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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62회 [1부] 62화. 사법 거래 (4)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4.11.16 | 회차평점 0 0

 

 

 

 

 

 

 

*

 

 

 

 

 

 

 

 

문제의 사법 거래에 제시된 내용물,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공정하게 진리를 알아보기를 원합니다.”

 

 

 

 

 

알렉시스는 선뜻 호의를 베푸는 기색으로 무슬림들에게 대화를 걸었다.

 

 

 

 

 

“확실히 그대들이 브리튼을 뒤짚어 엎으려 했던 것도, 유대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을 천하 역적으로 몰아 척결하려 했던 것도, 그대들의 양심 그 자체를 위배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칭찬의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그대들이 믿는 바에 따르면 그것이 양심에 부합하는 행동이었을 뿐이었죠.”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분명 인간계 어디에서든 악행으로 통한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들에게 ‘누군가를 죽이는 행동’이 부분적으로 허락된다.

 

 

아주 대표적으로 사형 제도도, 정당방위도, 전쟁 때 국민을 수호하는 행위도, 타자의 살해라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경우다.

 

 

 

 

 

“신께서도 살인하지 말라고(You shall not murder) 하셨지, 죽이지 말라(shall not kill)고 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믿음이 다른 우리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죠.”

 

 

 

 

 

알렉시스는 십계명의 제6 조항을 언급하며 상대의 기색을 살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살인(murder)이고 어디까지가 정당한 죽임(just killing)인지 그 경계선을 누가 정의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개인이 믿는 신념과 신앙, 그리고 지식 체계의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어떤 행위를 살인이라 보지만, 다른 이는 그것을 의로운 행동으로 이해하죠.”

 

 

 

 

 

죄수들은 과연 저 간악한 뱀이 어디까지 세 치 혀를 놀릴지 알지 못해 불안해했다.

 

 

 

 

 

“마치 내 관점에서 당신들의 자살 행위와 살육 행위가 범죄이나 그대들은 그것을 알라를 위한 최고의 봉사요 가장 의로운 의거라고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합의점을 올바르게 재점검할 필요성이 이제 대두되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들려오는 알렉시스의 목소리는 각 감방의 모든 수감자들의 눈과 귀를 최면술로 조종하듯 휘어감았다.

 

 

 

 

 

“요컨대 당신들의 신이 옳고 정말로 그가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면, 내가 당신들을 가둬두고 처벌하는 행동은 지극히 사악하고 처단해 마땅한, 악마적인 핍박이라는 뜻이 되겠죠. 난 당신들의 의거에 저항할 자격이 없을 테고요.”

 

 

 

 

 

하려는 말이 대체 뭐지?

 

 

무슬림들은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들의 믿음 체계가 그 근간부터 틀린 오류였다면?”

 

 

 

 

 

순간적으로 달콤했던 알렉시스의 변론에 냉기가 스며들었다.

 

 

 

 

 

“만일 알라가 당신들이 생각했던 절대신이 아닌,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었다면, 그리고 당신들이 믿어왔던 바가 거짓이었다면, 그대들은 스스로의 양심을 짓밟고 그 위에 인두를 지진 자들입니다. 당연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불쌍한 사람들이죠.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그런 부류일테고요.”

 

 

 

 

 

이제 그가 목적했던 바, 곧 본론에 가까워졌다.

 

 

 

 

 

“이전 시대에는 정말로 누가 신인지, 어떤 사람들이 믿는 존재가 진짜 하나님이며 어떤 가르침이 진정한 진리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고요. 진리에 대한 믿음이란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초월한 영역. 이는 앞으로 수천 년은 더 과학이 발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던 사이에 각 셀의 구조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죄수들은 깜짝 놀라 자신이 있던 백색의 방이 뒤틀리는 모양을 구경하였다.

 

 

정체를 모를 기묘한 형태의 기계가 벽의 사면에서 튀어나왔다.

 

 

 

 

 

“간접적인 증거물이라면, 이제 충분히 채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덧 그 기계에서 나온 케이블 형태의 신소재 물질은 서로 엉키고 엉켰다.

 

 

그것들은 특수 액체 합금마냥 알갱이 단위로 재배열되더니 형체를 만들어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자 모양의 특이한 기계 장치가 생성되었다.

 

 

수많은 초미세 케이블들과 컴퓨터들과 신체 부착 장치들이 부속품으로 있었다.

