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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36회 [1부] 36화. Hamas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9.11 | 회차평점 0 0

 

 

 

 

 

 

엘로힘께서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 있는 자의 강포(חָמָס, Hamas)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וַיֹּאמֶר אֱלֹהִים לְנֹחַ קֵץ כָּל־בָּשָׂר בָּא לְפָנַי כִּי־מָלְאָה הָאָרֶץ חָמָס מִפְּנֵיהֶם וְהִנְנִי מַשְׁחִיתָם אֶת־הָאָרֶץ׃

 

 

 

 

 

(창세기 6:13)

 

 

 

 

 

 

 

 

 

 

 

 

 

 

*

 

 

 

 

 

 

 

 

귀가를 허가받은 로빈은 가족들 품에서 그들과의 시간을 나눌 기회를 얻었다.

 

 

 

 

 

바쁜 상사를 따라다니느라 정신 없었던 지난 몇 개월의 일상.

 

 

거의 스물네 시간을 밀착 취재를 하다시피 함께 했던 나날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 지척에서 관람자로 앉아 수많은 흥미로운 경험도 체험했으나 그만큼 심리적인 긴장감은 상당했고 심신의 피로가 누적된 차였다.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왕을 감시해야 하는 입장.

 

 

그것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어떠한 바람이 불었는지 알렉시스는 그의 감시자를 일주일간 놓아주었다.

 

 

 

 

 

“집에 돌아가서 푹 쉬다 오시죠. 다만, 위험할 수 있으니 늘 가족들 곁을 잘 지켜보세요. 아무런 해를 받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상사는 ‘위험하다’는 암시를 주었을까?

 

 

아무래도 그 계엄령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을테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확실히 심상치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물밑에서 국제 정세가 흘러가는 패턴을 백퍼센트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로빈의 식견은 제한적이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과 브리튼 제국 사이의 알력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었다.

 

 

그 외 구체적인 전황에 관해서는 알렉시스도 오직 최측근 부관, 최상위 레벨의 지도자 및 제너럴 클래스 군인들과만, 그것도 로빈이 전혀 알지 못하는 데다 번역기도 통하지 않는 언어로만 대화를 나누었기에 엿볼 방도가 전무했다.

 

 

 

 

 

‘무사하시겠지?’

 

 

 

 

 

얼떨결에 포상 휴가를 받은 그는 꺼림칙한 심정으로 염려를 떨치지 못한 채 고향 도시로 가는 차표를 끊었다.

 

 

황태자 전하를 모신 지 꽤 오래된 탓인지 정이라도 들은 것일까?

 

 

그가 부디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당분간 제 곁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비서관.”

 

 

 

 

 

분명 알렉시스는 자기 곁이 당분간은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암시했었다.

 

 

모종의 암살 위험이라도 느낀 것일까?

 

 

상상하기조차도 싫지만, 전란의 냄새라도 맡은 것일까?

 

 

답을 알지 못하는 입장이기에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

 

 

 

 

 

 

 

 

D-week 하루를 앞두고 알렉시스는 8차 핫라인 전략 회의를 무사히 마쳤다.

 

 

총 일곱 명의 대장(大將)급 직위의 군인이 그로부터 지시 사항을 하달받았다.

 

 

여기에 더해 열두 명의 중장급, 스물네 명의 소장급, 서른여섯 명의 준장급 또한 전략 회의에 참석하여 미션 체크 및 포지셔닝을 거쳤다.

 

 

 

 

 

대장 레벨 직임자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았다.

 

 

 

 

 

오스왈드 오웬 하워즈.

 

 

아서 월브우드 토저.

 

 

마르틴 로저스.

 

 

로버트 패커 스프로울.

 

 

양(量) 원(原).

 

 

미소라 아야코.

 

 

제르파니야 벤 로젠베르크.

 

 

 

 

 

전부 전장을 지휘해본 경험을 갖춘 자들.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혈기가 쇠하지 않은 40대에서 60대 연령대의 인물.

 

 

백전노장부터 찬란한 재능을 자랑하는 떠오르는 샛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치밀한 판단 능력과 과감한 실행력, 질서정연한 통솔 능력에 창조성까지 풍부한 인재들로만 구성된 강력한 참모진이었다.

 

 

 

 

 

“이번에는 실수를 허락하지 않아.”

