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9회 초인들의 세계 Ch 5. 불로불사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7.30 | 회차평점 0 |
Chapter 5. 불로불사
동생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카이젤은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글쎄? 과연 어떨까.”
“하지만 아무리 기술력이 발전했다고 해도 초소형 입자 안에 탑재할 수 있는 기능의 양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요? 또 한꺼번에 많은 입자를 조종하려면 필요한 연산의 양이 어마어마할 테고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그래서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해.”
카이젤은 손가락을 가볍게 펼쳐 홀로그램들을 허공에 그려내었다.
“고차원적인 물리학 이론을, 그것도 여러 가지를 동시에 적용해야 하지.”
완성된 M 이론, ב이론과 א이론. 그 외에도 수천 종류의 복잡한 물리학 이론들과 방정식들의 화려한 향연을 이루었다.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으로 현란했다. 이어서 기이한 기하학적인 구조체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마치 퍼즐들이 기묘하게 서로 아귀가 맞물려 짜임새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 같았다.
‘우와!’
카이젤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이해하는 듯했다. 아니 마음껏 창조해내고 재구축하는 경지를 선보였다. 그는 모든 수식과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전개하고 있었다. 최고의 수학자에게도 지극히 벅찰 방정식 수억 개, 인공지능들조차 두 손 두 발 다 든 난제들이 그의 손에서 구구단만큼이나 손쉽게 풀려나가고 있었다.
“기동하는 원리가 대단히 흥미롭지? 설계도라도 보여줄까?”
“저는 어차피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걸요.”
단순하고 평범한 머리로는 무리였다.
“너만 그런 건 아니니 실망할 건 없다. 일반인이니 어쩔 수 없지.”
무시하는 어투는 아니었다. 도리어 윤혁을 칭찬하는 듯한 태도였다.
“저런 기술들을 발명해내신 것도 전부 형님께서 직접 하신 일인가요?”
“기반 이론 대다수는 내가 만들었지. 그 이론을 활용하고 실질적 산업에 적용하는 일들은 부하들에게도 조금씩 맡겨두지만. 물론 내가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럼 피코머신은요?”
“그런 전적으로 내가 주도하지. 언터쳐블(Untouchable)이니까.”
피코머신. 피코미터 단위의 초소형 로봇.
그것들은 인체의 모든 영역을 자유로이 유령처럼 투과하며 이동할 수 있다. 그것들은 매 위치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부작용은 없으며 효력은 무궁무진하다. 각 피코머신은 자신이 위치한 좌표를 자율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외부 분자의 구조를 관측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 후에는 특이한 물리 간섭 작용을 통해서 원자 단위의 조작을 가하는 일을 한다.
“벽돌을 쌓듯 인체라는 건물을 원자 단위로 재구축하는 셈이지.”
하지만 더 놀라운 잠재력을 따로 있었다. 수경 개의 피코머신들이 모여 서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능력이었다. 그것들은 지휘자 없이 교향곡을 완성해내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다. 그렇게 능력이 모이면 개개의 피코머신 내에 잠재된 기능이 더욱 증폭되고 다각화되어 궁극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도 다채로움이 수억 배로 증폭돼. 하물며 여럿이라면?”
무수한 피코머신이 모인다면 조직이든 혈관이든 기관이든 마음대로 바꾸고 수술해버릴 수 있다. 암세포나 자가면역 세포, 병원체나 미생물이나 바이오하자드 따위는 더는 간식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모든 위험 요소를 종류별로 파악한 후 송두리째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분자로 바꿔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런 방식을 더 확장하면 아예 노쇠한 세포와 조직마저 복원할 수 있다.
“쇠퇴한 텔로미어(Telomere), 산화된 세포, 그리고 단백질 변형들을 각각 따로따로 조작하여 온전한 상태로 재처리할 수 있지. 물론 신경계까지 포함해서. 더 이상 뇌조차도 재생 불가능한 장기가 아니게 되었지.”