 

 

 

 

 

“이 기계는 당신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나의 ‘사형집행기구’와는 다릅니다. 어떤 사상을 고의적으로 주입하거나, 생각을 개조하거나, 정신을 재구축하거나, 마음을 봉합하는 따위의 기능은 일절 없습니다. 물론 미리 심어둔 프로그램이나 컨텐츠도 없고요.”

 

 

 

 

 

더욱이 그것은 비용 효율도 극도로 높은 장치였다.

 

 

무려 마인드 퓨리파이어 백만 기에 추가 첨단 장치들을 압축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는 사형집행용 정신 치료기와는 달랐다.

 

 

최대 육천만 명의 인원 모두를 단 하나의 중앙 기기를 통해 연결할 수 있었다.

 

 

현재 방에 설치된 기기들은 그저 마음껏 양산 가능한 단말부에 불과했다.

 

 

핵심부는 아크의 가장 깊은 심장부에 단 한 개 놓여있을 뿐이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초대라고?”

 

 

 

 

 

모두가 의심스레 웅성거렸다.

 

 

 

 

 

“이것은 진지한 초청입니다. 나와 대등한 입장에서 진리를 탐구하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같이 입증해보고 싶지 않습니까? 어떠한 존재의 말이 진실인지를 말입니다. 과연 사람이 죽은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진정 궁금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죽은 뒤라고?

 

 

일순간 오천만 개의 셀 모두에서 냉혹한 정적이 흘렀다.

 

 

 

 

 

“타나토노트(Thantonautes), 죽음 탐험자, 사후세계 탐험가.”

 

 

 

 

 

알렉시스는 아우 제로스의 공상과학 소설 속에 나오는 용어를 인용해 발설했다.

 

 

 

 

 

“만일 여러분이 사후세계의 진실을 탐험하여 내게 진실을 증언해주는 일에 동참한다면, 여러분의 사형 집행을 면해주겠습니다. 아울러 비인도적인 신앙심 적출 치료 행위도 중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진리에 입각한 고귀한 뜻을 존중하여 당신들의 비전을 마음껏 이루도록 허락해줄 것을 약속드리죠.”

 

 

 

 

 

그의 요구는 이러했다.

 

 

 

 

 

“정말로 무슬림들의 희생적인 투신 뒤에 따르는 것이 알라의 보상인지, 그것을 보고 듣고 확인한 다음 내게 증언해주시죠. 당신들의 뇌리에서 벌어지는 감각 현상을 모두 녹화하겠습니다. 인류가 그것을 통해 잘잘못을 판가름할 것입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파격적 발상의 극한이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어떤 이들이 즉각 언성을 높이며 폭언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여기에 순순이 놀아날 알렉시스가 아니었다.

 

 

 

 

 

“처리해.”

 

 

 

 

 

{분부를 따릅니다}

 

 

 

 

 

AI 솔져들과 드론들이 즉각 폭력적 행태에 앞장선 몇몇을 대표로 포획했다.

 

 

그들은 즉각 사형 집행 기기 앞으로 대령되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무슬림들이 구경하는 앞에서 그들은 처참한 ‘치료’ 과정을 거쳤다.

 

 

죽기 직전 그들의 입에서는 알라와 마호메트를 맹렬히 저주하는 비통한 울음이 쏟아졌다.

 

 

 

 

 

“내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쓰레기였어!”

 

 

 

 

 

소름끼치는 애통의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정신 붕괴로 쓰러진 사형수들을 편안히 안식시키기 위해 약물이 투입되었다.

 

 

그들은 잠들 듯이 떠나갔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신 앞에서 올바로 뉘우쳤는지 여부는 알렉시스도 모르고 오로지 사형당한 본인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난 너희와 흥정하려는 게 아니야. 마지막 기회를 줄 뿐이지.”

 

 

 

 

 

그 부드럽고 매력적이고 남성적이고 신사다운 음성이 역설적으로 모든 범죄자들의 마음속에 극렬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동참하지 않는다면 옵션은 단 하나, 뇌와 혼 속에 가득찬 이슬람의 망령을 마지막 한 톨까지 긁어낸다. 마치 아이를 낙태시키는 가증한 범죄자들이 행할 때처럼,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사상의 편린을 모조리 긁어낼거다. 그것이 너희에게 적법한 형을 집행하는 방식이 될 거다.”

 

 

 

 

 

알렉시스는 극한의 ‘죄수의 딜레마’ 속에 5천만 명을 몰아넣었다.

 

 

새 옵션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면책권을 제공한다.

