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유료컨텐츠]로 미결제시 [미리보기]만 제공됩니다.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45회 예측력의 한계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07.30 | 회차평점 0 0

 

 

 

플레먼은 힘이 닿는대로 신문 보도들을 수집하여 호주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기대 이상으로 효율이 높네.’

 

 

 

 

 

젖 먹던 기력까지 쥐어짜내어 예보 자료들을 만든 보람이 있었다.

 

 

 

 

 

어니스트는 그런 방대한 양의 맞춤형 자료들을 능수능란히 제작해내는 플레먼의 솜씨에 감탄했다.

 

 

 

 

 

“대단하긴 무슨.”

 

 

 

 

 

플레먼 본인이 보기에는 그저 운 좋게 일들이 착착 맞아 떨어진 덕분이었다.

 

 

 

 

 

“준비성이 철저하다기보다는, 때를 잘 탄 것이지.”

 

 

 

 

 

외전, 설정집, 비밀 브로마이드 등 작품 관련 자료들은 이미 오래 전 자신이 여흥 삼아 틈틈이 만들어둔 것이었다.

 

 

작성할 당시에는 자기가 보기에도 영양가 없는, 시간 낭비식 유흥로 느껴졌다.

 

 

그것이 이제 와서 이렇게 사용될 줄은 예상도 못했지.

 

 

덕분에 남은 일이라고는 인쇄 용역 업체들에 돈을 지불하고 대량으로 복사해내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유능한 작가인 덕에 아류 출판사나 복사 방면으로 유능한 가게를 여럿 알던 플레먼은 적은 비용으로 좋은 인맥을 동원하여 이 문제를 쉽사리 해결하였다.

 

 

 

 

 

나머지는 인봉될 부분에 ‘암호화된 예보 자료’를 새겨넣는 일이었다.

 

 

 

 

 

예보 자료를 최대한 ‘외부에 들키지 않게’, 그러나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소유자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들려면 대단히 절묘한 솜씨가 요구되었다.

 

 

이 부분은 플레먼의 창의력과 탁월한 정보 전달력로 해결하였다.

 

 

 

 

 

참고로 각 지역에 보낼 암호문 약도의 종류는 제각기 달랐다.

 

 

라이텔바흐에게서 받은 정보 전체를 모든 사람에게 전해봤자 가독성도 떨어지고 선택과 집중을 취하기에도 좋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플레먼은 자료를 분절화하였다.

 

 

예컨대 A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받을 자료에는 A 도시와 그 인근에서 벌어질 헬게이트 사태에 대한 정보들만을 담았다.

 

 

물론 받을 사람의 ‘거주지’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고 ‘직장 위치’도 반영하여 정보를 배치하였다.

 

 

 

 

 

이후 여러 버전의 암호화 약도는 복사기로 대량 복사되었다.

 

 

그것들은 적절하게 분류되었고 이벤트 때 배분할 선물들과 결합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단순 작업이었고 일용직 도우미들과 쥬오디아, 신티의 집중적 노가다로 그런대로 신속하게 해결되었다.

 

 

 

 

 

“다들 열심히 도와주셔서 일이 순탄했을 뿐이지.”

 

 

 

 

 

“그것도 지휘하는 사람의 철저한 준비와 신속한 판단 없이는 불가능하죠.”

 

 

 

 

 

어니스트가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도련님은 생활력에는 영 재주가 없어도 그 밖의 일들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유능한 재주꾼이었다.

 

 

발상력도, 행동력도, 치밀한 판단력과 임기응변 능력도.

 

 

더욱이 몇 가지 징크스를 제외하면 운이라는 능력도 대단히 좋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업무 운에 있어서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만 해도 그가 뿌린 씨앗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열매를 맺었다.

 

 

사람들이 무사히 자료를 전달받는다 해도, 또 그것을 쉽게 이해한다 해도, 그들 스스로 직접 행동하기로 마음 먹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으리라.

 

 

놀랍게도 참여율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굴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나봐요.”

 

 

 

 

 

“소극성과 이기적 성향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은 않아.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두 이기적이지만, 바로 그 이기적인 동기에 힘입어 유용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

 

 

 

 

 

사교성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 플레먼이 의외로 사람 다루는 데 능숙한 이유.

 

 

그것은 인간 본질에 대한 그의 냉철하고 올바른 이해력에 기인하였다.

 

 

그는 인간들을 사랑하면서도 그들에게 믿음을 두지 않았다.

 

 

사람의 본질적인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렇기에 필요 이상의 요구를 행하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의 섭리를 옹호하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돈’과 관련된 시장 개념뿐 아니라, ‘명예’이나 ‘정보’나 ‘영웅 심리’의 유통 원리도 능수능란히 이용할 줄 알았다.

