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46회 초인들의 세계 Ch 22. 잃어버린세계의일곱제왕 (1) |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9.10 | 회차평점 0 |
Chapter 22. 잃어버린 세계의 일곱 제왕
일곱 개의 가상 우주 영역이 펼쳐졌다. 각기 다른 주체가 생성한 이 특수 공간들은 공간을 구성하는 프랙털 기하학 방정식과 프로그램 코드를 동기화시킴으로써 융화되었다. 이곳들은 높은 보안 아래서 보호되었다. 오로지 소유주들이 철저한 안보 하에 중요 회의를 나눌 때만 겹쳐지는 영역들이었다.
이내 소유주들이 하나둘씩 중첩된 공간 안으로 입장하였다.
{1st Earth-Sector S-Unvs, ‘Atlantis’,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2nd Earth-Sector S-Unvs, ‘Aztec’,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3rd Earth-Sector S-Unvs, ‘Bal-He’,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4th Earth-Sector S-Unvs, ‘Maya’,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5th Earth-Sector S-Unvs, ‘Chin’,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6th Earth-Sector S-Unvs, ‘Valhalla’,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7th Earth-Sector S-Unvs, ‘Pride’, 겹친 영역에 동기화 완료}
(주 : S-Unvs는 Simulation Universe(시뮬레이션 우주)의 약자)
그리고 가상 회의를 위한 준비가 최종 완료되었다.
{싱크로 버전 가상공간 확보. 공간 재정의. “The Lost Worlds".}
잃어버린 세계, 곧 우주 시대에 들어서면 지워질 ‘민족’이라는 개념.
이미 허울뿐인 ‘민족 단위’를 통치하는 허울뿐인 제왕들은 별칭 로스트엠페러로 불렸다. 이들은 메이저 섹터의 수장들이자 시민의 수호자였으며 최상위의 초인이었다. 오늘 이 회의에 참석하는 자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이 영역에는 육체가 직접 진입하기 어렵기에 정신만 일종의 분신 형태로 진입할 수 있다. 그 대신 이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정신 활동을 물리적 세계에서보다 수백 배 이상의 높은 효율로 수행할 수 있다.
“오랜만이야. 다들. 반가워.”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라틴계 여성의 형상이 나타났다.
“만난 지 불과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오랜만은 무슨.”
이번에는 피부가 흰 흑발의 고운 청년이 냉담히 말했다.
“그 앙칼진 성격 좀 고쳐. 그렇게 히스테리 부리다가 결혼도 못 할걸.”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그리고 날 그따위로 부르지 말랬지.”
나머지 사람들은 둘의 싸움을 보고도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사를 보듯 심드렁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루 이틀 다투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저렇게 겉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철없어 보이는 면을 연기하지만, 이들의 실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 군주들이었다.
이어서 근육질의 커다란 흑인, 짙은 피부에 인디언 문신을 얼굴에 한 청년도 입장했다. 이어서 갈색 머리의 동양인 남성도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려 다니는 셋은 친형제 이상으로 유대감이 긴밀해 보였다.
“마리아와 지크문트, 저 둘은 오늘도 서로 으르렁거리는군.”
포효하는 사자 인상에 2m 이상의 큰 키를 자랑하는 흑인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동양인 남성이 대답했다.
“지그문트는 연장자인데도 가끔 보면 어린아이 같군.”
인디언 청년도 옆에서 대꾸하였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히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은 연합하기 어려웠겠지. 중재자 역할을 항상 톡톡히 해내잖아.”
쿠에시라고 불리는 흑인 남성이 동양인 남성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조금만 타인을 관찰하면 손쉬운 일입니다만.”
갈색 머리의 남자, 유성운.
그는 동료들의 중재 역할에 능숙했다. 이들 오만한 일곱 명은 민족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갈라져서 그런지 좀처럼 서로에게 굽힐 줄을 몰랐다. 연합 리더에게는 힘과 지혜의 격차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복종하지만, 동급 및 하급의 타인에게는 결코 순종하는 모습을 안 보이는 인간들이었다. 그나마 성운은 화합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다른 초인들과 두루두루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었다.
“태양을 삼킨 늑대.”
“왜, 성운?”
“머리 위에 턱 괴지 마십시오.”
성운은 과하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친구에게 정중히 거절했다.