카이젤은 손수 시뮬레이션으로 그 시동 방식을 보여주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네요.”
예전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사람이 죽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이 구동하는 원리를 자세히 알게 되면서 노화도 역시 불가항력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처치가 가능한 대상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의 몸이라 해도 단순한 분자 집합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놀라움과 더불어 회의감도 밀려왔다.
“인체에서 성공한 사례는요?”
윤혁은 다시 원래의 질문을 던져보았다.
“자세한 것은 말해주기 어렵지만, 이미 최소 수백만 명 이상에서 그 효과를 완벽하게 입증했다는 점만 말해두지. 물론 지금도 수많은 사람에게서 실험적인 증명이 진행되고 있지. 일반인들에게서 더 실증이 필요하겠지만.”
귀가 의심스러웠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지?
‘저 정도면 세계 단위의 기밀 정보 아닌가?’
은근슬쩍 충격적인 정보를 던지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한 기색의 형.
윤혁은 깊은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무엇일까?
“부작용은요? 그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라면 문제가 없지는 않을 텐데요.”
“그래서 몇 세대 이상 피코머신을 개량하고 또 개량했지. 부작용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발전시키고 고치고 혁신했다. 그 덕에 초기 단계에서 잠시 나타났던 잠재적 위험이나 부작용을 근간 단계에서부터 완전히 제거했지.”
대체 무슨 실험 방법을 쓴 것인지 감이 안 잡혔다.
“별다른 대가는 없었나요?”
“운용하는 데에 방대한 에너지가 소요돼. 게다가 현 단계에서는 아직 지속적 공급이 필요한데, 이런 이유로 전 인류의 불로불사를 꾸준히 유지할 만큼의 생산력은 무리야. 현재까지는 말이지.”
그것도 머지않아 곧 해결되겠지만. 그는 태연하게 자랑했다.
“바깥의 우주에는 자원이 넘쳐나니까.”
인류의 폭발적인 우주 정복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혁도 소문으로만 들어 왔다.
‘불로불사도 머리 아픈데, 이제는 우주 프로젝트라고?’
형의 마수와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가늠이 안 됐다.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뿐이네요.”
‘저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왜 의심이 안 가지?’
원래 같았으면 일단 낯선 사람이니 의심하고 보았겠지만, 이상하게도 카이젤이라는 사람은 오만하면서도 투명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다 진실이라는 예감이 뚜렷한 감으로 전해져왔다. 거부하기 어려운 패기와 카리스마 때문일까? 아니면 혈육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윤혁으로서도 그에게 거부감과 끌림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너는 우주로 진출해보고픈 야망이 없나?”
카이젤이 흡사 나이 든 노인이 요새 젊은이들을 탓하듯 한 말투로 말했다.
“요새 청년들은 미래 문명에 대한 야망이 풍부한 줄 알았는데 말이지.”
“형님도 젊은 나이시지 않나요? 저하고는 여섯 살 차이라고 들었습니다만.”
“하하, 녀석 당돌하니 마음에 드는군.”
카이젤 본인도 종종 진짜 나이를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아마도 시간 기술 때문이리라. 이미 7살 때부터 대외 활동을 시작하여 어려서부터 어른들과 대등하게 지내다 보니 자신의 나이 개념을 의식하지 않게 된 탓도 있겠고.
‘아무리 봐도 형님은 스무 살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영문을 모르는 윤혁은 갸우뚱거렸다. 형은 자신만큼이나 젊어 보였다. 다만 말투나 특유의 성숙한 매력 때문에 서른 살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정신적인 연륜은 그보다 몇 단계 이상 높은 것 같았지만.
“그러면 앞으로 생각해 둔 진로나 비전은 있나?”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곤란한 질문이 던져지자 윤혁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특정 방면에 탁월한 두각을 못 드러낸 탓에 진로가 늘 고민이었다.
“그러면 졸업 후 내 밑에서 배워도 괜찮을 것 같군. 어떤가?”
