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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93회 [2부] 14화. 생일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2.12 | 회차평점 0 0

 

 

 

*

 

 

 

 

 

가장인 아버지로서의 체통은 중요하다.

 

 

그리고 황제로서의 위엄은 더욱 중요하다.

 

 

비록 성군이라고는 해도 어쨌건 명목상 독재정은 독재정이니까.

 

 

 

 

 

그래서 알폰스는 성정에는 맞지 않아도 어디서나 권위의 태도를 일정 단계 이상 내려놓지 않았다.

 

 

황가 안에서든 대중을 대하는 통치자로서든.

 

 

 

 

 

하지만 오늘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한껏 기분이 고양된 나머지 의무감으로 스스로를 옥죌 생각이 없어진 것일까.

 

 

사람들은 황제가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으로 목격하였다.

 

 

사실 원래 사적인 자리에서 자녀들 하나하나를 대할 때는 얼핏 그런 태도를 드러내곤 했지만, 오늘처럼 노골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건강하셔서 다행이네요.”

 

 

 

 

 

알렉시스는 자신을 안아주는 아비의 억센 힘이 변함없이 정정한 것을 느끼고 안도감을 느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어릴 적 자신을 에워두르던 그 품보다는 아주 조금 약해진 것이 분명 느껴졌다.

 

 

세대 교체라는 개념이 조금은 피부로 와닿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더 강해졌다는 것뿐이지, 객관적으로 아버지는 여전히 한 인간으로서 강인했다.

 

 

육체적으로나, 능력으로나, 젊음에 있어서나.

 

 

기껏해야 사십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 외모는 실제 신체 나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도 그렇지만, 아버지도 큰 사고가 없는 한 오래오래 사시겠지.

 

 

 

 

 

“네가 황위를 계승하고도 수십 년을 더 지켜보려면 마땅히 그래야지.”

 

 

 

 

 

“부담되는 말씀이네요.”

 

 

 

 

 

그래도 공식 신분상으로는 황제와 그 신하인 황태자의 관계이거늘, 그런 공적인 위계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되려 바로 이런 ‘친밀감’이라는 특권이 황태자의 현 위치를 잘 보여주었다.

 

 

세계의 통치자와 사실상 대등한 자리에서 부자 관계의 가족애를 정직히 드러낼 수 있는 위치.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옥좌를 공유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권한은 다른 황자들이나 황제의 형제들은 꿈도 꿀 수도 없는 것이었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구나, 알렉.”

 

 

 

 

 

“아버지야말로 저를 존재하게 해주셔서, 그리고 아버지 역시 세상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해요.”

 

 

 

 

 

실제 나이 80세에 거의 다다른 미중년 남자는 스무살 외모의 40대 사나이의 고운 머릿결 위로 손을 얹어주었다.

 

 

 

 

 

그리고.

 

 

 

 

 

“허허, 매일 볼 때마다 더 듬직해지는구나.”

 

 

 

 

 

“할아버지.”

 

 

 

 

 

알렉시스는 황제 곁에 있던 노인과 마주했다.

 

 

선황은 큰손자의 커다란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알렉시스는 조부님의 모아진 손 위로 자신의 다른 한 손을 살포시 포갰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리고 생신 축하드려요. 새해에도 주님께서 할아버지를 지켜주시고 축복해주시리라 믿어요.”

 

 

 

 

 

“이런, 늙은이가 오래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 내게 주어진 날 수를 계수하는 법을 배우며 겸손을 익힐 따름이지. 인간이란 내일 일을 알지 못하는 법이다.”

 

 

 

 

 

“하지만 늘 소망을 품으며 감사하며 살 수는 있죠.”

 

 

 

 

 

노인도 꽤 키가 큰 편이고 척추가 곧은 덕에 시선이 높았으나 역시나 기골이 장대한 장손을 보려면 한참 올려다보아야 했다.

 

 

알렉시스는 일부러 몸을 굽혀 노인과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네가 있어서 브리튼의 미래를 기대해보게 되는구나. 아니, 브리튼이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한 미래도.”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산 덕분이죠.”

 

 

 

 

 

당연히 그가 말하는 유산이란 물질이나 권력은 아니었다.

 

 

 

 

 

“인간들을 사랑하는 마음, 영혼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의지, 그리고 우리의 명예와 가치, 그 모든 것을 할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배웠어요. 아직도 배울 게 많지만……, 할아버지께서 일평생 묵묵히 지켜오신 그 가치를 절대 저버리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얘야, 나는 너라면 잘 해내고도 남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이미 충분히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지. 덕분에 이 죄 많은 늙은이가 편히 눈 감고 주님 곁으로 갈 수 있겠구나.”

 

 

 

 

 

선황에게는 늘 은연 중 죄책감이 있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 세계 2차 대전과 세계 3차 대전을 감당해냈던 장본인이다.