 

 

설령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하더라도 긍정적인 고려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형 집행 순서를 최대한 후순위로 미뤄준다.

 

 

그러나 반대로 제안된 새 옵션을 반대하는 자는 반대하는 마음과 뜻의 세기에 비례하여 사형 집행의 순서를 앞당긴다.

 

 

참고로 현재 셀 안에는 상대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기기도 있었다.

 

 

그들이 마음속으로 알렉시스의 제안에 얼마나 깊이 반발하는지를 어느 정도는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만일 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오늘 혹은 내일 사형당할 확률은 크게 증폭되겠지.’

 

 

 

 

 

현재 죄수들은 서로 대화는커녕 생사 여부도 확인할 수 없도록 격리된 상태였다.

 

 

즉 같은 형편의 죄수들이 어떤 마음을 품을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가 극대화되기에는 최적격이었다.

 

 

 

 

 

제아무리 브리튼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만큼 강심장인 자들이라도 별 수 없었다.

 

 

그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알렉시스가 만든 딜레마에 넘어가는 것 말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간의 소리 없는 실랑이와 심리전과 흥정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본보기로 여러 흉악범들이 ‘철두철미한 치료’를 거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내뱉는 마지막 유언적 고백은 세계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백주하에 공개되었다.

 

 

물론 죽는 장면은 생략되었고 오로지 이슬람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 부정만 보여졌다.

 

 

이러한 시원한 집행은 이미 이슬람을 미워하게 된 세계 시민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그와 동시에 사형 순서를 기다리는 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담과 고뇌를 주었다.

 

 

 

 

 

알렉시스의 의도대로 거의 모든 원리주의자들은 반강제적으로 조건을 받아들였다.

 

 

여기까지는 나름 순탄하게 돌아간 셈이었다.

 

 

사형집행 장치와는 달리 그 기기, 곧 ‘타나토노트 운송 장치’를 가동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유의사와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니까.

 

 

완전하지는 않은 반강제적 동의라 할지라도 충분히 유효했다.

 

 

 

 

 

문제는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었다.

 

 

기술적으로 99%는 완성되었으나 기기의 최종 싱크로값 조율이 아직은 미완성 단계였다.

 

 

 

 

 

 

 

 

 

 

 

 

 

 

*

 

 

 

 

 

 

 

 

시계침은 째깍째각 운명의 타이밍을 향해 달려갔다.

 

 

한정된 기회의 시간은 어느 덧 소모되고 있었다.

 

 

알렉시스에게도, 무슬림들에게도, 불리한 방향의 소모였다.

 

 

 

 

 

‘99.99%가 동의했다라.’

 

 

 

 

 

이제 남은 이들을 설득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아직 기술적 문제가 100% 해결되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계속 허패로 속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강행하자니 실패 확률이 높아 걱정되었다.

 

 

 

 

 

‘바쁜 몸이라 계속 이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 끌 수 없는데 말이지.’

 

 

 

 

 

그는 초조한 심정으로 정무 중에 손톱 끝을 책상 위에 반복적으로 두드렸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긴급 메시지 도착}

 

 

 

 

 

송신자의 코드를 읽어낸 알렉시스는 화들짝 놀라 노곤히 등받이에 기대던 등을 곧추세웠다.

 

 

그는 자신의 팔찌에 설치된 스마트 기기를 두드려 홀로그램 화면을 소환하였다.

 

 

그리고 암호를 해독 후 송신자의 메시지를 황급히 읽어내렸다.

 

 

 

 

 

‘급히 가봐야겠군.’

 

 

 

 

 

그는 즉각 비상 통신망을 가동해 구대륙 전역에 흩어진 수하들을 연결하였다.

 

 

행정관, 장관, 의원, 장군, 기업인, 그 외에 각계 각처의 주요 인사들을.

 

 

그는 신속히 중요한 업무 사항들을 인계하고 분부를 전달하였다.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실린 명령에 수하들과 엘리트들은 군말 없이 명을 받들었다.

 

 

 

 

 

“약 일주일 간 자리를 비울 예정입니다.”

 

 

 

 

 

그는 자신의 부재를 메울 준비를 철저히 안배해둔 뒤 몇 번 재차 점검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 부관들과 무인시스템 비서들 속에 명령어와 알고리즘을 심었다.

 

 

아이언로드 알파 한 척과 베타 일곱 척의 관리 시스템도 활성화시켰다.

