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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82회 참회록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5.11.13 | 회차평점 0 0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여러 폭군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폭군은 죄책감이다.

 

 

어니스트 마이런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죄인이다.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선명히 잘 알기에 그는 이 진실 앞에서 벌벌 떨었다. 게슈타포가 찾아오기 전, 하루하루가 흐르는 동안 그의 진액은 가뭄에 마른 황무지처럼 바싹 메말라갔다.

 

 

두 가지 두려움이 그를 고문했다. 첫째는 그 악령과도 같은 그 비밀경찰이 불현듯 찾아오는 것에 대한 자연적 두려움이었다. 둘째는 정확하게 그 정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공포였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죄를 지음으로 말미암은 본연적 공포였던 것 같다. 마치 최초의 범죄를 저지른 인류의 조상이 죄를 짓자마자 체감했던 감정과 비슷한 것,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느껴지는 죄책감과 수치감, 뿌리로부터 분리되면서 생긴 존재론적 불안감이었다.

 

 

 

 

 

이런 정서적인 고통에 짓눌리는 와중에도 그는 무서움에 굴복하여 진실을 담대히 직면하지 않았다. 죄책과 섞인 불안감이 그를 겁쟁이로 만들었다. 만일 그때라도 용기를 냈더라면 플레먼의 가족에게 진실을 전하고 그들과 함께 다음 길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 역시 게슈타포의 사냥감이 되었겠지만 적어도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은 뒤에 임했던 그 공포에 노리개 거리의 신세에서는 벗어났을 것이다. 적어도 양심과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침묵했다. 이 침묵은 대단히 비겁한 것이었다.

 

 

 

 

 

그리고 비극은 예고 없이, 그러나 어니스트의 불안 속에 늘 어른거렸던 대로 어김없이 침습했다.

 

 

자세한 그날의 정황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 정원 주변에서 몸을 움츠리고 일하던 어니스트는 총성을 들었다. 순간 경악이 그의 척추를 사로잡았다. 마비되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식은땀과 함께 몇 주 전의 악몽이 그의 눈앞에 재생되었다.

 

 

이미 비겁한 자가 되어 마음이 쇠약해진 어니스트는 올바른 상황 판단을 내릴 민첩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몸을 숨긴 채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게슈타포가 숙청용 드론 일곱 기와 함께 에이비슨 가의 주택을 기습했다. 사실 그곳은 그 가족이 마련해 둔 세 곳의 거처 중 하나였고 어니스트는 자신이 신세를 진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곳의 위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미리 이런 일이 닥칠 줄을 알았다면 플레먼의 부모님은 거처를 옮겨 대비할 수 있었을까. 이 또한 가정법이라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처음 총성에 희생된 당사자는 플레먼의 어머니였다. 게슈타포는 로봇들더러 발포하게 하여 힘없는 여성을 먼저 살해하였다.

 

 

정원 한가운데 널브러져 즉사한 여성의 시신.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이웃이자 은인인 분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어니스트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알지 않았는가. 나의 배반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내내 책임을 피하며 도망치기만 하던 그를 향해 무자비한 양심의 칼날이 정죄를 쏟아내었다. 이미 정신적으로 망가져 있던 그는 사리 분별할 힘마저 소진된 상태였다.

 

 

 

 

 

뒤이어 게슈타포는 집 앞 대문에서 준비하다가 플레먼의 아버지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더니 그를 향해 총구를 내밀었다. 악마는 희생양에게 아내의 죽음을 보여주었다. 그때 주인아저씨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어니스트는 구체적으로 다 기억하지 못한다. 차마 그 장면을 눈에 담을 용기가 없었던 탓인지 그의 뇌와 눈은 그때의 시각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여 난도질하였다. 분명한 것은 한 인간이 내면에서부터 붕괴하는 처참한 현장이 어렴풋이나마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무너졌던 것은 어니스트 본인의 내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자는 플레먼의 아버지를 연행하였다.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권리 보장도 없이, 공의로움이나 정의는 찾아볼 수도 없이 가혹하게 집행된 체포였다. 이것이 이 망가져 버린 시대 안에서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권리, ‘세상의 친절’의 정확한 실체였다. 사악한 자가 베푸는 친절은 잔인하다고 한 잠언이 있던가. 그 말 그대로 사악 그 자체가 인류를 노골적으로 지배하는 이 시대에 의인들을 위한 자비도, 권리도, 묵비권도, 용서도 없었다.

