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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5회 초인들의 세계 Ch 8. 폭발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8.08 | 회차평점 0 0

 

 

Chapter 8. 폭발

 

 

 

 

 

  새로운 연료나 에너지원을 도입하여 상용화하기 전에는 항상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안전성이다. 효율성이니 범용성이니 하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에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 세기처럼 온갖 형태의 에너지 생산 동력원이 제작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과거에는 핵의 안전성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방사선 폐기물 문제도 있고 제어가 상실될 경우 폭발로 이어져 안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핵분열 대신에 저온 핵융합이 상용화되면서 방사능 오염 문제는 해소되었지만 완전한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 이전까지는 핵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우주 탐색 및 무인 개척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핵에너지를 포함한 차세대 고 에너지원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당위성이 생겨났다. 워프(우주 공간 간 순간 이동), 게이트(서로 다른 두 지점을 연결하는 공간 통로)를 기반으로 넓은 공간을 개척하고 나아가 행성과 항성을 요새화하거나 개간하려면 단기간에 엄청난 효율의 에너지를 생산해내야만 함은 당연지사였다.

  초기 우주 시대에는 이러한 우주용 에너지원의 후보로 ‘핵융합’이 매우 매혹적이었다. 차차 기술의 발전으로 상온에서도 핵반응을 매우 안전하게 제어하는 일이 가능케 되면서 핵융합 에너지는 적극적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거듭된 우주 탐사와 개발로 식민지가 많아지자 고작 핵융합 정도의 미미한 에너지양으로는 성이 차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는 좀 더 위험한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개발해서 응용하였다. 위험성을 고려해야 했지만, 먼 우주로의 도약을 위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몇 차례의 반물질 사고로 무인 우주선들이 폭발했지만, 우주 개척으로 행성들에서 추출한 자원 덕에 그 정도 생산량은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했다.

  그 후로도 인류는 끊임없는 발명을 통해 이전 지식 범주에서는 아예 알지도 못했던 기이한 것들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신엔진들이 너무도 기능과 효율이 우수한 덕에 사실상 이전 에너지원들을 버려도 좋을 정도였다. 물론 새 에너지원의 장래 불확실성 때문에 기존 엔진 기술들도 일단은 유지되었다. 이상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새 엔진에 모든 가능성을 맡길 수는 없었으니까. 인류는 옛것과 새것을 적절히 병행 발전시켰다.

  다행히 신엔진들은 여러 단계의 개량을 거쳐 빠르게 안정화되었고 우주 기지와 함선과 요새들에 탑재되어 놀라울 정도의 유용성을 증명했다. 이어서 학자들의 연구로 다중우주에 대한 지식이 늘었고 상위 물리학들이 확립되었다. 이에 힘입어 엔진의 진화는 영구기관에 근접한 영역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제아무리 발전되었다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마르지 않고 에너지가 샘솟는 진정한 영구기관을 만들지는 못했다. 단지 3차원 물리적 우주에서만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이런 엔진들은 주로 상위 차원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다 소모하는 방식이었으니까. 다만 어차피 3차원 공간을 주거지로 사용하는 인류로서는 그리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날의 에너지 시스템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양자로, 초 순환로, 시공간 압축 회로, 고차원 에너지로, 게이트 기반 엔진을 비롯해 각종 생산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신물질들을 기반으로 프라나, 기(氣)석, 현자의 돌, 마석, 드래곤 하트 같은 갖가지 판타지 소재들의 이름을 빌려 명명된 기묘한 성질의 신에너지 생성 자원들까지 발명되어 대량 양산되는 중이었다.

  이러한 새 에너지원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쓰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가 갖춰져야만 했다. 높은 효율로 에너지를 전송하는 운송 체계, 에너지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저장 장치, 폭주를 안정화하는 제어장치, 마지막으로 모든 위험 요소들이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는 보호 시스템까지 필요했다.

  처음 세 가지는 에너지 전달 형태의 속성을 변환함으로써 해결되었다.

  과거에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곤 유일하게 전기, 곧 전자를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א 이론 같은 각종 상위 물리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면서, 수많은 형태의 새로운 입자를 인공적으로 생성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입자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인 끈(string)과 막(M-brane)을 기존에 없던 형태로 인위 조작해서 전자보다 더 빠르고 많은 기능을 지닌 입자를 제작해낸 것이다.