 

 

 

 

 

비록 일시적으로 빌린 권한이라지만, 그것은 원래 황태자의 몸의 일부인 것마냥, 잘 어울리는 옷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권위 있게 발휘되었다.

 

 

탈권위적이기로 잘 알려진 황태자.

 

 

그러나 그도 일단 무게감 있게 권위를 내세우려고 마음 먹으면 가장 유력한 자들마저 단번에 휘어잡을 수 있었다.

 

 

연배로 따지면 새파란 젊은이에 불과한 그였으나 겉으로든 마음속으로든 어떤 장군도 그의 명령에 의문을 품으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탄탄한 이성적 근거에 기반한 신봉에서 우러나온 태도였다.

 

 

 

 

 

“전쟁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끼어드는 법이지. 하지만 이번은 그래선 안 돼. 가능한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경선이 사라진 지금,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럴 기회가 열렸다.”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모두 거쳐 종합하였다.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들을 점검하였다.

 

 

심지어 기존 상식의 궤를 벗어나는 기술력들까지 총체적으로 동원했다.

 

 

더 나아가 현 지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명석하고 용맹한 군장들이라 불리는 인재들을 한 자리에 포섭하여 틈 없는 작전 체계를 구축하였다.

 

 

추가로 광범위 네트워크, 전략 구축형 AI, 그리고 궁극의 전략 자산들까지.

 

 

 

 

 

이 싸움은 단순한 ‘승리’를 목표로 산정한 게임이 아니었다.

 

 

오로지 ‘가능한 피 흘림 없는 승리’만이 알렉시스가 바라보는 목표치였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애매한 전략적 우위로는 부족하다.

 

 

물리적인, 기술적인 우월함으로도 턱 없이 모자라다.

 

 

지장들과 명장들을 똘똘 뭉쳐 연합시켜 놓는 것으로도 도달하지 못한다.

 

 

 

 

 

‘모든 면에서 아예 비교를 불허하는 압도적 우위. 아예 근접조차 못할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야 한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단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우위를.

 

 

 

 

 

더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그러한 전력을 적들이 알지 못하도록 감추는 것.

 

 

그들이 해볼만하다고 착각하게끔 만들어 부나방처럼 자신들은 모든 것을 걸도록 유도한 뒤 일거에 뿌리까지 일망타진한다.

 

 

이미 세계를 통일하고도 만반의 준비를 첩첩이 갖추는 까닭은 이를 위함이었다.

 

 

 

 

 

‘과거의 전쟁은 항상 승전국과 패전국 양쪽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전략적인 승패는 갈라졌으나 인간적인 차원에서는 늘 승자가 없는, 패자뿐인 치킨게임이었지.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조종당하는 이도, 맞서 싸우는 이도, 어느 쪽도 패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보이지 않는 차원의 조종자들만이 뒷통수를 맞아야 한다.

 

 

 

 

 

이는 사실 말처럼 간단한 미션이 아니었다.

 

 

당연히 물리적인 승리야 거두겠지만, 피해가 필요 이상으로 확산될 시 브리튼의 가치 체계를 공격하는 자들은 비난할 명분을 얻는다.

 

 

선제 공격을 한 자가 누구이건 간에 상관없이 어떤 자들은 그저 자신이 보고 듣기를 원하는대로 사실을 날조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브리튼은 숭고한 독립운동가들을 핍박한 악의 제국으로 매도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렉시스로서는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세 친구 중 마지막 하나의 역할이 필수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밥상을 차려놓았을 때 비장의 카드를 소유한 죽마고우께서 부디 단단히 마음 먹고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는 황태자.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은총이 임하기를 바라며 기도할뿐이었다.

 

 

 

 

 

 

 

 

 

 

 

 

 

 

*

 

 

 

 

 

 

 

 

4월 둘째 주는 축제인 동시에 숭고한 분위기가 대기를 수놓는 기간이었다.

 

 

특별히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명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성경적 세계관에 뿌리를 둔 브리튼 제국과 그 휘하 전체 제국령, 사실상의 행성 전체는 이 기간을 국가적인 공휴일로 기념하는 중이었다.

 

 

워커홀릭들의 낙원으로 유명한 테라 코프, 커버넌트 그룹의 자회사들도 이 기간에는 불가피하지 않는 한 직원들의 휴직을 강권적으로 권유하였다.