 

 

 

 

 

“늦지 않게 돌아오겠습니다, 그 동안 후방을 맡아주시지요.”

 

 

 

 

 

마지막으로 구대륙에 상주하던 ‘마스터급’들에게도 대리 통치령이 하달되었다.

 

 

제라드, 아미르, 야코프, 양첸, 그리고 휴식 중이던 세 여인까지도 배치되었다.

 

 

 

 

 

‘마인드 퓨리파이어나 가디언엔젤은 최종 단계 점검까지 꽤 걸렸지만, 이번 건은 되도록 긴급히 완성해야 해.’

 

 

 

 

 

예비된 전용기가 그를 신속히 인도 아크 요새로 이동시켜 주었다.

 

 

그는 비행 와중에도 흥분으로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손가락을 굴렸다.

 

 

 

 

 

아크 내부에 당도하여 커맨드 센터에 들어간 그는 컴퓨터의 보고를 받았다.

 

 

 

 

 

{손님께서 입구 앞에 대기하는 중입니다.}

 

 

 

 

 

아크는 외부와 분리된 통신 체계를 소유한 곳.

 

 

원한다면 외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나 거꾸로 외부에서의 영향은 닿지 못한다.

 

 

오로지 이곳을 황제로부터 승계받은 알렉시스만이 적법한 권한으로 여닫을 수 있었다.

 

 

통신 연결망이든, 물리적인 연결이든, 오로지 그만이 열쇠를 쥐고 있었다.

 

 

즉 외부인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의 허가가 필요했다.

 

 

 

 

 

“아크의 소유주, 황가의 차기 가주로서 승인한다.”

 

 

 

 

 

알렉시스는 자신의 지문, 혈액, 동공, 뇌파를 사용해 암호 해독을 한 뒤 프로그램의 인식 패턴을 재설정하였다.

 

 

 

 

 

“브리튼 시민, 닥터 라지쿠마르 샤르마의 생체 데이터를 허가된 코드로 변환한다.”

 

 

 

 

 

{라져}

 

 

 

 

 

위이이이잉.

 

 

황량한 산지가 보이는 산기슭 저지대 수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한 사내의 눈앞에 거대한 장관이 펼쳐졌다.

 

 

 

 

 

“우왓! 깜짝이야!”

 

 

 

 

 

지진이라도 일어난 줄 알고 놀랐던 라지쿠마르는 심술궂게 투덜거렸다.

 

 

 

 

 

“남의 민족 소유인 산지를 무슨 자기 멋대로 갈아놓고 있네. 하긴 이젠 저들 소유인가.”

 

 

 

 

 

히말라야 산맥.

 

 

그 거대한 천혜 요새 아래에 세워진 거대한 인공 도시, 아크.

 

 

지각 변동을 방불하는 큰 흔들림과 함께 그 맨몸이 훤히 드러났다.

 

 

거대한 터널과 통로와 계단들이 나타났다.

 

 

 

 

 

{귀한 몸으로 행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닥터.}

 

 

 

 

 

호버크래프트형 엘리베이터 로봇이 나타났다.

 

 

라지쿠마르는 꺼림칙한 기분으로 그것 위에 두 발을 올려놓았다.

 

 

 

 

 

‘하여간 평범한 게 없지.’

 

 

 

 

 

그를 태운 탑승기는 신속하게 긴 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건너 무수한 통로들을 지났고 거대한 광장과 빈 공터를 지났다.

 

 

미로 같은 거대한 영역을 가로지른 끝에 마침내 커맨드 센터의 정문이 나타났다.

 

 

 

 

 

위이이잉.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라지크!”

 

 

 

 

 

알렉시스는 몹시 긴장한 모양인지 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기대감과 고양감으로 인해서 발생한 긴장 같았다.

 

 

 

 

 

반면, 라지쿠마르는 왜인지 친구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

 

 

그는 친구를 다시 보는 순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내내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그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저 녀석.’

 

 

 

 

 

가슴 위에 바위라도 얹힌 듯 불편하고 무거웠다.

 

 

알렉시스를 바라보고 있는 이 공간도, 책임감에 짓눌린 이 순간도.

 

 

이것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류를 위한 마지막 미션도 마무리되겠지.

 

 

시원 섭섭한 감정, 앞으로 벌어질 미지의 일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친구에 대한 불편한 공감과 연민이 이 시각 라지쿠마르를 괴롭히고 있었다.

 

 

 

 

 

‘난 평생 저 자신만만하고 멀끔한 얼굴 뒤에 그런 그림자가 숨어 있는 줄 몰랐다.’

