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43회 [1부] 43화. Hamas (8)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09.28 | 회차평점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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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총성이 전세계를 경악하게 한지 사흘째가 되는 토요일 무렵이 이르렀다.
다시금 세계 대전이라도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우려가 무색하게 전쟁은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화액과 위기의 여파가 잠잠해진 것은 아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 세계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생명을 위협받을까 전전긍긍하였다.
휘몰아치는 긴박한 상황은 흡사 공포 영화 또는 재난 영화 속에 내던져진 것 같은 심리적 긴박감을 선사하였다.
패시파이어를 통해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화가 이뤄졌음을 감안하고서도 말이다.
극적인 구조가 제공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죽음의 향기가 풍기는 사망의 문턱 앞에서, 음부와 지척의 거리를 둔 코앞에서 건짐을 받았다.
아이들이나 노약자, 여성 같은 신체적인 약자들도 위협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들 중 아무도 멸망을 당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통일 지구 제국의 국력과 기술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군사 능력의 고도화를 내팽개친채 평화에만 젖어 있었더라면 필시 최소 수천만 이상의 희생을 감안했으리라.
하마터면 임했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볼 때 참으로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략상으로 이기긴 이겼겠지만 그 승리는 사실상 패자뿐인 혈투의 결말과도 같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통해 준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브리튼의 황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반전 시위와 선동에도 불구하고 미리 이런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했는지 지난 십수 년을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와신상담의 자세로 준비해왔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비밀리에.
겉으로는 대량 살상 무기의 해제를 과시하여 사람들을 불안감에서 해방시켰고 배후에서는 살상이 아닌, 고도의 정밀 전투에 특화된 차세대 역량을 초고도화해왔다.
이번 무대는 그러한 오랜 준비가 빛을 발하는 데뷔 무대였고 각종 안배의 정당성이 완벽하게 입증되었다.
어느덧 사전에 관측해놓은 5천만여 명의 원리주의 무슬림들은 모두 전장 속으로 끌어당겨졌고 그들 중 90%가 제압되고 체포되었다.
사살된 이는 없었고 자폭에 성공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무슬림 전사들의 수는 천 명 이내였다.
원래의 목표에제법 근접한 성취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국가적 역량을 완성해왔건, 궁극의 계획을 기획해왔건, 최고의 지도자에 의해 그 모든 역량과 준비를 십분활용했건, 인간이 하는 일에는 작게나마 실수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또한 그 어떤 인간도 만사를 미세하게 관리하지는 못하는 법.
브리튼의 군대와 황태자의 계엄령 지휘 만으로는 발생할 수 있는 변수 전부를 통제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500만 명 가량의 무슬림들은 일차 진압전의 궤도에서 탈출하여 가까스로 신변의 자유를 유지하였다.
그들은 패퇴하여 몸을 웅크린 채 숨을 돌렸다.
조기에 싸움을 종료하려던 알렉시스의 계획에는 차질이 발생한 격이었다.
동시에 이 상황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미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간들 중 90%는 체포하였다.
나머지 무슬림 중 진정으로 뼛속까지 원리주의자가 아닌 자들은, 얼마든지 배교하여 무슬림이 아닌 자가 될 가능성이 담긴 자들은 진작 두려움에 꼬리를 빼고 시민들의 대열에 어영부영 합류하였다.
이런 자들은 즉각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영향을 받았다.
최초 배급된 ver 1.0, 곧 이슬람 제거와 뇌의 정상화에 특화된 모듈부터 ver 6.0에 이르기까지 신형 기종들이 온전히 연합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영향력을 가미하였다.
본래 마인드 퓨리파이어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 제품과는 달리 모듈의 개량이 이뤄질 때 새로운 제품이 기존 것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연합하여서 더욱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의 제품이었다.
각 버전에 각각에 맞는 특화 능력이 있었고 이것이 모두 모일 때 각 개인에 맞는 가장 좋은 재정상화 메커니즘이 발동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잠재력이 충만히 발휘되면 가장 극렬한 반동주의자나 한없이 원리주의에 가까운 광신도도 교화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렇게 다수가 세계를 뒤흔드는 사악한 종교로부터 등을 돌렸고 다시 돌아가는 일은 영영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제 남은 위험 요소는 이제 제국의 공세로부터 도망쳐 지하 항전의 터로 숨어든 500만 명 정도가 전부였다.
