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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5회 초인들의 세계 Ch 21. 인류연합 수장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9.09 | 회차평점 0 0

 

 

 

 

 

 

***

 

 

 

  카이젤은 생활 패턴이 강박적이리만큼 심히 규칙적이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최소 두 시간 이상 고강도 근력 운동을 한 뒤 씻고 곧바로 출근하였다. 그리고 오후 여섯 시 무렵이 되면 퇴근하여 다시 한 시간 정도 더 운동한 이후 동생을 불러서 같이 저녁 식사를 나누었다. 그 이후는 자유 시간이었지만, 그는 쉬면서도 끊임없이 서류들과 홀로그램 자료들을 보면서 작업을 수행하였다. 실상 개인 업무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빡빡하게 생활하시네.’

  곁에서 보는 입장에서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그는 취침 시간만큼은 잘 준수하였다. 윤혁은 혹시 형이 꿈에서조차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잠시 의심했다. 그만큼 그는 워커홀릭이었으니까. (참고로 다소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카이젤은 이미 이때도 꿈속에서조차 각종 업무와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깨어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정신력을 통해서 말이다.)

  식사 시간 이외에 형제가 공유할만한 생활은 운동뿐이었다.

  “시간 되면 같이 운동하지.”

  형의 제안을 동생도 수락했다.

  “지금 네 체력 갖고는 부족할 것 같군.”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시선은 마치 연약한 아기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졸지에 약골 취급받은 윤혁은 자신도 나름 건강한 편이라고 항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형의 강철 같은 육체를 보자마자 할 말이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강행 훈련을 받게 되었다.

  “역시 너무 약하군.”

  “헉, 형이 지나치게 강한 게 아니고요?”

  형과 같이 운동하면서 윤혁은 많은 것을 느꼈다. 형의 체력과 힘은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민첩성, 속도, 근력, 지구력 등 모든 측면에서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니 어떤 때에는 인간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초인은 분명히 지성 위주로 발달한 종족이라고 들었건만.

  한 번은 카이젤이 이런 말을 했다.

  “난 육체 쪽은 주로 아버지 유전이다. 머리는 어머니 쪽이지만.”

  “아버지가요?”

  하기야 둘의 아버지인 성한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몸이 탄탄했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전혀 늙지 않는 것 같았지. 혹시 형도 그 유전적 영향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초인들은 육체마저도 특별한 걸까?

  “혹시 아버지도 그쪽인가요? 그러니까⋯⋯.”

  “초인 말하는 건가?”

  정곡을 찔린 윤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끄덕였다. 일반인들에게 잘 안 알려진 초인에 대한 정보를 괜히 너무 자세히 알려 하는 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걱정을 앞질렀다. 어차피 이미 솔져도 만났고 룩도 만났는데 좀 더 안다고 해도 문제는 없겠지.

  “아버지는 ‘반쪽짜리’시지.”

  “네? 반쪽짜리라뇨?”

  “특이한 케이스야. 육체와 정신, 둘 중 한 가지만 타고 난 경우를 말하지.”

  카이젤의 말에 의하면 초인에게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일반 범주를 초월한 지력, 또 하나는 탁월한 육체였다. 과연 윤혁이 형을 보면서 추측했던 바가 옳았다. 초인은 육체마저도 특별했다.

  “아버지는 육체 쪽은 초인의 육체야. 그것도 무려 상위권이시지.”

  하지만 반쪽짜리이기에 지력은 초인과 무관하고 일반인과 대등하단다. 물론 일반인 기준으로는 성한도 영리한 편이긴 하지만, 천재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윤혁은 신해의 증언을 떠올렸다. 초인들은 뇌의 기본 사양부터가 차원이 다르다고 했었지. 아무 노력 없이도 이미 인간이 다루는 모든 지능 영역이 기존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히 성장한다고 했었던가?

  “초인의 정신이라 하면 높은 지능일 텐데, 초인의 육체란 무엇이죠?”

  슈퍼맨 같은 괴력이나 스피드를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 능력은 바이오닉 솔져 같은 개조된 존재들의 영역이니까.

  “질병과 독에 대한 강한 내성, 느린 노화 속도, 빠른 재생 능력이다.”

  카이젤이 곧장 대답했다.

  “물론 신체 강도나 운동신경도 뛰어나지만 네가 본 룩 같은 존재만큼은 아니지. 물리적인 범위 안에 있어. 아직은 말이지. 여하튼 느리게 늙는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봐도 좋아. 어차피 이젠 그리 메리트가 못 되겠지만.”

