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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2회 초인들의 세계 Ch 24. 바이오닉 솔져 (2)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9.16 | 회차평점 0 0

 

 

 

 

(이전 회차에서 계속)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이어 2급 S 랭크 솔져들의 경기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다른 의미의 공포감을 선사했다. 2급 S 랭크 솔져들은 3급이 소유한 중력과 관성의 제어 능력에 더해 그 제어 능력을 효과적으로 조작하고 응용해 고등 무술로 발현해낼 줄 아는 자들이었다.

  윤혁은 탄탄한 체형의 여성 둘이 격전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남성 솔져들에 비해서는 체격은 작았지만 강함에 있어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개념의 무술을 사용했다. 동작이 너무도 기이하였다. 마치 무협지에서 나오는 무공처럼 무형의 힘까지 뿜어내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여길 거 없어. 무술이란 것도 결국 자기 신체를 활용하는 기술에 불과해. 물리적인 몸이라는 도구에 이제는 중력, 관성, 물리력 제어라는 다른 부위가 첨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응용 폭은 압도적으로 넓어지겠지만.”

  솔져들은 신체 무게 중심을 각양 방법으로 전환했다. 질량과 강도도 부분적으로 적재적소에 바꿔댔다. 어떨 때는 아예 신체를 길게 늘이거나 관절을 360도 회전시키기까지 했다. 중력을 역행하여 공중을 날아다니거나 살벌하게 방향을 꺾어대기까지도 했다. 고전 물리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윤혁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 솔져들이 무술에 취하면서 마치 자신의 몸에 다른 영을 불러들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움직임에 심취할수록 자아를 잃으며 무언가에게 몸을 내주는 듯했다. 순수한 의미의 무예가 아닌 변질된 무예였다. 인외(人外)의 존재에게 의지를 맡기는 무예. 사람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기괴한 기술들이 그들 속에 스며드는 것 했다.

  ‘무예를 연마하는 게 이렇게까지 섬뜩하게 느껴질 줄이야.’

  3급들의 단순 슈퍼맨급 물리력 싸움에서는 광기와 살기만 느껴졌다면, 무협지의 영역에 다다른 무술마저 더해진 2급들의 싸움은 이질감이 한층 컸다. 누구도 저런 존재들과 대면해서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저런 무술도 형이 고안해냈을까?’

  폭력의 향연은 계속 확장되었다. 지형지물들은 더 빠른 속도로 붕괴하였다. 단순한 물리적 충격파뿐 아니라 특이한 성질의 파동과 진동까지 싸움 중에 발생하였다. 기묘한 파동들은 공간을 침식하며 간섭 패턴을 그려냈고 가시적인 특이 현상들까지 일으켰다. ‘기’라는 게 실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다음으로 1급 S 랭크들의 차례로 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심드렁하게 쳐다보던 카이젤이 이제야 얼굴에 흥미를 띄우더니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제 좀 재미있겠군.’ 하고 중얼거리자, 윤혁은 형에게서 한층 더 큰 두려움과 거리감을 느꼈다.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걸 보면서 오락처럼 즐긴다고?’

  정작 그는 솔져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온 정신을 데이터를 분석하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추가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자리에 온 이유도 사람으로서가 아닌 무기로서의 바이오닉 솔져들의 성능을 분석하고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내 이론을 좀 더 실증해볼 수 있겠어.’

  실제로 바이오닉 솔져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초능력 특화형 무술들은 독자적으로 솔져들이 개발한 것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카이젤이 기초 이론을 개발해 제공한 것이었다. 물론 그 기초 이론을 개개인에게 맞는 형태로 변형시켜서 개별 적용하는 것은 솔져 각자의 몫이었다.

  카이젤은 지금껏 솔져 전용 무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친선 경기를 여러 차례 진행해왔다. 그는 그때마다 철저히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솔져의 신체 능력상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무술을 도입하였고 그 기술과 무술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시 솔져의 신체를 강화하는 프로세스를 반복했었다.

  “기분이 불편해 보이는 군, 동생.”

  질겁한 윤혁을 알아본 카이젤이 말했다.

  “저분들도 사람 아닙니까? 재미로 관찰하신다니요?”

  “이런. 난 저들에게 존엄성이라는 걸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내게 충성을 약속했지. 난 그 일환으로 군인의 의무를 부과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들의 재능을 점검하는 것은 관리자인 내 책무이지.”

