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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35회 [1부] 35화. 비밀 계엄령 (5)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9.09 | 회차평점 0 0

 

 

 

 

*

 

 

 

 

 

 

 

 

지혜의 대가.

 

 

역대 랍비 가운데 유일하게 전통을 넘어 만학(萬學)을 섭렵한 현자.

 

 

 

 

 

미들네임이 제사장 혈통을 뜻하는 히브리어인 ‘코헨(Kohen)’의 브리튼어식 발음인 ‘칸’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미르 칸 벤큐리온은 동포들 가운데 특출하고 고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아미르는 그 자신의 정체성의 중점을 유태 혈통에 두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민족적인 정체성의 의미는 수용했으나 그를 포용하는 울타리, 그의 모국은 오로지 하나 브리튼 제국뿐이었다.

 

 

 

 

 

이러한 소속감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유럽, 중동, 아시아 공산권이 극렬히 히브리 민족을 핍박하고 학대하던 와중 유대인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같은 조국의 시민으로, 더 나아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영적 형제로 인정한 국가는 역사상 브리튼 하나밖에 없었다.

 

 

 

 

 

이 중년의 코헨 계열 사내는 자신이 속한 국가의 제사장 역할을 맡아 사람들을 축복하고 계몽하는 책무를 충실히 감당해왔다.

 

 

 

 

 

현명함과 유능함을 두루 인정받은 그는 국가의 중책에까지 참여하였다.

 

 

그리고 세계 경제 발전과 치안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여 황제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

 

 

 

 

 

현재 그는 중앙 컨티넌트, 곧 중동 구역의 평화 구축을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중이었다.

 

 

이 목적을 위해 어린 친우인 알렉시스와도 업무상 긴밀히 공조하였다.

 

 

 

 

 

오랜 시간 분골쇄신한 끝에 아미르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노력만으로 중동이라는 화약고를 안정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평화, 대화, 인간의 의지.

 

 

이런 허울 좋은 낱말들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중동이 화약고가 된 근본적 원인은 보이는 차원 그 너머에 있었다.

 

 

그 영향력을 뿌리뽑지 않는 한, 악순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진실을 겸허히 인정한 아미르는 본질적인 치료책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늘 그 해답을 제공할 주인공이 그의 앞에 있었다.

 

 

 

 

 

“무슬림들에게도 그들만의 종말론이 있어. 혹은 그들만의 아포칼립스 시나리오라고 표현해도 좋겠지.”

 

 

 

 

 

황태자는 최후 전략을 위한 모의에 아미르를 끌어들였다.

 

 

이 순간, 계엄령의 발동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완전한 보안의 철통 속에 둘러싸였다.

 

 

아미르는 귀를 쫑긋 기울여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그야 그렇지. 그게 우리 전하의 마스터 플랜과 관련이 있는건가?”

 

 

“빠트릴 수 없는 핵심축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해.”

 

 

“흥미가 생기는 걸. 자세히 좀 설명을 부탁해.”

 

 

 

 

 

이슬람 경전에 기록된 그들의 종말론에 관해서는 아미르 또한 박식했다.

 

 

단지 그것이 작금 현실과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는 궁금할 따름이었다.

 

 

 

 

 

“코란에 의하면 마지막 날에는 세 명의 주역이 등장하게 되어 있어.”

 

 

 

 

 

첫 번째는 전제군주 마흐디.

 

 

코란에 따르면, 마흐디는 이슬람교의 교황직과 마찬가지인 ‘칼리프’의 칭호를 얻을 최후의 이슬람 지도자로 소위 ‘열두 번째 이맘’이라고도 불리며 이슬람의 구원자로 나타날 인물이다.

 

 

마흐디는 온 세상을 정복하여 거짓된 기독교인들과 가증한 유대인들을 패망시킬 것이며 그들로 알라만이 참 신임을 고백하도록 만들 것이다.

 

 

일단은 이것이 코란이 선언하는 바이다.

 

 

 

 

 

두 번째 주역은 이사(Isa).

 

 

소위 아랍어로 표현된 예수라는 단어.

 

 

무슬림들은 기독교인들이 섬기는 예수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그를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한 명의 위대한 무슬림 선지자로 믿으며 ‘이사’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며 기다린다.

