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127회 [2부] 48화. 막내와 맏형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5.14 | 회차평점 0 0

 

 

 

*

 

 

 

 

 

리키의 전공 분야는 정신과. 그러나 그는 단순한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이나 상담사들과는 격이 다른 실력과 지혜를 지닌 인물이다. 그렇기에 정신과학이라는 단 한 가지 분야만으로는 그의 강대한 정신적 에너지와 용솟음치는 창조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그릇이 부족했다.

 

 

다른 황자들과 황녀가 그러하듯 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박사 학위를 지녔고 석학들의 인정을 받는 수재였다. 그가 숙달한 학문들은 언뜻 보기엔 연관성이 없는 듯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연결된, 매우 연계성이 높은 분야들이었다.

 

 

리키가 배운 특수 학문 중 하나는 라지쿠마르의 전문 분야인 뇌파 연동 테크놀로지였는데, 그는 이 분야에서는 사실상 세계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었다. 의사이면서 이런 재능을 겸하기란 이례적인 일인데, 이 분야가 뇌과학과 깊은 연계도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리키의 경쟁력은 타 의사들에 비해 차별화되고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다.

 

 

알렉시스가 젊은 막냇동생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인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는 단순히 친밀한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몸을 맡길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유가 신뢰 형성에 중요한 요소이긴 했으나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고려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지금 알렉시스에게는 여러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었다. 겉보기에는 삶의 모든 요소가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며 모든 일에서 형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황태자의 삶.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남 모를 고충들은 숨겨져 있었다. 핵심 사안은 몸의 건강이라기보다는 정신적 건강이었다. 물론 알렉시스는 몸 뿐 아니라 정신에 있어서도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튼튼한 사나이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조차도 무한히 압력을 높이면 언제가는 부서지듯, 알렉시스도 고통을 감내하는 용량의 크기는 제한된 존재였다.

 

 

몇 가지 문제들의 예시를 들자면, 오랜 세월 해결되지 않은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가 고민이었다. 이것은 알렉시스의 연약함을 탓하기 힘든 문제였는데, 리키는 직접 그 현장을 목격했었기에 그 현실을 잘 이해했다. 그것은 극한의 육체적 고난을 넘어 한 사람의 도덕적, 영적, 인격적 내면을 붕괴시키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당했더라면 그 사람은 고통받는 도중에 견디지 못하고 죽었거나 살아남았더라도 얼마 못 가 자책하며 자살했으리라. 비교적 건강한 정신력의 사람일지라도.

 

 

또다른 문제는 영적인 영역에 있었다. 알렉시스는 그 날 이후로 너무도 민감해졌다. 세상의 본질적 실태와 그 배후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너무도 과민해지고 영민해진 나머지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다. 그는 그 여파로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는 악몽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가 과도하게 무리하는 남자라는 점이었다. 황태자로서 많은 과업에 시달리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지만 단순히 그것말고도 과부하의 요인이 있었다.

 

 

“역시나 형님은 자신의 혼신을 과도할 정도로 짜내고 있었네.”

 

 

리키는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뇌파, 뇌영상, 정신 파동 패턴, 생체 징후 등을 초고도화된 첨단 기기로 분석한 데이터를 판독하며 깊은 고뇌에 잠겼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용량의 마음을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능 지수뿐 아니라 재능과 지혜, 영적 용량마저도 현 인류 가운데 독보적 일인자인 개체. 리키처럼 비범한 정신과 의사 겸 신경과 의사 정도는 되어야 해독이 가능한 표본이다. 아니, 실력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고 라지쿠마르의 기술을 배워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

 

 

그가 보기에 현재 알렉시스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썩 희망적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세포나 육체의 질서와 항상성은 완벽했다. 질병이나 질병의 조짐도 없으며 부상이나 쇠함도 없다. 근육 기능과 심폐 기능과 내장 기능도 한 치의 흠도 없이 조율되어 있다. 그런 일반적인 차원의 의학으로는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내면적인 문제가 축적되는 중이었다.

 

 

“계속 내버려두면 다이아몬드 같은 마음이라도 부서지겠어.”