  초인의 정신이란 탁월한 재능과 지혜.

  초인의 육체란 쉽게 늙거나 병들지 않는 신체.

  생각해보니 둘의 아버지인 성한은 무려 일흔을 넘기고도 여전히 스물 정도의 앳된 청년 외모를 띤 남자였다. 덕분에 아들조차도 아버지가 혹시 뱀파이어인가 의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놀라운 육체 능력이 알고보니 초인들의 기본 능력이었을 줄이야.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공상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윤혁은 이런 사실이 쉽게 믿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윤혁은 성경을 성경 그대로 믿는 우직한 신자였다. 성경 중 창세기에는 홍수 시대 이전 족보가 기록되어 있다. 족보에 적힌 생몰 기록에 따르면 과거 인류는 현 인류의 열 배의 수명을 자랑했었다. 성경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겠지만.

  “저번에 말씀하셨던 피코머신은⋯⋯, 이미 실용화 단계인가요?”

  초인의 신체가 별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은 피코머신 때문이리라.

  누구나 늙지 않고 병들지 않게 된다면 육체적 우위가 희석될 테니까.

  “내 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미 한참 전에 완성되었지.”

  카이젤이 중얼거렸다.

  “게다가 다수의 ‘그쪽 인간’들과 초인들에게도 거의 실증되었지.”

  의미심장한 말들이 심드렁하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제 범용화까지 진행하려면 실증 기간이 좀 더 소요되겠지.”

  그는 본인의 불로불사에 만족지 않고 모든 이를 그렇게 만들 작정이었다.

  “초인과 일반인의 유전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니까.”

  차츰 말문이 막혔다. 형이 구상하는 미래가 대체 무엇인지 다소 두렵고 궁금했다. 그는 어디까지를 내다보고 있을까? 언젠가 그는 전 인류에게서 노화를 끊겠노라고 간접적으로 선언한 적도 있었다. 제한된 상상력의 윤혁은 그런 류의 미래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

 

 

 

  카이젤의 거주 영역에는 아무나 입장할 수 없었다. 물론 인공지능 및 로봇은 다수 들락날락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그의 맨 얼굴을 알 정도로 가까운 사람들만 입장이 허가되었다. 이를테면 동생인 윤혁처럼.

  그런데 종종 카이젤의 생활 공간에 사람이 눈에 띌 때도 드물게 있었다. 윤혁이 보기에 그들은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심부름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나 그 신원은 명확하지 않았다.

  ‘시종 같은 건가? 육체노동은 로봇에게 시키는 게 효율적일 텐데?’

  그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하튼 윤혁은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였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도련님.”

  말하는 것만 보면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종종 그들에게서 기이한 위화감도 들었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철저히 충성했으며 그를 동경했다. 하지만 카이젤은 그들을 상대로 부드럽게 대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차갑고 무관심하게, 때로는 무례하게 대하는 둥 태도가 들쭉날쭉 불규칙적이었다. 그런데 시종들은 그런 태도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되게 호감과 충심을 보였다.

  ‘이상한걸?’

  불규칙한 대우를 받다 보면 하다못해 뒤에서라도 불평의 태도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거늘, 시종들은 기계라도 되듯이 일관적이었다. 분명 사람이 맞는데도 그랬다. 윤혁은 형이 혹 그들은 시험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다만, 근거가 없었기에 자신의 억측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한편 이곳에는 의외의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다. 통신 관련 문제였다. 룩이 말했던 아공간 차폐막, 그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것 때문에 외부와의 통신 경로가 철저히 노출되어 통제되었다. 시민권을 받고 공식적인 인증을 거쳐야만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형에게 부탁하면 통신을 연결해주겠지만……, 내용을 감시당하겠지.’

  리온이나 어르신께 정보 전달하기는 불가능하리라.

  ‘나간 뒤에 직접 말로 전달해주는 수밖에 없겠지.’

  아쉽지만 불가능한 부분은 깔끔히 포기했다. 사실 그리 쓸 만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기도원에서 만난 어르신은 형을 직접 만나서 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셨는데, 역시 역부족 같았다.

  그나마 성과라고는 형과의 친분 정도였다.

  며칠씩 겸상하고 운동과 독서와 과제를 함께 공유하자 제법 둘 사이의 심리적인 장벽은 해제되었다. 식구란 원래 의식주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하나가 되는 법이니까. 처음에는 살얼음 같았던 카이젤도 점차 소소한 친절을 동생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정말로 마음을 연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용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적과 동침, 그 아슬아슬한 균형은 아직 진행형이었다.

