 당신을 피리부는 마술사라 부르는 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네요.”

 

 

“칭찬이야 감사드립니다만, 성경의 원리와 가치관을 수호해온 브리튼 제국의 후계자로서 다소 어색한 표현이로군요.”

 

 

나스루딘은 가볍게 조금 전의 지적을 복수 삼아 돌려주었다.

 

 

“지적해줘서 고마워요. 하긴 마술이라는 부패한 문화를 스스로 척결해낸 민족의 후예 앞에서 무례한 발언이었네요.”

 

 

“당신 같은 겸손한 분을 만나뵙긴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천만에요. 그보다는.”

 

 

 

 

 

알렉시스는 다시금 시선을 전자 보고서와 영상 기록들 쪽으로 돌렸다.

 

 

그 자료에는 여러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그곳에 증언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는 가히 경이롭다는 표현도 부족했다.

 

 

지능 지수가 두 자리로 측정되었던 아이들이 최고의 영재 교육 기관에 자력으로 입학하여 우수 성적자로 장학금을 받은 사례가 최소 500건.

 

 

학습과는 담을 쌓았던 아이들이 장차 석학에 도전하여 빛을 발한 케이스는 1000건 이상.

 

 

각종 재능을 각성한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없던 재능마저 연단해낸 아이는 만 건 이상.

 

 

특별히 책과는 거리를 둔 채 미디어와 음란물과 물질에 중독되어 있던 문제아들이 세상을 올바르게 분별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하여 책을 읽고 저술하는 자로 변화한 케이스는 수를 세기 힘들었다.

 

 

 

 

 

단순한 교육법의 개혁만으로 해결된 사례들이 아니었다.

 

 

 

 

 

“현대 의학은 적극적인 인체 개입을 통해 많은 질병들의 경과를 변화시켰죠. 그 개입이 비록 인간의 근본적 문제인 죽음을 해결하지는 못했으나, 인류 복지라는 흐름에 거대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당신의 연구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군요.”

 

 

 

 

 

알렉시스는 나스루딘이 발명한 특수한 기기들에 주목했다.

 

 

어마어마한 뇌 과학 지식이 접목되지 않았다면 저런 것들을 만들지 못했을 터.

 

 

필시 라지쿠마르와의 기술 교류가 상당한 보조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이건 정말로 엄청난 수준이다.’

 

 

 

 

 

뇌 과학적인 개입과 보조를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을 형성시키는 장치.

 

 

도파민 분비 회로의 왜곡을 교정하여 미디어 중독을 치료하고, 대신 유익하고 건전하고 정신력 발전에 보탬을 가져다주는 행위들에 즐거움을 유발시키는 기계들.

 

 

아이는 물론이고 성인과 노인에게도 효과가 입증된 장비들이었다.

 

 

 

 

 

‘게다가 더 무서운 점은 그 효과가 반영구적이고 고정적이라는 점.’

 

 

 

 

 

잠시 인위적인 습관을 생성해주는 임시 방편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상 훈련에 사용 시 영구적으로 습관이 고착화되도록 뇌 신경계의 재조건화를 돕는다.

 

 

이게 단순히 의학과 전자 공학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란 말인가.

 

 

 

 

 

“상상으로만 떠올리던, 공부 잘하게 만들어주는 기계인가요.”

 

 

“적절치 못한 표현입니다. 스스로 성장하도록 바로잡아주는 보조자에 가깝습니다.”

 

 

 

 

 

물고기를 잡아다가 떠 먹여주는 장치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끔 하는 힘.

 

 

인간 본연의 재능과 잠재력을 회복하도록 자극을 주는 장치.

 

 

나스루딘의 발명품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패러다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독서하는 즐거움을 깨닫고 그것을 내재화한 인간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분별하는 법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오랜 시간 훈련되고 누적되면 정신의 음식을 넘어 영적인 음식도 스스로 섭취하는 태도가 형성되죠.”

 

 

“영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정말로 가능했던 셈이군요.”

 

 

“엄밀히 말하면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었는데 그걸 끌어내는 법을 몰랐을 뿐이죠.”

 

 

“페니실린이나 자동 심박동기의 발명에 비견되는 혁신입니다.”

 

 

“별 말씀을요. 도리어…….”

 

 

 

 

 

안경을 쓴 이지적인 외모의 짧은 머리 청년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키가 더 큰 근육질 체격의 사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신쪽에 경의를 표하고 싶군요.”

 

 

 

 

 

안경잡이는 홀로 생각했다.

 

 

 

 

 

‘사상(思想) 오염을 해독한다고?’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저 사내가 벌였던 그 일이 더 어이가 없었다.

 

 

말이 해독이지 사실상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인류의 무의식을 강제로 통제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잠재력이 아니었던가.

 

 

그런 힘을 소유하고도 오로지 사람들을 바로 세워주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고?

 

 

나스루딘으로서는 그가 떨쳐낸 유혹이 얼마나 막대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의지력이 단순히 소문의 그 ‘언약’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불을 소유하고도 그것을 기꺼이 인간들에게 내어주는 프로메테우스.’

