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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37회 [1부] 37화. Hamas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9.14 | 회차평점 0 0

 

 

 

 

*

 

 

 

 

 

 

 

 

그날은 엄연히 국가적인 중대 기념일.

 

 

보통 그런 날에 세계를 지휘하는 제국의 밝은 미래이자 국가의 기초 언약을 상징하는 살아있는 상징물이 대중 앞에 그 품위와 위용을 한껏 드러내며 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개선장군마냥 남들 앞에서 전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지만, 알렉시스도 관습과 의례를 마냥 외면하지는 못했다.

 

 

특히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까지 더해진다면 더욱더.

 

 

 

 

 

나라의 주요 절기를 맞아 그는 총통으로서가 아닌, 제국의 황태자의 신분으로 국가 관례에 빛을 비춰주고자 전용기를 타고 신대륙으로 이동했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단순했다.

 

 

그저 연설 몇 번, 그리고 대규모 축제 개막식 전 사람들의 호응을 받아주는 정도.

 

 

평소에는 온갖 복잡한 일들을 도맡아서 하던 그인지라 그런 류의 임무야 베테랑 정치꾼인 그에게는 어린애 장난과도 같았다.

 

 

 

 

 

역사적으로 지난 400여 년간 늘 그래왔듯, 지금도 브리튼의 시민들에게 있어서 황제란 의회, 민회, 행정부, 사법부, 군대 전부를 합친 것 이상으로 믿음직스러운 존재감이었다.

 

 

그리고 그런 황제를 능가한 자, 다음 세대를 이끌 황태자는 그 어떤 스타보다도 찬란히 빛나는 하늘의 보석과도 같았다.

 

 

 

 

 

물론 최근에는 영토가 넓어진 탓에 수많은 반 제국적 세력이 제국 내부에 포섭되었고 황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배척하는 자들도 상당히 많아지긴 했다.

 

 

그러나 고도의 인기를 구가할수록 안티팬은 늘어나는 법.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프라이드를 브리튼 시민으로서의 위치에 두는 자라면 누구든 황가의 주축들을 지극히 존경하고 동경하였으며 사랑하였다.

 

 

 

 

 

이러한 배경에 더하여 최근 알렉시스는 확실한 성과들로써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땅할 명분을 추가하였다.

 

 

그는 곧장 황위를 계승할수도 있었으나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오겠다며 아버지의 청을 정중히 보류하였다.

 

 

그렇게 견습을 거치는 기간 내내 작게는 프로빈스 단위부터해서 크게는 여러 개의 컨티넌트들을 부흥시켰고 모든 면에서 열두 지도자의 자질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최근 들어 구대륙의 60% 가량의 지휘권을 맡은 후, 그의 통치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정치, 경제, 문화, 학문 전반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긍정적 변혁과 성장이 휘몰아쳤다.

 

 

지구 전역은 유사 이래로 전례 없던 호황, 황금기,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여러 인재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잘 협력해준 덕이라지만, 그들을 이끈 공로가 황태자에게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브리튼의 유산을 수호하는 자에 대한 기본적 신뢰.

 

 

여기에 더해 실질적 성과들로 인해 생겨난 확신까지.

 

 

이것들이 더해지자 사람들의 열광과 환호는 가히 절대적인 수준에까지 달하였다.

 

 

더불어 황태자라는 직위를 떠나 알렉시스라는 인간 자체가 강력한 구심점이요, 막대한 파급력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칭찬은 매일 끊이질 않고 확대재생산되었다.

 

 

 

 

 

오늘 행사 내내 이러한 현황이 여실히 증명되고 드러났다.

 

 

유려하지만 정직한 언변의 연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미래를 향한 열망에 희망의 불을 질렀다.

 

 

그의 지혜로운 정치로 큰 유익을 입은 대중은 환호와 박수 갈채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쏟아부었다.

 

 

 

 

 

여기에 더해 유명배우들마저 연체 동물로 보이게끔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그 잘생긴 얼굴과 용사들과 운동 선수들을 약체로 보이게끔 하는 다부지고 잘 잡힌 체격도 열광의 불에 한 기름을 더 얹었다.

 

 

능력과 인품에 비해 부수적이고 비본질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황태자는 본질적 측면에 있어서도 완벽했고 비본질적 측면에서도 완벽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이렇게 모두가 그를 동경으로 바라보며 영접하던 중, 행사의 막바지쯤에 이르러 완벽했던 그날 하루에 균열이 발생하였다.

 

 

사람들에게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반전이었으나 정작 알렉시스 본인에게는 철저히 계산된, 예측된 시나리오였다.

 

 

 

 

 

 

 

 

타앙.

 

 

 

 

 

화학에너지 블래스터형 질량탄이 공기를 가르며 파열음을 새겼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공황에 빠졌다.

 

 

불행하게도 탄포의 근원지는 한 군데가 아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위치에서 적의의 탄두가 발원했다.

 

 

악의를 품은 암살자는 대중 가운데도 숨어있었으며 호위대 가운데도 위장하여 은닉해있었다.