 

 

세계를 악마들로부터 수호한 거목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불가피하게 피 흘림을 명령한 주체이기도 했다.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였다지만, 그날들의 크고 작은 선택들과 그 결과는 선황의 마음에 늘 짐으로 남아있었다.

 

 

큰손자가 평화의 시대를 잘 이끌어 세계와 인류를 번영케하기를 늘 소원한 이유는 바로 그런 책무감을 덜기 위함도 있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아니다. 네게는 미안하구나. 어린 시절 내가 너무 너를 혹독하게 훈련시켰어. 불쌍한 아이 같으니. 네가 ‘더 크라이스토프 브라이틀란트’가 아니었더라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네 미래를 정해나갔을 것을. 네가 앞으로도 이름으로가 아닌, 칭호로서 불리며 모두를 짊어질 외로운 책무를 감당할 것이 마음이 아프구나.”

 

 

 

 

 

알렉시스의 표정이 아련함과 쓸쓸함으로 물들었다.

 

 

 

 

 

“혼자서 짊어지는 건 아니예요. 우리 모두에게 자유로운 영혼이 있고, 미래를 만들어갈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저는 세상 그 자체도 아니고 왕 또한 아니예요. 오로지 주님께서만 우리 모두를 다스릴 권한이 있으시죠.”

 

 

 

 

 

할아버지는 손주의 어깨 위에 쓸쓸히 손을 얹었다.

 

 

이 아이는 생각해보니 아이 시절부터 지나치게 조숙했다.

 

 

자신의 엄격한 훈계, 아버지의 가르침, 그리고 어미가 주입해준 그 혁신적인 생각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을 거뜬히 함축하여 담아낼 그릇이었다.

 

 

그러니 신께서 주신 마음이 그 속에 담기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았다.

 

 

 

 

 

“저 역시도 그저 섭정…. 그 책임을 바르게 감당하면 될뿐이죠. 그러니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짐을 지웠다고 생각하지 마셔요. 저도,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저 우리에게 허락된 시대를 지혜롭게 담당해야 하는 작은 청지기에 불과하니까요.”

 

 

 

 

 

선황은 덩치 큰 근육질의 몸을 자신의 품에 꼭 품어주었다.

 

 

더는 훈계하거나 훈육하거나 계도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신보다 훨씬 낫고 훌륭하게 자란 보물.

 

 

내버려두어도 시대의 책임을 지혜롭게 감당해내고도 남겠지.

 

 

그러니 이제 그저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이 아이가 황제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행복해지는 것.

 

 

 

 

 

“자, 아버님. 제 아들을 이제 그만 제게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알폰스가 농담조로 말했다.

 

 

 

 

 

“허어, 황제께서는 이 늙은이의 작고 소소한 기쁨을 너무 가혹하게 앗아가시는구려. 하지만 어찌 명을 거역하겠소.”

 

 

 

 

 

“곧 저도 은퇴하면 제가 아버님의 말동무로 여생을 함께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아들에게 계승하고 가르쳐야 할 것들이 좀 더 남아 있어서 말이죠.”

 

 

 

 

 

알폰스는 웃으며 알렉시스를 자신 옆에 세웠다.

 

 

그는 한 손으로 아들의 손을 맞잡았다.

 

 

나란히 청중 앞에 선 두 사람은 모든 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인해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외경심에 압도되었다.

 

 

이제는 감히 젊은 태자를 향해 선망의 눈초리도 쉬이 내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 나와 함께해주셔서 고맙소. 대제의 후손들, 그리고 브라이틀란트 가문의 유업을 잇는 이들이여. 비록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내 아들과 내게 의미 깊은 날을 축하해주어서 고맙소. 그대들이 세계의 앞날을 위해 더욱 성실히 힘써줄 것을 믿으며 그대들 모두를 축복하는 바요.”

 

 

 

 

 

황제는 모두를 대표하여 기도로 객들과 가족들을 축복하였다.

 

 

 

 

 

“우리에게 생명과 육신과 영혼을 주신 하나님, 당신의 영광을 높입니다.

 

 

우리 인류는 질그릇과 같은 연약한 존재들이요, 당신의 보호와 구원이 없었다면 한 순간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역사 속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진리로 이끄심을 감사드립니다.

 

 

또한 온 인류와 더불어 당신의 아들을 통해 새 언약을 맺어주심을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무한하거늘, ‘영원한 새 언약’의 수혜자인 성도들을 이 세상에서 보호할 파수꾼으로서 이 부족한 가문과 국가를 보조자로 세워주시고 우리에게도 작고 불완전하고 일시적이나마 또 다른 언약을 세워주심을 감사합니다.

 

 

 

 

 

나와 내 집은 당신의 소유요 당신의 그릇이요 당신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교만함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기를 구합니다.

 

 

이 자리에 거하는 모든 이들의 영혼을 당신의 은혜로 인도하시기를 청합니다.

