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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0회 초인들의 세계 Ch 23. 친선 경기 (3)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9.13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

 

 

 

 

 

  윤혁은 다음 날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날 퇴근한 카이젤은 근사한 정장 차림을 그대로 입은 채 동생을 데리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둘은 곧바로 집 건물 승강기를 통해서 깊은 지하로 이동하였다. 지하 엘리베이터는 대단히 깊이 이어져 있었다.

  “소화는 잘됐나?”

  “네, 어느 정도는요.”

  “다행이군. 경기를 보다 비위가 나쁘면 구토할 수도 있거든.”

  뜬금없는 경고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 어디로 이동하는 거죠?”

  “지하 53층.”

  참고로 건물의 지하 53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53번째 지하 도시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제로원은 태평양의 레뮬로스와 대서양의 아엘브론을 관통하여 지구 중심을 지나는 거대한 지구 축에 세워진 다층의 도시이다. 하늘로는 대기권의 궤도 엘리베이터들 및 오비탈 링과 맞닿아 있으며, 지하로는 내핵의 요새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제로원에는 지상에만 도시들이 쌓인 것이 아니라 지하에도 겹겹이 도시들이 존재한다.

  {지하 53번째 도시에 도착.}

  {콜로세움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수평 이동 가동.}

  {콜로세움 컨트롤 타워에 도착했습니다.}

  {생체 인식 코드 확인. 코드네임 GOAT. 확인.}

  메시지가 몇 번 반복되더니 이내 문이 열리면서 광활한 흰색 공간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러 개의 좋은 최첨단 의자들이 있었고 사방에는 첨단 기계와 컴퓨터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형 장비들과 홀로그램들도 즐비해 있었다. 마치 함선의 조종간과 같은 모양이었다.

  “룩에게서 바이오닉 솔져에 관한 이야기는 좀 들었지?”

  카이젤이 입을 열었다. 때마침 윤혁도 몹시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아, 혹시 오해할까 봐 미리 해명해야겠군.”

  “오해요?”

  “내가 그들을 만든 범죄에 연루되었을까 걱정하지 않았나?”

  그는 동생이 무엇을 조마조마 하는 지 정확히 간파했다.

  “정황을 듣고 나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군.”

  카이젤은 자신이 바이오닉 솔져들을 수집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아직 내가 세상을 통일하기도 이전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구 인류연합의 파편으로 나온 세력들이 벌인 인체 실험 현장을 하나하나 급습하여 파괴하였다. 인류가 몇십 년 전 금지하기로 합의했던 인간 인조 제작 실험. 그 암묵의 룰을 어긴 자들을 용서해둘 수는 없었다. 카이젤은 무자비하게 관련자들을 처벌하였다. 

  “그 후 실험체들을 모두 내 손에 회수되었지.”

  실험체 일부는 너무 위험해서 곧바로 폐기했고, 일부는 박제 보관했다. 하지만 그중 극소수는 남겨두었다. 사람과 똑같이 사고하는, 사람과 유사한 형상을 소유한 개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원칙대로 폐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소년 카이젤은 그들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주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람됨을 증명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나저나 그런 금기가 이미 구(舊) 인류연합 시절에 규정됐었군요.”

  이야기를 듣고 윤혁이 흥미를 보였다.

  “모든 생체 실험을 금하는 건 아니야. 인간 이외의 존재를 조작하고 창조하는 일은 별다른 제약이 없지. 또 의학적 개입 자체를 봉쇄하는 금기도 아니지. 나 역시 그 금기를 존중하긴 하지만, 바이오닉 솔져들의 치유나 강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의학적 개입을 해왔으니까. 인류를 불로불사 겸 ‘우주에서도 생존 가능한 종족’으로 만들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기도 했고.”

  다만, 딱 한 가지만은 절대적 금기란다.