 

 

그들은 이사가 곧 알라의 위대한 선지자로서, 마흐디의 대리인으로서 세상에 다시 내려올 것을 믿는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지.”

 

 

 

 

 

최후의 조각.

 

 

알 마시히 앗 다잘.

 

 

무슬림들이 생각하는 ‘최후에 나타날 알라의 대적자’.

 

 

코란에 의하면 마지막 때가 이르면 알 마시히 앗 다잘이라는 자가 나타나 온 인류를 혹세무민하여 타락의 길로 이끌다가 끝내 마흐디와 이사의 협공에 의해 무너져 파멸당할 것이라고 한다.

 

 

마흐디는 알 마시히 앗 다잘을 무찌를 것이며 그 후 온 세상의 인간들을 무슬림으로 개종시킬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믿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물론 대다수의 문화적 무슬림은 이러한 심각한 내용이 경전에 나온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전설을 진지하게 믿는 이는 원리주의자들뿐이었다.

 

 

다만, 바로 그 소수가 믿어도 너무 진지하게 믿는 것이 탈이라면 탈이겠지만.

 

 

다수의 덜 독실한 무슬림들이 떨어져 나간 지금, 현재까지 살아남은 자는 거의 다 극렬한 원리주의자였고 이들은 말세 예언을 자기 생명을 걸고 확신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니 진지한 예언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알렉시스는 구태여 이 중동 버전 도시전설에 무게를 둘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저들이 믿는 시나리오가 제대로 실현되리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간과하기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만약 이 설화가 사람의 발명이 아닌, 악신의 발명이라면 어떨까?

 

 

게다가 이 이야기가 ‘진정한 예언’에 대한 악의적인 패러디 겸 안티테제라면?

 

 

더는 가벼운 태도로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코헨, 그대는 아직 예슈아를 마쉬아흐로 믿지 않기에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믿는 신약성서에는 아포칼립스(The Revelation)라는 책이 있어. 흥미롭게도 무슬림들의 코란과는 정반대 시나리오의 예언이 담겨 있지.”

 

 

 

 

 

알렉시스는 최후의 때에 나타날 세 존재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를 손수 가르쳐주었다.

 

 

 

 

 

“저들의 마흐디란 우리가 말하는 ‘짐승’, 저들이 말하는 ‘이사’란 진정한 예슈아가 아닌 가짜 예슈아인 둘째 짐승을, 그리고 저들이 말하는 알 마시히 앗 다잘이란 다시 올 진짜 메시아를 가리키는 거야. 한 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역할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해석인 셈이지.”

 

 

 

 

 

진정한 예언이 현실화되었을 때 알라에 의해 안배된 ‘패러디 버전의 예언’은 일종의 강력한 세뇌 효과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때가 이르렀을 때 무슬림들은 악역을 선역으로 인식할 것이며, 선역을 악역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때가 이르렀을 때 그릇 행동하도록, 한치의 의심도 없이 엄한 줄에 서도록 미리 마인드 프로그래밍을 해놓는 사전 작업.

 

 

그것이 코란의 예언에 담긴 무시무시한 세뇌 효과이리라.

 

 

 

 

 

“하지만 난 저들의 패러디 예언이 제때 효과를 보도록 놔둘 생각이 없어.”

 

 

 

 

 

미워하는 대상은 악한 사상이지 그 밑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아니니까.

 

 

아무리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존재들이라지만, 자신마저 동일한 복수자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이 멸망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엄한 벌을 내려서라도 단체로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교정을 해야 한다.

 

 

 

 

 

“그 전에 저 사이비 종교를 지구상에서 소멸시킬 생각이야. 또한 때가 이르렀을 때 그들이 주님께 ‘알 마시히 앗 다잘’이라는 멸칭을 내던질 기회를 남겨둘 생각도 없어.”

 

 

 

 

 

만일 저들이 종말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겠지.

 

 

하지만 그러한 신성 모독의 자행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의 침뱉음은 그 전에 내가 먼저 다 뒤집어쓸 계획이야.”

 

 

“침뱉음이라면, 알 마시히 앗 다잘이라는 멸칭 말인가?”