“감사하지만 제힘으로 찾아보고 싶습니다.”
부담스러운 제안에 윤혁은 정중히 거절을 표했다.
“가까운 사람 덕을 보게 되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게 되니까요.”
나름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그래도 선뜻 내 제안을 거절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카이젤은 동생을 찬찬히 살피며 흥미로워했다. 단순히 부담감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다. 세상적 욕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형이라는 사람을 불신해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것보다는 왠지 신념에서 기인한 판단 같았다. 동생이란 인간은 속을 파면 팔수록 흥미진진했다.
“조금 아쉽군. 뭐, 나도 능력에 따른 공정한 평가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지 않겠나? 내게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있다. 그들이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인류 경제를 쥐락펴락할 힘도. 그런 내가 기회를 준다면 더 먼 곳으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그는 윤혁을 떠보며 달콤한 목소리로 제안하였다.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기회들을 은근 과시하면서.
‘동생은 나와 정반대의 부류일까?’
“죄송합니다.”
다시 윤혁은 정중한 태도로 선을 그었다.
“스스로 그럴 만한 그릇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겸손 때문은 아니었다. 아직은 저 사람이 부담스러웠다.
“자기 객관화를 하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카이젤은 아주 조금 아쉬워했다.
“잘 알겠다. 부담스럽게 생각하진 말아라.”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손등 위에 턱을 괴었다.
“그나저나 넌 문명의 발전에 대해서 마냥 긍정적인 입장은 아닌 것 같군.”
“반지성주의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요새 진행되는 인류의 역사를 보면 지나치게 멀리 나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해는 한다. 한 세기 전에도 기술들을 악용하여 큰 재난을 빚었으니까.”
윤혁의 대답에 형이 긍정하였다.
“사용자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강한 능력을 남용하면 도리어 능력은 양날의 검이 되지. 하지만 뒤집어 이야기하면 만일 인간이 기술의 섭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도덕적 역량을 키운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낼 수도 있지.”
그는 차분히 반론해주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고,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뭐, 그렇게 이해해도 좋고.”
카이젤은 인간의 능력으로 모든 한계를 언젠가 뛰어넘으리라 믿었다.
그 자신은 물론이고 그가 이끄는 초인들도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들 앞에 주어진 한계가 생명의 한계이건, 관측의 한계이건, 거주 영역이건, 결국 극복 가능한 대상에 불과했음이 매번 증명되었다. 장차 물리 법칙의 한계까지도 넘어설 것이다. 아니 이미 많은 물리 법칙을 깨트려왔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쉬지 않고 초월을 향해서 도약하리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의 희생이 불가피하잖습니까?”
“글쎄? 이번 세기에 지구환경을 완벽하게 복원한 건 우리들이었지.”
이에 다시 윤혁의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우리는 앞으로 우주마저 지구와 같은 낙원으로 가꿀 예정이지.”
테라포밍 기술이 극한까지 발달하면서 이제는 지구를 넘어 우주 다른 행성의 환경마저 조작하고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발전을 주도해온 것 역시 카이젤과 그의 동료들이었다.
“단순히 지구환경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인류가 지구에 갇혀 있는 동안 많은 생태계가 희생을 당했어요. 이제는 엔트로피의 쓰레기장이 우주로까지 확장되겠죠. 은하계, 은하 밖의 우주까지, 더 나아가서는 더 높은 차원으로까지요.”
만일 인류가 욕망을 절제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자연을 욕심 속에 집어삼키는 패턴은 커져만 갈 것이다.
“한없이 넓은 데 큰 상관이 있을까?”
그러나 카이젤이 신경 쓰기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상위 차원 위에도 더 높은 세계가 존재해. 인간이 닿지 못할 곳은 없지.”
“하, 하지만!”
윤혁이 정말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동생 녀석이 지금 진짜 두려워하는 건 자연 파괴가 아니겠지?’