“우리 부족은 이런 식으로 우정을 표현하는데?”
북아메리카 원주민과 히스패닉계를 섞어놓은 외양의 인디언 남성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성운은 오랜 친구를 달래며 가까스로 떼어놓았다. 하여간 아이들을 여럿 달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다시 공간이 개변했다. 이번에는 백금발을 한 붉은 눈의 고상한 백인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척 보기에도 천연 귀족이었다. 그는 세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보더니 살짝 웃었다.
“사이 한번 좋으시군.”
그러자 태양을 삼킨 늑대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천민.”
백인 남자의 도발에 살짝 격한 눈빛이 인디언에게서 튀었다.
성운은 한숨을 쉬면서 늑대를 제지했다.
“일일이 반응하지 마세요. 저 사람 성격은 원래 꼬였으니까요.”
그는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디언 청년을 얌전히 달랬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모멸감 주는 말을 합니까, 일라이저 씨.”
“이거 성운 군에게 미안하게 되었군.”
일라이저가 어깨를 으쓱이며 실소를 흘렸다.
“동물이 울부짖는 걸 보니 물릴까 봐 나도 모르게 걱정되어서 말이야.”
그 젊은 백인 남성, 일라이저 1세는 흘깃 인디언 쪽을 노려보았다.
그에 반응해 모욕당한 쪽의 눈에 서린 적대감도 빠르게 증폭되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회의 진행할 차례이니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시지.”
마지막 여성의 모습이 공간상에 드러났다. 중국 전통 의상 바탕에 적당히 현대식으로 개량된 복장, 붉은 주황빛 머리를 아름다운 장식으로 수놓은 그녀는 수수하면서도 고귀한 품격이 느껴졌다. 덕분에 갈등으로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조금 냉정히 식었다. 성운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샤오 여사님.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네. 다들 애들뿐이라서 자네가 고생이 많아.”
일라이저도 조금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뭐, 이제 일곱 모두 집합 완료군.”
“그래. 슬슬 시작해볼까?”
회의는 각자 맡은 일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물밑의 정치 이슈, 앞으로의 정세를 향한 예측,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 계획까지. 불과 몇 분 전까지 유치한 어린아이들처럼 물어뜯던 자들이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무서울 정도로 냉철해졌다.
현실 세계에서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이 특수 영역에서는 한없이 긴 시간이 흘렀다. 최상위 초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두뇌 가동력이 아니면 제대로 버틸 수조차 없는 압축률이었다. 이내 방대한 정보, 무수히 다양한 시나리오, 각종 전략, 관측으로 얻은 데이터, 미래 평화 회의 같은 내용물이 교류되기 시작했다. 넘쳐나는 지식의 홍수가 공간을 범람시켰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간단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성운이 화두를 열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최근 제 관할 섹터에서 원로분들께서 추태를 잔뜩 보이셨습니다. 보스께서 얼티밋 워리어 네 명 중 하나를 투입하셨죠. 관련자들에 대한 뒤처리는 우리에게 맡겼습니다.”
그는 이지적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몇 주 전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가벼운 격돌. 물리적인 싸움은 진즉 종료되었지만, 진정한 물밑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깊은 수심에서 싸움이 전개되리라.
“호오, 2세대 불순분자를 제거해달라는 말씀이시군. 그동안 거치적거리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주군께서 확실히 뿌리 뽑을 작정이신가. 잘 됐어.”
일라이저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완전한 제거까지는 아닙니다. 아직은 쓸모가 있으니까요.”
“하긴 막판에 보스 편에 섰던 자들이니 처벌할 명분이 부족하려나?”
이에 성운과 일라이저의 대화를 듣던 지크문트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어차피 2세대는 더 이상 필요 없어.”
지그문트는 냉혹하게 선을 딱 잘랐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압도한다.’
“선을 넘었으면 벌을 내려야지.”
이에 온건했던 성운도 의외로 지그문트의 의견을 지지했다.
“확실히 섹터 권한도 없이 사병 운용은 말도 안 됩니다. 전례를 남겨두지 않도록 짓밟을 필요는 있습니다. 지크문트 님. 적당히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징벌은 늘 내 역할이었으니까.”
쿠에시는 그런 지그문트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한탄했다.