 

 

“그래. 이 몸이 손수 그 역할을 맡아 그들의 예언을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실현시켜 준다. 그렇게 되면 막상 진짜 마지막 때가 되었을 때 무슬림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허어, 골때리는 친구로세.”

 

 

 

 

 

이는 이미 비밀스러운 신비도 뭣도 아니었다.

 

 

사실상 공공연한 공개적 이슈가 되어버린 게 현실.

 

 

실제로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마수에서 벗어나 끝까지 무슬림 신앙을 광적으로 지킨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알렉시스 황태자를 ‘알 마시히 앗 다잘’로 지목하는 중이었다.

 

 

 

 

 

아울러 현재 수많은 자칭 선지자와 자칭 지도자들이 나타나 무슬림들을 선동하는 중이었다.

 

 

마흐디가 우후죽순 일어났으며 자칭 이사 역시 수두룩히 나타났다.

 

 

그들은 공공의 적, 알 마시히 앗 다잘의 정체를 폭로하며 삿대질하였다.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저 독재자가 바로 최후의 대적이다!

 

 

우리는 말세의 큰 배교를 일으킬 사악한 폭압자를 마주하고 있다!

 

 

저 악마의 권세를 깨트리고 온 세계를 알라의 질서 아래 복종시키자!

 

 

 

 

 

그렇다.

 

 

마인드 퓨리파이어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으면서도 도리어 원리주의자들이 들불처럼 끓어오른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마침내 코란의 종말 예언이 현실화되었고 확신하는 자들의 광기.

 

 

 

 

 

알렉시스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그들 앞에서 구차하게 변명하지도, 해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공공의 적으로 믿도록 부추기고 방관하였다.

 

 

더 열심히 이슬람 소멸 프로세스를 가동하였고 그들을 코너로 몰았다.

 

 

법과 언약을 어기지 않는 선 안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그들이 뱉을 침을 주님 대신 받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영광일 따름이지.”

 

 

“하여간 너도 정상인은 아니구나.”

 

 

 

 

 

아미르는 혀를 차며 칭찬하였다.

 

 

 

 

 

“고마워.”

 

 

“그나저나 계획의 핵심이란 게 이거였냐?”

 

 

“응. 다만 수동적으로 저들의 준동을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야. 이쪽에서도 저들의 광기가 브레이크 없이 작동하도록 조심스레 불을 지펴주고 있었어.”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 나타나 원리주의 무슬림들을 선동하는 자칭 마흐디, 자칭 이사, 자칭 선지자, 자칭 칼리프들 가운데는 알렉시스에 의해 심겨진 이중 스파이들이 제법 있었다.

 

 

 

 

 

“법적인 저촉은 없을 거야. 우리가 직접 선동하진 않아. 적절히 그들 스스로 속아넘어가도록 유도해서 자충수를 두도록 만들어야지.”

 

 

 

 

 

현재 알렉시스의 수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경탄스러운 연기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지독하게 독실한 무슬림들마저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그들의 역할은 하나.

 

 

알렉시스가 바로 그 알 마시히 앗 다잘이라는 명제에 무슬림들이 몰두하도록 유도하는 것.

 

 

아울러 황태자의 계획을 막지 않으면 이슬람과 알라가 영원히 소멸하게 되리라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했기 때문에 사기극은 아니었다.

 

 

사실상 사기극의 효과를 내긴 하겠지만.

 

 

 

 

 

“덕분에 그들은 이 몸의 무대 등장이 곧 최후의 엔드게임의 시발점이라고 확신하게 되겠지.”

 

 

“허어, 대체 그런 연기자들은 어디서 또 발굴한거냐?”

 

 

 

 

 

기가 차다는 듯 아미르는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가족 중에 전설적인 연기 천재가 한 명 있어서. 그 아이한테 쓸만한 제자들을 좀 빌려달라고 부탁했지. 그 아이한테 배워서인지 다들 신 들린 듯이 잘한단 말이지. 유용했어.”

 

 

 

 

 

알렉시스는 미소를 머금으며 가족 사진의 한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메만졌다.

 

 

 

 

 

“어쨌건 그들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종교 소멸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고, 국제 정세와 당국의 정책마저도 그들에게 극도로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단 말이지. 곧 배교자들도 폭발적으로 속출할테고.”