그리고 카이젤은 이번에도 그 속마음을 눈치챘다.
“내가 신의 영역을 침범할 게 걱정되나?”
윤혁은 뜨끔하였다.
“하하, 자연을 다스릴 권한은 우리에게 있지. 좀 더 넓은 범위로 영토를 확장해서 더 유용하게 다룬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야. 어차피 인간이 아니면 그 많은 항성과 행성을 사용할 지성체도 없지. 그냥 내버려 두는 건 공간 낭비야.”
그렇게까지 주장하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문제는 그와 다르지 않은가?’
윤혁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비죽였다.
“생물학적인 영생을 추구하는 일은요? 그것도 인간의 권리인가요?”
“그저 질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한다면? 암 치료가 신성모독은 아니지.”
“그건 그렇긴 하지만⋯⋯.”
영리한 형은 토론의 향방을 너무도 쉽게 떡 주무르듯 조종했다.
“세포 노화를 막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노화와 죽음은 아름다운 순리 따위가 아니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지. 한 인간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그걸 치유하겠다면 도리어 상을 줘야 마땅하지.”
윤혁은 무언가 반박하고는 싶었지만, 형님의 말이 너무도 논리정연하고 합리적이어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분명 어딘가 근본적으로 어긋난 것 같다는 직감은 들었으나 그에 대해 대답을 해주지 못해 답답했다.
“뭐,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걱정하지.”
과거 인공지능이 등장하던 때에는 기존 직종들이 사라질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걱정했다. 더 정확히는 기계에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걱정했다. 또 산업화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멸망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지금은 테라포밍 기술 덕에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너도 그렇고 다들 예측 밖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자연스러운 일이야.”
카이젤은 음식을 나이프로 썰어서 동생의 접시 위에 올려다 주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워. 변화하는 세태에 쓸데없이 무서워하며 노이로제를 앓을 시간에 적절한 대비를 할 지혜라도 갖춘다면 몇 단계 이상 멀리 앞으로 나아갔을 텐데 말이야. 하긴 너무 무리한 기대겠지.”
친절한 배려, 우아한 행동. 몸에 아주 자연스럽게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사고를 초월한 무언가였지만.
“물론 모든 사람이 변화에 적응할 만큼 아주 지혜롭지는 못하지.”
형은 동생의 잔을 채워주었다.
“혼돈의 시대 때 있었던 사태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
“네, 저마다 서로의 잇속을 채우겠다고 다투다가 멸망할 뻔했었죠.”
윤혁도 그 시절의 역사는 부모님께 들어 얼추 알았다.
“그래. 사실 대부분 사람은 그 정도 그릇밖에 안 돼.”
모든 천재를 뛰어넘은 재능과 현인을 뛰어넘은 인품을 갖춘 인재, 그런 인재들이 여럿 출현했음에도 사람들은 끝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래서 독보적으로 뛰어난 리더의 존재가 중요하지.”
형의 대답에 윤혁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한 사람의 위인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균형과 질서라면, 그것에 과연 어떤 참된 의미가 있을까. 인류 자체의 역량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얻은 평화와 번성은 리더가 사라지면 안개처럼 없어져요.”
지난 역사가 이미 이를 증명해주지 않았는가?
“게다가 리더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모두가 함께 잘못된 길에 빠지겠죠.”
“그런가?”
카이젤은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난 더욱 완벽한 자가 되어야 하겠군.”
절대로 무너지지 않고 죽지도 않을 존재, 실수도 실패도 하지 않는 지도자, 그리고 자신은 물론이고 인류 자체의 역량마저도 초월적인 수준으로 견인해줄 수 있는 인도자. 동생의 쓰라린 지적을 들은 형은 과거 선조들이 이루지 못했던 일을 기꺼이 이뤄내고야 말리라고 다짐했다.
그때 윤혁의 눈에 비친 형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고독해 보였다
마치 자기 자신을 무참히 채찍질하는 학대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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