“나 같으면 형님, 저 인간, 그리고 은하계 쪽의 전략 총사령관과 대총통, 이들만은 절대로 적으로 두지 않겠어.”
성운은 못 들은 척하고, 이 이슈를 합리적인 책략가에게 넘겨두었다.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지크문트 님. 다만 수단을 조금은 아껴주십시오. 지구를 해체하기 전까지는 내부에서 큰 분쟁이 없어야 합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신세대에 속한 일곱 제왕은 이전 세대 초인들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다. 일단 지구라는 영역 내부에서 권력을 겨루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능력도 부족한 자들이 연세가 많다는 이유로 설치는 모습이 싫은 이유가 더 컸다. 실제로 로스트엠페러들은 전부 최상위인 SSS 클래스 초인이었기 때문에 실력도 훨씬 우월했다. 더욱이 그들은 인류연합 대표 직속 부관들인 만큼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기세등등한 실력가들이었다.
회의 주제는 돌고 돌아 어느덧 다른 주제에 이르렀다.
“이제 교역 연합의 활동 범위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마리아 살바도르가 좋은 소식을 한 가지 전했다.
“지구 내 안정화된 게이트의 상용화가 드디어 완료되었거든. 이제는 제로원이나 시베리아 바깥에서도 이용 가능해. 최소 1만 광년 이상까지 뻗어갈 수 있어.”
그녀와 엠페러들 모두가 고대해왔던 혁신이었다.
“그분의 기술력보다는 상당히 뒤처졌지만, 그분은 논외니까 뭐.”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장래의 전략적 유익을 설명했다.
“아주 잘 됐군. 이번 기회에 철인왕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해두는 것도 좋겠지. 대총통 쪽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는데 지구 내 게이트 설치가 우리에겐 유리한 고지가 될 것 같군.”
쿠에시가 고양된 감정을 다스리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초인들의 사회를 한 손에 쥐고 다스리는 카이젤. 그러나 그의 수하 세력 내에서도 나름의 경쟁 구도는 존재했다. 적대 관계는 아니더라도 실력 성장을 위해 경쟁은 필연적이었기에 카이젤도 이를 허락했다.
특별히 지구 섹터를 통치하는 엠페러들과 은하계 식민지 주민 측을 관할하는 철인왕들은 항상 경쟁하였다. 출신 지역이 다른 탓에 생긴 미묘한 대립 감정이 크게 일조했으리라.
지금껏 기술은 카이젤이 직접 거주하는 지구 쪽이 유리했었지만, 무역은 오히려 자원량이 압도적인 은하계 식민지 쪽이 비교적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자원들도 모두 대표의 소유권 아래 있었지만, 관리 책임은 많은 부분 철인왕들에게 대여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곧 대기권 내부와 외부 우주를 직접 연결되는 게이트가 다수 설치된다면 자원의 직접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역의 균형추가 엠페러들에게로 조금 더 기울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경쟁이나 다툼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동료입니다.”
대인 관계의 촉매 역할인 성운은 다른 파벌들과도 가까웠다. 그는 항상 정쟁보다는 보스의 뜻에 협력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의 균형 잡힌 중재 덕에 여태 엠페러들과 철인왕들은 분쟁은커녕 경쟁을 통한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자아내왔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마리아가 호쾌히 대답했다.
이후 회의가 장기간 전개되며 여러 논제가 나왔다. 일곱 엠페러 사이에서 몇 가지 개인적 거래들도 오갔다. 거래는 충분한 논의 후 성립되었다. 이렇게 한참 더 논의가 교류된 다음, 마지막으로 추가 의제가 제시되었다.
“별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이지적인 느낌의 중국 여성인 샤오가 불편한 말을 꺼냈다.
“몇몇 포교자들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졌어.”
이에 쿠에시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놈들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마음대로 활동하도록 내버려 둬.”
그러자 지크문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종교도 소멸해가는 마당에 신경 쓸 일이 뭐 있겠나?”
그러나 일라이저만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다들 그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루비 빛 눈동자가 음산하게 빛을 발했다. 그 오만한 태도에 태양을 삼킨 늑대가 쏘아보았지만, 일라이저 본인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주장을 이어나갔다.
“현시대의 흐름은 종교 소멸 내지는 종교 통합, 현재 그 흐름의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들은 그 광신도들밖에 없지. 그들은 거치적거리는 방해물들이자 불확정성 요소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조무래기들이 걸림돌이 될리는 없지 않은가.”
