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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59회 초인들의 세계 Ch 26. 귀가 (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09.24 | 회차평점 0 0

 

 

 

 

 

Chapter 26. 귀가

 

 

 

 

 

 

  며칠 뒤, 윤혁은 한국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제로원에 다녀온 종합적인 성과를 평하자면, 형과의 친분을 개선하는 일에는 조금 진척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형의 두렵고 어두운 면도 이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에게서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인간 지성의 능력을 과도하게 신봉하는 사상.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실질적인 힘. 윤혁의 세계관과 너무도 다른 가치 체계. 그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측은함과 애처로움도 느껴졌다. 마음에 뚫린 큰 구멍을 채우지 못해 발버둥 치는 공허함의 노예 같아 보였다. 누군가 옆에서 위로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려면 나으련만 그런 존재도 그에게는 없는 것 같았다.

  “형과는 별 탈 없이 잘 지냈니?”

  성한이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네, 아빠. 덕분에 편하게 지냈어요.”

  “그래, 덕분에 이젠 좀 고생이겠네. 한 달간 호강했는데 이제는 다시 소박한 생활로 돌아가야 하니까 말이야.”

  “하하, 그러려나요?” 

  성한과 윤혁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웃으면서도 내심 성한은 둘째 아들이 걱정되었다.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초인들의 세계를 이미 겪어서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본인도 반쪽짜리나마 그들의 속성을 띠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그 세계의 일원들은 결코 일반인을 자신과 대등하게 여기지 않는다.’

  불완전한 자신 역시도 그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었다.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초인들의 사회에 접촉한 일반인의 운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위압감에 짓눌려 망가지거나 혹은 그들에게 길들어 이용당하거나. 성한 자신은 엄밀히 말하면 후자에 해당하였다.

  ‘윤혁이는 그래도 유혹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서 다행이군.’

  아들 윤혁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을 지니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신실했다. 창조주와 구원자를 믿는 올곧은 믿음 안에서 각종 교묘한 유혹의 길을 거부할 줄 아는 순수함을 지닌 아이였다. 그는 삶의 어떤 사소한 영역에서도 작은 유혹을 허락하지 않았다. 남들과는 달리, 주님이 원하시는 방식이 아니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모님의 강요가 아닌 순수한 자신의 자유의지로. 성한이 자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였다.

  한편 윤혁은 아직은 제로원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아버지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신중한 천성 덕에 때가 이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이젤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은 현명하지 못하리라. 물론 아버지께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어찌 됐건 형도 아버지의 아들 아닌가.

 

  아무쪼록 가족들은 평소의 일상으로 금세 돌아갔다. 화요일마다 가족 예배를 드렸고 주말에는 그들이 오랫동안 몸담은 지역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윤혁은 학업에 충실하게 임하는 동시에 부모님의 식당 일도 거들었다.

  여기에 한 사람의 인연이 추가되었다.

  “신해 형은 이제 여기에서 일하시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응, 이곳 전통 음식들이 마음에 들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부하는 중이야.”

  신해는 아예 윤혁네 가족과 가까운 장소에 정착하기로 했다. 식당 아르바이트는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유진과 성한 부부를 돕기 위해 찾아왔다. 그날만 되면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몰렸다.

  그리고 나머지 나흘은 인근 나라들을 탐방하면서 전통 요리로 유명한 곳을 찾아보며 직접 일도 돕고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 정보화된 시대라 어떤 조리법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신해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요리를 뛰어넘는 이 시대에도 사람의 손맛이라는 고유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따로 저를 감시할 일은 없고요?”

  “너와 관련된 일은 이젠 손을 뗐어. 나도 그런 일은 사양이거든.”

  “다행이네요.”

  “그냥 아주머니 아저씨랑 친분이 생겨서 도와주러 오는 거뿐이야.”

  한편 성한 부부는 한 달간 신해와 지내며 더욱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건실한 첫인상도 있었고 같이 지내던 시간 동안 정까지 쌓인 덕이었다.

  “저 대신 효자 노릇 해주셔서 고맙네요.”

  “하하, 그럼 내가 이 집 첫째인 건가.”

  첫째라는 말에 문득 부모의 사랑 없이 자란 그가 떠올랐다.

  ‘머리 아픈 생각은 그만두자.’

  문득 궁금했다. 왜 신해는 자기 가족, 고향, 문화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까? 애초에 머나먼 곳에서 온 이방인이니 이름도 따로 있을 텐데. 그는 떠나오면서 무엇을 버려두고 온 것일까? 무슨 이유로 군에 지원했을까? 왜 지구 시민이 되고자 했을까?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솟구쳤다.

  ‘바깥의 세계. 유인 콜로니와 그곳의 인간들’

  현재 우주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문명과 문화가 궁금해졌다.