 

 

 

 

 

만일 저 사내가 그리스 신화의 신이었다면 분명 프로메테우스 같은 부류였겠지.

 

 

솔직히 만약에 자신이 지금 드러내놓고 공개한 자료들을 다른 인간들이 보았더라면 필시 자신의 유익이나 사적인 이익, 혹은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용도로 쓰고자 했으리라.

 

 

그러나 도리어 알렉시스는 모든 시민들을 자립적이고 자주적인 영재로 만드는 계획에 그것을 사용하기를 바라는 중이었다.

 

 

 

 

 

‘저분이라면 기꺼이 내 모든 계획과 비전을 내비쳐도 아쉽지 않지.’

 

 

 

 

 

알렉시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력까지 더해진다면 나스루딘이 십여 년 간 쌓아온 연구들은 더욱 날개를 얻어 승천하게 될 것이 자명했다.

 

 

저 사내라면 얼마든지 안심해도 좋다.

 

 

기술만 빼앗긴 채 팽을 당할 염려 없이, 재주만 실컷 부리고 소득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그 소득으로 엄한 일을 행하는 꼴을 목격할 염려 없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었다.

 

 

알렉시스는 뜻밖의 또 하나의 용도로 이 유용한 도구를 응용할 의향이 있었다.

 

 

동업자 나스루딘은 당시로서는 그 저의를 다 이해하지 못했으나 차차 알아가게 되었다.

 

 

몇 년 뒤 시점에 이르러 그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어째서입니까, 황태자 전하?”

 

 

 

 

 

안경잡이 젊은이는 조심스럽게, 평소보다 더욱 예를 갖추어 질문했다.

 

 

 

 

 

“무엇이 궁금하시죠, 나스루딘?”

 

 

“당신께서 저와의 협력을 통해 제국 시민들을 계몽하고 각성시켜 더욱 성숙하게 하려는 의도는 잘 알겠고 저도 깊이 동감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왜…….”

 

 

 

 

 

머뭇거리는 그의 어투가 점점 망설임으로 채워졌다.

 

 

 

 

 

“왜 그들에게만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독을 먹이실 계획이십니까? 왜 모든 이를 해독시키되 그들만은 거꾸로 치사량의 독을 약처럼 사용하실 생각이신지요?”

 

 

 

 

 

나스루딘이 말한 독이란 바로 정보화 시대의 무한한 혜택.

 

 

곧 첨단화된 미디어 기술과 이것을 통한 정보, 지식 주입 기술이었다.

 

 

본래 독과 약이란 한 끝 차이이고 그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용량뿐이다.

 

 

 

 

 

나스루딘의 교육 관련 뇌과학 기술력은 그 독의 용량을 조절하여 약으로 변환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독서하고, 스스로 분별하는 역량을 함양함으로써 방대한 정보들의 홍수에 함몰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올바르게 나누어 활용하는 힘을 키워준다.

 

 

 

 

 

거꾸로 거대한 분량의 정보들을 강제로 주입하고 무작위로 저장시키는 방식의 뇌과학 기술력은 그의 비전과는 정반대를 바라보는 극약 처방이었다.

 

 

 

 

 

왜일까?

 

 

왜 알렉시스는 전 세계 시민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나스루딘의 방식을 채택했으면서, 근동의 그들을 향해서만은 극약 처방을 택하였을까?

 

 

 

 

 

“암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의약학적 원칙은 바로 정확한 표적 치료입니다.”

 

 

 

 

 

알렉시스의 입가가 의미심장하게 살짝 호선을 그렸다.

 

 

 

 

 

“인체의 다른 모든 정상 세포들에게는 건강을 주되, 오로지 독성 물질은 암세포들만이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술의 철칙이요 의학의 지향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예요. 악성 종양에 침식되지 않은 조직은 최대한 잘 살려내야죠. 하지만 암에 먹힌 조직은 그것이 충분히 치유되기 전까지는 맹독을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수술로 잘라내기 힘들 만큼 퍼져버린 경우라면 그것만이 해답이 된다.

 

 

그리고 알렉시스가 진단하건대 이미 ‘그 종교’는 말기 암에 해당하는 수준만큼 인류 전반에 퍼진 상황이었다.

 

 

암의 원발지인 근동을 확실하게 표적 치료로 고쳐놓지 않으면 장차 손 쓸 수 없게 된다.

 

 

 

 

 

“이번만 제게 협력한다면 당신의 소망 또한 반드시 책임지고 성취시켜 드리겠습니다.”

 

 

 

 

 

황자는 겸손히 제안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스루딘으로서는 그 달콤한 손길에 저항하기 힘들었다.

 

 

알렉시스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를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기어코 그 종교를 소멸케 하실 작정이군.’

 

 

 

 

 

솔직히 제거하려는 취지 자체에는 나스루딘도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제아무리 철인이라 한들 무려 천 년 이상을 지배해온 그 권세를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그것도 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를 보존해야 할 ‘언약의 승계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뜻을 이룬다고?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내게 보여주시죠.’

 

 

 

 

 

결국 호기심은 두려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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