 

 

황실의 일꾼들이 그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의 은혜와 사명을 잊지 않고 본연의 책무를 온전히 이루도록 이끌어주시기를 구합니다.

 

 

 

 

 

지난 세월 열두 세대를 거쳐 당신과 언약 맺은 한 인간의 후손들을 지켜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경외하는 이에게 그 은총과 인자하심이 천 대까지 이르리라는 그 말씀을 신실하게 이뤄주실 것을 믿습니다.

 

 

 

 

 

또한 이날에 당신께서 나와 내 아버지 집의 식구들을 지켜주시고 그들을 선으로 인도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저보다 지혜로운 아들을 주사 그에게 총명과 슬기와 혜안과 앞날을 내다볼 능력과 이치를 깨닫는 명석함을 허락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언약을 신실하게 이행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요, 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허락된 선물입니다.

 

 

 

 

 

오, 만유의 통치자이신 하나님.

 

 

우리의 날 수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날 수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세상 또한 풀과 같이 스러질 것을 압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왕국만이 영원할 줄을 압니다.

 

 

그러나 그 날이 이르기까지 우리가 맡아야 할 청지기의 책임이 있거든 우리가 유종의 미를 거둘 때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우리를 사용하시거든, 비록 우리가 당신이 밟고 지나가실 돌에 불과할지라도 그 돌 위에 은총을 더하사 우리가 당신께만 속했음을 세상이 알게 해주시길 구합니다.

 

 

 

 

 

오늘 태어난 나와 내 아버지와 내 아들을 주께서 기쁨으로 받아주소서.

 

 

지나간 세월을 꿋꿋이 지켜온 수호자들에게는 세상에서 얻지 못할 평강을,

 

 

다가올 세월을 지켜낼 새 그릇에게는 풍성한 지혜와 능력을 주시길 구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나라와 뜻만이 영원토록 빛나기를 바라고 또 믿습니다.

 

 

 

 

 

성도들의 왕이시오, 만국의 왕이자 나와 내 집과 브리튼의 주재자이자 소유자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점심 식사 시간에 펼쳐진 연회는 약 4시간 정도 진행된 뒤 마무리되었다.

 

 

객들은 예물을 남긴 뒤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기 위해 황궁을 떠났다.

 

 

알렉시스와 그의 가족들은 그제야 비로소 긴장을 늦추고 평온을 얻었다.

 

 

 

 

 

저녁 시간에 있을 식사 자리는 오롯이 가족들만의 자리로 예정되어 있었다.

 

 

황제와 황후, 황태자와 그의 형제들, 그리고 선황까지 포함해서 열여섯명만을 위한 자리였다.

 

 

 

 

 

석식 이전에 잠시 여유 시간이 임하자 식구들은 자기 자리에서 휴식을 취했다.

 

 

 

 

 

알렉시스는 할아버지 곁에 앉아 잠깐 그분의 말동무가 되어드렸다.

 

 

 

 

 

“이제 네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구나. 소원이라고 생각하려무나. 살 날이 많지 않으니 이번 생일에는 네 대답이 듣고 싶구나.”

 

 

 

 

 

“말씀해주세요, 할아버지.”

 

 

 

 

 

손주는 공손히 되물었다.

 

 

 

 

 

“별 건 아니다. 정치가로서의, 경영자로서의, 왕으로서의, 학자로서의 네게는 더는 바랄 것이라곤 없단다. 너는 뭐든 잘 해내는 아이니. 단지 네가 보통 사람들의 행복 또한 마음껏 누렸으면 하는구나.”

 

 

 

 

 

“저는 늘 지금에 만족하며 사는 걸요.”

 

 

 

 

 

“허허, 내 말은 말이다.”

 

 

 

 

 

차마 이 이야기까지는 청중 앞에서 쑥스러워서 꺼내지 못했던 노인.

 

 

 

 

 

“네가 좋은 상대를 만나 평온한 가정을 이뤄서 잘 사는 모습을 봤으면, 그랬으면 이생에서는 별 소원이 더 없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단다.”

 

 

 

 

 

순간적으로 알렉시스는 말문이 막혔다.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생각이 정지되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는 명쾌한 답이 보이지 않던 어려운 수수께끼 아니었던가.

 

 

 

 

 

“노력은 해볼게요.”

 

 

 

 

 

“정략결혼 같은 건 생각하지 말거라. 그런 복잡한 건 계산하지 말고, 네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렴.”

 

 

 

 

 

노인은 드넓은 손자의 등을 애정을 담아 쓸어내렸다.

 

 

알렉시스는 자신이 큰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무심코 삼켜 넘기는 침의 맛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넌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이니 언제든 위축되거나 고민하지 말거라.”

 

 

 

 

 

“……네.”

 

 

 

 

 

황태자는 기운이 조금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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