 

 

가운을 입은 의과학자는 씁쓸한 눈빛으로 캡슐 속에 누워 잠든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겉보기에는 갑옷처럼 단단한 근육으로 꽉 짜인 완전무결한 몸이지만 그 안에는 한계 용량 너머의 넘치는 수고를 힘겹게 감당하는 지친 영혼이 들어있었다. 일반적인 인간보다 더 강건한 영혼이라고 해도 무한한 질량을 무한히 견디지는 못하겠지.

 

 

“세상이 본질적으로 더 나아지지 않는 한, 형님이 쉴 일은 없는 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인간의 마음의 관리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알렉시스는 여기서 관리와 치유를 받더라도 또다시 세상과 치열하게 싸워야하리라. 형님이 힘들게 고생하는 현실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저분은 불의가 남아있는 한 자기 혼을 돌보지 않고 또 싸우러 나갈 것이다.

 

 

“바보 같이……, 인간이 주님처럼 희생하려고 따라가다니, 그러다 뱁새 가랑이가 찢어진다니까.”

 

 

그것이 옳은 길임은 알고 있다. 형님을 통해서 그 사실을 배우지 않았는가. 하지만 희생하는 대상이 형님이라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참의 검사 및 치료 작업이 끝난 후, 리키는 알렉시스를 깨웠다.

 

 

“푹 주무셨어요?”

 

 

“으음.”

 

 

알렉시스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상체를 겨우 일으켰다. 그는 리키의 도움을 받아 상체에 부착된 기기들을 떼어내었다. 수면 중 호흡할 수 있도록 코만 남기고 몸을 완전히 잠기게 했던 캡슐 속의 액체가 비워졌다. 자동으로 분출된 맑은 물이 분사되어 그의 몸을 말끔히 씻겨내었다. 알렉시스는 넘겨받은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허리춤 아래를 수건으로 덮고 앉은 자세로 몸을 세웠다.

 

 

“오늘 몇 번 더 검사를 진행할 테니까 일단은 거기 앉아 계세요.”

 

 

“고마워. 덕분에 개운하게 잤네.”

 

 

“요새 제대로 깊이 주무신 적이 별로 없으시죠?”

 

 

정곡을 찌르는 리키의 질문에 알렉시스는 멋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동생에게 들킨 것이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 하지만 원래부터 늘 그랬어. 이십 년째 그랬으니까 이제는 적응이 되었지.”

 

 

“적응이 아니예요, 형님. 그 기간 동안 데미지가 착실히 누적되었어요.”

 

 

“나 혹시 심각한 상태야?”

 

 

리키는 대답 대신 특수 데이터를 알렉시스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라지쿠마르의 연구에 관여했던 알렉시스인지라 그 의미들을 리키보다 더 빠르게,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표정 관리를 하였다.

 

 

“하긴 PTSD가 잘 회복되지 않고 되려 더 악화되긴 했지.”

 

 

“뇌에 가해지는 부담이 항상 높다보니 회복될 시간은 더욱 부족했을 거예요. 형님의 PTSD는 보통의 상흔과 달리 정신과 영혼에까지 가해진 상처, 그러니 안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점점 그 깊이가 깊어질 수밖에 없죠.”

 

 

“쉬긴 쉬었는걸,”

 

 

“육체적인 쉼만으로는 부족해요. 감히 예상컨대 형님은 항상 무언가를 고민하셨을 거예요. 쉬는 날에도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말이죠. 그 고민들이 인류와 국가를 위해 매우 바람직하고 선한 내용들이었으리라 확신해요. 하지만 그 용량이 과하면 형님에게는 위해가 되죠.”

 

 

알렉시스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얌전히 동생의 꾸지람을 들었다. 꾸지람이라기보다는 사실 안쓰러움과 애처로움이 담긴 부탁에 가까운 어조이긴 하지만. 괜히 미안함이 들었다.

 

 

“미안해. 형이 자기 관리도 제대로 못해서.”

 

 

“오히려 그 반대예요. 지나친 자기 관리에 대한 집착, 그것이 되려 혼을 짓누르는 질량이 되죠. 형님은 늘 자신의 정신, 지식, 육체, 도덕을 수련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시죠.”

 

 

그런 형님이기에 누구보다도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건강하게 살아남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진열장 속의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기만 하는, 고통받는 형님의 삶을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염려하진 마. 나 건강 관리 꽤 열심히 해.”

 

 

“알아요.”