 

 

 

 

 

“배포된 자료를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특별한 예지의 은택을 받았노라는 자부심을 저도 모르게 느끼도록 디자인을 설계해두었어. 오로지 자신들 같은 소수의 선택받은 무리만이 다가올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받았다는 자부심 말이야.”

 

 

 

 

 

“선민의식을 유발한 뒤 영웅심리를 부추긴 셈이군요.

 

 

하긴 자신의 도시 이외에도 여러 인근 지역에 대한 재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자기 안위를 챙기고 남는 여력으로는 타 지역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활약에 숟가락을 얹으려 들겠군요.”

 

 

 

 

 

“더욱이 내가 비밀 필명으로 쓴 작품들은 하나같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독특한 전략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아마 독자들에게도 나름 모방 범행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야.”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고 해도 운이 여러모로 좋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특히나 자료를 받은 사람들이 취한 각종 조잡한 전략이 그런대로 잘 먹혔던 점.

 

 

이런 행운이 항상 보편적으로 뒤따르지는 않는 법이다.

 

 

 

 

 

 

 

 

 

 

 

*

 

 

 

 

 

메인 주 헬게이트 토벌이 완료된 후로 23일째.

 

 

 

 

 

마침내 호주 쪽 상황도 그런대로 정리될 기미가 보였다.

 

 

헌터 협회에서 파견된 중급 레벨의 요원들, 곧 B+ ~ C 랭크 헌터 열 명이 호주에 상륙하였다.

 

 

그들의 개입이 뉴스를 통해서 보도되자 플레먼도 안도하였다.

 

 

 

 

 

‘잘 됐다.’

 

 

 

 

 

라이텔바흐가 마지막으로 넘겨줬던 자료에는 지금으로부터 나흘 후의 상황에 대한 예보까지만 담겨 있었다.

 

 

현재 라이텔바흐는 부상으로 요양 중이라 연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헌터 협회들이 나흘 이후 호주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업데이트된 자료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있으나 그들과의 접점이나 인맥이 업었다.

 

 

그러므로 나흘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플레먼으로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조마조마해하던 차에 마침내 해결사들이 왔으니 한숨을 덜 수 있었다.

 

 

 

 

 

‘지금까지 생성된 헬게이트들은 전부 초소형이나 소형이다. 즉, 중급 헌터들 정도면 1인 토벌이 충분히 단기간에 가능해.’

 

 

 

 

 

나흘 안에 현재까지 쌓인 헬게이트들을 모두 숙청할 수 있을까?

 

 

만약에 시간에 맞춘다면 그 이후에 만들어질 것들은 헌터들에게 맡기면 된다.

 

 

파견된 헌터들도 협회로부터 미리 예보 정보를 받았을 테니까.

 

 

 

 

 

‘슬슬 우리도 나서는 편이 좋겠군.’

 

 

 

 

 

헌터들이 시민들 구출할 고민 없이 오롯이 토벌에 집중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즉 지금부터 나흘 간은 시민들의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

 

 

각지에 흩어진 익명의 협력자들, 즉 천기누설 자료를 전달받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만 믿고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플레먼은 자신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차례라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어니스트, 쥬오디아, 신티를 소집하여 작전 회의에 나섰다.

 

 

 

 

 

“우리도 앞으로 발생할 헬게이트들로부터 사람들을 미리 대피시키자.”

 

 

 

 

 

용맹무쌍한 세 사람은 군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은 이미 설계되었다.

 

 

사실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는, 매우 단순무식한 작전이었다.

 

 

화재 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것처럼, 헬게이트 발생하기 10분 전쯤에 몰래 변장을 한 채 인파 틈에 숨어 확성기로 ‘헬게이트 발생!’을 외치는 방법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화재의 경우 초기에는 작은 불로 시작되니 불을 발견한 직후 외쳐도 늦진 않지만, 헬게이트는 순식간에 권역을 침식하는 특성이 있기에 발생 전에 미리 예측해서 외쳐야 한다.

 

 

분을 넘어 초 단위 정확성을 지닌 헌터들의 고급 정보를 얻은 덕에 이런 아슬아슬한 묘기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10분 전에 외치는 편이 좋아.”

 

 

 

 

 

만일 그보다 시간 간격을 벌리면 사람들은 다 도피한 이후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허위 보고라고 생각하게 된다.

 

 

잘못하면 사기꾼으로 몰려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너무 시간을 촉박하게 잡으면 미처 도피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그 두 변수를 적절히 고려하여 낸 절충 지점이 바로 10분 간격이었다.

 

 

 

 

 

“당국에 꼬리를 밟히면 어떡하죠?”

 

 

 

 

 

신티의 질문에 플레먼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괜찮아. 혼란 반응을 감지하고 경찰들이 개입했을 때는 이미 헬게이트가 만들어진 상태일테니까. 그때쯤 우리 따위에 신경쓸 겨를은 없겠지.”