 

 

 

 

 

게슈타포가 모든 평화를 부수고 난 뒤 남은 건 황량한 집의 터였다. 정원은 난장판이 되었고 시신은 점화되어 땔감이 되어졌다. 불길은 천천히 정원으로 번졌고 내버려두면 곧 전체가 불탈 예정이었다.

 

 

무서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게슈타포는 그 현장 뒤에 어니스트가 숨어있음을 눈치챘다. 몰랐을 리가 없다. 그 노련한 백전노장이 생 하나의 낌새를 놓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일부러 어니스트를 모른 척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한 어니스트는 소스라치게 떨었다. 이것은 시험이자 농락이다. 도망칠 수 있을 때까지 도망쳐 보라는 허락. 사냥꾼은 가련한 사냥감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린 뒤에 천천히 말려 죽일 생각이었다.

 

 

이것을 알고도 어니스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고귀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플레먼의 부모님처럼 희생을 짊어질 용기라고는 없었다. 게다가 양심이 피로 더럽혀졌고 그의 손은 죄로 얼룩졌다. 추락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가속도는 제어할 길이 없었다.

 

 

당장 그 상황에서 들었던 생각이 ‘어떻게든 살아야겠다’였다. 이를 자각한 어니스트는 자괴감에 넋이 무너졌다. 자신의 밑바닥을 그는 철저히 체험했다. 이미 그에게는 한 줌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지킬 능력이 존재치 않았다.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는 이보다도 더 추악한 모습으로 전락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어니스트는 악마란 게슈타포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요, 지극히 평범한 자신 안에도 존재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가 그때 했던 일은 도주였다. 이웃의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정의의 비뚤어짐을 바로잡기 위해 부딪혀볼 엄두는 아예 꿈에서도 내지 못했다. 더 부끄럽게도 그는 무너져가는 집에서 달아날 때 그곳의 귀중품 중 몇을 급하게 탈취하여 달아났다. 당장 몸을 맡길 곳이 없고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에 내던져진 처절한 처지였다. 이런 인간에게서 나오는 열매란 그저 비겁하고 추한 발버둥일 뿐이었다. 살기 위해 손을 더럽히는 자. 불안감과 무서움 때문에 자신의 영혼을 파는 멍청이. 어니스트는 여기서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비천한 자였다.

 

 

 

 

 

이렇게 나락에 떨어져 공포에 질린 그가 하염없이 부질없이 달아나던 중 양심의 미세한 책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플레먼을 발견한 그의 눈 때문이었다. 그는 집 쪽을 향해 황급히 달려가는 플레먼의 모습을 길에서 보았다. 스무 살의 그 체구 작은 청년은 절박함과 다급함에 질려 혼신을 쏟으며 질주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도련님에게 그때의 일을 들어 알게 되었는데 플레먼은 위급한 그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게서 전달받은 것 같다. 아마도 플레먼의 아버지가 잡혀가던 모습을 누군가가 목격했었고 이것이 플레먼에게 전달되었는지도 모르지.

 

 

분명 그의 아버지는 그가 부모님을 놔두고 최대한 멀리 달아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자신들은 글렀으니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아들만이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길 원했으리라. 그러나 이성을 잃은 플레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신 역시 나약함에 싸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니스트는 마음의 책망에 다시 사로잡혔다. 문드러져 가던 마음 한구석에서 다시 양심의 불씨가 스파크를 일으켰으니 이는 플레먼이 처하게 될 위험에 대한 불편감 때문이었다.

 

 

‘안돼.’

 

 

도련님이 이대로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면 안 된다. 게슈타포는 아직 플레먼의 존재에 대해서는 정보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가 플레먼까지 노리게 된다면, 그리고 그가 그리스도인임이 밝혀진다면 이 땅에서도 플레먼은 안식을 얻지 못한다. 필시 죽거나 수용소에서 비참히 고문을 당하다 숨이 끊어지겠지.