 

 

 

 

 

‘역시나 우발적인 감정적 범행이 아니야. 치밀하게 계획되었군.’

 

 

 

 

 

이미 결속력이 와해되어버린 이슬람 세력이 자체적으로 그런 강력한 조직 범죄를 기획할 여력이 남아있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 더 고차원적인 영향력이 배후에서 지휘하는 중이리라.

 

 

그 지휘력의 근원지는 인간이 아니다.

 

 

알렉시스는 곧장 흑막 차원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독하리만큼 원념에 사무친 저 치밀하고 영악한 악의의 권세를 향하여.

 

 

 

 

 

‘그대들이었군. 가련한 무슬림들을 세뇌하고 충동하여 지구 규모 반란을 일으키도록 획책을 모의하도록 만든 자들.’

 

 

 

 

 

그것들 중 하나의 음성이 귀에 들려왔다.

 

 

 

 

 

<건방지구나, 인간 따위가.>

 

 

 

 

 

하지만 도리어 비웃는 쪽은 알렉시스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들의 지배력이 그리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 또한 입증되었다.

 

 

분명 지구 규모로 반란의 물결을 유도하고 반동 분자들을 영악한 모략으로 한데 묶어줄만큼 무시무시하긴 하나, 동시에 인간의 의지를 백퍼센트 조종하지도, 그들의 악덕의 불길을 자기들 멋대로 통제하지도 못한다.

 

 

참 신이 아닌 알라에게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 증거로 알라의 권세는 무슬림들을 충동하여 움직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기들 뜻대로 안정적으로 제어하지는 못했다.

 

 

날뛰는 개를 풀어놓긴 했으나 그 개들이 제멋대로 행동하여 주인의 계획을 망치는 일은 차단하지 못했다.

 

 

어리석게도 개들은 마음속의 분노와 증오심을 통제하지 못한채 이성을 잃어버렸고 그 고삐를 쥐는 데 실패한 알라는 계획을 그르치고 말았다.

 

 

 

 

 

하필 알렉시스를 향해 총탄을 발사한 것이 그 어리석은 치들의 결정적 실수요 패착이었다.

 

 

 

 

 

경호진을 포함해 모두가 당황한 와중에 황태자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침착하게 응수했다.

 

 

총탄을 발사한 자는 분명 고도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 그런 자가 근거리에서 저격에 실패할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미리 무기 가진 자의 접근을 예방하지 못한 시점에서 알렉시스의 정수리와 전두엽은 그대로 관통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알렉시스는 미리 궤적을 읽기라도 했는 듯 유려히 머리와 몸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총탄은 그의 머리가 아닌 뺨과 목을 스쳤다.

 

 

이후 발사된 다른 탄환들은 그의 어깨와 옆구리를 스쳐 빗나갔다.

 

 

관통상 수준은 아니었다.

 

 

쓰러질 정도의 부상 또한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아주 조금 진노로 일그러졌으나 이상하리만큼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였다.

 

 

 

 

 

“황태자 전하!”

 

 

 

 

 

“감히!”

 

 

 

 

 

즉각 대원들, 보안관들, 군인들, 경찰들이 움직였고 직접 총성을 울린 열두 범인은 무장해제되어 바닥에 엎드려졌다.

 

 

그러나 알렉시스는 손으로 사인을 내려 그들이 현장에서 사살되지 않도록 막았다.

 

 

아울러 그들이 마음껏 발설을 하도록 허락도 해주었다.

 

 

 

 

 

“알 마시히 앗 다잘!”

 

 

 

 

 

“저주받을 악마의 화신!”

 

 

 

 

 

“네놈을 죽여 위대한 알라께 제물로 바치겠다!”

 

 

 

 

 

그들은 각종 훼방하는 말을 하며 저주, 독설, 모욕, 참람된 말들을 한껏 쏟아부었다.

 

 

알렉시스의 면전에서 본인을 저주하였고 황제와 그 형제들을 저주하였고, 브리튼을 송두리째 경멸하였으며 황가의 뿌리인 야벳의 후예들도 모욕적인 말로써 짓밟았다.

 

 

그 욕설은 마침내 유대인들과 기독교 세계를 향하였다.

 

 

더 정확히는 그들의 신을 향해 직격하였다.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겠지?”

 

 

 

 

 

알렉시스의 혼잣말에 대중과 테러범들 모두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번견을 통제하지 못해서 이 사달이 났잖아?

 

 

그건 너희가 본질상 인간보다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일시적으로 능력과 지혜의 크기만 더 클뿐, 신분에서는 격이 떨어지거든.

 

 

그래. 그저 그들의 눈과 귀만 가릴수 있을뿐이야. 저들도 속임수에 벗어난다면 너희를 경멸하겠지.”

 

 

 

 

 

보이지 않는 차원 너머로 조소를 던지는 황태자.

 

 

사람들은 그의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였다.