  “인간을 탄생 단계부터 인위적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것. 클론이나 유전자의 치료나 수명 연장 같이 생물학적으로 용인되는 수준 말고, 인간을 송두리째 만들되 아예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생물학적 도그마를 도입해 완전히 새로운 조작체를 제조하는 것. 그건 금지 조항이지.”

  바이오닉 솔져들은 그 금기에 딱 걸리는 존재들이었다.

  카이젤은 다시 그들을 발굴했던 당시의 이야기로 돌았다.

  “몇 달간은 그 표본들을 여유를 두고 관찰했다.”

  일부는 잔혹하고 뒤틀린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했기에 폐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일부는 사람처럼 윤리와 도덕, 관습, 예절, 명예, 감정을 학습하면서 정상 아이와 유사한 발달 과정을 거쳤다. 카이젤은 그들을 주목했다. 그리고 더 철저한 검증을 몇 차례 더 시행한 후에 온전한 사람으로서 남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은 건져내었다.

  “그 후 살려낸 자들과 계약을 맺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의료적 보조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건으로 사회에 공헌하도록 요구했지. 마침 그들에게 있어 최고로 좋은 옵션은 군인 신분이었다.”

  “혹시나 강제노역은 아니었고요?”

  조심스러운 질문에 형이 고개를 저었다.

  “입대 여부는 자의에 맡겼다. 하지만 대부분 그들에게도 솔져 직위가 최선의 옵션이었지. 어차피 일반인이 살아가는 사회에 섞여봤자 생물학적 편견 때문에 동족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우니까. 적어도 군대 내에서는 남들과 다른 특수성을 또 하나의 명예로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거든.”

  참고로 바이오닉 솔져의 추가적 신체 강화 조작 역시 본인의 자유의사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솔져는 더욱 강한 힘을 얻어 훌륭한 영웅이 되기를 추구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어졌으니, 차라리 주군과 인류에게 있어 더 강력하고 쓸모 있는 존재라도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다행히 카이젤의 탁월한 의학 실력과 모종의 시뮬레이션 기술의 유용성 덕에 별다른 실패나 시행착오도 없이 안정적인 신체 강화를 해낼 수 있었다. 임상 시험조차 필요 없는 완전무결한 반칙급 실험 방법이라나? 윤혁으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력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강한 실험체일수록 신체 강화나 이능력 주입을 잘 견뎌내지.”

  강한 생명력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태생 때부터 생존력이 탁월했던 바이오닉 솔져들은 능력 성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자연히 개조를 통해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한계치도 높았고 새로 받아들인 힘을 활용하는 요령 역시 압도적으로 탁월했다. 바이오닉 솔져 내에서도 개개인의 능력치, 잠재력, 수용 능력의 차이가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룩이 힘을 쓰는 건 한 번 봤겠지?”

  “네, 도망치느라 자세히는 못 봤지만요.”

  “그래. 하지만 네가 목격한 건 어디까지나 지구라는 제한된 무대 때문에 지극히 제약되어버린 일부분에 불과해. 녀석의 진짜 힘은 차원이 달라. 오늘 잠깐 그걸 보긴 하겠지만, 그마저도 원래의 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거다.”

  생체병기인 바이오닉 솔져의 등급은 S랭크, SS랭크, SSS랭크, Ex 랭크, 마지막으로 최상위의 영웅인 얼티밋 워리어로 나뉜단다. 반면, 인간 출신인 휴먼 솔져의 최대 등급은 A 랭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바이오닉 솔져는 태생부터가 일반 군인보다 월등한 존재인 셈이었다.

  인류연합 소속 바이오닉 솔져의 전체 개체 수는 S랭크 100만여 기, SS랭크 1만여 기, SSS랭크 144기, Ex 랭크 12기였다. 현재 제로원에 소집된 인원의 70% 이상은 S랭크였다. 참고로 본성 지구에는 최상위 개체를 많이 배치했기에 상대적으로 SS 랭크 이상의 분율이 높은 편이었다.

  “백만 기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체 실험들이 자행되었던 거죠?”