  “하, 하지만!”

  윤혁은 억지로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려 시도하였다.

  그러나 형 앞에서 당당히 대항할 만큼 기개가 충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로마 콜로세움과 이 경기를 동일시하는 건 좀 불편하군.”

  속생각을 읽을 듯 카이젤이 스스로를 변호했다.

  “로마의 악인들은 그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얻는 쾌락을 위해 생명이 죽어 나가는 걸 즐겼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저질스러운 게 아니야. 더 뛰어난 성과물을 발견하고 개선하려는 게 전부다. 그것을 바탕으로 인류의 경지를 드높이는 것이 내 목적이지. 물론 저들 모두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그는 쾌락이 아닌, 지적 호기심과 책임감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자였다.

  때로는 이러한 과격한 방식도 허락했지만, 항상 그의 동기는 동일했다.

  ‘형은 내 비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걸까.’

  은근히 드러난 형의 잔학성에 혀를 내두르던 윤혁도 이번에는 허까지 찔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 놓고 생각하기도 불편해졌다.  

  그 와중에도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1급 S 랭크들은 자신의 신체뿐 아니라 주위 영역의 중력장과 물리력의 양을 일정 한도 내에서 조절할 수 있었다. 그 능력 덕에 그들의 싸움의 규모는 더 거대했다. 이제는 무협지를 뛰어넘어 염동술사까지 연상될 지경이었다. 커진 싸움의 여파에 맞춰 경기장의 크기도 확장되었고 방어막의 강도도 증폭되었다. 그런데도 충격파는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선명히 전달되었다.

  경기를 진행하는 솔져들은 힘에 취한 듯 눈빛이 시시각각 광기로 물들었다.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본래 힘이 아주 조금만 강해져도 마음대로 날뛰며 힘을 발산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파괴적 본능이거늘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초월적인 파괴력과 초능력까지 얻었으니 더 할 말이 있을까.

  그렇게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난 후, S 랭크 1급 솔져의 경기도 마무리되었다. 카이젤은 모든 경기 속 모든 동작을 한 치도 빠짐없이 눈으로 관찰하고 기억해둔 모양이었다. 그는 휴식하는 시간에마저도 데이터를 정리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윤혁은 긴장감에서 잠시 벗어나 간신히 숨을 돌렸다.

 

 

 

 

 

 

***

 

 

 

  다음 순서는 SS 랭크의 친선 경기 차례였다.

  배경을 만들어내던 허상 실체화 모드가 해제되었다. 물리적인 에너지로 만든 배리어 역시도 해제되었다. 이제 경기장은 전혀 다른 구조로 재편되었다. 마치 사면이 거울들로 둘러싸인 방에서 무수한 상(像)이 반복되는 것처럼, 공간이 사방으로 무한 횟수로 반복되어 펼쳐졌다.

  “저건 ‘거울상 공간’이다. 공간의 한쪽 면과 반대쪽 면을 이어 붙인 셈이지.”

  “제로원의 아공간 차폐랑 비슷한 원리인 건가요?”

  “어느 정도 비슷하긴 해.”

  동생의 호기심에 형이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물론 워낙 복잡해서 1할도 알아듣지 못했다. 대강 이해한 바로는 거울 반사 원리를 본떠 허상의 공간을 무한히 반복시키는 원리인 것 같았다. 원래 있던 구획만 실체로서 존재하고 나머지의 확장판 거울상 공간들은 물리적 상호작용만 가능한 허상체인 듯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소수 정예 전력이니 기대해도 좋아.”

  카이젤의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SS 랭크 솔져들은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문자 그대로 각색의 섬광과 화염과 번개와 액체와 기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분명 모두 맨손이고 맨몸인데도 특수 무장을 사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화려한 전투의 향연이 펼쳐졌다.

  “저, 저 힘은 뭐죠?”

  “피코머신.”

  “의학적인 피코머신이요?”

  “아니, 불로불사의 피코머신과는 용도가 달라. 개조 생명체 전용이지. 저들은 체내에 피코머신을 지속적으로 생산, 저장, 방출하는 기관들을 담았다. 수천 가지 다양한 형태로 피코머신을 응용할 수 있지. 보다시피 저렇게 말이야.”