시민들 틈에 위장하여 숨어들거나 땅굴 속으로 도망친 이들만 솎아내는 데 성공하면 이슬람 소멸을 위한 다음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 일을 무사히 완수하기까지는 군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다른 조력자들, 특별히 이전 세대를 지탱해온 위대한 거장들의 활약상이 절실했다.
계획이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남은 패잔병들도 사로잡을 수 있겠지만, 항상 변수가 문제인 법.
운이 나빠서 체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껏 형성해놓은 반 이슬람 기류가 무마될 수도 있으며 그 틈에 사회주의자들과 신 공산주의자들, 반 브리튼 파벌, 혁명주의자들이 기회를 틈타 준동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잘 맡아줄 테니 신속히 정리하거라, 얘야.’
‘당신께서 주신 몫은 완수하였으니 당신도 부디 실패하지 마시길.’
‘자신만만하게 장담했으니 어디 한 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달라구.’
지구 전 지역을 통틀어, 제국 역사를 통틀어 최상위 레벨의 정치가로 손꼽히는 자들, 곧 전직 장군 겸 현직 총독인 제라드, 충신 야코프, 변론의 정점 아미르.
이 세 사람이 알렉시스가 움직이기도 전에 몇 주 전부터 자신만의 장기를 살려 엄중한 공작(工作)을 펼쳐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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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변의 신.
입술로 만인을 휘어잡는 자.
선동가들을 진실과 논리로 학살하는 저격수.
이 칭호와 별명들이 아미르 코헨 벤큐리온을 수식하는 낱말들이었다.
그자는 이러한 명성에 실로 합당했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세상의 어떤 비열한 논객도 승리를 거두지 못할 태산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입술만 산 허풍선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으니 그는 각종 지혜에 능통하였으며 탁월한 능력으로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온 혁신가였다.
그의 말을 듣고 공산주의, 이슬람, 힌두교, 혁명주의, 허무주의, 불가지론 등으로부터 전향한 사람의 수가 과장 약간 섞어 지구를 한바퀴 두를 정도였다.
그의 재능은 단순히 인간의 뇌리를 현란한 화술로 농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치관, 세계관, 이념을 송두리째 수술하는 데 있었다.
아미르는 자신을 논리와 세치 혀로 이길 인물은 친우인 황태자 이외에는 없노라고 자신있게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보다 우위에 있는 그 첫째 황자는 너무나도 막중한 책무의 위치에 있는 탓에 말의 재능을 사용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세상을 통치할 차기 황제이기에, 만인을 품어야 할 그릇이기에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늘 에둘러 온화하게 말해야 했고 자신의 생각을 제한적으로만 드러내야 했다.
왕의 그릇에 합당한 자의 운명이란 그러한 법.
왕이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미르는 달랐다.
그도 경력상으로는 통치자이기는 하나 그 직위가 그의 정체성은 아니었다.
그는 원하는 때에는 얼마든 논객도 될 수 있었고 언론가도 될 수 있었으며 인플루언서도 될 수 있었고 작가나 연설가도 될 수 있었다.
자유로우며 묶이지 않는 자.
그러면서도 원하는 때에 마음껏 세상의 정신 이념적 지형을 주물럭거릴 수 있는 고지를 소유한 자.
이것이 황제가 그를 신용하여 아들을 보필할 히든카드로 키우려는 이유였다.
코헨의 신념 체계는 매우 확고하고 뚜렷했다.
그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자도 아니었으며 여타 정치인처럼 대중의 감언이설에 기웃거리지도 않았고 교묘하게 박쥐처럼 굴며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는 자도 아니었다.
그는 올곧았고 여러 의미로 직선 주행에 능통했다.
사람들의 흐름에 편승하는 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에게 편승하게끔 중력을 발산하는 부류의 위인이었다.
그는 인류 역사의 경영 섭리에는 옳고 그름이,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명징하다고 확신하였고 이를 대중에게도 강력히 납득시켰다.
그는 상대주의자의 가장 위협적인 적수였다.
그리고 그가 정의하는 ‘올바름의 축’에 가장 합한 진영을 수호하는 세력은 브리튼의 황가였으며 그것에 대적하는 진영들은 안타깝지만 ‘왜곡된’ 무리로 규정되었다.