 

 

 

 

 

그래서 어니스트는 황급히 플레먼을 말려 세웠다. 이것은 그의 마음이 선량해서 나온 선택이 아니었다. 이미 증명되었듯 지극히 비겁한 죄인에 불과한 어니스트 마이런. 그저 그런 비겁자에게서 한 번의 일관성 없는 변덕이 발생했을 뿐이다.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온, 운명의 책망에서 벗어나려는 마지막 반항심. 그게 다였다.

 

 

가까스로 어니스트는 플레먼을 말려 세울 수 있었다. 둘은 멀리서 저택이 불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미 어머니는 죽었고 아버지는 게슈타포에 의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끌려갔다.

 

 

언제나 선량하고 온화했던, 동시에 강인한 내면을 지녔던 플레먼이었다. 어니스트는 그런 도련님이 무력하게 부스러지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플레먼은 내향적인 사람답게 크게 소리내어 울지 않았고 비통히 통곡하지도 않았다. 그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하게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뿐이었다. 이미 심령이 완전히 지친 나머지 울 기운마저 잃었던 것일까.

 

 

 

 

 

“나의 하나님, 우리의 하나님, 어째서 우리를 버리셨습니까.”

 

 

 

 

 

구체적으로 소리내어 말하진 않았으나 그때 작게 입 모양으로 웅얼거리던 소리는 그런 모양을 담고 있었다. 어니스트는 플레먼이 하나님께 탄원하는 장면을 그날 보았다. 그는 정말 버림받은 연약한 유기견처럼, 무너진 세상 위에서 울고 있었다.

 

 

그것은 플레먼 개인의 비통이기도 했으나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플레먼을 포함해 소수의 그리스도인 생존자들의 심령은 이미 고통으로 문드러져 한계에 달한 지 오래였다. 지독한 세상의 미움으로 인해 용기를 잃은 지 오래였으며 양심 앞에 떳떳함을 잃었다. 그들의 영은 쇠약해졌으며 선을 행할 강렬한 불꽃을 상실했다. 주님 앞에서 그들은 부끄러운 종이었다. 그랬기에 이 모든 상황이 형벌처럼 느껴졌으리라.

 

 

정말로 하나님께서는 플레먼의 가족들을 버리셨을까. 플레먼은 그분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을까. 그 순간에는 정말 그런 생각이 스쳤을 것 같다.

 

 

 

 

 

어니스트는 차마 플레먼을 위로할 수 없었다.

 

 

그날 그는 실패자 베드로와 같이 자신의 추악한 밑바닥을 보고 마음에서부터 지극히 낮아졌다. 플레먼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탄식하신 것과 같이 슬픔으로 인해 가루처럼 부스러졌다. 누구도 둘의 눈물과 괴로움을 어루만져줄 수 없을 것 같았다.

 

 

 

 

 

 

 

 

 

 

 

*

 

 

 

 

 

라이텔바흐는 이 긴 참회록을 듣는 동안 의문을 품었다. 무언가 중요한 부분들이 도려내진 공백. 어니스트의 이야기에는 어떤 중요한 부분들이 빠져 있었고 이를 눈치채기란 누구에게든 어렵지 않았다.

 

 

어니스트는 ‘왜 그들이 사상범으로 정죄되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라이텔바흐에게는 가장 궁금한 정보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눈감아주었다. 게슈타포와 똑같은 자로 전락하고 싶지 않은 양심 때문이었을까. 혹은 수수께끼의 답을 자신의 지혜로 찾아내려는 도전 의식 때문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라이텔바흐는 이를 뒤로 미루었다.

 

 

 

 

 

“용케 그 뒤로 잘 견뎌내었군.”

 

 

“도련님의 부모님께서 재산을 미리 따로 빼놓아 숨겨두셨죠. 그걸 기반으로 도련님은 생활을 유지하실 수 있었어요. 거처도 두 곳이 더 있었고요. 이후로 프리랜서 겸 작가로 제법 성공하셔서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으셨죠.”

 

 

다행히 플레먼은 어려서부터 여러 창조적 재능이 있었고 이를 일찍 꽃피워 활용한 덕에 홀로서기는 잘 해냈다.

