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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19회 초인들의 세계 Ch 10. 데우스 엑스 마키나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8.12 | 회차평점 0 0

 

 

 

Chapter 10. 데우스 엑스 마키나

 

 

 

 

 

 

  집에 머무르며 쉬기만 하는 것이 슬슬 지루해지려던 차에 친구 선민이 윤혁에게 제법 귀가 솔깃 이끌리는 제안을 하였다. 먼 곳으로의 외출 제안이었다.

  “주말에 시간 되면 구 중국 지역 섹터에서 개최되는 제131회 AI-Robotics 페스티벌에나 참석하지 않을래? 어차피 기본 학점에도 들어가는데 점수도 채울 겸, 재미있는 구경도 좀 하자고.”

  구미가 당겼다.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것이라면 예부터 지금까지 항상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주제이지 않은가. 특히 공대생들에게는 더욱더.

  “이번은 비전문가들도 자유롭게 실습에 참여하도록 편의까지 제공한다더라.”

  “그래? 그거 좀 흥미로운데.”

  확실히 여태껏 AI-Robotics 페스티벌은 공학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그해의 단골 볼거리였다. 매년 갱신되는 고차원적 첨단 기술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첨단 기술 행사들을 통해 사람들은 미래가 얼마나 빠르게 도래하는 중인지를 간접적으로 엿보곤 한다.

  “내 차를 타고 같이 가면 될 거야. 연아도 이번에 함께 갈 거고.”

  “그거 좋지.”

  이미 지구촌 전체가 비좁은 안방처럼 느껴질 만큼 교통이 발달한 시대. 공중 주행이 가능케 되면서 지구상 모든 대륙과 바다가 국경의 제한조차 없이 공중 주행로만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우주선까지 상용화되고 워프와 게이트로 우주를 도약하는 시대이니 공중 주행로 정도로는 새 발의 피도 못 될 것이다.

  ‘중국까지는 찰나에 도착하겠지.’

  윤혁이 고민하던 차에 선민은 선심 쓰듯 말했다.

  “특별히 네가 준비할 건 없으니까 몸만 준비해 오셔.”

  “큭, 고맙다. 참가비는 따로 마련해야 하려나?”

  “아니, 형이 이번에 티켓을 준 거라서 따로 필요 없을 거야.”

  간만에 집에서 나갈 생각에 조금 들떴다. 다시 학교 나가기 전에 한 번 놀러 나가는 셈 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페스티벌에서 다룰 주제들에 관한 사전 탐구 겸 인터넷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자료들을 검색하였다.

  그렇게 쉬던 도중 누군가에게서 메시지 신호가 날아왔다.

  {‘몸은 좀 괜찮나?’}

  의외의 인물이었다.

  ‘형님처럼 높으신 분께서 왜 나한테?’

  워낙 바쁘신 분이라기에 동생까지 따로 신경 쓸 줄은 몰랐다.

  ‘그건 그렇고 사고 소식을 알고 있었구나. 하긴 그 정보력이라면야.’

  그래도 혈육이라고 관심이 있는 건가 싶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애초에 크게 다친 곳도 없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이군. 하나뿐인 형제가 해를 입으면 나도 불쾌하거든.’}

  “소식을 전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셨죠?”

  {‘내가 얻지 못할 정보란 건 없지.’}

  “아무튼,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쉬어라.’}

  어쨌건 간에 형님이란 분이 자신을 투명 인간처럼 무심히 여기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지, 부담스러워해야 할지 참 애매하였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이참에 걱정하던 건강 문제를 여쭤보기로 했다.

  {‘아, 에너지 노출 때문에 염려된다면 걱정할 건 없다.’}

  이번에도 질문도 전에 속생각을 읽은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정도 치유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보다 손쉬운 문제니까.’}

  전에도 느꼈지만 어쩌면 형님과 그 일행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력은 일반 국가들이 소유한 것보다 훨씬 더 비밀스럽고 높은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현 문명을 배후에서 만들어내는 진짜 주역이 저런 분들일까? 어쩌면 이미 모든 기술은 만들어놓고 일반인들의 수준에 맞춰 아주 조금씩만 외부에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문득 형님의 정체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천만에.’}

  형님과의 메시지를 마무리하자 왠지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

 

 

 

  다음 날, 윤혁은 약속 장소에서 연아와 선민과 함께 만났다. 선민은 미리 차량을 끌고 왔다. 아직 3차원 공간 운전면허가 없는지라 인공지능으로 자동 운행되는 차량이었다. 둘은 윤혁에게 화재 이후 몸은 괜찮냐면서 물어보았다.