 

 

 

 

 

“아하!”

 

 

 

 

 

여러모로 빠져나갈 구석이 풍부한, 좋은 작전.

 

 

단순하기는 해도 여러모로 흠 없고 효율성 높은 전략임은 분명했다.

 

 

한 가지 변수, 위기 경보를 외칠 당사자들의 안전성을 제외한다면.

 

 

 

 

 

일단 라이텔바흐의 데이터에 의하면 앞으로 나흘간 발생할 헬게이트들은 초소형에 위험도는 하급이다.

 

 

하지만 플레먼은 라이텔바흐가 했던 경고를 기억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헬게이트 예보는 예측 시점과 해당 시점의 간격이 클수록 오차율이 증가한다고 한다.

 

 

발생 타이밍의 오차는 그래도 적은 편이지만 규모나 위험도 면에서는 좀 더 큰 오차가 따를 수 있다나.

 

 

그 점이 염려를 불러일으켰다.

 

 

 

 

 

‘침식 권역은 어찌저찌 피할 수 있겠지만, 오염에 대한 각오는 해둬야겠지.’

 

 

 

 

 

어쩌면 건강 상의 위해가 따를지도 모른다.

 

 

자신만 뛰어들면 모를까, 동료들까지 끼워넣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플레먼은 노파심에 동료들에게 몇몇 위험 요인들을 경고하며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였다.

 

 

위험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세 사람은 뒤로 내빼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별 탈 없이 잘 끝날 거예요.”

 

 

 

 

 

쥬오디아는 호언장담하였다.

 

 

 

 

 

“위험한 쪽은 저희에게 다 맡겨주세요.”

 

 

 

 

 

신티도 한 술 거들었다.

 

 

 

 

 

확실히 체력도 좋고 민첩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목청도 좋은 두 사람이라 의외로 걱정이 많이 들지 않았다.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신체 조건에서 뒤떨어지는 내 쪽이겠지.’

 

 

 

 

 

플레먼은 그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안위하였다.

 

 

 

 

 

그렇게 그날 당일부터 네 사람은 2인 1조로 나뉘어 행동에 돌입했다.

 

 

플레먼과 쥬오디아가 한 팀을, 어니스트와 신티가 한 팀을 이루었다.

 

 

그들은 미리 짜둔 최적의 동선대로 자동차를 통해 움직이며 헬게이트 예상 발생지들을 순회하였다.

 

 

 

 

 

 

 

 

*

 

 

 

 

 

사색과 궁리에만 몰두하는 중인 라이텔바흐.

 

 

그는 아직 외부 물질과의 접촉이 어려운 부분 격리 상태였다.

 

 

백색파동 생성력이 일시적으로 봉인된 탓에 몸에 녹아든 고농도의 잔여 흑색파동을 정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본인에게는 별 영향이 없으나 물질계의 원소들에는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수준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으나 당분간은 머릿속으로만 계획하고 계산하는 것이 그에게 허락된 한도였다.

 

 

 

 

 

‘그러고보니 예보 데이터 완성도 손을 봐야 하는데 말이지.’

 

 

 

 

 

갑자기 또 하나의 고민이 불쑥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물론 헌터 협회들이 소유한 인력, 정보력, 관측 데이터, 장비, 알고리즘, 프로그램, 계산 공식으로도 어느 정도의 예보 데이터는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범위의 헬게이트 예측도를 미시부터 거시 단위까지 정확하게 완성하려면, 그리고 오차율을 0.01% 미만으로 낮추려면 라이텔바흐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그 복잡한 알고리즘과 이론과 술식들을 100% 이해하는 학자는 그 한 명 밖에 없으니까.

 

 

그의 통찰력과 판단력, 그리고 연산 능력이 아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큰 변동은 없으려나?’

 

 

 

 

 

그는 곰곰이 궁리해보았다.

 

 

격리가 완전히 풀리려면 하루가 더 걸린다.

 

 

내일로부터 열흘 정도까지는 초안 데이터를 미리 완성해서 협회에 넘겨주었다.

 

 

협회들 스스로 알아서 나머지 검증 프로세스를 마치도록 내버려둔다고 해도 오차율이 극심히 벌어지지는 않겠지.

 

 

십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예외적인 변수나 이변 현상이 생기지 않는 한.

 

 

 

 

 

‘괜히 기분이 찝찝하군.’

 

 

 

 

 

그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기우(杞憂)를 떨쳐내려고 부단히 애썼다.

 

 

 

 

 

 

 
찜하기 첫회 책갈피 목록보기

작가의 말

.
이전회

44회 에일린 (2)
등록일 2025-07-23 | 조회수 33

이전회

이전회가 없습니다

다음회

46회 독립운동가
등록일 2025-07-30 | 조회수 37

다음회

다음회가 없습니다

회차평점 (0) 점수와 평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단, 광고및도배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