 

 

리키는 무신처럼 탄탄하고 멋진 형님의 근육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신체였다. 건강함을 위한 수련 정도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아마 형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겠지.

 

 

“육체 단련의 목적, 애초에 건강 유지가 아니잖아요. 더 강한 힘을 운용하기 위함이죠.”

 

 

리키는 의사이기에 환자인 알렉시스로서는 어떤 비밀도 숨겨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그가 계획하고 활동하는 여러 일들도 포함이었다. 만일 그런 일들이 알렉시스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면 말이다. 막내는 큰형에게서 이미 받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의무 기록을 점검하며 중요 요점을 재확인했다.

 

 

“운용 중인 워쳐들은 현재 총 몇 기죠?”

 

 

그 질문에 잠시 멈칫한 알렉시스는 하는 수 없이 이실직고했다.

 

 

“직접 연결된 건 네 자리 수 정도야. 그들이 하위 계통의 유닛들과 다시 연계되어 행동하고. 종합하면 내게로 보내지는 정보와 경험을 채취하는 개체수는 십만 기 정도는 되겠지.”

 

 

리키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쉰 후 열심히 프로그램 상에서 계산을 시행했다. 그는 형에게서 몇 가지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취조한 뒤 현재 워쳐들과의 정신 연계가 어떤 식으로, 어떤 규모로 이뤄지는 지를 조사하였다.

 

 

“비블로스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네게 자료를 다 주었지.”

 

 

“네, 맞아요. 라지쿠마르 선생님의 테크놀로지를 응용해서 접목한 연계 장치이니 형님의 주치의로서 제가 안전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죠.”

 

 

“현재로서는 딱히 문제는 없으려나?”

 

 

솔직히 비블로스가 만들어진 이후로 너무 과도하게 접속 상태를 남발할 감이 없지는 않아 내심 알렉시스도 불안해하던 참이었다. 비블로스 하나로만 그치면 모를까, 그것과 연계된 아이언로드 알파와 베타들, 그리고 그것들과 다시 연결된 위성 시스템과 세계 곳곳의 기지들과 슈퍼양자컴퓨터들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알렉시스의 정신과 연결되었었다.

 

 

그것도 모자라 팀 아르다의 걸작인 아홉 종류의 ‘휴먼 시리즈’를 접목해 만들어낸 워쳐들과의 연결 빈도도 지나치게 높였다. 아무리 비블로스가 효율적이라고 해도 알렉시스의 도전이 무모하지 않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것만이 아니죠. 형님에게는 일곱 기의 아바타 유닛들도 있잖아요.”

 

 

“그, 그렇지?”

 

 

알렉시스는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이전 전쟁 때 훌륭하게 테스트를 마쳤던 ‘완전 분신’으로서의 AI 몸체. 알렉시스는 그것의 실용성을 눈으로 확인한 뒤 더욱 확장된 응용을 꾀하였다. 그렇게 그는 한 기를 넘어 총 일곱 기의 ‘대리용 AI 몸체’를 만들었고 그것들을 각각 아이언로드 베타에 한 기씩 배치해두었다. 아이언로드 베타가 그것들의 메인 서버가 되었고 알렉시스의 본체가 거하는 아이언로드 알파와의 연계를 통해 본체와 분신간의 연결을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중이었다.

 

 

이 유닛들을 통해 알렉시스는 현재 신출귀몰한 전설 속의 의적처럼 한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오프라인 업무를 해결해내는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비블로스가 중계기 역할을 하였고 알렉시스는 자신의 뜻과 의지와 생각과 판단을 ‘큰 틀에서만’ 분신 유닛에게 전달하였고 나머지 세부적인 활동들은 분신들에 내장된 AI의 능력으로 메꾸었다. 그 덕분에 과도한 뇌파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없이 최대 효율로 지구 단위의 멀티태스킹을 해내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분신 연동을 한 데에는 지구 곳곳에 스며든 첩자들을 혼란케 하여 흔들어놓을 목적이 있었지만.

 

 

하지만 이런 계략이 매우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것과는 별개로 알렉시스 본인에게 첨가되는 부담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무리에요, 형님. 워쳐들에, 비블로스에, 이제는 형님의 대역 아바타들까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용량을 넘었어요. 형님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인간이지만 무한한 능력을 가지진 않았어요.”