 

 

테러범들은 자신들을 압도하는 그 섬뜩한 자색 눈빛에 질려 순간적으로 맹렬했던 기세를 놓쳐버렸다.

 

 

 

 

 

“너희는 악의의 창시자이긴 하나 그 악의조차 주관할 능력이 없어.

 

 

인간에게 악의를 불어넣을 수는 있으나 일단 인간 스스로 악의를 발휘하는 순간에는 그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

 

 

반면, 그분께서는 그분 자신으로서는 악(惡)과 무관하시나 인간의 악도, 너희의 악도 완벽하게 손바닥 안에서 통제하시지.”

 

 

 

 

 

승리의 미소가 잘생긴 얼굴 위로 번져나갔다.

 

 

뺨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이 와중에도 승자의 패기는 그의 소유물이었다.

 

 

 

 

 

경호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무인 저격 드론들과 경호용 안드로이드들도.

 

 

그러나 알렉시스는 피 흘리는 얼굴과 몸을 지혈할 생각도 않은채 꼿꼿이 몸을 세우고 자신을 적과 대중 앞에 나타냈다.

 

 

아직 선포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는 포획된 적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우리는 그대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었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살아갈 권한을 허락했고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제한하지 않았죠. 그것이 당신들과 당신들의 조상들도 기억하는 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증언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그 위엄과 패기에 축소되어버린 범죄자들.

 

 

 

 

 

“오토만 제국을 멸망시킨 뒤로도 우리는 당신들이 자유로이 종교적, 문화적 개성을 영위하도록 허락했습니다. 도리어 칼리프의 독재로부터 당신들을 풀어주었고 악이 아닌 선을 택할 기회를 선사했죠.”

 

 

 

 

 

그 와중에 대중 가운데 숨어있던 다른 공범들도 무인 탐지 장치와 드론들의 공략에 의해 하나하나 포획되어 무장해제되었다.

 

 

그들도 군인들에 의해 제압되어 포박되었고 대중 앞에 훤히 들춰졌다.

 

 

 

 

 

“커뮤니스트 연방의 압제로부터 당신들을 해방해준 것 역시 우리입니다.”

 

 

 

 

 

몇 번의 추궁이 더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금 변론하도록 입을 풀어주었을 때 그들에게서 같은 답변이 나왔다.

 

 

우리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종이 되었던 적이 없었노라.

 

 

우리를 노예삼은 것은 바로 네놈이다.

 

 

만약에 그들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만 있었더라면 기꺼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을 것이다.

 

 

 

 

 

“망각이란 참으로 인간을 비참한 모습으로 떨어트리는군.”

 

 

 

 

 

알렉시스는 손수건으로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이미 양복은 어깨와 옆구리의 출혈로 피로 흥건해져 더러워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가 내뿜는 위압감의 크기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짙은 농도로 공기를 메워갔다.

 

 

 

 

 

“그렇기에 그대들에게는 오랜 감옥으로부터의 해방이 절실하겠지.”

 

 

 

 

 

부하들의 부축마저도 거절한 채 그는 손가락을 튕겨 신호를 보냈다.

 

 

이에 그 도시 내에 숨어있던 범죄자 이천여 명이 경찰과 군인들에 의해 포박되어 바닥에 무릎꿇여졌다.

 

 

그들 중에서는 사전에 모의한 무리도 있었고 아무런 연결점도 없는 별개의 세력도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달아나거나 후일을 도모하거나 혹은 외부에서 대기하는 공범들에게 정보를 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처음에 당해준 건 그냥 함정이었어.’

 

 

 

 

 

이번 피습은 일방적인 게임에 불과했다.

 

 

범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감시 아래 놓여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부처 손바닥 안의 유인원에 불과했다.

 

 

알렉시스가 일부러 당해준 것은 어디까지나 효과적인 선전을 위한 포석이었다.

 

 

세계 전체를 통틀어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를 그들 손으로 직접 해했으니 그들은 세계 시민 앞에서 자승자박의 자충수를 둔 격이었다.

 

 

 

 

 

‘게다가……, 난 절대로 위험한 구덩이 속에 내 안전을 던져놓지 않아.’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극소수만이 낯선 위화감의 침투에 멈칫하였다.

 

 

사람들의 신체에 부착된 최신 버전의 일상 생활용 Ver 6.0 마인드 퓨리파이어.

 

 

그것이 어떠한 이유에서인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화감에 둔감해지도록 마비시키는 중이었다.

 

 

마치 중요 기밀 정보를 감추려는 것마냥.

 

 

 

 

 

‘라지쿠마르의 테크놀로지, 그리고 앨리스의 기술력, 성능 참 확실하군.’

 

 

 

 

 

적들이 쥐덫을 밟은 이 순간, 알렉시스는 기다렸다는 듯 전세계로 보이지 않는 전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오래 전부터 지구를 가득 메운 포악함의 권세를 일거에 청소할 계획.

 

 

오퍼레이션 문 폴(Moon fall).

 

 

그것이 오늘 이 시간부로 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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