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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68회 초인들의 세계 Ch 29. 바깥의군주들과안쪽의군주들(1) 작가 : PeaceTiger | 등록일 2022.10.06 | 회차평점 0 0

 

 

 

 

 

Chapter 29. 바깥의 군주들과 안쪽의 군주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덧 형과 약속한 두 번째 만남의 때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나?’

  아무 힘도 없는 청년이 극비사항을 자기 능력으로 파헤칠 수는 없으니 어디까지나 형과 심리적으로 친밀해져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사실 그 일은 정보 수집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윤혁은 아직 카이젤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없었다. 마음속에 이런저런 상처나 공허함이 있을 것 같긴 했으나 그런 아픔을 어떻게 대해주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더 망가지지 않게 도와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한편으로는 경계심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사람.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기도를 해보았다. 동시에 스스로도 충분히 고민해보았다.

  “다음 주에 형을 만나러 갈 때 좀 챙겨드리렴.”

  어머니께서는 손수 정성스럽게 반찬을 만들어주셨다. 저번에도 형은 윤혁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가 입에 맞는다고 했었다. 그러니 더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의 작품도 거부감 없이 잘 받아줄 것이다.

  “그 녀석 입맛이 너무 고급일 것 같은데.”

  아버지가 조금 염려를 표했지만, 윤혁이 걱정 없다며 대답했다.

  “생각과는 달리 까다롭지 않은 분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형이 윤혁의 가족들을 향해 마음의 벽을 허물어준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형은 자신을 환영받지 못할 사생아로 여기는 투였으니까. 물론 이는 아버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카이젤의 어머니라는 사람의 책임이 크긴 했다. 아버지도 젊을 적 혈기로 경건치 못한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그때는 아직 하나님을 알지도 못했던 시절이었으니까.

  한편 윤혁은 리온이나 새로운 선교팀 친구들과 한동안 연락이 끊길 것이 아쉬웠다. 다른 세속 친구들과 떨어질 때는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깊은 아쉬움과 허전함이 절절히 전해졌다.

  “아엘브론이나 레뮬로스에서는 홀로넷이 안 먹히겠지?”

  윤혁이 이미 짐작하던 바를 확인차 리온에게 질문했다.

  “아마도. 공식 채널이 아닌 이상은 통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애당초 연합의 눈을 피하려고 일부러 구세대 버전을 채택해서 사용한 것이니까. 말하자면 저쪽 입장에서는 원시인의 기술력이지. 네 말대로 공간 자체를 지배할 정도의 기술력이 깃든 영역이라면 홀로넷 따위는 가볍게 뭉개버리지 않을까?”

  리온이 대답했다. 실제로 제로원은 지구 및 우주의 인류 영토의 통신 시스템을 모조리 관통하는 중추였다. 그렇기에 모든 통신 매개체들은 중앙의 통제를 받는다. 모든 수신자와 발신자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간 분석되며 그 전달 내용마저도 중앙 간섭으로 삭제 혹은 변형되었다.

  “새삼 달걀로 바위를 친다는 게 뭔지 감이 오네.”

  과거에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신념으로 정치에 참여했던 때도 있었다. 미연방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그런 일이 불가능했다. 막강한 지배자들은 대부분 하나님의 논리가 아닌 세상의 논리로 온 세계를 다스렸다. 다시 한번 그리스도인이 약자 입장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우리가 상대할 것은 혈과 육의 세력이 아니야.”

  리온은 베테랑답게 전혀 의기소침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 맞상대할 대상이 아니야.”

  이에 윤혁은 형 생각에 마음이 살짝 쓰라렸다.

  “설령 지도자라고 해도 말이지?”

  “응, 우리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사랑과 진리를 전하면 그만이지.”

  어른스러운 리온 쪽이 아직 마음 어린 윤혁을 달랬다.

  “뭐, 그러면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볼게.”

  “이미 충분한 힘이 되어주었는걸.”

  “빈말이라도 고맙다.”

  윤혁은 아직 동료들에게는 자신이 어떻게 세계 심장부에 침투할 수 있는지에 관련해서는 말해주지 않은 상태였다. 괜한 주목을 받거나 의심을 받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 근처에 확실하게 접근하기 전에는 당분간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편이 나았다.

  ‘일단은 조용히 나 혼자서 알아보는 게 맞아.’

 

  그렇게 날이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제로원까지 가는 교통편을 안내해주었다. 그는 사실 한 달에 한 번꼴로 장남과 간간이 연락을 나누고 있었다. 반쪽짜리나마 같은 부류여서 그런지 카이젤도 아버지는 어느 정도 동족 취급해주는 것 같았다. 다만 동생과는 달리 아버지는 자신의 땅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아마 아직 버젓이 살아있는 2세대가 그를 주시할까 주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형이 이것을 보내왔구나. 너도 한 번 써봐서 잘 알 거라고.”