 

 

 

 

 

아니 사실은 알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

 

 

 

 

 

알렉시스 황태자는 넘을 수 없는 벽 혹은 동경할 만한 대상으로 남아야만 했다.

 

 

흠결도 없고 고통에 짓눌리지도 않은 모본.

 

 

자신처럼 실패와 어둠에 굴복해본 경험으로 점철된 자가 아닌, 찬란하게 빛나는 빛.

 

 

자신 같은 부류들이 그림자라면 그는 인류를 대표하는 빛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여겼었다.

 

 

 

 

 

그런데 그것은 오판이었다.

 

 

레이나와 자신이 동경했던 그 소년.

 

 

지금은 세계의 대표가 된 강인한 청년.

 

 

그가 자신처럼 부러지기 쉬운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리라.

 

 

시기를 넘어 동경을, 동경을 넘어 동정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상대를 입체적으로, 올바르게 알게 되었다.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고통스러웠으나 그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고마워.”

 

 

 

 

 

반가움으로 가득찬 나머지 황태자는 괴짜 과학자를 품에 끌어안았다.

 

 

 

 

 

“이렇게 믿고 와줘서. 네가 함께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

 

 

 

 

 

아무런 대답도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목이 맨 나머지 답답한 그 품에 저항하지도 못했다.

 

 

 

 

 

‘근육 바보 녀석, 쓸데없이 힘만 세서는.’

 

 

 

 

 

한참을 숨 갑갑하게 눌린 다음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알렉시스는 기뻐하며 친구에게 악수를 청했다.

 

 

 

 

 

“넌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세상을 위해서도.”

 

 

 

 

 

어릴 적 지겹도록 들어온 그 말.

 

 

열등감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알렉시스가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진심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시작하자.”

 

 

 

 

 

공감과 미안함의 감정에 저항하지 못한 나머지 라지쿠마르는 본론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만약 여기서 불필요한 감성팔이를 나눴다가는 더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이 임할 것 같았다.

 

 

대화조차도 부담스러웠다.

 

 

 

 

 

“전부 다 보여줘, 네가 제작한 그거.”

 

 

 

 

 

“타르타로스(Tartarus).”

 

 

 

 

 

알렉시스의 명령어에 창 너머로 거대한 기기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났다.

 

 

아크의 중앙축을 관통하는 흉흉한 부피의 기계.

 

 

무려 초대형 입자가속기에 맞먹는 규모의 거체였다.

 

 

 

 

 

“아직은 미완성이야.”

 

 

 

 

 

알렉시스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브리핑하였다.

 

 

 

 

 

“기기의 작동 기전과 목적은 이미 전에 전달받았지?”

 

 

 

 

 

“응, 설마하니 진짜 만들어낼 줄은 몰랐네. 기술 원 출처인 나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라지쿠마르는 설계도를 상세히 살피며 감탄하였다.

 

 

알렉시스는 그의 점검과 평가를 기다리며 차분히 침묵하며 대기하였다.

 

 

 

 

 

“해볼 수 있겠어, 라지크?”

 

 

 

 

 

“해보지.”

 

 

 

 

 

“일주일이면 충분할까?”

 

 

 

 

 

“뭐, 꼬박 밤을 샌다면 가능할지도.”

 

 

 

 

 

정보 전달용 버츄얼 고글을 착용한 라지쿠마르는 민첩한 손짓으로 홀로그램 노트 위에 공식들을 휘갈겼다.

 

 

 

 

 

“웬만하면 평생의 금기로 가져가려던 기술인데, 어기게 생겼군.”

 

 

 

 

 

“미안해.”

 

 

 

 

 

“됐어. 내 의지로 내린 결정이니까.”

 

 

 

 

 

라지쿠마르의 입가에 결연한 어떤 감정이 스쳤다.

 

 

분노? 정의감? 혹은 다른 무언가?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네 말대로 우리가 정의를 집행할 수는 없었도, 그 경고를 줄 수는 있겠지. 게다가.”

 

 

 

 

 

라지쿠마르의 눈길이 무수한 범죄자들이 보관된 격납 공간쪽을 향했다.

 

 

 

 

 

“자신이 파멸당해 마땅하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건, 너무 비참한 현실이지.”

 

 

 

 

 

얼음처럼 차갑게 정제된 분노가 희미하게 그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이것으로 인류사 최대 죄악의 한 축을 파묻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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