쿠에시가 대꾸하자 일라이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낳을 잠정적 도미노 효과를 생각해야지.”
일라이저가 염려하는 진짜 적은 인류연합이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약자들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불확정성 요소’란 연쇄적인 나비 효과를 통해서 더 큰 위협을 불러들일 가능성을 의미하였다.
사실 인류연합 소속의 초인들에게는 오랜 골칫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그 존재는 그들 같은 최상위 초인마저도 감당해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변수이자 지금은 지명수배된 과거의 악몽이었다. 일라이저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바로 그 존재가 도미노의 여파에 휩쓸리는 것이었다.
“다들 그녀를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던 언급을 꺼내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짙은 긴장감으로 딱딱히 굳었다. 일곱 엠페러와 같은 최상위 초인마저도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감. 옛 그림자인 ‘그녀’는 아직까지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녀는 늘 분리주의와 독립주의의 노선을 취해왔던 자였다. 지금이야 힘과 세력을 잃고 잠적 중이지만 한때는 강대한 위세를 떨치던 실력자였다.
“그녀는 무려 주군과 경쟁했었던 전적까지 있어. 비록 패배했으나 한때는 그녀와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 멸망까지 도래할 뻔했었지. 그런 그녀와 결탁했던 지구의 종교가 ‘현월 숭배’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게다가 숙청당하고 남은 크레센트 일파의 잔당이 아직 중동 전역에 흩어져있어.”
일라이저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어디론가 도망친 ‘그녀’와 현재 지구에 잔존한 광신자들의 연접이었다. 어쩌면 그들 중 그녀가 축출당하기 전에 남겨둔 실험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녀가 인류연합으로부터 정신 간섭 등의 기술을 훔쳐 장래 귀환을 위한 안배를 광신자들에게 마련해두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녀는 초자연의 힘을 빌렸던 혐의까지 있다. 종교와 초자연의 높은 연관성을 생각할 때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에 기독교 선교사들의 광범위한 활동이 중동에 잔재한 현월 광신자들을 자극해 돌발행동을 유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발생할 나비 효과는 혹시나 나타날지 모르는 ‘그녀’의 재기나 준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라이저의 말이 옳습니다. 확실히 엘 피어슨, 그 여자는 보스께서도 면밀히 주시하시는 위험한 자입니다. 혹시 그녀를 추적할 방도를 찾으신 분은 없습니까? 가급적 확실히 제거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동의를 표한 성운. 그는 옛 위협의 추적을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부대표에게 듣기로는 우리 은하는 못 벗어난 듯하던데?”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은하 간 도약은 제약이 많으니까.”
“그렇다면 우리 은하 내부, 지구 바깥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겠네?”
“아마도. 살아있으려나? 만일 그렇다면 지구에도 개입할 작정이겠지? 아마도 순서상 하늘도시 쪽에 먼저 허튼 음모를 뿌릴 것 같은데 말이지. 그곳 처리를 철인왕들이나 시스템에 맡겨도 안전할까?”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야 해. 지구 쪽에 개입할 가능성을 말이야.”
나머지 다섯 명의 엠페러들도 차례차례 의견을 교환했다.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제한된 실력만으로는 곤욕을 당할걸?”
“그렇다. 지난날의 쓴 교훈을 잊어선 안 돼.”
당장은 지구에도 우주에도 적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으니 미리 뭔가를 대비하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적어도 예측반경에 들어온 문제들만은 주시해야 할 듯했다. 만일 어리석은 선교사들의 판단 오류가 사이비 이슬람 집단인 ‘크레센트 세력’을 자극해버린다면 자칫 도미노 같은 연쇄 효과로 인하여 반역자의 개입이 예상보다 일찍 이뤄질지도 모른다.
“멍청이들이 쓸데없는 짓 하지 못하도록 적당히 경계를 기울이도록 하자. 제지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행동하는지 정도는 주시하는 편이 좋겠어.”
지그문트가 간결하게 해당 화제를 매듭지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주제의 추가 토의가 더 오갔다. 그렇게 회의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종료되었다. 체감상 매우 오랫동안 이야기한 것 같았지만, 우주 표준 시간 기준으로는 불과 1분도 채 소요되지 않은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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