  워프 마커 역할을 하는 팔찌를 성한이 건넸다. 좀 더 개량된 판이었다.

  “착용하고 약속 장소에서 시간 맞춰 가면 될 것 같구나.”

  이미 한 번 코드 인증도 했기에 별도의 절차도 불필요하단다.

  윤혁은 다시 한번 놀라운 워프 기술 발전 속도에 경탄했다.

  ‘이제는 단일 인간의 워프 및 소환까지 가능하다니, 이거 원.’

  원래 인간을 텔레포트에 포함시키는 건 대단히 고난도의 기술이라 배웠다. 초거대 우주 설비를 이용해야 제한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나. 하지만 이제는 역사책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워프 과정에서 사용 가능한 장비의 크기를 이렇게까지 소형화시키다니. 거기다가 역 소환 워프까지 가능케 되다니. 윤혁은 지난번에 왕래했던 길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그 짧은 사이에 더 발전해버렸다. 시공간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지 체감되었다.

  “돌아올 무렵에는 아마도 크리스마스가 되겠네요.”

  “그래, 그때쯤에는 같이 볼 수 있겠구나.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제로원이 원체 평범함과는 크게 동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대놓고 사고를 치거나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윤혁은 안심해도 좋다면서 성한을 달랬다.

  “그래, 아들 건강이랑 안전이 중요하지.”

  유진이 해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안전도 안전이지만, 다른 것들도 주의하거라.”

  성한이 말했다. 윤혁은 아버지가 한 그 말의 의미를 어렵잖게 추론했다. 위험한 초인들의 눈에 너무 자주 띄지 말라는 뜻이겠지. 다음번에 돌아올 때는 자신의 세계관에 또 어떤 변동이 생길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씩 섞여드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겨울이 되어서 그런지 제법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살갗에 닿았다.

  ‘기분까지 싸늘해지는 것 같네.’

  21세기 초반쯤의 시절에는 이상 기후 변화가 지구를 멸망시킬 후보로 지목되었다던데 그것도 이젠 옛일이 되어버렸다. 당시에는 인류의 활동이 원인인지 아니면 태양의 활동(혹은 조물주의 개입)이 원인인지 논란이 뜨거웠다지. 지금 와서 돌아보니 참으로 부질없는 논란이었던 것 같다. 결국, 그때도 친환경 개발이니 하는 몸부림은 어리석은 삽질이었음이 밝혀졌으니까.

  참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인류는 테라포밍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위기로부터 완전히 멀어지게 되었다. 심지어 생태계가 파괴된 혼돈의 시대에조차도 테라포밍 기술력 덕에 누구도 기후 멸망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물며 이젠 지구를 넘어 타 행성을 인간 거주 환경으로 개조하는 작업마저 진행 중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인간이 자연을 극복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대기권, 나중에는 별과 은하계, 그 이후에는 어디까지 가려나?’

  - 미야야야아옹

  집에서 나서자마자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윤혁과 친해진 지 꽤 오래된 검은 고양이 태원이었다. 예전에는 간간이 만날 때마다 먹을 걸 챙겨다줬는데 이번에는 꽤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았다.

  “나 없는 동안에도 잘 지내라.”

  고양이용 간식을 챙겨준 후 털을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시간이 늦어질까 봐 발걸음을 서둘러 떼었다.

  오늘 워프 역(逆) 소환을 받기 위한 일차 지정 장소는 한국의 수도 서울시였다. 이전 세기에 전쟁의 여파로 잠시 폐허가 되었던 곳이지만, 재건된 후로 서울은 과거 어느 때보다 영광스러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도시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국가 정부가 아니었다. 인류연합 주도하에 재건이 이루어진 만큼 연합에 관할권이 귀속된 상태였다. 실질적으로는 연합이 한국이라는 속국에 지배력을 발휘하는 중추나 마찬가지인 게 서울시였다.

  ‘멋지네.’

  제로원만큼은 아니어도 경이로운 수준의 물질문명, 화려한 도시 주민들의 삶, 완벽한 환경 조절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자연경관, 기계 문명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 서울의 모습은 초라한 윤혁네 동네와는 확연히 대조되었다.

  하늘을 둘러싸는 거대한 배리어는 내부 대기 오염을 실시간 정화하였고 공기 조성과 일조량을 최적의 수준으로 조정해주었다. 오염 물질은 우주 바깥으로 방출되었고, 부족한 산소는 광합성 장치를 통해서 순식간에 보충되었다.