  “그 정도는 끄떡없지.”

  그는 팔 근육 보여주는 시늉을 하며 친구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학교 쪽은 이제 건물뿐 아니라 내부 설비까지 재정비했어. 마무리 단계더라.”

  연아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마 앞으로는 고성능 엔진 구비 과정이 제약을 받을 거래.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서 말이지. 소방 및 동결 시스템도 확충할 예정이고.”

  선민이 덧붙였다.

  ‘금세 고쳤다고 하니 다행이네.’

  자동차는 지상 모드로 도로를 움직이다가 공중으로 올라가는 탑 내부로 진입했다. 그 탑은 공중 궤도를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이었다. 이내 자동차는 비행 모드로 전환했고 역중력 발생 장치가 가동되었다. 탑에서 뻗어 나오는 투명한 공중의 도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마치 비행기를 탄 것처럼 유유히 정속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승차감 좋네.”

  창문 밖으로 제각기 무리를 지어서 여러 방향으로 날아가는 차들이 보였다.

  마치 하늘에 보이지 않는 도로가 있는 것처럼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저기 보이는 게 궤도 엘리베이터 맞지?”

  윤혁이 멀리 대기권을 가르는 반투명한 탑들을 보면서 연아에게 물었다.

  “응, 맞아. 나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아무래도 투명하다 보니까 외부에서는 눈에 잘 안 띄잖아.”

  “하긴 그렇긴 하지.”

  궤도 엘리베이터란 대기권을 넘어선 우주 궤도에서 비행하는 우주선, 전함, 인공위성, 요새, 공중 섬, 소형기 따위가 지상으로 내려올 때 경유하는 장치이다. 한 마디로 중력을 손쉽게 극복하고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구 규모의 건축물이다. 순도 높은 투명성 때문에 육안으로는 아예 보이지 않지만, 특수 장비로는 관측할 수 있다.

  “높이 치솟아 있는데도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게 신기하단 말이지.”

  윤혁은 바벨탑처럼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기이한 엘리베이터들을 쳐다보았다. 인간이 자력(自力)으로 건설한 하늘을 향해 닿는 사다리. 물리적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통로일 뿐이라지만 어쨌건 인간들로서는 자신들도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의 상징이리라.

  “뭐, 궤도 엘리베이터라 해봤자 기껏 배를 정박하는 부두에 불과하지. 게이트와 워프를 통해서 광년 단위의 이동도 하는 마당에 딱히 신기할 것도 없어.”

  이번에는 선민이 웃으면서 말했다.

  ‘워프와 게이트라.’

  사실 게이트와 워프 자체도 따지고 보면 발명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안정적인 통로로써 개량하고 실용화시키는 게 문제였을 뿐이지. 지금은 인간 워프를 포함해 난제들이 거의 해결되었다. 여러 단계 이상 진보되었고 나아가 아예 직접 상위 차원과 교통하는 문인 ‘포탈’ 기술까지도 실용화되는 시대이다.

  ‘미래는 이미 도달했는데 아직 우리만 접하지 못한 건가?’

  이내 자동차는 빠르게 해상 영역을 넘고 섹터 관문을 넘었다. 실드와 비슷한 투명한 에너지체로 구성된 방호벽 사이에 틈새가 만들어졌다. 자동차 내의 패스 코드가 읽히자 틈이 벌어져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요새는 국경 막론하고 이 같은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윽고 지상 궤도로 내려온 자동차는 검색 경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자, 이제 곧 있으면 도착이다. 금방이지?”

  선민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올해 AI-Robotics 페스티벌은 제법 규모가 컸다. 장소는 대형 운동장 수십 개 넓이의 땅 위에 세워진 엑스포였는데, 여러 건물이 있었고 각 건물마다 탁 트인 실내 강당들이 있었다. 건물들은 서로 투명한 다리를 통해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실외에도 전시 부스들이 즐비해 있었다. 각국의 인파가 물밀듯 몰려와 북적였다. 윤혁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진짜 볼거리는 따로 있었다. 무수한 형태의 로봇, 최신형 컴퓨터들, 그것을 움직이는 인공지능들이 진정한 주인공들이었다. 매년 전시될 때마다 로봇들의 모습은 새로워졌다. 1년 전의 최신형이 지금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에 십상이었다.