 

 

 

 

 

이런 마당이니 역전극을 벌일 기회는 단 한 번뿐.

 

 

그들로서는 극단적 종말론에 온 운명을 거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으리라.

 

 

 

 

 

“계획대로 된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로군.”

 

 

“물론. 단 한 순간에 음지에 숨은 자들을 죄다 끌어낼 수 있지.”

 

 

 

 

 

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도 위험 요소가 많았다.

 

 

아미르는 냉철한 현자답게 발생 가능한 모든 미연의 비상 상황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식의 토론은 점검 차원에서 대단히 유용했다.

 

 

알렉시스는 친히 하나하나 답해주었고 준비가 미흡한 부분들은 친구와의 상의를 통해 보강하였다.

 

 

 

 

 

가장 중요한 핵심 질문은 두 가지였다.

 

 

정말로 모든 적들을 끄집어낼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행동에 나설 D-day는 언제이겠는가?

 

 

 

 

 

첫 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아미르로서도 그저 알렉시스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미래를 지배하지 못하는 필멸의 인간이었기에 치밀한 계획에 병행하여 기도하는 심정으로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단,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 그들이 부분적으로 조금씩 움직일 일은 없어. 행동한다면 다 같이 자신들의 전부를 걸고 올인할거야.”

 

 

 

 

 

이 싸움에는 뒤가 없다.

 

 

무슬림 입장에서는, 아니 정확히는 알라의 입장에서는, 애매한 전력을 보내어 애매한 싸움을 걸었다가는 자칫 나머지 전부를 잃어버릴 위험에 빠진다.

 

 

이는 브리튼 당국이 소유한 최첨단 인공지능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우리의 기술력은 이미 70억 인구 하나하나를 일일이 분석하여 그들 가운데 원리주의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더 나아가 잠정적 원리주의자도 구분해낼 수준에 이르렀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마저 위성으로 감시할 수준에 이르렀지.”

 

 

 

 

 

최근 팀 아르다가 창조해낸 작품들은 이 일들을 가능케 해주었다.

 

 

가디언엔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패러다임에 의거해 발명된 시리즈들.

 

 

중앙집권 정부에 의한 완벽한 인류 통제를 가능케할 시스템.

 

 

 

 

 

알렉시스로서는 개인적으로 이 기술의 도래가 달갑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들의 개량과 발전을 금지하고픈 마음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 행위 자체를 금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위협적인 기술과 인프라가 완성되는 미래를 무조건적으로 틀어막는 것은 그의 능력밖이었다.

 

 

 

 

 

다만, 어찌되었건 꺼림칙하다고는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적들을 핀치로 몰 공갈 협박용 소재로서는 사용할 의향이 있었다.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미래를 결코 보고 싶지 않으나, 적어도 저들을 두렵게 만들 위협 카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겠지.

 

 

 

 

 

이것은 마치 과거 공산 연방과의 대치 시절, 균형이 붕괴되기 직전까지는 핵무기가 잠시나마 전쟁 예방 효과를 냈던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차이가 있다면, 범 인류 감시 시스템은 두려움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 대신에 맹신을 부추겨 참전자들을 강제로 유인해해는 효과를 보여줄 것이다.

 

 

 

 

 

“인류 감시 시스템은 아직 불완전해.”

 

 

 

 

 

그들이 몸을 사리지 않을 이유가 바로 이 포인트에 있었다.

 

 

 

 

 

“모든 원리주의 무슬림을 동시다발적으로 통제할 수준은 못 돼. 하지만 가디언엔젤들이 협력한다면 달라져.”

 

 

 

 

 

알렉시스는 중앙 통제 네트워크와 자발적 네트워크, 두 서로 다른 기전의 인프라가 교차할 때 어떠한 시너지가 발생할지를 간략한 도식도로 보여주었다.

 

 

 

 

 

“통제 시스템 소속 AI들과 가디언엔젤들이 접합되어 시너지를 낸다면 지금이라도 몇 세대 이상의 도약을 이룰 수 있지. 전 세계의 무슬림은 우리의 통제권 아래 놓이게 돼. 나야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로서는 그 사실이 영 불편하게 다가오겠지.”

