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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13회 [2부] 34화. Watcher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4.09 | 회차평점 0 0

 

 

 

세계적 규모의 이슬람 내란 사태가 진압된 후로 1년 정도가 경과했다.

 

 

독한 수술을 거쳐서 악독한 질병 하나를 무사히 해결한 뒤로 인간 사회는 잠시나마 회복과 번영의 일로를 걷는 중이었다.

 

 

 

 

 

범죄율과 불법 조직들의 급감으로 인해 치안은 안정화되었다.

 

 

경제의 경우 여러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어느 덧 세 차례의 대전쟁이 남긴 후유증 및 급작스러운 통일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제는 건강한 방향으로 균형점을 잡았다.

 

 

기술 발전, 환경 보존, 도덕적 질서의 삼박자 또한 서서히 건전한 방향으로 조절되었다.

 

 

사막화의 해결 덕택에 식량 생산량도 증가했고 경제적 격차의 점진적인 해소로 인해 기근 문제 또한 감소하였다.

 

 

 

 

 

이렇듯 겉보기에는 혼돈이 잠잠해지고 물질적인 축복이 증폭되는 듯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러한 평화로운 상황에 만족하였다.

 

 

 

 

 

본래 이런 시절에는 반대급부로 도덕적 쇠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나, 이번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마호메트의 유산을 효시(梟示)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벌백계의 공포로 인한 효과가 컸다.

 

 

아무래도 진리와 비진리의 경계가 분명해진다면, 심판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이 커진다면 악을 저지를 확률이, 적어도 겉으로 드러낼 확률이 줄어들지 않겠나.

 

 

이것이 과연 건전한 변화인지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효과는 충분했다.

 

 

 

 

 

이런 흐름을 매우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존재들도 있었다.

 

 

몰락한 이전의 ‘세계 지배자’들이었다.

 

 

 

 

 

역사로 따지면 그들은 누구보다도 유서 깊은 세력이었다.

 

 

기껏해야 종교 개혁 이후에야 기틀을 갖춘 브리튼 제국보다도,

 

 

그 이전의 중세의 패권자였던 교황청의 종교적 독재자들보다도,

 

 

한때 세계를 집어삼킬 위세를 자랑했던 칼리프 제국과 이슬람보다도.

 

 

그들은 거의 2천 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암약해온 권세였다.

 

 

 

 

 

열방의 민족들과 언어들과 국가들을 통틀어 그들과 뿌리가 맞닿지 않은 세력은 없다시피 했다.

 

 

멀리는 이교도 세계의 고대 문화에서부터 가깝게는 중세의 지배자들까지.

 

 

그들은 이 모든 괴물들을 낳은 어머니였다.

 

 

물론 때로는 바로 이 딸들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어머니를 무너뜨리는 일도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어미인 ‘그들’은 여러 모습으로 의태하며 피닉스처럼 부활했다.

 

 

 

 

 

이 같은 어둠의 야합은 고대나 중세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근현대사 속에 출현한 여러 강력한 권세들과 이념들 중 그들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닿지 않은 무리는 드물었다.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유혈 혁명의 정신적 배후에는 그들이 있었다.

 

 

이후 그 파국을 요람 삼아서 일어난 독재자들이 유럽의 질서를 송두리째 갈아엎었고 러시아와 아프리카에까지도 큰 풍파를 일으켰다.

 

 

승리한 정복자들이 병으로 숨을 거둔 후 다시 국가들이 쪼개지기는 했으나 사상과 이념들은 그대로 남았고 이후로도 여러 대륙에 기나긴 영향을 미쳤다.

 

 

 

 

 

이 일들의 씨앗을 남긴 그 원흉들은 이 근대사의 혼란을 틈타 유럽과 그 식민지들을 차근차근 침식하고 오염시켰다.

 

 

독재자가 남긴 폐허 위에 그들은 잡초와 가시나무와 독초와 포자들을 퍼뜨렸다.

 

 

돈을 통해서, 경제 시스템을 통해 세상을 침식하였고 문화를 자신들의 소유물로 서서히 바꾸어나갔다.

 

 

 

 

 

한편 이 음지의 세력은 브리튼 입장에서도 가히 숙적이라 할 수 있었다.

 

 

 

 

 

18세기 무렵 브리튼은 유럽에서 출현한 독재자의 위세에 눌려 피해를 입었다.

 

 

가까스로 본토를 지켜내기는 했으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했다.