  “실패작과 폐기된 것까지 포함하면 족히 억 단위는 넘겠지.”

  얼마나 많은 불쌍한 생명체들이 실험실에서 고통받다가 죽어갔을까.

  특히 인간이 아닌 개체는 살려두기는 쪽이 더욱 비참했으리라.

  ‘차라리 처분해는 주는 게 자비였을 지도 모르겠네.’

  윤혁은 속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그게 혼돈의 시대의 추잡한 본 모습이었지. 클론, 사이보그, 키메라, 모자이크 차일드, 괴수 병기 등. 과학은 발전했으나 인간 존엄성은 극히 퇴보한 시대였어. 폭력의 파도가 폭주했고 인간성의 훼손은 극에 달한 시대였지. 난 그 잔재를 남김없이 청소하느라 제법 시간을 소요했다.”

 

  그때 흰 방의 벽이 투명한 유리처럼 변화하였다. 그 너머로 거대한 경기장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수백 명의 사람이 상의를 벗은 채 경기장 위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들은 지시를 받자마자 랭크 별로 순서대로 줄을 섰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 같은데요.”

  “그렇게 만들어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

  저들도 태어날 당시의 모습은 괴인에 가까웠다고 한다. 바이오닉 솔져들의 지금 모습은 지속적인 관리, 치료, 신체 강화 실험을 통해서 완성된 것이란다. 새삼 형의 기술력이 두렵게 느껴졌다.

  바이오닉 솔져들은 자신의 랭크와 순번대로 각기 다른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마다 레벨에 맞는 훈련 내용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작은 연습 훈련이었다. 바이오닉 솔져 본인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전투 개체들을 상대하며 몸풀이를 하는 것이 바로 연습 훈련이었다.

  “아직은 긴장할 필요 없어.”

  윤혁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 카이젤이 말했다.

  “저들은 기계나 인공 생체 따위에게 패하지 않는 베테랑들이거든.”

  “하지만 사고라도 발생하면요?”

  “내가 이런 시뮬레이션을 한두 번 해봤을 것 같나?”

  이내 시스템으로부터 신호가 내려졌다.

  {대련 준비 개시.}

  즉각 153개의 커다란 연습 경기장이 펼쳐졌다. 하나하나의 경기장이 그랜드캐니언 계곡보다도 훨씬 웅장한 규모였다. 이번 친선 경기에 참여한 솔져들이 하나씩 자신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각 솔져의 경기장 안쪽으로 잘 무장된 전쟁용 로봇들이 들어왔다. 로봇의 유형은 단순 금속 타입부터 생물체와 유사한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보였다. 탑재한 기능도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였다. 박람회에서 보았던 기능은 새 발의 피로 여겨질 지경이었다. 아니, 룩과 싸웠던 그 인형들보다도 훨씬 더 했다.

  각 경기장마다 배치된 로봇 및 인공 생체의 유형은 달랐다. 일부러 솔져 랭크에 난이도를 맞춰서 배치한 것 같았다. Ex 랭크 솔져들의 경우에는 아예 행성을 부술 기세로 보이는 괴랄한 괴물들이 배당되었다. 심지어 가장 낮은 S 랭크의 솔져에게 배당된 로봇마저도 척 봐도 압도적인 괴물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특수한 기능도 덕지덕지 붙인 정신 나간 로봇들. 수효도 벌 떼 같았다.

  ‘정말로 저런 것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의심과 걱정이 어린 눈빛으로 경기장 화면을 쳐다보는 윤혁.

  {대련 준비 완료.}

  시스템이 다시 한번 경보를 울렸다.

  {섬멸용 경계 모드 2단계로 설정.}

  로봇들이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솔져들을 향해서 고속으로 돌진했다. 이내 콜로세움의 맹수들이 일제히 검투사를 향해서 달려드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검투사들에게서는 무신(武神)의 패기가, 맹수들에게서는 괴이(怪異)의 이질감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격돌의 진동 파가 방어벽을 넘어 미미하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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