 

 

라이텔바흐는 한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비밀경찰은 어떻게 되었지?”

 

 

그자들에게 정체를 노출당한 이상 편안하게 호주에서 살긴 어려웠을 터이다. 만일 이 정보가 당국에 전달되거나 다른 경찰들에게 공유되었다면 더욱 위태로웠겠지. 아무리 이사를 했다고 해도 플레먼이 추적받지 않고 지금까지 안온히 살아왔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게슈타포요?”

 

 

어니스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죽었어요.”

 

 

뜬금없는 그 말의 의미를 즉시 이해한 라이텔바흐.

 

 

“혹시.”

 

 

“네, 마침 발생한 헬게이트에 휘말렸거든요.”

 

 

유독 헬게이트 청정 지대에 가까운 호주 대륙.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연의 일치가 겹친 것인지 그날 플레먼 가족의 진실을 알아차린 자와 그 정보를 전달받은 인근의 관련자들 모두가 급사하였다. 헬게이트가 그들의 집무실 근방에 발원하였고 그들은 헬게이트 권역에 노출되었다.

 

 

플레먼의 아버지는 그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중에 플레먼의 아버지도 있었고 고문의 흔적과 총상이 있던 것으로 보아 인간에 의한 살해가 확실했다.

 

 

그리고 게슈타포와 관련 정보를 아는 모든 동료들도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이들의 시체는 원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히 파괴되었다. 조각조각 나뉜 상태로 말이다. 어비씨언에 의한 살육이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어요. 재앙은 재앙인데, 그 재난이 도리어 도련님네 집에 대한 보복을 베푼 격이었으니까요.”

 

 

“아이러니한 일이지.”

 

 

헬게이트가 유독 헌터들보다 세계 정부 측에 피해를 많이 준 점을 잘 아는 라이텔바흐는 실소하였다.

 

 

 

 

 

“플레먼 군과는 화해했나?”

 

 

“……네.”

 

 

 

 

 

그날의 비극이 정리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어니스트는 진실을 자백하고 플레먼의 처우를 기다렸다. 그 참회의 시간 동안 어니스트는 견디기 힘든 괴로움과 씨름해야 했다. 무너진 영혼은 자신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도련님이 실망하고 저주할 것을 알기에 무서웠다. 하지만 미안함과 슬픔이 그 두려움을 조금 더 앞질렀다.

 

 

“제가 밀고자였고 심지어 도둑질까지 했음을 자백했죠.”

 

 

플레먼은 그때 어니스트를 책망하지 않았다. 그의 잘못을 덮어두려는 것은 아니었다. 어니스트가 이미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벌을 자기 내면으로부터 받았음을 알았고 그의 영혼이 죄책감에 무너졌음을 알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어니스트가 취한 물건을 그냥 그에게 내주었다. 이것이 잘못한 자의 괴로움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미 두 사람 모두는 마음이 극도로 상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와 같이 되었다. 소유한 것이라고는 상한 심령뿐인 상태.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서로뿐이었다. 슬프고 미안하고 원망스럽지만 둘이 하나보다는 낫다는 격언은 여전히 옳았다.

 

 

플레먼은 어니스트의 아픔에 공감했다. 그랬기에 그는 용서를 택했다. 어니스트는 자신의 실체를 배웠고 겸손하게 엎드렸다. 자신이 도련님과 그 집에도 죄악을 범했지만, 그 이전에 하나님을 배반했음을 처절히 직시했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이유로 인해 그는 전에 갖지 못한 감각을 얻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그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미안함으로 인해 마음이 무너졌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교리는 배웠으나 자신이 죄인이라는 처절한 자각은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 두 사람의 아픔은 시간과 함께 조금씩 치유되었다. 시간 자체가 베푼 치유가 아닌 성령의 어루만짐이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어니스트는 비겁한 자신의 옛 모습에 대해 죽고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다시는 그리스도를 배반하던 지난 추악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플레먼은 상실과 용서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했다. 고통 뒤의 그는 전보다 더 진중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었다. 말수는 적어졌으나 대신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고 영의 색채가 짙어졌으며 혼의 무게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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