 

 

물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히 신대륙으로 천도를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여러모로 브리튼 제국에게는 지금까지도 큰 트라우마로 남는 역사였다.

 

 

 

 

 

시원스러운 복수는 세계 1차 대전과 세계 2차 대전을 통해 이뤄졌다.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쟁은 비록 브리튼이 바라거나 의도한 바도 아니었고 모든 대륙에 큰 재앙이었음이 분명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승리의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이 일들을 계기로 브리튼은 ‘음지의 적들’의 본토이자 주요 활동 무대인 유럽을 삼켰다.

 

 

물론 역사 속에서 이 음흉한 세력들이 만들어낸 괴물 가운데는 넓은 의미에서는 공산주의와 이슬람도 있었으니 진정한 승기를 잡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러나 유럽과 그 식민지들의 대부분이 브리튼령이 되었다고 해서 그 음지의 권세를 완전히 굴복시켰다고 할 수는 없었다.

 

 

도리어 그들은 전략을 바꾸어 브리튼 사회 내부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세스는 사실 세계 대전 한참 전부터, 실상 브리튼의 국가 개혁 직후부터 개시된 작업이었으나 전쟁으로 영토가 넓어진 후로는 급격히 가속되었다.

 

 

 

 

 

이들의 침투는 절반의 성공이요 절반의 실패였다.

 

 

우선 절반의 성공이라 함은 이들이 사회 각계각층에 진지전을 펼쳐 상류층과 그 휘하 세력의 상당 부분에 영향력을 심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리고 절반의 실패라 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리튼 황가의 지도력과 그것의 제어 불능의 성장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음에 있었다.

 

 

 

 

 

일이 이리 전개되었으면 그 뒤에 따를 수순은 필연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가 나머지 한 세력에 검을 휘두르게 되리라.

 

 

공격수가 음모술수로 조기에 상대를 뿌리 뽑는 데 실패했다면 공격의 턴은 마땅히 상대편에게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 이치이다.

 

 

 

 

 

 

 

 

 

 

 

*

 

 

 

 

 

 

 

 

테이블에 앉아 조심히 정세를 살피던 한 남자.

 

 

그는 불쾌한 온도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고는 돌연 멈칫하였다.

 

 

신중함과 교활함으로 가득한 그는 이 흐름으로부터 위화감을 받았다.

 

 

 

 

 

‘그렇군. 급속한 전환인가?’

 

 

 

 

 

대기로부터 전달되는 감각이 아니었다.

 

 

보다 넓은 세계로부터 발원한 이상 기류에 대한 포착.

 

 

비열한 조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이건 꽤 위태롭겠군.’

 

 

 

 

 

가면을 쓴 그 사내는 주어진 단서와 정세들을 뇌리에서 차분히 연산하였다.

 

 

컴퓨터와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각종 관측 데이터들이 그에게로 흡수되었다.

 

 

그것들만이 그의 계산 대상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정보원들이 있었다.

 

 

영감(靈感) 혹은 육감(六感)이라 불리는 것.

 

 

식스센스를 통해 그는 물리계 너머의 매질들을 통해 사물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는 본질상 주술사 혹은 영매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고대의 유명한 마법사인 발람 이상의 재능을 소유한 인간.

 

 

 

 

 

‘그자가 마침내 국면을 바꿀 작정인가?’

 

 

 

 

 

비열함으로 물든 사내의 머릿속에 각종 사특한 사고의 열매들이 맺혔다.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몹시 강대한 숙적을 상대로 할 때 느끼는 전율감.

 

 

반역적인 영으로 충만한 그 사내에게 있어서 뿌리치기 힘든 중독감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군. 이제부터는 데스메치나 다름 없다.”

 

 

 

 

 

동시에 흐릿하고 불길한 공포감이 사내의 몸을 전율케 했다.

 

 

홀로 있던 그는 신사적인 가면을 던져버리고 광기의 조소를 터뜨렸다.

 

 

 

 

 

한참 후, 치밀한 이성이 그의 감정을 억누르고 뇌와 몸을 재정돈하였다.

 

 

 

 

 

“워쳐……, 하필 그것들의 각성이 지금 타이밍에 나타난다……, 역시 정면 승부를 회피하지는 못한다 이건가?”

 

 

 

 

 

워쳐(Watcher).

 

 

근원과 정체를 파악하기 도무지 어려운 그 의문의 감시자들.