  덕분에 전자 말고도 다양한 에너지 매개체가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자연 입자나 자연 파동도 있었고 인공적으로 창조한 입자나 파동도 있었다. 아예 입자나 파동에 속하지 않은 카테고리도 있었으며 독특한 초끈 복합체들도 수두룩했다. 일부 매질은 딱히 부를 만한 과학 용어가 없어서 기(Qi), 마나(mana), 차크라(Chakra), 포스(Force) 따위의 판타지 속의 용어들을 빌려서 명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안정성, 범용성 측면의 혁신적 도약을 이루었다.

  남은 문제는 보호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인류는 이 마지막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신소재를 활용하여 방어막을 개발했다. 여기에 가장 핵심적인 이바지한 것이 바로 ‘실드 시스템’이었다. 특수한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순환형 에너지를 얇은 막의 형태로 가공하여 모든 종류의 해로운 입자, 열, 빛, 물리적 충격을 완벽하게 차폐하는 방어막, 그것이 바로 실드(Shield)였다.

  지난 세기부터 개발되었던 실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방사선, 방사성 물질, 오염물질, 생화학적 위협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거시적으로는 행성 충돌 같은 대규모의 물리 타격을 방어하기 위한 우주 요새 실드부터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유해 에너지를 차단하는 실내 실드까지, 이제는 실드가 이용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시피 했다.

  한편 이렇게 에너지원 제어 역량을 확보한 인류는 한 단계 더 욕심을 내어 거대한 규모의 에너지체에마저 손을 대었다. 항성 하나를 통째로 응축해 준영구기관으로 바꿔버리는 프로젝트였다. 항성 고유의 방대한 화력에 게이트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 영속성까지 더해 천문학적인 힘을 끌어올리려는 아이디어였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모든 우주 식민지에 무한정 에너지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현재 인류연합은 그 결실을 여럿 거두었다.

  항성 압축 축퇴로, 다크 솔라리스(Dark Solaris).

  이 축퇴로 모델은 5년 전부터 제작되었는데 현재는 무려 300여 기가 건축되었다. 다만 그것들은 비교적 구식 모델이었다. 막상 제작은 되었지만 다른 기술의 발전 덕택에 항성 파괴 없이도 비슷한 에너지양의 양산형 항성급 고성능 엔진이 발명되면서부터는, 사실상 계륵이 되어버렸다. 현재는 별도의 추가 제작 없이 유지만 하는 중이었다.

  한편, 지구의 시베리아 땅에는 우주 전역의 게이트들과 초고성능 엔진을 관리 감독하는 중개 탑들이 있었다. 인간들의 숙원인 ‘하늘의 지배’를 진행하는 범국가 연합, WASA(World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지구와 우주의 인류 식민지들을 잇는 허브 조직인 WASA가 현재 광활한 동토 전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더불어 우주 관측을 진행하였다. 동시에 게이트를 제작하는 일도 맡았다.

  이 거대한 땅 한복판에는 WASA의 모든 프로젝트의 심장부인 산처럼 드높게 우뚝 선 아름다운 건물, 스페이스 타워들이 세워져 있었다. 스페이스 타워 최상층의 방에서 한 남자가 와인을 홀짝이며 화면을 확인하였다. WASA의 수장이자 지구와 은하계의 여러 조직을 통제하는 그 남자는 실상 다른 곳에 본부를 둔 우주 출신이었다. 그는 은하계 무인 식민지, 게이트 네트워크, 그리고 유인 식민지의 주민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대총통이었다.

  {분부하신 내용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흑발의 남자, 칼리드에게 긴급 연락 신호가 도착했다. 손가락을 휘젓자 홀로그램 상에서 기묘하게 생긴 생명체의 형상이 떠올랐다. 머나먼 항성계에서 일하는 그의 수하, 최상급 지도형 인공지능, 델타로드-3,798,392호였다.

  “계속하도록.”