  ‘당장은 해답을 알 수 없겠지?’

  윤혁은 기회가 되면 제로원에서 더 해답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성한은 새로운 이웃사촌이 된 신해가 단순히 호감 가는 수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이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그와 나누었다. 그것은 물질적인 베풂이 아닌, 영적인 가치의 베풂이었다.

  “자네와 최고의 선물을 함께 나누고 싶네.”

  윤혁이 떠나있던 동안, 성한은 신해를 종종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때 그는 하나님 왕국의 복음, 그리스도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성경책을 선물했었다. 그때 당시 신해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가 나고 자란 문화권에서는 접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식이었던 탓이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인걸?’

  아직 그는 반신반의의 마음이었다. 솔직히 곧바로 믿기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는 흥미로운 가르침에 이끌려 지금까지도 매일 조금씩 성경을 읽는 중이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교회라는 것도, 하나님 같은 전지전능한 신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없었거든. 모두 그저 주어진 세계의 틀에 맞춰서 적당히 살다가⋯⋯, 아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또 했네.”

  언젠가 신해는 고향에 대해 넌지시 말하던 중 중간에 말을 끊었다. 그 탓에 자세한 단서는 얻지 못했다. 다만, 언뜻 스쳐 간 단서로 보아 우주 유인 식민지들에는 지구하고는 사뭇 다른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곳의 종교가 어떠한지 몹시 궁금했다.

  어느 날은 신해가 기습처럼 질문했다.

  “너도 이제 슬슬 독립도 생각해볼 나이 아니냐?”

  그 질문에 윤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죠. 언제까지나 부모님께 신세만 질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 뭐 꼭 그럴 필요야. 같이 살고 싶으면 사는 거지 뭐.”

  신해가 무안해하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저 나름의 삶을 꾸려나가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백 년 전쯤에는 청년이 독립하는 일이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개편된 경제 시스템 내에서는 사실 스물만 넘으면 독립생활을 이룩하는 데 별 부담이 없었다. 그 배경에는 자본 시스템의 도움이 있었다. 청년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부모의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간 개척으로 인한 부동산 무제한 확보 덕분도 있었다.

  아직 완벽한 행성 테라포밍이 마무리되지 않은 현시점이라 지구의 주거 공간은 엄연히 유한한 자원이긴 했지만, 그래도 초고층 건물, 지하 도시, 해상 및 해저 도시, 공중 도시 등이 발달한 덕에 이전보다는 확보 가능한 공간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로 인해 현재 지구 내부의 부동산은 적절한 순번과 질서에 따라 각 개인과 각 집단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었다. 어느 위치건 얼마든지 공간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리가 모자랄 이유도 없었다.

  현재 개인의 최소한의 필요인 ‘자기 집 마련’만큼은 누구에게나 비용 없이 무료로 제공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매달 빌리는 방식이 아니라 영구 소유권을 주는 방식으로. 심지어는 지역 선택의 자유도와 거주 형태 선택의 자유도도 사실상 무한했다. 그만큼 공급이 넘쳐나서 옵션이 많았으니까. 개인 거주 공간 하나 한정이긴 하지만, 덕분에 누구든 난민처럼 떠돌아다닐 이유가 없어졌다.

  아울러 개인과 집단의 ‘사회 공헌의 총량과 자체적인 잠재 가치’에 따라 더 많은, 더 넓은 부동산 공간이 공급되기도 했고, 신용이 높은 이들은 공간 선택의 재량까지 주어졌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사실상 부담조차도 없이 사적, 공적, 사업적 공간을 확보할 자유를 얻었다.

  다만, 이런 공급 체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연합은 지구의 주권을 쥐어틀었다. 개개인의 공간 점유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시에 무절제한 땅따먹기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역설적으로 공간 자체의 지배권은 공공과 지배자에게 맡겨졌다. 개개인은 (현실적으로는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청지기로서 일부를 맡아 쓸 뿐, 실제 공간 지배권 전체는 궁극적으로 인류연합에 귀속된 상태였다. 물론 대중은 이를 알지 못했지만.

  과거 같았으면 자칫 디스토피아가 될 무시무시한 발상이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체제하에서 단순 시장 체제 때보다 공급량과 자유도가 극대화되었다. 이는 물자 생산력의 무한성과 같은 맥락으로 나름의 ‘무한성 획득’에 힘입은 결과였다. 비록 아직은 유한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적용된다지만, 공간 역시 ‘유한성의 한계’를 상당 부분 벗어버렸기에 현재의 질서를 도입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되었다.

  전체주의적 틀과 자유지상주의적 미시성의 역설적인 완전 조화.

  그것은 흡사 신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조화된다는 신학적 역설 개념을 모방한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초인들이 건설한 시스템이 현실 속에서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들도 나름의 정의관에 근거해 합리적 인간 복리를 완성했구나.’