  “저 인형들, 정말 생명체랑 전혀 생김새를 구분할 수 없네.”

  동물 내지는 키메라처럼 생긴 로봇을 보고 윤혁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예전에는 조금 ‘불쾌한 골짜기’라도 느껴졌는데, 이제는 아예 구분조차도 안 돼. 생체 조직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연아도 그들을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물론 무기질의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달리 성능은 이쪽이 더 우세했다. 외양 대신 내부 기능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었다.

  “저 로봇들은 우주 탐사를 위해 사용되는 녀석들이야. 행성 표면과 내부의 물질을 감지할 수 있지. 빔으로 땅을 뚫고 자원을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로봇 기술에도 관심이 풍부한 선민이 앞장서서 설명해주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주제가 잔뜩 나와서 그런지 매우 신나 보였다.

  “이건 너희도 잘 알겠지만, 자가 조립을 목적으로 하는 초소형 로봇 N-258.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을 해서 더 거대한 개체를 생산해낼 수 있어.”

  마치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매우 미세한 로봇 수십억 기가 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을 이루어 거대한 몸체를 만들고 있었다. 저걸 통해 다른 행성에서는 건물, 요새, 함선, 기지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예 소형 로봇이 행성 자원을 침식하여 자기와 똑같은 개체를 복제하고 재생산할 수도 있다고도 한다. 식겁할 만큼 빠른 증식력으로.

  “그리고 이건 전투를 상정한 로봇인데, 사용될 일이 없길 바라야 할 거야.”

  산업과 과학의 대혁명 이후로 인류의 무기 패러다임은 항상 방어와 전투 무력화에 더 초점을 두어왔다. 지난 세기에 핵전쟁 위기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후, 실제로 방어 위주의 전략은 그 가치를 여실히 증명하였다. 이런 패러다임은 오늘까지도 이어져서 ‘절대적 힘에 의한 안전성과 균형’을 성취해냈다.

  물론 최근에는 고성능 엔진이 개발된 덕에 공격 무기 발달도 범람하게 되었다. 사실 엔진 하나만 폭주시켜도 항성계 전체의 파괴도 가능한 세상이다. 워프까지 응용하면 방어 불능의 탄환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파괴용 무기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인 만큼 인류로서는 더더욱 장차 도래할 전쟁의 위기를 제어해둘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현 군수 사업은 더욱더 철저한 방어 및 무력화 기술들에 중점을 쏟는 노선을 유지하는 중이다.

  로봇은 이러한 방어 패러다임 군대의 주력이었다. 인명 손실을 막는 장점도 있고 공격력과 방어력도 높으며 섬세한 조작까지 가능하니까. 게다가 로봇들은 통신 장비 간섭, 보호막 전개, 공간 왜곡, 중력 간섭 등의 보조 기능도 지녔다. 다만, 강력한 무기를 마냥 기계들의 손에만 맡기는 것은 약간의 위험성을 띠므로 엄격한 프로그램을 통한 제약이 걸려 있긴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전쟁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되겠지.”

  선민이 말한 대로 만일 인간들이 서로를 위협하며 무력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이미 핵 따위는 귀여워 보이는 위력의 무기가 발전했으니까. 한 번 치킨 게임이 시작된다면 전멸은 시간문제이리라.

  사실 그러한 이유로 세계는 각 국가의 운용 무력을 몰수했다. 오직 인류의 핵심 중앙 권력만이 모든 무력을 제어한다. 그마저도 개인이 마음대로 간섭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제약을 걸어놓았고, 기계의 반란이나 해킹을 대비해 매우 엄중한 보호 시스템까지 마련되어 있다.

  “뭐, 그 덕분에 징병제가 없는 것 하나는 편리하네.”

  한국도 과거 분단 시절에는 모든 남성이 군에 참여했었다지.

  “그래, 그건 나도 동감.”

  윤혁의 농담에 선민도 웃으며 동의했다.

 

 

 

 

(다음 회차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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