  {보스께서 예측하셨던 대로 3년 전과 같은 현상들이 관측되기 시작했습니다.}

  칼리드는 델타로드-3,798,392호의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걱정했던 현상이 관측되었다는 말에 긴장감을 바짝 높였다. 그는 관측 자료들을 화면에 띄웠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대비했으니 이전 같은 사고는 줄일 수 있겠지만, 대신 3년 전보다 감시해야 할 영역이 넓어진 만큼 수고는 더 많이 해야 하리라.

  {다크 솔라리스-210에서 불안정한 서브 엔진 폭주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빠른 대처는 이뤄졌지만, 엔진 내구성에 약간 손상이 가해졌으니 수리에만 최소 두 달 이상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그는 조용히 이마를 찌푸리면서 질문했다.

  “다른 곳에서의 이변은?”

  {비슷한 규모의 폭주가 1,231건, 좀 더 소규모 사건까지 합치면 총 2,100,123건입니다. 모두 지난 3일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예측대로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변이 일어난 시설들을 하나하나 보고하였다.

  언뜻 굉장히 많은 것 같았지만, 이미 인류가 은하 전반에 세워둔 무인 식민지들의 압도적 개수를 생각하면 그리 큰 피해는 아니었다.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철저하게 세워둔 덕에 피해 규모를 이 정도까지 줄일 수 있었다.

  “알겠다. 수고했다. 경계 태세를 3단계로 높이도록 하지.”

  {라져.}

  칼리드는 데이터를 정리하며 고민에 빠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부터 대략 3년의 세월을 주기로 한 번씩 우주 곳곳에서 고에너지 기관의 폭주 현상이 드문드문 발생했다. 완벽한 방어 시설과 안전 제어장치가 갖춰져 있고 이론적인 하자가 전혀 없음에도 발생하는 이 현상은 어떤 방법으로도 원인을 설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점들이 제각기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었기에 공통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3년에 한 번씩 랜덤으로 몇몇 기관들이 폭주한다라.’

  대부분 지구 밖 식민지에서 일어난 일들인지라 지구의 대중은 잘 모른다.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나름의 가설을 저마다 세워보았지만 딱 들어맞는 것은 없었다. 혹자는 초자연적 영역의 개입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꺼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칼리드 본인은 어리석고 황당한 소리로 치부했건만, 의외로 그의 아버지는 그 가설까지도 철저히 고려하는 모양이었다.

  ‘어찌 되건 지구 측에서 대비하도록 빨리 보고를 해야겠군.’

  칼리드는 비밀 보안 통신에 접속하였다.

  그가 아버지라고 칭하는 이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아버지, 이번 연도의 폭주 현상에 대해서 보고합니다.”

  그의 흰 얼굴과 붉은 불꽃의 눈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만한 그가 이렇게 굳는 경우는 아버지와 마주할 때뿐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전달받아서 알고 있으니 간략히 요약하도록.”

  통신 네트워크 너머로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칼리드는 자신이 모은 관측 데이터들을 압축하여 전송하였다.

  “수고했군. 아직까지는 예측 범위 내에서만 발생하고 있군. 그래도 경계를 최대한 높여 감시해라. 플랜 B들도 충분히 확립해두도록 해. 거대화된 요새일수록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도 큰 피해로 이어지기 쉬우니까.”

  “네, 이번에 완성한 ‘타입 감마-시공간 동결 장(Time-space Stasis field)’의 효과도 마침 시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항성급 엔진에도 효력을 발휘하는지 증명된다면 훌륭한 연구 데이터가 되겠죠.”

  공간 전체의 입자 움직임을 통째로 봉쇄하는 스테이시스 필드.

  여러 번의 연구를 통해 현재는 행성 규모로 시전할 만큼 개량된 상태였다.

  “수고했다. 우주 쪽으로 돌아가 보도록. 지구 쪽은 섹터장들을 움직여 감시 태세를 높이도록 하지. 식민지 쪽 구역의 안전은 네게 위임한다. 감당 못 할 사태가 생기면 즉시 내게 보고하도록. 그때는 내가 따로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버지.”

  연락이 종료되었다. 앞으로의 불확실성 때문에 머리가 지끈 아파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껏 무엇이든 어렵지 않게 해결해왔던 칼리드도 이번 현상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원인만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근본적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을 터인데. 그는 작은 한숨과 함께 계속 작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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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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