아미르는 알렉시스가 전쟁을 개시하기 한달 전부터 이슬람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미 마인드 퓨리파이어의 효력이 이슬람의 붕괴를 가져다주고 있던 마당이었기에 그가 행한 위업은 단순히 사람들을 그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차원의 작업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체계적인 논변과 설득을 통해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프로세스였다.
그 헤게모니란 전 인류로 하여금 무함마드의 유산은 인간의 존엄성을 붕괴시키며 인간성 존속을 불가능케 하는 ‘현실과 상립하지 못할 저주’임을 확신하게 해주는 신념 체계였다.
언론, 출판계, 문화계, 변론가들의 터, 심지어는 학술계에 이르기까지 전설적 현자 아미르의 영향력이 신속히 침투하였다.
반론의 목소리들은 우후죽순 깨어졌는데 이는 아미르의 재능 덕도 있었으나 배후에서 후원한 황태자와 그 휘하 세력 덕택이 컸다.
자유로이 뛰놀 무대가 마련되자 아미르는 고유 재능을 십분 활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세상을 이슬람으로부터 분리시켰다.
본의 아니게 아미르는 알라라는 가면 배후에 있던 그 영들이 진리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켜 말려 죽이는 데 사용했던, 역사상 실존했던 모든 전략을 고스란히 이슬람의 품에 되돌려준 셈이었다.
아미르 자신은 비록 그 진리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적대적인 편에 선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브리튼 언약의 뿌리가 된 그 세계관과 가치관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그렇기에 알렉시스는 그 친구의 전력을 적에게 복수하는 일에 활용하는 데 스스럼없이 임할 수 있었다.
이윽고 전쟁이 발발하자, 정확히는 테러리스트 세력의 전 세계적인 반란이 임하자 아미르와 그의 동류인 학자 및 지도자들의 영향력은 힘을 얻었다.
황태자는 전쟁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여론전을 친구에게 위임하였고 미리 모든 준비를 갖추어 지원해두었으며 훌륭한 동역자들을 붙여주었다.
아미르와 논객들은 전쟁 기간 내내 하루 24시간, 시간 당 3600초 쉬지 않고 화공을 쏟아부었다.
정보부에서 공급되는 자료를 활용하여 전세계에 충격적인 실상들을 공개하였다.
적들이 기획했던 테러들의 실체를 고스란히 벌거벗겨 드러내었고 그것들이 현실화되었을 경우 벌어질 가상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증명해보였다.
광기에 찬 광신자들의 모습도 민낯까지 시원스레 드러냈다.
학살의 욕구에 찬 악마적인 모습들을 베일을 벗겨 전시하였다.
계엄령의 발동 덕에 언론과 대안 언론 모두 황자 측에 장악되어 있었고 자유로운 목소리들 또한 커버넌트 그룹의 자금력과 기술력 덕에 그의 편에 복속되어 있었다.
이 지원에 힘입어 아미르는 자신의 원래 역량의 배 이상을 발휘하였다.
나아가 그는 무엇이 이슬람이라는 세계관의 배후에 있길래 이 같은 악마적 현상이 벌어지는 지, 그 원리와 메커니즘을 매우 명쾌한 논리와 해석법으로 밝혀 사람들이 이해하게끔 도와주었다.
그의 설파는 통신 체계를 매개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제공되었고 마인드 퓨리파이어가 그 논리 위에 설득력의 권능을 첨가해 주었다.
심지어 브리튼 제국의 이념을 부정하는 세력마저도 이슬람을 향한 확고한 거부감과 배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어차피 압도적인 무력, 정보력, 준비, 전략, 인프라를 통해 승리할 싸움에 여론전이나 사상전이나 이념전이 뭐 그리 중요하냐 의문이 생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번 작전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이나 세력을 쓰러트리는 데 있지 않았다.
목적은 알라의 영을 파쇄하는 것, 사람들을 미혹케하는 뿌리 그 자체를 소멸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 일을 똑바로 해내지 못한다면 눈앞의 세력을 소탕한다 한들 언제든 다른 이들이 미혹의 망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있었다.
후세에 부활할 가능성도 농후하고 이번 작전을 빌미로 도리어 브리튼 제국을 악마화하는 자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반 국가 세력 중 이슬람과 무관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이슬람 세력이 받는 피해를 빌미 삼아 제국과 황가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여 국가 건립을 흔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미르를 필두로 한, 황태자가 준비한 정치가들과 논객들은 이런 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여 아예 시도조차 이르지 못하도록 뿌리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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