 

 

그것들의 시선은 숨은 결사단들에 있어서는 가장 골치 아픈 위협이었다.

 

 

오로지 비밀주의와 신비주의만이 무기인 그들 무리에게 있어서 워쳐들의 따가운 시선은 본능적으로 위세를 수축시키는 억제력이었다.

 

 

 

 

 

사내는 사태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파악했다.

 

 

착각이 결코 아니었다.

 

 

근 며칠 사이에 감지되는 워쳐의 시선이 수백 배로 늘어났다.

 

 

 

 

 

그들의 최대 숙적이 모종의 기술적인 타개책을 얻은 것인가?

 

 

허나 현재 커버넌트 그룹 내부에 대한 침식도가 높지 않은 탓에 산업 스파이를 동원한다고 해도 관련 정보를 빼내기란 쉽지 않으리라.

 

 

 

 

 

‘이 변화는 가디언엔젤들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현재로서는 이것도 추측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워쳐만으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여기에 최근 가디언엔젤이라는 무리까지 더해졌으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들끼리 상호작용을 나누어 힘을 증강시키기라도 한다면?

 

 

 

 

 

어리석은 동업자 녀석들이 과감하게 가디언엔젤나 워쳐들 중 주요 개체를 포획하기만 했더라도 연구를 통해 비밀을 해독해냈을 수 있었을 터.

 

 

그랬다면 타개책을 찾아낼 가능성도 조금은 있었으리라.

 

 

하지만 겁쟁이인 그자들은 감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기 희생을 통해 대의를 이뤄낼 용기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이들이니까.

 

 

 

 

 

여하튼 전망은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황태자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적극적인 공격? 아니면 시간을 둔 감찰? 그 인간의 접근법을 가늠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워쳐들은 브라이틀란트 가문의 그 애송이 가주가 만든 인공 감각기관들이다.

 

 

그들의 존재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민생을 이해하기 위한 황태자의 학습 도구이며, 다른 하나는 그의 원수들에 대한 감시책이다.

 

 

 

 

 

이슬람이나 교황청이나 공산주의자들 같은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들을 상대로는 그런 도구들이 굳이 유용성이 없으며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워쳐들의 실질적 감시 대상은 오로지 ‘그림자 속 세력들’뿐이었다.

 

 

사내는 자신과 한 배를 탄 무리들을 그저 이용대상으로만 여길 뿐이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허무하게 소모되도록 관망할 생각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워쳐들의 효율성과 활성도가 제한적이었다.

 

 

조커 카드가 될 가능성은 있었으나 기술적 한계 때문인지 그리 피부로 위협감이 전달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모종의 한계 극복을 완성해낸 것인지 상황이 급속 반전되었다.

 

 

어쩌면 공개적인 토벌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전면전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가면 쓴 사내는 전파 세계와 그림자의 차원이 교차하는 저 너머에서 흐르는 기류들을 차분히 음미하고 명상하고 흡인하였다.

 

 

수많은 워쳐들의 맹렬하고도 은밀한 시선들이 육감을 통해서 피부로 느껴졌다.

 

 

얼마나 그 위험성이 가까이 임박한 것인지 그는 이내 깨달았다.

 

 

 

 

 

자신의 제안과 명령을 뿌리친 어리석은 동맹 녀석들은 뒤늦게야 위기를 직감하고는 벌벌 떨며 허둥거리겠지.

 

 

매번 당해주는 그 어리석음이 다시 그려질 것이 패턴이 눈에 선했다.

 

 

 

 

 

“황태자가 이슬람과의 전쟁을 기획하는 중간에 개입하라는 내 조언을 그토록 무시하더니, 그 어리석음의 삯을 받게 되었군.”

 

 

 

 

 

아마 그 미련한 자들은 머지않아 조언을 구하겠다며 자신에게로 올 것이다.

 

 

그들의 매번 한 박자 늦는 레퍼토리를 훤히 꿰고 있던 사내는 한탄하였다.

 

 

 

 

 

하지만 아마 이번 변화의 타격은 고통스럽고 비가역적일 것이다.

 

 

얼마나 급진적인 결말로 이어질 지는 모르나 더는 예전 같은 아슬아슬한 균형의 질서는 없으리라.

 

 

비밀결사단들의 마지막 남은 최후 무기인 ‘비밀성’이 해제된다면 그 뒤에는 무엇으로 맞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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