 

 

 

 

 

 

***

 

 

 

  어느 날 윤혁은 답답한 공간을 잠시 벗어나고자 외출을 부탁했다.

  “그렇게 해라.”

  카이젤은 선뜻 허락해주며 외출 절차를 알려주었다.

  “경관 말고는 별로 볼 게 없을 거다. 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지.”

  사실 그의 말대로 이 안에서도 특수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시 모든 곳을 관찰할 수는 있었다. 도시 공간 곳곳에 입자 크기의 관측 장비가 있었기에 카이젤은 언제든 원할 때마다 모든 곳을 훤히 내려다보며 맘껏 살필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그럼 호위용 안드로이드와 함께 나가라.”

  형은 감시의 끈을 놓지는 않을 심산이었다. 사실 호위 로봇이 없어도 여기선 그의 시야를 벗어나기 어려우리라. 상상조차 못 할 최첨단 관측기구들이 존재할 테니까. 그가 빅브라더라는 말이 조금 실감이 났다.

 

  바깥은 형의 말대로 생각보다 볼 것이 없었다.

  ‘외계인들의 도시라는 느낌이 들 뿐이네.’

  도리어 그가 살던 평범한 도시가 사람 사는 냄새 풍기는 곳이었지.

  ‘외계인이라.’

  문득 우주 식민지가 어떻게 생긴 곳일까 궁금했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제로원에도 우주 지역에서 온 자가 있을까? 그들도 신해처럼 굳게 함구할까? 식민지 사람들은 지구와 같은 문화를 공유할까? 그곳에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질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제로원은 우주와 지구를 잇는 연결 고리라 했던가?’

  어쩌면 이곳에는 식민지에서 건너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를 안고서 윤혁은 행인들을 살폈다. 도심을 거닐다 보니 다양한 인종이 보였다. 심지어 지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눈동자와 머리카락과 옷차림도 보였다. 신해처럼 지구 밖의 이국적 느낌을 띤 자들도 즐비했다. 허나 그들의 대화를 아무리 엿들어봐도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헛수고했네.’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윤혁은 외출을 마치고 형의 집에 돌아왔다. 평소처럼 형은 막 퇴근한 뒤 운동할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형은 보통 오후 운동 시간에는 근력 단련보다는 스포츠를 즐겼다. 종목은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구기 종목보다는 수영처럼 혼자서 하는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들과 하는 게임은 시시하거든.”

  그는 한 번도 운동으로 패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경쟁자 중 하나는 그나마 조금 상대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시시했지.”

  실제로 카이젤은 이동 속도, 반사 신경, 근력, 지구력, 감각을 비롯한 모든 신체 능력이 압도적이었다. 물론 생체 강화 기술처럼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반칙까지 있으니 전력으로서 의미는 없겠지만, 그런 부가적인 반칙을 뺀 순수한 초인 본연의 신체만으로도 카이젤이 정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변덕스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형이 동생에게 함께 뛰는 스포츠 경기를 제안했다. 윤혁도 재미 삼아 받아들였다. 둘은 농구, 테니스, 배구 등의 구기 종목을 해보았다. 카이젤은 최대한 살살 봐주며 놀아주듯 게임에 임하였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형은 경쟁다운 경쟁을 즐긴 적이 있기나 할까?’

  겨룰 자가 없는 인생이란 건 지독하게 무료할 것이다.

  “형은 무얼 하실 때 보람을 느끼시죠?”

  “보람? 그런 건 느껴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잘 모르겠군.”

  인간은 끝없이 자극에 메말라하는 존재. 성취를 이룰 때는 아주 잠깐 만족감을 느끼지만, 이내 시시해 하기 마련이다. 그런 갈증의 화신이 인간이거늘, 하물며 성취감 자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면? 모든 일이 쉬워 시시해 하는 사람이라면? 불완전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었다.

  “내겐 성취감은 없지만, 야망은 무한하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허무한 갈증.

  저 남자는 그런 감각을 일상처럼 느끼고 살아가는구나.

  “피곤하겠군. 씻고 방에 들어가서 쉬어라.”

 한 시간 정도 놀이를 마친 형제는 각자의 공간으로 해산했다.

  “형도 푹 쉬세요.”

  한참 격한 운동을 했음에도 카이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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