 

 

리키는 이 무리한 짐이 알렉시스에게 가져다준 피로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와 데이터와 이론을 기반으로 자세하게 해설해주었다. 알렉시스도 이미 일정 부분 각오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육체에는 과도한 양의 수련을, 정신 속에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데이터와 경험을 주입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둘을 지배하는 혼이 마모되게 되어요. 그러면 반드시 내면의 상처가 덧나게 되죠.”

 

 

“그랬구나.”

 

 

알렉시스는 걱정해주는 동생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리키는 형님과 눈높이를 맞추도록 자리에 앉았다. 알렉시스는 수고해주는 동생이 대견했는지 그를 잠시 포옹해주었다.

 

 

“형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니?”

 

 

“이미 답은 형님이 잘 아시죠.”

 

 

이 부분에서도 대답할 말은 없었다. 결국, 알렉시스는 무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고 약속해야만 했다. 리키는 썩 미더워하지 않았으나 형의 입장을 이해했기에 그를 믿어주기로 했다.

 

 

“어떻게든 형의 내면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도록 제가 제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할 거예요. 형님도 형님 자신을 좀 너그럽게 돌볼 필요가 있어요.”

 

 

“고마워.”

 

 

리키는 속으로 계획하고 생각했다. 형님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세상이 조금 더 안정될 필요가 있다. 라지쿠마르 선생 덕분에 잠시 악한 것들이 잠잠해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형님에게 의존해야 할만큼 뒤틀어진 세상은 반드시 더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 뒤 형님이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얻게 되면, 그때 형님의 짐들을 가볍게 하고 그의 몸과 정신과 영혼을 완전히 회복시킨다. 형님은 하나님의 총애를 받는 축복의 사람이니 과도한 짐과 이전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치유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되면, 나머지 것들도, 그가 억울하게 상실했던 것들도 고쳐놓아야 한다. 이미 그 일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탁월한 의사 친구들을 발굴해두었다. 훼손된 신체를 정상으로 고쳐드리고 남은 인생도 평생 행복하고 부족함 없이 보내도록 해드려야 한다.

 

 

 

 

 

알렉시스는 치료 시설에서 몇 회의 검사와 치료를 더 받은 후 일련의 처방과 함께 일정을 마무리했다. 동생 앞에서 연약한 존재가 되어 진찰을 받는 느낌은 어색하긴 했으나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주고 도와주는 존재의 손길, 이유 모를 깊은 편안감을 주었다.

 

 

“형이 정말 건강 잘 챙길게. 네 말 잘 들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줘.”

 

 

옷을 걸쳐입으며 알렉시스는 리키를 안심시켰다.

 

 

“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네가 있어서 정말 힘이 되네.”

 

 

의사 청년은 해맑은 웃음으로 자신을 애써 안심시키는 커다란 사내의 미소를 보며 마음 속으로 슬픔과 뿌듯함을 동시에 머금었다. 자신이 일평생을 빚진 은인이자 최고로 값진 보물.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해주고 자신을 인정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너무도 포근하고 따스한 감각으로 다가웠다.

 

 

“형님, 괜찮으세요?”

 

 

“어떤 거?”

 

 

“중요 정보들을 저한테 이렇게 서슴없이 넘겨도 되는지……, 솔직히 국가 기밀보다도 더 중요한 내용들이잖아요.”

 

 

알렉시스가 다스리는 AI 군단, 곧 워쳐들과 일곱 분신과 앞으로 곧 가동할 ‘중추신경계’들, 하나 같이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가진 중요 계획들이다. 보안을 위해 되도록 어떤 세력에도 노출되지 않는 편이 좋다.

 

 

“저처럼 일개 개인에게 이런 걸 전부 다 드러내도 되는 지.”

 

 

“그게 왜?”

 

 

“그러니까, 만약에 제가 입단속이나 정보 관리를 잘 못하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가족이라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를 신뢰하니까.”

 

 

알렉시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러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

 

 

그 말에 리키는 몹시 쑥쓰러워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은인에게 인정받는 기쁨에 묘한 어색함이 섞여서인지 이상한 기분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126회 [2부] 47화. 막내와 맏형 (1)
등록일 2025-05-12 | 조회수 59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128회 [2부] 49화. 가짜 유대인 (1)
등록일 2025-05-19 | 조회수 64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