 

 

행정 체계의 정점과 자유 시장의 최정상이 이렇듯 알아서 솔선수범하니 그들보다 낮은 기관들이야 당연히 그 흐름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360일을 일 년으로 삼는 유대력과 그레고리력을 따르는 제국의 달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해였다.

 

 

고난주간과 좋은 금요일과 부활절이 포함된 주간이 마침 유대인들의 명절인 유월절과 초실절과 무교절 주간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였다.

 

 

 

 

 

참고로 이런 교묘한 일치는 근 이백 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교절과 고난주간이 어떤 역사적 사건을 축으로 수렴하는 쌍둥이 명절 주간임을 생각할 때 올해는 영적 기류가 심상치 않은 연도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의미가 이번 연도에 숨어있었다.

 

 

올해는 17세기 초, 현왕이 세 번에 걸친 언약 체결을 완성한 때로부터 정확하게 햇수로 430년째가 되는 해였다.

 

 

이것은 누군가가 중대한 속박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암시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를 의미하는 숫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평화에 취한 사이 수면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색채의 움직임이 준동하였으니, 곧 성전(聖戰)을 수행하려는 자들의 열망과 모략이었다.

 

 

대중은 이들이 낳을 위협을 진지하게 여기지도, 심지어 위기의 변수로 고려하지도 않았다.

 

 

경각심의 끈이 느슨해질대로 느슨해져 중증 안전 불감증에 빠진 상태가 오늘날의 세계 시민들의 현 주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틈에 내란이라도 벌어진다면 세계 정부는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간혹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사색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유로 인류는 이미 대규모의 군비 감축 및 무기 축소를 수행한 상태였다.

 

 

파괴와 대량 학살의 가능성이 크게 감소한 것은 분명한 유익이었다.

 

 

하지만 훈련이 느슨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나태함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또한 역사의 교훈의 따르면, 어느 시대건 평화 협정은 수 년 이상을 유효하게 지속되지 못했고 통일 체제는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한 채 분열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브리튼은 얼떨결에 세계의 패자가 되긴 했으나 제 역량 이상의 영지를 너무 급하게 독식하였고 그로 인해 언제든 분열 혹은 내란의 위기와 마주할 수 있는 상태였다.

 

 

많은 인류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이 지금의 팍스 브라이틀란드 시대가 오래 유지되리라고는 기대치 않았다.

 

 

 

 

 

당장 군인의 수는 인류 전체를 제어하고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전쟁 이후 복무 군인의 숫자는 모병제 전환으로 인해 몇 분의 일 정도로 규모로 감소하였고 반면에 관리해야 할 영토는 거의 두 배, 바다까지 합치면 여섯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시민으로 계수된 자들의 연방 흡수로 인해 두 배로 증가했고 이후 수 년간의 출산율 증가로 인해 더욱 늘어났다.

 

 

 

 

 

과거의 연방처럼 강력한 전체주의 체계로 시민들을 속박한다면 모를까, 도덕적인 계율에 얽매여 행동에 제약이 따르는 브리튼 제국으로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그리고 학자들이 우려하던 시나리오는 곧 공상의 해저로부터 현실의 수면 위로 상승하였다.

 

 

 

 

 

발화의 시점은 금요일 오후 오후 3시.

 

 

과거 세계 1차 대전이 한 발의 총성으로부터 개시되었던가.

 

 

그날의 악몽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재현해낼지도 모를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의 무대 위에는 차기 세계 지도자로서 촉망과 동경을 받던 그 청년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그가 언제나 그랬듯 위기로부터 가장 먼 자리에 앉아 모든 상황을 치밀하게 지배하고 통제할 것이라고만 예상했다.

 

 

 

 

 

사람들의 예견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초의 총성은 사내의 살갗을 스쳤다.

 

 

 

 

 

많은 군중이 바라보는 가운데, 그리고 전 세계의 방송 체계와 위성들이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던 중, 누군가로부터 발원한 악의의 탄환이 사내의 뺨과 턱 사이를 스칠 듯 통과하였다.

 

 

 

 

 

군중은 얼어붙었고 전 세계는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그와 동시에 구대륙과 신대륙 전역에서 소란스러운 혼돈의 파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원하였다.

 

 

 

 

 

포악함(חָמָס)이 노아의 홍수처럼 온 지구를 뒤덮을 ‘피비린내의 사흘’.

 

 

그것의 개막을 알릴 서곡이 평화에 취해 약해진 세계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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