  번개나 화염이나, 결국 모두 피코머신들을 기반으로 발동하는 힘이란다. 추가적인 설명에 따르면 SS 랭크 내에도 1급, 2급, 3급의 분류가 있는데, 얼마나 높은 성능의 피코머신을 유용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뉘는 분류란다.

  3급의 경우에는 단순히 체내에서 피코머신을 조작, 변형, 방출만 하거나 초인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만 한다. 자체 화력으로는 조금 부족하기에, 특수 능력인 물리력과 관성, 중력 조정까지 섞어서 피코머신을 사용하는 전투 스타일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허물어진 경지였다.

  “저 두 녀석이 좀 쓸 만하니까 구경하도록 하지.”

  화면상에 한 여성과 한 남성이 있는 무한 거울 공간이 잡혔다.

  여자 쪽은 화염처럼 생긴 능력과 검 모양의 냉 병기를, 남자 쪽은 전자기력 같은 능력에 긴 와이어 형태의 채찍을 사용하였다. 3급이라는 능력적 한계 때문인지 피코머신 기반 이능력의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인지 특수 무기에 자신의 피코머신의 능력을 흡수시켜 증폭하는 전투 방식을 보였다.

  둘은 제법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자연재해 급 파동이 연발로 벌어졌고 큰 폭발과 에너지 충돌이 일어났다. 외부 공간에서 싸움을 벌였다면 최소 대륙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저마저도 힘을 최대한 억누르고 제약을 걸어둔 상태라고 하니 실전에서는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긴 저 정도도 안 되면 행성 파괴 급 공격력이 넘쳐나는 현대의 첨단 무기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 수 없었겠지.’

  머리로만 알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보자 두려움을 넘어 경외감까지 느껴졌다.

  한편, 힘에 취해서 마냥 살벌한 싸움을 벌이던 S 랭커들과 달리, SS 랭커들의 태도는 얼음처럼 차갑고 기계처럼 냉정해 보였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능력 대결에 가까워 보였다.

  “진짜 실력자가 되려면 자기 힘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하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폭주하지 않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해.”

  카이젤의 말대로 두 SS 랭커들은 지금까지 본 하위 랭크들과는 경험도 창의력도 큰 격차가 있어 보였다. 단순히 신체 조건이 뛰어난 것을 넘어서 타고난 전쟁 꾼이자 최고의 베테랑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싸움은 무려 삼십 분 이상 길게 지속되었다. 서로의 공격이 물리력 상쇄 때문에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양측의 분석력과 예측 능력이 너무도 뛰어난 탓에, 서로의 공격을 매번 쉽게 방어했다. 결국, 긴 혈전 끝에 여성 솔져 쪽의 판정승으로 대결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다음 급의 전투가 전개되었다.

  SS 랭크 2급부터는 자연재해의 현신이라는 말이 어울릴 강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체내 피코머신을 대기 중의 피코머신들의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다루는 일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몸 밖의 입자들마저 무기로 다룰 수 있었다.

  자연히 이능력의 규모와 밀도가 몇 단계 이상 올라갔다. 그 덕분에 몸싸움이나 무기조차 없이 순수하게 피코머신만을 이용한 이능력을 통해서도 가공할 위력의 초광역 광범위 공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SS 랭크 2급들은 몸 밖에 널려 있는 무한 증식형 초소형 무기들인 피코머신을 자신 속에 흡수할 수 있는 덕에 지치지도 않았다. 또한 그런 외부 흡수를 바탕으로 한꺼번에 여러 속성의 힘을 조합해 활용할 수도 있었다.

다시 한번 저들의 본질이 ‘비밀 병기’라는 점이 피부로 와 닿았다.

  “조금 겁먹은 모양이군. 하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충격적인 장면이지.”

  카이젤이 태연하게 동생을 다독였다.

  “본래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경기가 시작하면서부터 내내 불편한 기분이었던 윤혁. 그럼에도 제로원을 방문한 목적대로 인간 세계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간파하기 위해 참았다. 무서운 장면들에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끝 장면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제는 솔져들이 주는 무서운 위압감이 그의 발을 꽁꽁 묶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돌리지도 못할 만큼 몸이 뻣뻣해졌다.

  “그래, 착하지.”

  형이 잔뜩 긴장한 동생의 어깨를 엄청난 악력으로 쭈물거렸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끝이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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