  확실히 그들은 대다수 인간에게 편리, 풍요, 부를 가져다주었다. 하나님 보시기에 그 교만한 마음이 걸림돌이 되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지혜는 세상의 입장에서는 결코 우습게 여길 건 아니었다. 그 지혜마저 하나님의 은총이겠지만. 분하지만 현 세계의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공정한 시각에서 후한 평가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결과로서 우수함을 입증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내 윤혁은 그 생각을 재고했다.

  ‘좀 더 지혜로운 사람들과 논의를 나눠본 후 생각해보자.’

 

 

 

 

 

 

 

 

<등장인물 프로필 1편>

 

 

 

- 강윤혁 -

 

 

  혈통은 22세기에 보기 드문 순수 한국인.

  직모에 가까운 흑발에 눈동자 색은 흑색.

  키 182.5cm. 체격은 일반인 중에서는 잘 다져진 편.

  서글서글하고 정직한 인상에 사람들과 잘 어울릴 만한 수다분한 성격.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거의 하지 못하며 신념이 뚜렷하다.

  아직은 다 빚어지지 못한 원석.

  외모는 나름 길거리에서 훈남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정도이나 빛이 날 정도의 미남은 아니다. 아버지의 외모를 고려하면 많이 평범한 편. 대신 사람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는 무형의 매력을 은은히 지니고 있음.

  취미는 독서와 운동과 피아노.

  일반인 기준으로 두루두루 이것저것 잘하는 편이나 두드러지는 천재성은 없음.

보기 드물게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 다만, 본인 자신은 리온 같은 친구들에 비해 신앙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편. 경건하며 매일 신앙 생활에 철저하며 도덕적으로도 투명하고 깨끗하다. 특히 청년답지 않게 음란죄에 저항력이 매우 강하여 거의 특별한 은사 수준에 가깝다. 속칭 순결한 남자로 천연기념물.

 

 

 

 

 

 

- 카이젤 라흐블뤼크 -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극한의 완전체 초인.

  아주 약간의 반곱슬이 섞인 짙은 흑색의 흑발. 문자 그대로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선명한 채도의 금안과 그 위에 덧씌워진 적색과 청색의 고리.

  키 199cm에 완전무결한 비율. 대단한 근육질에 예술적으로 완벽한 체형.

  성격은 다각적인 측면이 있음.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흡수하는 매력이 엄청나며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다. 의외로 자기 나름의 도덕적 기준이 철저하며 신념도 투철하다. 경박하게 대놓고 뽐내지는 않으나 오만하며 세상 모든 존재를 자신 아래로 내려다본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라는 점. 의외의 인간미도 많이 내포한 존재로 초인과 인간의 혼재된 모습을 지님. 최고의 권력자이다보니 냉혹함과 냉정함을 드러낼 때도 종종 있으나 그가 소유한 권력과 능력의 크기를 생각할 때면 온순한 편.

  인류 역사상 재능의 정점, 천재성의 정점, 노력과 성실함의 정점.

  이론상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美)를 소유한 최고의 미남. 기본적으로 초인이든 비초인이든, 여자든 남자든 막론하고 끌리게 하는 수준. 지배자로서의 권위, 타고난 맹수 같은 패기, 커다란 체격에서 나오는 무서움, 드높은 격으로 인한 카리스마가 아니었다면 지나친 구애로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그의 약점은 과연?

  취미와 특기와 일이 거의 일치하며 공부, 연구, 정치 활동, 경영 활동, 사색, 토론, 업무, 교육 등을 모두 좋아함. 워커 홀릭 중의 워커 홀릭. 호흡하듯이 쉴새 없이 성과들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성격.

  몸 쓰는 일도 좋아하며 운동 중독자, 체력단련 중독자, 훈련 중독자라는 소리도 자주 들음. 기본적으로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은 초고강도의 운동을 함. 초인인지라 아무 운동을 안 하고 몸 관리, 식단 관리 안해도 지방이 안 붙고 근육만 잘 붙는 체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몇 배 이상으로 몸 관리에 철저. 이미 근육은 완성형인지라 부피는 더 늘어나지 않고 훈련할수록 압축도가 증가하여 질적인 강화만 이뤄짐.

  자기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아끼며 자기 울타리 안에 들어온 모든 존재를 챙기는 성향. 다만 그 챙기는 방식이 다소 독단적이고 자기 중심적일 때가 많다. 인류 전체의 수장이 되었기에 인류 전체를 자신의 품에 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거의 강박적으로 인류애를 실천하는 중.

 

 

 

 

 

 

* 자주 등장할 인물 위주로만 작성하겠습니다.

* 추후 종종 추가될 예정입니다. 새 인물 프로필도, 다루었던 인물의 프로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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