  오염되었던 한강도 특수 정화 장비 때문에 화려한 모습을 회복했다. 부자연스러운 대교는 모두 철거되었다. 공중을 활용하는 교통수단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한강은 순수하게 아름다움을 위한 상징물로 남아있었다. 종종 수도에 올라올 일이 있을 때마다 윤혁은 항상 그 수려함에 경탄을 느끼곤 했다.

  감상에 넋이 빠져 있다가 문득 시간이 다 됐음을 발견했다.

  윤혁은 카이젤이 보내준 팔찌를 착용하고 미리 지정된 워프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 인증 코드 역시 팔찌에 내장되어 있었다. 타워 내에는 공개되지 않은 구역이 있었는데 그 내부에 워프 중개 장치가 있었다.

  ‘대기권 내부에서의 소형 개체 워프 장치는 일단 감추어두는 건가?’

  아무래도 대중에 공개하여 상용화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겠지.

  워낙 변화 속도가 빠르니 머지않아서 일반화되겠지만.

  중개 장치에 팔찌를 인식시켰다. 이윽고 저번에 겪었던 것과 거의 비슷한, 익숙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워프 인증이 신속히 마무리되었다. 잠깐 대기한 후 안내와 함께 워프 송환이 시작되었다. 눈앞으로 빠르게 빛들이 질주하였다. 웜홀을 연상시키는 통로가 눈을 스쳤다. 이전과 달리 이미 한 번 적응해서 그런지 몸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윤혁은 제로원에 도착한 직후 센트럴 구역의 심장부로 이동했다.

 

 

 

 

 

 

 

<등장인물 프로필 2편>

 

 

 

- 강성한 -

 

  주인공 형제의 친아버지.

  몹시 강단 있어보이는 인상이지만 현재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가정적인 남자이며 포용력이 넓다. 과거와 이전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느낌이었다면 인생의 뼈저린 실패를 겪고 회심한 이후에는 온유하고 상냥해졌다.

  외모는 오늘날 기준으로 하면 한국에서 가장 잘생긴 미남 배우와 동급일 정도로 눈에 띄는 남성적인 느낌의 미남. 금욕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기지만 동시에 강하고 자극적인 매력 또한 내뿜는 외모이다. 이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숱한 구애를 받았으나 의외로 눈이 높았기에 라일라 이외에는 넘어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진과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룬 지금은 별 의미가 없어진 특이사항.

  키는 190cm, 옥중 생활을 거치다 뒤늦게 결혼했기에 나이는 비교적 많은 편으로 1부 시점에는 60대 이상이지만, 막상 실제 신체 나이나 얼굴의 겉보기 나이는 불과 20~30대 수준으로 매우 동안이다.

  참고로 피코머신을 제외하고도 노화 제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제법 발달한 시대임에도 의료 기술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단순히 겉 외모만 젊은 것이 아니라 세포 나이도 실제로 20대. 때문에 뱀파이어 혹은 늑대인간이 아니냐는 농담도 종종 받는다. 다만, 워낙 의술이 발달한 시대라 주변에서도 딱히 기괴한 사태로 여기지는 않는다.

  기골이 장대하며 골격이 크고 제법 근육질. 초인의 신체를 소유했기에 꾸준하게 고강도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격이 유지된다. 다만 몸을 즐겨쓰는 타입은 아니다. 검사 시절에도 한 번도 스포츠를 즐기지 않았고 현재도 딱히 마초적인 활동에 취미를 두지는 않는다.

  의외로 교회에서의 역할은 전도사. 다만, 1부 초반은 워낙 종교와 교회가 세계적으로 소멸해가는 황혼기인지라 그리 활동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소명이 언젠가는 소소한 영역에서 큰 빛을 발휘할지도?

  타고난 재능은 타인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 그러나 검사 시절에는 그 재능이 십분활용되었으나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상당한 성실함 덕택에 뭐든지 잘 배우고 습득하는 타입이며 머리도 몸도 명석하다. 아내에게 배운 덕에 요리에도 일가견이 꽤나 생겼다.

  언제나 자녀를 여럿 두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은근 있었으나 아내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자녀를 여럿 갖지 못할 곤란하고 말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 키운 윤혁 하나를 백 명의 아들 못지 않은 귀중한 선물로 여기며 신께 감사하는 중이다.

  나름의 깊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여자에게 데인 것도 큰 실패의 경험이었지만 감옥에서의 체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처를 남겼다. 그곳에서 그의 자신감과 자만심은 무참하게 꺾였으며 그 고통은 환도뼈가 꺾이는 것에 필적하는 아픔이었다. 자신이 소유했던 모든 명예, 권력, 야심이 꺾이고 잘난 남자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고서야 그는 자기 자신의 영혼의 실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는 신이 주신 교훈이자 위장된 축복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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