 

 

“아하,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가디언엔젤 소유주들을 제거하려 들겠군.”

 

 

“정답이야. 대신 그들로서는 최선을 다해 모든 가디언엔젤 소유주를 일격에 제거해야만 하지. 한두 명씩 치는 건 되려 자충수가 될 테니까.”

 

 

 

 

 

일부만 죽인 채 일부를 그대로 남겨둔다면?

 

 

남은 자들은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의로운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들의 마음에 반응하여 가디언엔젤들은 한 층 더 진화할 것이고, 그 사용 방향은 공격적인 형태로, 무슬림 전체를 코너로 몰아넣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즉, 어차피 한 판의 도박에서 확실한 결판을 내지 못하면 그 뒤는 없다. 그러므로 잃을 게 없는 초승달은 자신의 장기말들을 모조리 사지로 몰아넣을 거야. 장기말들이 모두 이런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들을 통제하는 영은 거시적 시국에서 이렇게 바라보겠지.”

 

 

 

 

 

참고로 알렉시스가 심은 이중스파이들도 이 점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무슬림들을 심리적으로 몰아세우는 중이었다.

 

 

그들은 브리튼의 인류 감시 시스템이 거의 완성되었다면서 일부 과장을 섞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였고 경각심을 극대화하였다.

 

 

여기에 더해 초승달의 영에 사로잡힌 자칭 선지자들과 자칭 마흐디들은 유대인, 탈주한 무슬림, 지하 교회를 제거하는 성전(聖戰, zihad)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부르짖으며 공포심에 잡힌 이들을 더욱 충동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차례였다.

 

 

 

 

 

“언제 그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지?”

 

 

“코헨,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답을 읊어볼까?”

 

 

“좋지.”

 

 

 

 

 

잠시 두 사람은 한 입이 되어 한 목소리로 제창했다.

 

 

 

 

 

“4월 둘째 주.”

 

 

 

 

 

공교롭게도 그 주간은 브리튼 시민들이 기리는 영적 기념일인 동시에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지키는 명절이었다.

 

 

해당 주 전체는 무교절이었으며 그 일요일은 초실절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해당 주간은 고난주간, 곧 부활절이 낀 주였다.

 

 

안식일과 일요일, 초실절과 부활절이 교차하는 절묘한 시점.

 

 

 

 

 

‘군인들이 할지라도 그 날만은 경건한 마음으로 안식하며 지켜야 한다.’

 

 

 

 

 

국민들이 자신들과 언약을 맺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날.

 

 

믿는 자건, 믿지 않는 자건 기쁜 마음으로 기념하는 그 날.

 

 

마침 유대 민족과 브리튼 제국 모두에게 그 주는 안식의 날이 될 것이다.

 

 

거꾸로 말해서 경계의 태세가 극도로 느슨해지는, 가장 취약해지는 날이다.

 

 

 

 

 

‘항상 적들은 우리들의 안식을 기습해왔다. 연약한 틈을 타서 침략했었지.’

 

 

 

 

 

과거 커뮤니스트 연방의 대규모 강습도 선전포고조차 없이 일요일에, 그것도 전국에서 예배가 엄숙히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졌다.

 

 

또한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 테러, 홀로코스트도 항상 역사적으로 보면 초막절, 칠칠절, 나팔절, 대속죄일, 유월절 등의 구약 명절 때에 기습적으로 일어나곤 했었던 것이 엄연한 통계적 진실.

 

 

 

 

 

이것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함정이다..

 

 

 

 

 

“혹 다른 기회를 노리진 않으려나? 가을 절기로 때를 미룬다거나.”

 

 

“글쎄? 그들도 촉박한 상황에 놓였으니 그럴 여유는 없을 거야. 심리적으로 몰릴대로 몰렸으니 더는 거사를 미루지도 않을테지. 더욱이 유대인들과 제국 모두가 무방비해지는 천혜의 기회를 포기할 리는 없어.”

 

 

 

 

 

4월 둘째 주.

 

 

그때가 알렉시스가 예측하는 D-day.

 

 

과연 그들은 정말 계산대로 그날에 일제히 움직일 것인가.

 

 

승부수는 던져졌고 이제 잠잠히 운명의 날을 맞이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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